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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의 생각 -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창작에 관한 대화
박웅현.오영식 지음, 김신 정리 / 세미콜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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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9년 전, 첫 직장 생활을 다녔을 당시 진행했던 업무는 주어진 콘텐츠를 어떻게든 남들에게 많이 알려서 PV(페이지뷰)를 기록시켜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이후 언론사에 다녔을 때도 마찬가지로 독자가 보고 싶은 소재를 찾아 기사를 쓰며 마찬가지로 PV를 올리는 일이었고, 세 번째 직장이었던 여행사에서 본격적으로 마케팅 업무를 배우고 나간 뒤 현재까지 광고업에 종사 중이다.


평소 마케팅 관련 책에 관심이 많아 신간이 나올 때면 종종 사서 읽고 하는데, 오래 전 읽었던 박웅현 작가의 '여덞 단어'는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라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한 번은 겪었던 생각을 다양한 사례로 말해줘서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올해부터 하고 있는 아침 독서 모임에서 선정한 '일하는 사람의 생각'은 '여덞 단어' ,'책은 도끼다'를 쓴 TBWA KOREA 대표 박웅현 작가와 현대카드, JTBC, SKT, MAX 맥주, 스타필드 로고를 탄생시킨 비주얼 브랜딩 디자이너인 오영식 씨가 총 여덞 개의 대담을 통해 나눈 일에 관한 생각을 전해준다.


참고로 TWBA 크리에이티브 박웅현 대표는 '그녀의 자전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잘 자 내 꿈 꿔','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생활의 중심',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혁신을 혁신하다' 등 TV 광고에서 봤던 카피를 탄생시킨 분이다.


마케팅 책 추천으로 소개하고 싶은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는 디자인 전문지 기자이자 편집장인 김신 작가가 박웅현 대표, 오영식 디자이너와 함께 10회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한 후 나눈 대담을 정리했다.


창작자가 되는 과정부터 브랜딩에 관한 생각과 영감, 예술과 비즈니스의 사이, 클라이언트, 환경, 직장생활, 창작에 대한 생각을 차례대로 말해주는데 광고업이나 디자인을 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거나 겪었던 일에 대해 정리를 해주고 있다.


마케팅 책 추천 '일하는 사람의 생각'을 읽으면서 현재 나름대로 광고업을 하고 있어성인지 오영식 디자이너가 말한 내용보단 박웅현 대표가 말하는 내용에 더 공감이 갔다.


박웅현 : 최근에 특히 옷차림에 영향을 받은 일들이 몇 번 있었어요. 어떤 옷을 입고 가면 그 옷 덕분에 분위기가 달라져버려요.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기업 회장님과 대표들이 하는 회의에 들어갔어요. 제가 좀 독특한 옷을 입고 갔거든요. 그날 제안한 안이 거의 다 팔렸어요.


회장님이 보시더니 "아, 역시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은 옷 입는 게 다르네요. 사장님들 이렇게 해야 발상이 됩니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죠. 그러니까 제가 말하기 전에 이미 신뢰가 생겨버리는 거예요 - 103


현재 온라인을 통해 광고업을 하면서 직접 계약을 하러 갈 때는 박웅현 대표처럼 평소보다 더 옷에 신경을 쓴다. 여행사에서 나와 어느새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광고업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 첫 인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거다.


처음 보여지는 이미지가 80%는 먹고 들어간다는 건 그동안 수십 곳이 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서 느낀 경험으로 박웅현 대표가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 언급한 부분이 공감됐다.


오영식 : 완성도의 문제는 자기가 책임지고 또 스스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평가가 기준이 되면 안 되거든요. 나의 평가 기준이 다른 이의 평가 기준보다 훨씬 엄격하고 높아야 한다고 봅니다. 앞면뿐만 아니라 뒷면까지 똑같은 완성도로 마무리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뒷면은 잘 안 보거든요. 뒷면까지 똑같은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건 저의 기준이에요.


옷을 만드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일반인은 겉감만 보지만, 제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게 안감입니다. 옷 입는 기준도 보통은 소매 길이가 어디까지여야 된다는 기준이 느슨하지만, 저는 엄격하거든요. 그건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옷을 잘 갖춰 입고 나가야겠다는 저의 기준이에요.


제가 스스로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서 그런 거죠.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서체를 이렇게 많이 찾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어요. 이것의 반만 찾아도 되는데, '이게 최선일까' 하는 질문을 자꾸 반복하는 거지요 - 123


마케팅 추천 책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 처음 알게 된 오영식 디자이너 분이 언급한 부분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과 견해가 비슷해 공감이 됐다.


나같은 경우는 클라이언트와 계약한 내용 외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추가적인 부분을 더해주거나 클라이언트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통계 자료를 제공해준다. 그러다 보니 한 번 계약을 맺은 클라이언트와는 1~2년 이상 장기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블로그 포스팅도 마찬가지다. 제주도 여행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 때면 그곳으로 가는 분들을 위해 시간을 절약시킬 수 있는 방법과 미리 알고 가면 좋은 팁을 제공하며, 서평 포스팅인 경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이유로 기억하고 싶은 글귀를 모두 담아내고 있다.


오영식 : 물론 자기만의 특별한 감각과 예술적 소양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거지요. 하지만 저희는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사람들이에요. 자기 개성대로 할 거면 작가가 되어야지요. 남의 돈을 갖고 자기 작품을 만들겠다고 하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 138


광고, 마케팅, 디자인을 하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새겨야 할 내용이라 글귀로 남겨보고 싶었다. 광고, 디자인 산업을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클라이언트의 업무를 대행받고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남의 돈을 가지고 자기 작품을 만든다'는 건 내가 생각해도 잘못된 거라고 본다.


특히 온라인 광고로 업무를 하는 분들을 보면 클라이언트를 생각하기보단 자기 과신을 하거나 마케팅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담는 것을 종종 보곤 하는데 광고업을 계속해서 하고 싶다면 한 번쯤 고민해봐야되는 게 아닐까 싶다.


박웅현 : '즐겁게'라는 단어는 중요한 것 같아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생업의 의미는 사람들이 다 안다는 전제가 있겠지요. 자기가 먹고 살려고 하는 것, 월급을 받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걸 사람들이 안다, 그러니 출근은 의무다, 이런 건 전제로 깔려 있다고 봅니다. 그게 아니고 놀러 간다며 일하는 사람은 뽑지 말아야 하고요.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은 없다고 봐요. 다들 내가 월급 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걸 전제로 했을 때 즐거움은 정말 중요하지요.


똑같이 출근은 하는데 더 즐거울 수 있다는 것, 그게 기업 문화이고, 그게 케미이고, 그게 일하는 방법이거든요. 월급 받으려고 다닌다는 마음으로 회사에 가는 사람과, 월급 받으려고 다니는 건 맞지만 회사에 가면 그 선배와 일하는 게 진짜 재미있어, 하면서 회사에 가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퍼포먼스가 나온다고 봐요. 그걸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즐겁게'라는 단어의 핵심일 거예요.


그래서 케미를 맞춰주는 게 중요하고, 반말하지 않는 것,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그딴 걸 아이디어라고 가져왔냐?" 이런 말을 하지 않는 것, 칭찬해주고 시너지가 일어나는 문화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지요. 그걸 만들어주지 못하면 조직에서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계속 강조하는 게 많이 웃어라, 많이 웃게 만들어라, 회의실은 시끄러워야 한다, 싸우는 소리로 시끄러울 수도 있지만 웃는 소리가 많이 나와야 하고, 정신도 없고 그래야 합니다 - 251


오래 전 다녔던 회사에서 내 버릇 중 하나는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속으로 웃거나 겉으로 미소를 나타내곤 했다. 거의 버릇처럼 그러다 보니 당시 회사 대표는 내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일을 하는데 왜 그렇게 웃느냐"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 박웅현 대표가 말해주는 '즐거움과 일'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당시 다녔던 그 회사가 지금까지도 발전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박웅현 : 제 목표는 좋은 어른이 되는 거예요. 주변에 좋은 어른을 많이 만드는 것도 목표예요.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안 되겠죠.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사회운동을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 오늘 하루 가치를 만들었는가, 내가 조금 더 성장을 했는가,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났는가, 오늘 하루를 허비하지 않았나, 무력감에 빠져 있는 건 아닌가,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 수 있나, 이런 걸 끊임없이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280


마케팅 책 추천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는 저자의 일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었던 겪은 인생관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그중에서도 박웅현 대표가 말한 오늘 하루의 가치와 성장 부분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반복적으로 봐야 되는 문구다.


