
자연대와 의대를 대상으로 개설된 과목이 있다. 의대 선생 20명이 한시간씩 강의를 하는데, 그 과목의 책임자가 나라서 좀 비협조적이거나 강의를 성의없게 하면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버리곤 한다. 물론 대부분이 비협조적이고 강의를 안하려고 해 내가 사정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말이다.
오늘 강의 제목은 ‘동성애 어떻게 볼 것인가?’였는데, 내가 존경하는 정신과 교수님이 몇 년째 강좌를 맡아 오셨다. 난 오늘 처음으로 그 강의에 들어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미 60대인 교수님께서 동성애 얘기를 하시는 건 무리였던 것 같다. 선생님은 시종일관 동성애자를 ‘유아성폭행자’와 같은 성도착증 환자로 분류하셨고, 원인을 설명하면서 “뇌에 병변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신 걸로 보아, 동성애를 질병으로 보는 건 확실한 것 같다.
그 바람에 학생들은 시종 동성애에 대한 보수적인 견해를 주입받아야 했다. 외국에선 동성애자의 비율이 4%라고 하신 선생님은 “통계는 없지만 동료 의사들끼리 얘기를 해보면 우리나라는 서양보다 동성애자 비율이 적은 것 같다”면서 여러 가지 원인을 든다. 동성애자가 커밍아웃을 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지 않고, 아직도 많은 동성애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자 비율이 서양보다 적다는 것도 동의할 수 없지만, 그 원인으로 든 것은 더더욱 동의하기 힘들었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자식을 낳아야 하는 억압이 강하고.....유교적 영향...대가족제도... 또한 한국인의 식생활이 리비도(성욕)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성폭행 비율이 세계 정상권인 것과 리비도를 저하시키는 식사가 어떤 관계인지 궁금하지만, 성욕이 강하면 동성애가 된다는 논리 역시 흥미로웠다. 선생님 강의의 백미는 말미에 나왔다.
“어머니가 드센 경우 남성이 여자처럼 돼서 동성애자가 되는 경우가 꽤 있다.”
동성애를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 장애로 보시는 거야 그렇다 쳐도, 동성애에 대한 선생님의 초점이 게이에게 맞춰져 있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질문이 하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연약하면 여자가 남자처럼 돼서 레즈비언이 되나요?”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역으로 나가는 것 같아요. 기성세대가 동성애에 비판적이니까 젊은 세대들이 우호적이라고.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동성애에 대해 과거보다 지금이 더 관대하다면, 이건 소수자에 대한 인권도 존중해야 한다는, 의식의 성숙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 문제가 왜 세대갈등과 상관이 있을까. 여전히 난 그 선생님을 존경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내년에는 그 선생님한테 동성애 강좌를 맡기면 안되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