독서 모임을 통해 읽게 된 책에서는 광고,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매일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윤리, 도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이 많다는 점에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박웅현 : 음악을 어떻게 쓰는지, 편집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릴 때 봤던 영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저는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 같은 영화를 무척 무섭게 봤거든요. '새'와 '현기증' 등 히치콕의 영화는 거의 다 봤어요. 그 영화들을 보면 공포스러운 순간들이 있는데, 어떤 작업을 하다 보면 그게 다 배울 만한 기법이었던 거에요. 그래서 제가 후배들에게 그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히치콕이 왜 공포영화의 모태가 되었냐 하면 사람들의 심리를 따라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사람들이 놀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놀라게 하지 않아요.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놀랄 만한 장면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데, 막상 문이 열렸을 때 아무것도 안 나와요. 그리고 안심하는 바로 그 순간에 놀라게 만드는 거지요 - 19


김신 : 저는 '필연'이라는 말보다 '우연'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데요. 어떤 직업을 갖게 될 때 필연적이라기보다 우연적인 경우도 꽤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것을 필연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요. 지금의 내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석하는 건 나의 의지를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보는 태도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내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라 세상에 우연히 던져진 만큼, 나는 어떤 사람도 될 수 있다, 이런 태도를 갖고 의지를 발휘해 자신의 재능을 펼친다면 누구나 두 분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42


박웅현 : 기업을 '법인'이라고 합니다. '법 법' 자에 '사람 인' 자거든요. 그러니까 '법적인 사람'이에요. 떄리면 아프고, 다리가 있지는 않지만 사람이에요. 사람과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광고를 '연애편지'라고 생각하거든요. 광고는 법적인 사람이 '나랑 연애하자'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리고 로고와 같은 기업 아이덴티티는 오 대표님 말씀처럼 첫인상 같아요.

처음 봤을 때 저 사람 참 세련됐다, 저 사람 참 멋있다, 이런 첫인상을 주는 것이고, 그다음에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면 사람이 참 괜찮네, 이런 생각들이 있을 거라는 말이죠. 기업은 고객과 친해지기 위해,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연애편지를 띄우는 거예요. 연애편지를 받았어요. 연애편지를 받고서 로고를 봤습니다. 그런데 로고가 좀 세련된 것 같지가 않아요. 그러면 멈칫하게 되는 거지요.


반면에 연애편지는 그저 그랬는데 로고가 멋있어요. 딱 봤는데 사람의 지성미가 넘쳐요. 그러면 편지를 다시 읽게 되잖아요. 제일 좋은 건 로고도 좋고, 지성미도 넘치고, 세련되고, 연애편지도 잘 쓰는 사람이겠지요. 이건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연애가 시작되면 그다음에 제품을 써보거나 서비스를 받아보는 거지요. 연애를 하다 보면 기대했던 것만큼 좋을 때도 있고, 실망할 때도 있고, 그렇게 보면 될 것 같거든요. 그래서 광고는 연애편지고, 기업 아이덴티티나 브랜드 아이엔티티는 첫인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 금산 인삼을 말씀하셨는데, 만약에 금산 인삼이 토탈임팩트를 만나면 로고가 확 바뀔 거라는 거지요. 그러면 이렇게 느낄 것 같아요. '우리 동네 저 총각은 수더분하고 사람은 좋지만 별로 눈에 띄지는 않았는데, 어느 날 전문가를 만나고 오더니 사람이 달라졌네' 이게 토탈임팩트를 만났을 때 오는 효과일 거예요. 그러면 이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겠지요 - 54


박웅현 :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느낀 게 외국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힘이거든요. '깃생충'은 한국사회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예요. 그러니 콘텐츠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고,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싶으면 먼저 자기를 주목해야 되는 거예요. 스티브 잡스가 "창의력이란 내가 잘하는 것으로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창의력이란 남이 잘하는 걸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것으로, 내가 잘 아는 한국의 풍토 속에서 '기생충'을 만들어내는 것, 이게 창의력의 핵심이거든요. 그래서 자기를 볼 줄 아는 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63


박웅현 : 유심히 관찰하는 힘이 커져야 아이디어가 많이 생겨요. 그래서 무심히 보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하고요. 책읽기도 중요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그전에는 무심히 봤던 걸 유심히 보게 되더라고요. 좋은 책들은 그래요. 때로는 거미줄 하나도 다시 보게 만들고, 때로는 저 녹색이 연녹색인데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봐왔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요. 미술은 안 보이는 걸 보게 만들어준다고 하잖아요.


또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은 우리에게 '그냥 듣는 것'과 '주의 깊게 듣는 것'을 구분하도록 한다"라고 했지요. 저보다 관찰을 잘하는 사람들의 책은 저도 그들처럼 하도록 만들어줍니다. 존 러스킨은 "당신이 창의적이 되고 싶다면 말로 그림을 그려라"라고 했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창의적인 이유가 그림을 그리려면 다른 사람보다 몇 배나 자세히 봐야 하거든요. 나무를 그리려면 펜을 잡는 순간 나무 끝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그 뒤에 뭐가 있는지를 자세히 보잖아요. 그런 식으로 그림을 그리듯 관찰하려고 하는 거지요.


관찰이 창의서의 핵심이라는 말은 제가 읽은 창의성 관련된 책에도 거의 똑같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앙드레 지느의 '지상의 양식'이라는 책을 보면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다"라는 문장이 나와요. 자두를 보고 감동할 줄 알면 창의적인 사람이지요 - 90


박웅현 :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고,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좋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고, 좋은 드라마르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좋은 소설을 쓸 수 있고,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다고요.


그래서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저는 광고인이 되고 싶습니다. 뭘 해야 합니까?라고 물으면, 저는 광고인이 된다는 생각을 지금 하지 마라, 너무 좁다, 그러지 말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라고 대답해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광고도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하거든요 - 105


박웅현 : 아이디어는 유기체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합니다. 생각이 흘러가니까요. 그러니까 '생각이 에너지다'가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거지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잘 맞아떨어진 거고요. 강의할 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내일까지 아이디어를 열 개씩 가져오라는 말을 하지 마라, 그건 아이디어를 벽돌로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는 계속 변해가는 씨앗이에요. 툭 올라왔다가 죽기도 하고, 아무것도 없다가 확 크기도 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죠. 그래서 저는 아이디어를 씨앗이라고 이야기합니다 - 108


오영식 : 디자인 작업에서 잘한다, 못한다의 기준을 제 나름의 경험으로 판단해보면 "왜?"라는 질문을 얼마나 많이 던지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아요. 그 질문의 횟수에 따라 디자인의 격이 달라진다고 봅니다. 아예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 디자이너들도 많거든요 - 139


김신 :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에서도 나왔는데, "내가 하고 싶지 않다면 남한테도 시키지 말라"라는 공자의 말이 정말 훌륭한 삶의 자세라고 하더라고요. 보통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남들에게 권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잘못됐다는 겁니다. 나에게는 좋지만 남들에게는 싫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소불욕물시어인'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도리라는 거죠.


을의 입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갑에게 당했던 것을, 갑이 되어 을에게 시키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을 듯합니다. 삶에서 배운 게 하나도 없는 거죠. 그런 면에서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일도 무척 어렵지만, 스스로 클라이언트가 되어 을을 대하는 것 역시 대단히 어려운 일 같습니다 - 184


박웅현 : 디지털 회사는 광고 회사 사람들을 고용하고, 광고 회사는 디지털 회사 사람들을 고용하고, 컨설팅 회사는 광고 회사와 디지털 회사 사람들을 고용하는 게 다 컨버전스지요. 최근 미국 광고 회사 순위를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어요. 광고만 하는 광고 회사는 10위 밑으로 밀려나가고요. 딜로이트 같은 컨성팅 회사들이 1위에서 10위 사이에 들어가 있거든요.


옛날에는 미디어가 나뉘어 있었는데 하나의 디자이스 안에 통합되니까 종합적인 솔루션 외에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는 거예요. "이 제품의 광고를 만들어주세요"가 아니라 "이 제품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어왔을 때, PR 회사가 그 솔루션을 가져오면 그 회사로 가는 거예요. 즉 PR 회사, 컨설팅 회사, 광고 회사가 내놓은 전문 분야에 맞게 일이 나뉘는 게 아니고요. 그러다 보니 이제 광고 회사의 경쟁 PT에 이를테면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경쟁 상대가 되는 게 아니라, 컨설팅 회사와 네이밍 회사와 디자인 회사와 온갖 회사들이 다 들어오는 거죠 - 196


박웅현 : 만약 스탠드업 코미디를 제일 잘하는 사람과 인공지능을 대결시키면 인공지능이 이길 거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감정을 웃기고 울리는 것도 알고리즘이라는 거예요. 이걸 인공지능이 다 파악하고 있다는 거지요. 인공지능이 소설의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쓴다고 했는데, 이것도 곧 따라잡을 것 같아요.


다시 일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다면, 그건 모르겠어요. 저도 답이 없어요. 그런데 이건 분명하지요 "어떤 방향으로 데이터를 모을 것인가?" 이런 판단은 누군가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기계가 그 판단조차 스스로 할지도 몰라요. 보십시오, 우리가 봤던 공상과학 영화의 주제들이 대부분 다 맞았거든요. 만약에 슈퍼컴퓨터가 있고, 그 슈퍼컴퓨터한테 "지구라는 행성, 우리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네가 판단을 해봐"라고 하면 그 컴퓨터느 터미네이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 203


박웅현 : 복잡한 걸 단순화시키는 게 회의거든요. 처음에는 해결책이 막 복잡할 것 같다가 생각이 정리될수록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그냥 '이거다' 하고 정리가 되거든요. 그 과정을 거쳐야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연륜인 거지요. 곽재구 시인이 이런 말을 했어요.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다" 후배들이 한참 회의를 했다가 저한테 한번 봐달라고 해서 들어가보면 보여요. "이게 다네, 이게 핵심이네" 그렇게 아이디어 하나를 선택해주는 거지요 - 243


박웅현 : 연륜은 어떤 환경에 자기 삶을 노출시켜 왔느냐의 합 같아요. 저는 재능이 생득적인 것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DNA 속에 천재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어릴 때부터 어떻게 자라왔느냐의 관계가 크다고 봅니다. 아주 유년 시절의 경험도 영향을 주거든요.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저는 그게 어느 정도 맞다고 봐요. 어릴 때 어떻게 했느냐, 그리고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칭찬을 받음녀서, 어떤 책을 보면서, 어떤 영화를 보면서 컸느냐, 이런 것들의 합 같아요 - 244


박웅현 : 우리는 너무 많은 대안을 검토하는 것 같아요. 이게 맞아? 아닌 것 가아, 이걸 찾아보자, 아닌 것 같아, 이건 맞아? 이런 대화가 반복되는 거죠. 진짜 선수라면 이렇게 고민하지 않아요. "이건 괜찮은 것 같네"라고 한 다음에 그 아이디어를 계속 숙성시키는 거지요. 아이디어가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해요. "이걸로 가자"라고 결정한 다음 보통 다섯 번 손댄 걸로 최종안이 나온다면 제대로 된 것은 결정한 다음에 스무 번은 더 정제하는 거예요 - 270


박웅현 : 저는 진정성이 설득 포인트가 아니라 생존 포인트라고 봐요. 만약 진정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생존에 문제가 생길 거예요. 지금은 완전히 투명한 시대가 되어버렸지요. 그러니까 SNS를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이제 모든 사람이 기자증을 가지고 있고,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녹화되고 있고, 내가 하는 모든 말이 녹음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진정으로 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릴 가능성이 높은 시대가 됐어요. 그러니 그 어느 시대보다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젊은이들이 저보다 더 잘 알 거예요. 그리고 생계라는 말을 언급하셨는데, 내 직업이 생계를 위한 것이라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니잖아요. 문제는 생계를 태하는 태도겠죠. "내가 하는 일은 생계, 즉 먹고 사는 것 때문에 하는 거고, 마지못해서 하는 거야"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경험으로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잘될 수가 없어요. 생계를 진짜 생각한다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생계를 잘 챙기려면 일을 잘해야 한다는 거지요. 거짓말하지 않아야 되고, 진정성을 가져야 하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내가 말한 것과 행동이 일치해야 합니다 -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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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자랑
박근호 지음 / 히읏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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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에세이를 읽을 때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 같이 반가움이 들곤 한다. 특히 내가 남자라서 그런지 남성 작가가 쓴 에세이를 더 좋아하는데 비슷한 나이에 동시간대 살아간다면 더욱 공감을 가진다.


평소 책을 대여하는 것보다 직접 구매해서 읽는 것을 좋아하기에 그동안 온라인 도서 쇼핑몰을 이용해 독서를 했다. 이전만 하더라도 에세이보단 소설을 더 좋아했는데 언제부턴가 타인의 생각을 듣고 싶어 새로 나오는 신간을 자주 찾아보곤 한다.


남들에게 추천받지 않고 목차도 보지 못하는 책을 고를 때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표지 디자인과 부제다. 쇼핑몰에서 에세이 카테고리를 살펴보다가 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노란색 표지가 눈에 구매하게 된 '당신이라는 자랑'은 "사랑하면 어디 가서 자랑하잖아, 어디 가서 자랑한다는 건 사랑한다는 거고"라는 부제 하나만으로 끌리게 돼 바로 구매해서 읽었다.


에세이 베스트셀러 '당신이라는 자랑'을 쓴 박근호 작가는 친구가 추천해준 음악 한 곡을 듣고 작가의 삶에 접어들게 됐으며, 지난 2017년 '비밀편지'를 시작으로 2018년 '전부였던 사람이 떠나갔을 때 태연히 밥을 먹기도 했다', 2019년 '우리가 행복ㄷ해질 시간은 지금이야', 2020년 '미친 이별'을 발간했다.


더는 내려갈 수 없을 만큼 삶의 끝까지 내려가서 겨우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는 누군가의 자랑이라는 것. 너무 늦게 알아버린 건 아닐까 싶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자랑이야, 라는 말을 듣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어떻게 그 사실을 전달하면 좋을지 오래 고민했습니다. 생활하면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을 여러 길이의 글과 다양한 형식으로 전달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가 조금씩 마음을 건드리다가 마침내 책을 덮었을 때 어떤 따뜻함이 느껴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한 개인의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됐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 10


'당신이라는 자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을 겪은 이후 힘겹게 살아간 저자가 상처를 극복하게 된 이야기를 총 네 가지 주제로 풀어쓴 에세이로 읽으면 읽을수록 그가 받았던 상처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불안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했던 결론은 그렇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잘 살고 있다는 뜻이다. 시간 낭비하는 사람과 생각없이 지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속에서 잠 못 들면서까지 그런 고민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귀한 일인지, 모르긴 몰라도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많이 가졌든 많이 가지지 못했든 불안에 떠는 사람들은 세상에 정말 많을 것이다.


불안은 성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림자 같은 거니까. 이 결론에 도달한 뒤로는 불안하다는 감정이 크게 다가올 때면 내가 열심히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오십 분이나 넘게 통화를 했던 동생도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만약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전화를 걸었던 동생과 비슷한 마음이라면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아프도록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잘 살고 있는 거라고. 열심히 살아가면서 세상에 기대하는 것만큼 삶은 언제나 불안정할 테지만 누구보다 멋있게 잘 살고 싶은 우리들은 늘 해답을 찾을 것이다 - 33


박근호 작가는 에세이 베스트셀러 '당신이라는 자랑'에서 상처받았던 지난 삶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직접 겪었던 일을 통해 느끼게 된 여러 교훈도 함께 말해주고 있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고 성장하면서 느꼈던 불안, 내가 현재 잘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은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며 그것을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잘 살고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부분에서 공감과 함께 용기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도 비슷하다. 만약 당신이 좋아하는 게 있다면 꼭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것과 혹여나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삶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기대하고 사랑하고 열심히 했던 만큼 상처받고 슬플 뿐, 인생은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게 삶일 텐데 미리 스스로를 패배자처럼 대하지 않았으면 해서 이 글을 썼다.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또 있지 않을까 해서, 한 명만 말해주면 괜찮을 텐데, 그 한 명이 내가 되어주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 73


사람이 살다 보면 매번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지만 단기간이 아닌 오랫동안 단 하나만을 위해 살아왔다가 결국 이루지 못한다면 누구나 좌절할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아무리 힘들더라도 인생은 쉽게 망하지 않는다면서 이후 또다른 기회가 생길 수 있으니 낙담하지 말라고 응원해주는데, 주변에서 힘들다고 말하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이었다.


"괜찮아, 내가 조금 빨리 겪은 것일 뿐이야" 실제로 그건 내가 늘 하던 생각이었다. 사람은 자기에게 슬픈 일이 일어나면 그것에 빠져 지내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오랫동안 그렇게 지내다가 슬픔을 거대하게 바라보는 일이 건강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는 슬픔을 객관화하려고 노력했다.


그중 하나가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 때 그 일이 마치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처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내가 조금 빨리 겪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 92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들 순간이 찾아온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닥친 불행으로 오랜 시간 힘들었었는데 에세이 베스트셀러 '당신이라는 자랑'에서 저자가 말한것처럼 남들보다 조금 빨리 겪었을 뿐이라는 말을 조금 일찍 들었더라면 상처를 빨리 치유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사람이 있어. 잠깐 시간을 함께 보냈을 뿐인데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해주는 사람, 내가 무엇을 가졌든 내가 어떤 일을 겪었든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 가치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보통 힘내, 괜찮아, 잘할 거라는 말과 함께 눈빛, 말투 모든 것으로 나를 응원해줘.


얼마나 아름다운 사이야. 상처주고 상처받고 지치고 아픈 인간관계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기분이 든다는 게, 나를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과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리고 그 사람에게 당신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다정하게 말해주고 싶어 - 140


에세이 베스트셀러 '당신이라는 자랑'에서는 저자의 인생관과 함께 사랑을 했던 경험을 통해 느꼈던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말해준다. 나 또한 최근 오랜만에 만났던 사람과 짧게 만났을 뿐인데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뭐든지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서 그랬는지 해당 구절이 계속해서 눈에 밟혔다.


나는 다시 또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람을 하나씩 읽어가고 있었다. 그 사람은 곧 나라는 책에 몇 페이지가 되었고 그 사람에게 나 역시 몇 장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그렇게 기록을 남겼던 사람이 떠나고 나면 어느 페이지를 찢어 그 사람을 버려야 하는지 어디를 읽고 어디를 읽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제목도 없는 책을 오랫동안 들고 있고는 했다 - 153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사랑과 일상에 대한 에세이를 쓰려면 어떻게 글쓰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글을 잘 쓴다는 건 단순히 있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풀어내는 게 아니라 읽는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게 자신의 생각을 무언가와 적절하게 비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함께하다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거나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귀 옆에 점이 있었네, 하는 사소한 것부터 물건을 고르는 데 오래 걸리고 걸음이 좀 느리다는 것까지. 누군가와 함께 할 때 가장 중요한 태도는 그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애초에 사랑이란 건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길을 걷는 것이다. 네가 틀렸다, 내가 맞았다, 내가 틀렸다가 아니라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 서로가 가진 본래의 모습을 바꾸려 들거나 다그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인정을 바탕으로 기다리고 이해하며 함께 하는 것, 이것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 180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면서 사랑에 대한 가치관을 말하자면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이전보다 더 상대를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랫동안 따로 지내다가 갑자기 만난 상대를 배려해줘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고 보고, 서로가 틀린 것이 아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건 연애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진정한 비교는 나 자신과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 몇 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나아지면 되는 게 삶이라고요. 만약 조금이라도 나아진 게 없더라도 여전히 그때처럼 열심히 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거라고요.


너무 느리게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나요? 아니요. 그냥 당신만의 속도로 가고 있는 거예요. 나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나요? 아니요. 지금은 당신의 타이밍이 아닐 뿐인 거죠.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린 우리만의 속도로 충분히 잘 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 221


이전만 하더라도 직장 생활을 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는가를 계속해서 생각했고 기준점이 필요했기에 타인과 계속 비교하는 삶을 살았었다.


하지마 아무리 비교한다 한들 경쟁자는 계속해서 생겨났고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될까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에세이 베스트셀러 '당신이라는 자랑'에서는 타인과 비교가 아닌 어제의 나와 비교했을 때 열심히 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괜찮다고, 느리게 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용기를 받게 됐다.


삼일장이 끝나고 정확히 이십 일 동안 단 하루 빼놓지 않고 술을 마셨다. 누군가를 만나지도 않았으며 그냥 미친 사람처럼 살았다. 유서 한 장 써놓는 걸 조수석 위에 올려놓고 다녔다. 뭐가 자꾸 미련이 남는 건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말했다. 빨리 선택해, 살 건지 아니면 아버지를 따라갈 건지, 어쩌면 삶의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를 그 순간에 떠오른 건 놀랍게도 글쓰기였다.


이제 그만 작업하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글쓰기가 다시 한 번 나를 또 살린 것이다. 써보고 싶은 책이 몇 개 있었는데 그게 미련으로 남아서 쉽게 떠나지 못하겠는 거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한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자랑이라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서 - 244


저자는 이른 나이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나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유서를 작성하고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 그는 글쓰기를 통해 치유받고 그렇게 쓴 책이 '당신이라는 자랑'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책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생전 겪어본 적 없는 후회가 그날 단 하루에 모두 밀려왔다. 조카들이 깰까 봐 소리 내지도 못하고 울면서 아버지에게 받았던 사랑을 떠올렸다. 그래,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나시고 아버진 우리를 키우겠다고 안 해 보신 일이 없었지. 아버지 또래의 중년 남자들이 그렇듯 요리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던 사람이 어떤 음식이든 다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주방에 오래 계셨지.


난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요리를 해주는 버릇이 생겼지. 아버진 내가 무언가를 물어볼 때면 늘 나긋한 목소리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주고는 했었지. 난 또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한테 무언가를 설명해줄 때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편이었지


부모님 두 분을 다 떠내보내고 나서야 겨우 와닿았던 자랑이라는 말, 그리고 조금이라도 알 것 같았다. 나도 아버지한테 자랑이었다는 걸. 자주 앉아 계시던 거실 옆에 내가 한 번도 드린 적이 없던 내 책이 쌓여있었으니까. 전시회 열 때 만들었던 엽서집도 있었고 그보다 더 한참 전에 전시회를 했을 때 만들었던 도룩도 가지고 계셨다.


"책은 잘 나왔니? 전시회는 잘했고? 난 네가 자랑스럽단다."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다 누군가의 자랑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로는 정말 그 말 한마디로 버텼다. 세상이 너무 잔인하다고 느껴질 때도, 아버지가 몸서리치게 보고 싶을 때도,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주문처럼 그 문장을 읊조렸다.


난 아버지의 자랑이다. 아버지의 자랑이다. 포기하지 말자. 약해지지 말자. 지지 말자. 이 책을 쓴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자랑이라는 가깝고도 낯선 단어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기 위해서, 오늘 하루가 너무 버거웠는데 힘들다는 이야기할 곳이 마땅치 않을 때, 모두가 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 같은데 나만 혼자서 아둥바둥거리고 있다고 느껴질 때, 외로움은 늘 이유 없이 찾아오고 점점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조금씩 잊게 된다.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를 - 368


그렇게 점점 내가 누군가의 자랑이라는 사실도 함께 잊힌다. 만약 지금 당신 앞에 아주 아름다운 꽃이 한 송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아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아무것도 없는 어둠뿐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앞에 있는 꽃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눈을 뜨면 꽃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밤하늘이 아무리 어두워도 달이 떠 있는 것처럼, 아무리 구름이 많이 껴도 그 뒤에 별이 가득 존재하는 것처럼, 삶이 아무리 괴롭더라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누군가의 자랑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견디기 힘든 일이 몰려왔을 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자신에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말자. 지지 말자. 나는 누군가의 자랑이다 - 370


에세이 베스트셀러 '당신이라는 자랑'을 쓴 저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있어 자랑이다. 지금 당장의 모습이 못나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자랑일 테니, 그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라고, 그런 상대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이 든다면 내 자신이 나의 자랑이라고 계속해서 생각한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외 기억하고 싶은 구절 모음


그거 알아? 글을 쓸 때 상투적인 표현이 좋지 않다는 거? 누구나 다 이야기할 수 있는 말은 좋지 않아.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나오지 않거든. 만약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했는데 그 사실을 첫눈에 반했다는 뻔한 말로 쓰면 진짜 그 감정을 느낀 사람만의 말이 안 나와.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서까지 들렸다고 표현하면 정말 그걸 겪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 되는 거지. 그 문장이 화려하든 화려하지 않든 말이야. 그날 네가 나에게 해준 행동이 그랬어.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거든. 백번 천번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내가 생활하면서 나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하는 게 말이야 - 63


종종 그런 질문을 나에게 한 적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꽃을 사러 두 시간이나 운전을 할 수 있었는지, 밤을 새워 일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그 사람을 만나러 갔었는지, 졸릴 법도 한데 케이크를 들고 걷는 길이 왜 두근거렸는지, 아무리 묻고 또 물어도 대답은 하나였다.

좋아하기 때문,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렇다. 사랑하면 자꾸 무언가를 주고 싶어진다. 그 사람은 조금만 줘도 괜찮다고 말해도 자꾸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진다 - 98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가만히 바라보다 그런 생각을 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이제 몹시 추워지겠구나. 생각해보면 항상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비가 내렸었다. 벚꽃 잎이 다 떨어지고 더워질 때도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옷을 두껍게 입어야 할 때도 어떤 신호처럼 비가 내리고는 했다.


그런 자연 현상은 마치 나에게 말을 해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네 삶에 비가 내린다면 그것도 아주 많이, 우산을 들어도 어깨가 젖고 어딘가로 향할 수 없을 정도로 퍼붓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너의 계절이 확연히 바뀌기 떄문이라고.


비가 그치고 났을 때만 볼 수 있는 하늘과 비가 그치고 났을 때만 바뀌는 계절을 한 아름 느끼게 해주려고 그렇게 비가 내리는 거라고, 그런 생각을 하면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마냥 슬프거나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비가 내린다는 건 계절이 바뀌는 신호니까 - 103


"표현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아요?" 아무런 표현도 없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말하던 사람과의 연애가 떠올라 겪하게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는 나도 내 생각을 말했다. 그렇죠? 표현하지 않는데 알아달라고 말하는 건 이기적인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는데요.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사람은 그래도 조금 나은 사람, 사랑한다고 표현도 잘하고 행동도 일치하는 사람은 좀 더 좋은 사람, 사랑한다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데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한결같다면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 121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들보다 한결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부럽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이 변한다고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니까. 전화하던 횟수가 줄어들고 답장을 하던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나를 만나던 시간을 다른 것들로 대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일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던 사람이 그 말보다 피곤하다는 말을 더 하는 것만큼 비극이 있을까, 그것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것도 원래 그러지 않았던 사람이, 크나큰 욕심일지 모르겠으나 딱 체온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안 그래도 세상이 이렇게 숨 막히는데 사랑하는 사람한테까지 계산하고 배신하고 속이고 상처 줄 필요가 있을까, 너무 급한 마음으로 뜩버게 다가오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방어기제를 드러내며 시작되는 것도 아닌, 그냥 체온처럼 한결같은 온도의 사랑, 그런 상을 꿈꾼다. 사랑을 시작하는 것보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니까 - 122


사랑을 잘한다는 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걸 뜻했다. 행복하기 위해서 시작하는 게 연애인데 그게 서로에게 상처로 변질되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나란히 걷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어느정도 희생과 포기는 필요하겠지만 맹몽적으로 한쪽이 다 맞춰주는 것도 건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나름대로 사랑을 잘하는 방법을 찾은 게 있다. 연애할 때 상대방이 나에게 하는 행동을 잘 관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에게 질문을 많이 하거나 사소한 것도 챙겨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제일 원하는 건 그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술자리에서도 연락이 잘 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 역시 자신의 연인도 술자리에서 연락이 잘 되길 바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너도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에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받고 싶은 사랑을 상대방에게 나도 모르게 주는 심리가 드러난 것이라고 보면 좋겠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 148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이런 말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람을 설득할 때 필요한 요소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다. 말이 좀 어렵지만 로고스는 말의 논리를 해당하고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의 인격이나 태도를 뜻하고 파토스는 청중들의 심리를 뜻한다. 세 가지 다 맞아 떨어져야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설득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중요한 건 에토스다. 나는 내가 견딜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면 내 에토스가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했다.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것을 느끼는 시간이 길었으니 내 태도나 마음도 달라졌을 거라고. 아프지만 확실하게 내 영혼이 남들과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나아지고는 했다.

영혼이 특별해지는 게 무슨 대수일까 싶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더 중요한 법이니까. 내면의 특별함은 언제나 외면으로 묻어나고 그 묻어난 외면은 삶의 여러 장면에서 빛을 본다고 생각한다. 창작을 하든 회사를 다니는 교육을 하든 몸을 쓰는 일을 하든 말이다.


만약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너무 매력적이거나 어디서 느껴본 적 없는 기운이 느껴진다면 세상 그 누구보다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람 역시 시간을 내 영혼이 특별해지고 있다는 한마디로 견디고 또 견뎠을지도 - 160


살다 보면 이렇게 어느 순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때가 있다. 눈을 떠보니 어느 순간 사랑을 하고 있었고 눈을 떠 보니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 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순간 나에게서 무언가가 멀어지고 있는, 나는 각도기 이론이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이론이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각도기로 삶을 이야기한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 내가 붙여버린 이름이다. 각도기에서 실제로 1도 차이는 정말 티끌처럼 작은 차이다. 하지만 그 차이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점점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바로 앞에선 1도밖에 틀어져 있지 않던 것이 길게 이어지고 이어질수록 점점 차이가 심해지는 것이다.


언제부터 내 삶이 이렇게 달라졌을까 싶어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조금씩 내 삶의 각도를 벌려놓지 않았나 싶다. 당장 그때는 눈에 보이게 달라지는 게 없었지만 그런 날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면 아무 소용없다고 생각했던 일이 쓸모없게 느껴지지 않는다. 당장은 어떤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지라도 내 삶의 각도가 1도는 달라져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 최대한 많은 것을 두드리고 많은 경험을 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디서 언제 내 삶이 달라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 190


그런 날이 있잖아.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어딘가 고장 난 것 같은 기분. 이유는 딱히 모르겠는데 공허함만 가득한 날.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어서 연락처를 훑어보는데 막상 전화 걸만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거지.


혹시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오늘 내 기분이 왜 그런지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지도 몰라. 마음을 보여주는 일을 늘 어렵잖아. 우리, 우리만의 암호를 만들자. 비가 왔으면 좋겠다. 바다 보러 가고 싶다. 그런 말들을 정해놓는 거야.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던져진 기분이 들 때면 암호를 말하는 거지. 그럼 난 네가 지금 힘들다는 뜻으로 이해할게. 네가 나를 보고 싶어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할게. 별 보러 가고 싶다거나 산에 오르고 싶다는 말도 좋을 것 같아 - 209


때로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가까운 타인처럼 지내는 우리들, 함께 하는 사람의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막상 떠올려보면 그 사람이 뭘 좋아했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죠.


그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을 적어보라며 종이를 하나 받는다면 생각보다 쓸 이야기가 많이 없을 거예요. 사랑한다면 많은 것을 물어봐야 합니다. 가까워진 사이가 더욱 가까워지는 건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요. 사랑한다고 계속 느끼게 해주는 것도 질문뿐이니까요 - 213


누군가와 함께할 때 그 사람이 내가 찾던 좋은 사람인지 알 방법이 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내 모습이 마음에 드는가를 보는 것이다. 그 사람과 함께 있어도 여전히 나다운지 내가 그 사람에게 하는 행동들이 내 마음에 드는지를 보는 것이다.


만약 할께할 때의 내 모습도 마음에 드는데 그 사람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지거나 그 사람을 생각하기만 해도 힘이 난다면 그건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증거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니까 - 264


부모 자식 관계 - 서로 해준 게 없다고 이야기하고 서로 받은 기억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이 - 306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상처를 지워주는 건 할 수 없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것쯤은 할 수 있으니까. 슬퍼하지말라고 다그치는 게 아니라 상처를 매만져주겠다고 억지로 꺼내는 게 아니라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이다. 조금 더 어른이 된 입장에서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지금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네가 유독 저주받고 잘못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다 겪는 거라고, 과거의 나에게 그런 말을 해주고 나니 시간을 넘나드는 영화 속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지금의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 327


사람에게 집이라는 공간이 꼭 필요한 이유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나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모습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니까.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내 모습으로 쉴 수 있는 단 하나의 공간 -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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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홍정욱 에세이
홍정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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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살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은 시절, 집에 있는 서재에서 한 권의 책을 읽고 내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차별 대우를 받았지만 끝끝내 사업가로서 성공한 홍정욱 회장이 썼던 에세이 '7막 7장'으로 오래 전에 읽었음에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고 인생의 멘토로 머릿 속에 간직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그의 소식은 미디어를 통해 가끔씩 듣다가 2~3년 전 홍정욱 대표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하면서 그가 환경을 생각하는 채식 먹거리 사업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평소 채식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색다른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를 믿고 쉐이크를 구매했는데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일 아침마다 올가니카에서 나온 채식 쉐이크를 먹으며 건강을 지키고 있다.


올초 홍정욱 회장이 '7막 7장' 이후 27년 만에 새 에세이를 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고, 온라인 도서 쇼핑몰에서 예판이 시작하자마자 바로 구매해서 읽었다. 이번 '홍정욱 에세이 50'은 제목 그대로 그의 나이 50살에 맞게 평소 SNS에 올렸던 글을 토대로 50가지 주제로 선정해 인생 철학에 관해 말해준다.


비영리 사단법인 올재와 헤럴드경제 운영에 이어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있었던 이야기와 현재 운영 중인 올가니카 및 몇 개월 전 딸의 마약 사건까지 언급하면서 인생에 대한 관점을 말해주는데 기억하고 싶은 글귀가 많아 서평으로 남겨보고 싶었다.


말이 많아 좋을 건 하나도 없다. 가볍게 보이고 실수가 많아진다. 쏟아내고 나면 공허하고 듣는 사람은 피곤하다. 말은 돈과 같다. 덜 쓸수록 남는다. 


나는 술버릇 있는 사람과 말 많은 사람은 될수록 피한다. 어떤 지위에 있건 개의치 않는다. 반면 남의 말을 끊는 것은 불가피할 때가 있다. 말을 그치지 않는 사람은 누군가 끌어줘야 한다. 결정된 사안에 대해 계속 왈가왈부하는 사람, 남의 험담이나 부정적인 이야기뿐인 사람, 허세와 허풍이 과한 사람도 잘라줘야 한다.


"말을 많이 하거나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이 가장 마음에 해롭다. 일이 없으면 고요이 앉아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람을 대할 때는 말을 가려서 간결하고 신중하게 하라" <격몽요결>의 가르침이다. 말이 많은 것과 말을 끊는 것은 남의 말을 들을 줄 모르는 것이다. 나도 내가 더 많은 말을 하거나 남의 말을 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말하며 배우는 신공을 가진 사람은 없다. 남의 말을 끊어 대우 받는 사람도 없다. 나의 말은 쓸데없으면 버리고 남의 말은 쓸데없어도 듣는 것, 입을 닫고 귀를 열면 실수가 없다 - 50


나 역시 나이가 찰수록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듣기보다는 내가 배웠던 지식을 뽐내고 싶을 때가 많아 욕심을 부렸던 일이 있었다. '홍정욱 에세이 50'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남의 말을 끊어서까지 말을 많이 할 이유가 없으며, 입을 닫고 귀를 열면 어느 상황이든 상대에게 실수할 일이 없을 거라는 글귀를 보며 더욱 겸손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진정한 성공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안 해도 되는 삶이다.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일을 안 해도 되는 삶, 즉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없는 삶이다. 물론 누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삶의 90퍼센트가 그칠 날 없는 싸움과 기다림, 의미 없는 행사와 목적 없는 모임으로 채워져 있다면 이는 재고할 가치가 없는 삶이었다.


부족한 나를 믿고 응원해준 상계동 주민들과 당원들이 끝까지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맹자는 "벼슬을 하는 자는 적분을 다 못하면 떠나고, 꾸짖음을 맡은 자는 말이 안 통하면 떠냐야 한다"고 했다. 나는 오로지 내 역량의 부족을 꾸짖으며 국회를 떠났다. 몇 년 후 어느 봄날, 나는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며 내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올렸다. "때로 만나본 적도 없지만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동시대를 살았음을 기쁨으로 여기며" - 96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하기 싫은 일을 안하려고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내공이 부족해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홍정욱 대표처럼 과감하게 떠날 수는 없기에 조금이라마 성공을 하려면 무의미한 일을 최대한 없애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창업은 대부분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나는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었다. 오직 내 머리 속에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가치뿐이었다. 그러나 가치 중심 기업도 적자 언론사를 되살린 치열한 경영과 접목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기쁨이 나를 흥분시켰다. 내 가슴은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듣는 가슴의 소리였다. '인류 치유의 답은 자연에 있다'는 믿음 아래 건강과 환경을 위한 식품으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 '올가니카'의 꿈이 잉태되는 순간이었다 - 104


'홍정욱 에세이 50'에서는 저자가 현재 사업하고 있는 올가니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올가니카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지구의 미래와 환경을 생각하는 곳이기에 소비자인 나에게 있어서도 환경을 파괴하는 먹거리를 하루 한 끼라도 줄일 수 있어 애정하고 있다.


가끔 인스타그램을 통해 올가니카에서 나온 먹거리 상품을 피드에 올리는 이유는 내가 채식을 좋아한다고 언급하는 것을 넘어 누군가가 그 글을 보고 채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환경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소개를 하려고 한다.


헤럴드가 배라면 내 역할은 수면 아래에서 배를 침몰시킬 수 있는 암초를 찾아 제거하고, 수면 위에서 목적지를 정한 뒤 항해를 책임질 이들을 선택하며 조직의 문화를 만드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매일 대여섯 개의 회의가 매주 대여섯 개로 줄었고 독서와 사색의 시간이 주어졌다. "혁신은 천 가지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충고대로 일을 줄이자 성장을 고민할 여유도 생겼다.


나는 세 개 이상의 우선순위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올가니카를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각자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업무를 정하고 이에 매진하는 효율 경영을 시작했다. 나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일을 하며 너무 작은 성과를 거둔다"는 인텔의 CEO 앤디 그로브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더 열심히 일하는 대신 더 똑똑히 일하는 것, 경영의 실패는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아는 것에 달려 있었다. 100마리의 쥐로 배를 채울 필요는 없었다. 한 마리 사슴만 잡으면 됐다 - 112


'홍정욱 에세이 50'에서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홍정욱 회장의 사업 철학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그중에서 '세 개 이상의 우선순위는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부분은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집중력을 키울 때 꼭 필요한 요소라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다녔던 한 회사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사업을 벌려 결국 집중하지 못하고 단 한 개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었다. 자신이 잘하는 일에 맞춰 우선순위를 정해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직원들은 경영자의 매력과 능력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더 좋은 대안을 찾지 못해 남아 있다. 그렇기에 직원들은 경영자의 크기를 성공이 아닌 예절로 판별한다. '중용'은 "윗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고, 아랫 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라"고 했다.


칭찬은 후하되 과하지 않고, 비판은 엄하되 거세지 않아야 한다. 평가는 치밀하되 좀스럽지 않으며, 지침은 대범하되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 경영자도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것, 내 취약점인 동시에 자주 후회하고 반성하는 부분이다 - 122


나 역시 회사를 다니면서 팀을 이끌었던 적이 있었으나 결과론적만 본다면 그당시의 나의 리더십을 실패작이었다. 일을 하려고 온 사람에게 매번 같은 일만 시켰을 뿐, 그의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해 결국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다.


'홍정욱 에세이 50'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다시 팀을 이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칭찬과 비판을 제대로 해서 누군가의 삶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팀장이 되고 싶다.


책을 읽는다고 모두 리더가 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지 않고 리더가 될 수는 없다고 한다. 나는 멈추는 순간 지식이 끊기고, 지혜가 마르며, 비전이 쇠하고, 인생이 기운다는 각오로 읽는다. 많은 사람들이 무거운 육체는 비울 줄 알면서 가볍운 영혼은 채울 줄 모른다 '행시주욕' 배우지 않는 자는 걸어다니는 송장이요, 뛰어다니는 고깃덩이일 뿐이다 - 126


홍정욱 회장이 독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글귀다. '배우지 않는 자는 걸어다는 송장이요, 뛰어다는 고깃덩이일 뿐이다'라는 내용을 보면서 사람은 평생동안 매일 무엇인가를 배워야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나는 물건에 관심이 없다. 미술을 좋아하지만 작품을 모을 생각은 없다. 음악 스트리밍을 이용하면서 수천 장의 CD를 모두 줘버렸고, 책도 매년 절반 이상 기부하거나 버린다. 자동차나 시계 따위에는 아예 무관심하다. 반면 나는 순간을 모은다.


홍정욱 회장과 반대로 나는 물건에 관심이 많아 사고 싶은 것은 다 사는 프로쇼핑러다. 나보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저자는 물건에 대한 욕심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모으는 걸 선호하는데 글귀를 보면서 미니멀리스트의 삶에 관심이 생겼다.


손에 오물이 조금만 묻어도 기겁을 하면서 몸속에 들어가는 음식은 가리지 않는 것은 참 희한하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예외 없이 몸속에서 질병을 키우거나 질병과 싸우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나는 음식 주문이 까다로운 사람이 좋다. 육류와 유제품을 피하고, 유기농과 무첨가를 선호하고, 원산지를 캐묻는 사람에게 호감이 간다. 더 많은 사람들이 까다롭게 주문할수록 더 많은 농부들이 친환경 전환을 고민하고, 더 많은 셰프들이 신선한 재료를 쓰고, 더 많은 기업들이 건강한 식품을 만들게 된다.


복잡한 데이터가 없어도 음식이 우리 밥상 위에 놓일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이 파괴도고, 땅과 물이 소모되고, 탄소가 배출되고, 쓰레기가 만들어진다. 음식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다. 농업은 에너지 산업 다음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특히 축산은 농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의 4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음식을 생산하고 제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파괴와 공해와 오염을 줄이는 것은 지구를 살리려는 노력의 핵심이다 - 165


올가니카를 운영하는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철학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까다롭게 음식을 고른다면 '홍정욱 에세이 50'에 나온 글귀처럼 더 많은 농부들이 친환경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테고, 기업 역시 경쟁과 발전을 위해 건강한 식품을 만들면 소비자로서는 더욱 많은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점에서 공감됐다.


'홍정욱 에세이 50'에서는 저자가 50살 인생을 사는 동안 자주 듣는 음악부터 즐겁게 읽었던 고전, 음식 책, 경영 책, 환경 다큐멘터리, 음싣 다큐멘터리, 재즈, 우울함을 걷어내주는 노래에 대한 플레이리스트도 소개하고 있다.


누군가가 말하길 그는 애초부터 금수저였기에 쉽게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고 나 역시도 20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한들 노력과 철학이 없다면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이외 기억하고 싶은 글귀 모음


최적의 타이밍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시간이 흐른 뒤 선택의 옳고 그름을 평가할 뿐이다. 나는 가슴의 소리에 의존하기에 결정에 대한 후회가 없는 편이다. 다만 가슴의 소리를 따른다는 건 무작정 꽂히는 대로 움직이라는 뜻이 아니다. 쿵쿵대는 흥분이 조금 잦아들 때 더 정확한 가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실패의 위험을 줄이는 고민이 필요하고 사람들의 조언도 구해야 한다.


가슴의 결정을 두뇌의 분석으로 받쳐줘야 하는 것이다. 관둬야 할 때는 모르고 버틴 기억은 많지 않다. 그러나 성급한 결단을 후회한 적은 차고 넘친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을 잃었고 많은 기회를 놓쳤다. 계속 새로운 일에 꽂힐 때마다 하던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발상을 전환했다. 완전히 목표를 세우고 중간에 멈추느니, 절반의 목표를 세우고 완전히 달성하는 쪽으로.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내자는 결심이었다. '절반의 성공'이란 대부분 구차한 변명이었기 때문이다 - 20


겨울은 끝과 시작의 계절이다. 한 해의 후회와 미련을 내려놓고 새해라는 이름 아래 다시 시작하게 한 신의 배려다. 나는 벤처기업 스트럭시콘을 겨울에 창업했다. 헤럴드도 겨울에 인수했고, 올재도 겨울에 시작했다. 국회의원 출마와 불출마 결정도 겨울에 내렸다. 내게 겨울은 미뤄둔 일을 끝마치고 미뤄둔 꿈을 시작하는 결산의 계절이다. 겨울이 오면 나는 신의 뜻대로 오판과 오류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의지와 열정으로 나를 채운다. 특히 마음이 무거웠던 한 해, 나는 아이처럼 부푼 마음으로 겨울을 기다린다 - 25


다시 언론의 파상 공세를 받게 된 건 딸의 마약 사건이 터졌을 때다.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었기에 나는 아버지로서 진심을 담아 사죄했다. 그럼에도 내 이름이 며칠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관련 기사들이 차트를 휩쓸었다.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내 딸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마약을 밀수했다는 터무니없는 가짜뉴스까지 퍼졌다.


이같은 상황은 딸의 검찰 조사와 재판이 진행될 때마다 되풀이됐다. 심지어 몇몇 국회의원들은 항소심까지 거쳐야 했던 내 딸의 판결이 '아빠 찬스'였다는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나는 어떤 반박도 하지 않았다. 노자는 "길을 잘 가는 사람은 지나온 자국을 남기지 않고, 말을 잘 하는 사람은 트집 잡을 흠이 없다"고 했는데 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 나는 길을 잘 걷지도, 말을 잘 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비판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 일도 안 하고, 아무도 안 되어야 피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감은 사람들이 모두 나를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이 아니다. 누가 나를 안 좋아해도 개의치 않는 믿음이다. 어차피 군중은 흩어질 바람이요, 고독은 함께할 그림자다. 겸손함과 자신감을 잃지 않고 계속 맷집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 66


본의 아니게 나는 국내 미술계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회의 이사로서 10년 넘게 활동해왔고, 서울대학교 미술관의 운영위원직도 맡았었다. 헤럴드 사옥을 세우며 갤러리를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고, 현대 미술의 아이콘 쩡판즈까지 세계적인 작가들을 만날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내게 미술의 생명은 참여도, 소유도, 만남도 아닌 향유다. 나는 어느 도시를 가든 미술관을 찾는 일정을 빼놓지 않는다. 명화를 보유하고 싶은 욕심도, 미술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은 열의도 없다. 내 마음 속에 새겨진 감동으로 충분하다. 몸과 마음을 불태운 사랑도 결국 남는 것은 들끓었던 감정의 기억 아닌가? 인간에게 신의 위대함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 증거는 예술뿐이다 - 82


팀 페리스는 역사는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뉴턴의 사과 등 여유로움 속에 떠오른 영감의 결과로 가득하다고 했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어차피 우리가 되풀이하는 업무의 대부분은 별볼일 없는 일들이다. 자꾸 뭘 시작하려 하지 말고 영혼 없이 지속하는 일들을 남김없이 버려야 한다. 잡초를 걷어내야 약초가 보이고, 잔가지를 쳐줘야 나무가 드러난다. 음악을 만드는 것은 음절과 음절 사이의 정적이라고 했다. 쉼 없이 이어지는 음절은 소음일 뿐이다 - 113


높은 지위에 있어 사람들의 편견이 작동하고 있는 상태에서 강렬하고 품위 있게 보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카리스마란 '잘난 사람'이나 '높은 사람'이 아닌 '큰 사람'이 뿜어내는 힘이다. 지식과 경험과 철학으로 무장해 칭찬과 비판에 흔들리지 않는 저력이라고 할까? - 118


몸이 바뀔 떄마다 삶이 바뀐다. 육식을 끊은 지 6년, 나는 어느 때보다 건강하다. 충분한 단백질과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고, 내 몸은 넘치는 에너지와 스태미나를 제공해준다. 교통 수단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육식을 끊음으로써 기후 변화 대응에 보탬이 되고, 매년 600억 마리 이상 도축되는 가축들을 몇 마리라도 살린다는 자부심도 갖는다. 채식은 건강과 환경, 생명을 위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실천이다 - 130


젊을 때는 "네"를, 나이 들면 "아니요"를 기본으로 삼으라고 한다. 청년은 기회를 놀치는 것을, 중년은 책임이 늘어나는 것을 주의하라는 뜻일 게다. 내 지인 중에는 하루 세 끼 중 하나만 약속이 비어도 불안하다는 사람이 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만남으로 인생을 배운다는 건 틀림없는 진리다.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 또한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모르는 사람들이 잔뜩 있는 저녁 모임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아까부터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격언을 수십 번째 되뇌고 있는 중이다 - 135


그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랑과 우정, 기쁨과 슬픔, 감탄과 실의, 함께와 홀로의 감삼으로 가득하다. 모든 여정에는 여행자가 모르는 비밀스런 목적지가 감춰져 있다고 했다. 코로나로 여행이 어려웠던 올해, 비록 새로운 목적지를 발견하는 기쁨은 없었지만 상상과 명상으로 평생 못 가본 마음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작은 위안을 삼는다 - 157


언론사를 경영하며 많은 리더들을 만났다. 국회에서 4년을 보내며 대통령과 고참 정치인들도 대부분 만나봤다. 첫 만남부터 오만방자하게 거들먹거리는 리더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재계의 정점에 있는 지도자라면 그 정도 기본은 갖추고 있다. 다만 겸손의 핵심은 공손한 말투나 태도가 아니라 자각의 진실성이다. 그들이 어떤 성격과 성질을 가졌고, 어떤 자세로 조직을 운영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인간이기에 짜증도 내고, 화도 내고, 실수도 할 것이다. 그러나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다. 부족함이 오로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진심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들으려고 하고, 배우려고 하고, 만나려고 한다. 나의 실패는 남의 탓, 남의 성공은 환경 탓이라고 정신 승리하는 이들에게 성공이라는 반전의 역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 162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페달을 밞으면 더 힘들다고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세월에 맡기라고도 한다. 그러나 삶의 위대함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음에 있지 않고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섬에 있다. '중용'에 "남이 한 번 만에 한다면 나는 백 번, 남이 열 번 만에 한다면 나는 천 번이라고 해서 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나는 강인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았다. 그러나 강함보다 약함을 고민하는 자에게, 지식보다 무식을 염려하는 자에게 성장이 있다고 믿었다. 나는 그렇게 노력하며 한 해를 보냈다 - 179


국내의 우울증 환자가 70만 명을 넘어섰고 성인의 6퍼센트가 불안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어쩌면 근본적으로 병든 사회에 탈없이 적응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일 수 있다. 외로움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만남과 상상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착각을 즐기지만 외로움은 인간의 본성이다. 고로 외로움을 잠시 잊고 살 수는 있어도 지울 수는 없다. 오로지 "홀로 있다는 것은 순수한 내가 있는 것이며, 자유는 홀로 있음을 뜻한다"는 법정 스님의 가르침처럼, 고독은 때로 자유로, 때로 평화로 여기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 183


어려운 일을 당하면 이를 잊으려고 억지로 일을 만들어 바쁘게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덜 힘들어지고, 덜 외로워지고, 덜 아프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고민과 고통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에 불과했다. 즉 아무리 잊고 지내려 해도 언젠가 반드시 맞닥뜨려야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정한 루틴으로 삶의 틀을 잡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되찾으며, 명상 등의 방식으로 마음의 평점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했다.


루틴으로 하루를 채울 필요는 없다. 내가 말하는 루틴이란 매일 기계적인 삶을 반복하는 수험생 또는 스님이나 군인의 빈틈없는 일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다. 창의력을 위한, 자신감을 위한, 평점심을 위한 자발적인 루틴은 부담스러운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되며 편안하고 즐거워야 한다. 즉 시간의 재촉에 떠밀려가지 않고 나만의 보폭으로 걸어가겠다는 여유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편한 마음으로 소소한 성취를 통해 조금씩 자신의 역량과 의지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다 - 196


내가 힘든 상황에 처하고 세상 모두가 나를 손가락질해도 이 친구들은 내 곁을 지켜줄 거라는 흔들림 없는 믿음이 있다. 그들에게 같은 일이 일어나도 나 역시 힘 닿는 데까지 나서고 더 나설 것이다. 이제 가을을 맞이한 우리의 인생, 웃고, 울고, 사랑하고, 아파하고, 소망하고, 갈구하고, 그리워하고, 외로워하고, 불현듯 몰아치는 기쁨과 슬픔이 없다면 가을이 아닐 게다. 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내게는 함께 맞을 친구들이 있다. 그걸로 됐다 - 200


나는 기독교 신자다. 어릴 적부터 매일 밤 침대 곁에 무릎을 끓고 기도를 드렸다. 내 기도는 늘 간절한 부탁으로 가득하다. 감사와 회개의 기도가 아니라 버킷리스트를 읽는 수준이다. 가족의 건강과 사업의 성공, 비전의 발견과 인생의 보람, 합격과 당선처럼 굵직한 내용부터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내용까지 기도했다.


나는 성공이 사람의 노력과 하늘의 축복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인간으로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될 때,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나머지 결과를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긴다.


물론 항상 내 소망대로 되지는 않았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거부가 됐다면 자신감에 취한 채 번 돈을 똑같은 방식으로 투자해 대부분 실패로 끝났을 것이다. 헤럴드의 경영이 쉬웠고 노동조합과 기자협회의 견제가 없었다면 나는 언론 사주의 알량한 힘을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둘렀을지도 모른다. 권력의 도움으로 원하는 곳에 공천돼 당선됐다면 4년 내내 계파와 진영의 목소리를 내며 의원 생활을 마쳤을 것이다.


자식의 고통을 알지 못했다면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소중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내 야망과 의지대로 키웠을 것이다. 인간의 노력을 다한다고 반드시 축복으로 응답하지는 않는 하늘의 야속한 지혜가 경이로울 뿐이다 -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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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잘못됐습니다 - 의사가 가르쳐주는 최강의 식사 교과서 식사가 잘못됐습니다
마키타 젠지 지음, 전선영 옮김, 강재헌 감수 / 더난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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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부터 남들보다 '이것만큼은 빠르게 할 수 있다'라는 것 중 하나가 식사였다. 어렸을 때부터 밥을 빨리 먹는 습관이 있었고 아무리 많이 먹더라도 배탈이 나지 않아 아무 문제가 없을 거란 생각에 성인이 되서도 폭식과 야식을 즐겼다.


그러다 30대가 된 이후부턴 밥을 먹으면 오랜 시간 배가 더부룩했고 뱃살이 많이 나와 더 늦기 전 몸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건강한 식습관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책인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을 찾아 읽었다.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에서 저자는 고기를 적게 먹고 수분함유량이 많은 과일을 많이 섭취하라고 강조했으며, 과일과 채소만으로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


당시 미디어 광고를 통해 채식과 비건 식품이 많이 언급되고 있었고 매 식사마다 탄수화물과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했기에, 하루 한 끼라도 건강한 음식을 먹어보고자 찾아본 게 올가니카에서 나온 채식 쉐이크였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기 전 무지방 두유에 채식 쉐이크를 섞어 먹었고 저녁에도 가끔씩 배가 고프지 않으면 쉐이크로 때웠다. 그렇게 2~3년 정도 먹으니 체중 5kg를 감량할 수 있었고 인생 최대 몸무게로 따지면 13kg나 빠졌다.


지금까지도 그 체중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끔 회식을 하거나 저녁에 술을 많이 마시고 나면 며칠 동안은 몸이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다시 건강한 식습관을 생각하면서 소식을 하면 다시 몸이 가벼워지고 뱃살이 빠지는 것을 알기에 올 한해 목표 중 하나로 식단관리를 뽑았다.


그런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한 독서모임에서 토론 주제로 올바는 식사법에 대해 알려주는 베스트셀러 책인 '식사가 잘못됐습니다'가 선정됐다.


저자는 일본에서 현재까지 20만 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당뇨병 전문의로 우리가 흔히 먹는 탄수화물에 대한 위험성과 함께 혈당치와의 관계성에 대해 알려준다.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환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합병증으로 신부전증과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당뇨병 환자나 몸의 한쪽만 쓸 수 있는 편마비가 온 뇌경색 환자 그리고 말기 암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치료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이 고통을 받는 많은 질환들은 그 원인이 되는 생활 습관을 사전에 교정하는 것이 최선이고, 그중에서도 식단과 식습관을 바꾸면 대부분 병을 예방할 수 있다 - 5


혈당치를 올리는 것은 전적으로 탄수화물이며 지방이나 단백질은 혈당치를 올리지 않는다. 버터로 구운 고기를 잔뜩 먹어도 혈당치는 올라가지 않고, 형당치가 올라가지 않으므로 살도 찌지 않는다. 반면에 고작 한 병의 음료수가 혈당치를 급격하게 올리고 비만을 초래해 건강을 해친다. 거기에 다량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당질이라는 말도 바꿔 쓸 수 있는데, 실제로 탄수화물이 가득 찬 청량음료에 '탄수화물 O그램'이 아니라 '당질 O그램'이라 표기한 것도 있으므로 헷갈리기 쉽다. 탄수화물은 밥이나 빵, 면류, 과일, 케이크나 과자, 청량음료 등 직장인이 평소에 섭취하는 다양한 음식에 들어 있다. 이러한 탄수화물이 든 음식을 섭취하면 예외 없이 혈당치가 올라가지만 혈당치가 올라가는 양상은 제각각이다 - 29


건강한 식습관 책 '식사가 잘못됐습니다'를 쓴 저자 마키타 젠지는 식단과 식습관을 바꾸면 신부전증, 심장 질환, 당뇨병, 뇌경색, 말기암 등 대부분의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탄수화물이 대량 함유된 음료수는 당뇨병의 원인이 되는 혈당치를 급격하게 올려서 비만을 야기시키고 빵이나 케이크보다 해롭다고 말하는 부분을 보면서, 수많은 시간 동안 직접 돈을 주고 사서 마셨던 음료수가 하나씩 떠올랐다.


액체 상태의 탄수화물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혈당치를 올리기 시작해 30분 후에는 정점에 다다른다. 캔커피 하나를 마시면 당뇨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도 30분 후에는 혈당치가 140 정도까지 치솟는다. 이것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나면 이번에는 롤러코스터처럼 단숨에 하강해 혈당치가 극도로 낮은 상태가 되고 만다. 이때 몸속에서 일련의 변화가 일어난다. 혈당치가 급격하고 올라가면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뇌내물질이 분비되어 기분이 들뜬다. 바로 이런 이유로 '업무 시작 전에 정신을 차리려면 커피를 마셔야 한다'라는 오해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만족도가 최대치에 이르러 기분이 들뜨는 지점을 '지복점'이라 한다. 한편으로 혈당치가 급격이 올라간 것을 알아차린 몸은 그것을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다량의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고 그 결과 혈당치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혈당치가 크게 떨어지면 들뜬 기분이 단숨에 가라앉음녀서 초조해지거나 토기나 졸음이 느껴지는 등 불쾌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다시 그 들뜬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듯이 혈당치를 올리는 탄수화물을 원하게 되어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것은 '탄수화물 중독'이라는, 뇌가 이상한 상태가 빠지는 매우 심각한 증상이다. 그러나 정작 중독에 빠진 당사자 자신은 그런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한다. 사실 청량음료 등을 만드는 업체는 인간의 지복점을 면밀히 계산해 제품을 설계한다. 바꿔 말하면 이들은 탄수화물 중독 환자를 늘림으로써 이익을 얻고 있다. 지적인 직장인이라면 그들의 꾐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 30


20대 초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매일 아침마다 회사에 출근하기 전 하루종일 마실 커피와 음료수를 사곤 했다. 오전 업무를 해야 하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고 편의점 커피를 매일같이 마셨었는데, 베스트셀러 책 '식사가 잘못됐습니다'에 따르면 기분이 들뜨는 '지복점'에 속아 '탄수화물 중독'에 걸린지도 모른 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24살 때부터 현재까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캔이나 플라스틱 커피를 사다 마셨으니 나는 몸을 망치는 줄도 모르고 돈을 바닥에 버리는 행동까지 했으니 그동안 잘못된 식습관으로 몸을 망쳤다.


이전에 읽었던 건강한 식습관 책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없어 신경 쓰고 있지 않다가 '식사가 잘못됐습니다'에서 탄수화물의 위험성을 여러차례 반복해서 듣다 보니 편의점 음료수와 커피를 마시는 게 꺼려졌다.


현대만큼 30대, 40대 남성 중 비만인 사람이 많은 시대는 없을 것이다. 전후 70년이라 하면 매우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1만 2,000년 동안 이어진 신석기시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한순간이다. 그동안 일본인이 어떤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 것일 수 있다. 요즘 '생활습관병'이라 불리는 성인병은 말하자면 '문명병'이다. 생활 습관에는 운동이나 수면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식생활의 변화가 우리 현대인을 괴롭히는 질병을 만들어낸 것이다.

비만, 당뇨, 고혈압, 암, 뇌졸증, 심근경색, 동맥경화, 이상지혈, 우울증, 천식, 알레르기, 아토피, 궤양성대장증후군 등 이런 질병은 모두 문명적인 식사에 의해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55


비만과 칼로리를 연관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지방은 그야말로 필요악이다. 그들은 기름을 쓴 요리나 지방이 많은 육류와 생선을 먹으면 살이 찐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지방은 칼로리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만의 원인은 혈당치를 올리는 탄수화물이다. 애초에 지방을 먹었다고 해서 그것이 그대로 몸의 지방이 될 리 없다. 먹은 것은 소화, 흡수 과정을 거쳐 분해, 합성되어 새로운 물질로 변화한다.


그렇기에 탄수화물이 몸속에서 지방으로 바뀌는 것이다. 게다가 지방은 과식하면 변으로 배출되어 의외로 몸속에 남지 않는다. 반면에 탄수화물은 100퍼센트 몸속에 흡수된다. 포도당은 우리 몸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성분이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우리 몸속 세포를 덮고 있는 세포막은 지질로 만들어져 있어 질 좋은 기름을 섭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쓸데없이 지질을 피하다 보면 도리어 건강을 해치고 만다. '지방이 살이 찐다'라는 오해는 버리자 - 68


일본 당뇨병 전문의인 저자에 따르면 현대인들이 흔히 걸리는 질병은 모두 식생활의 변화로 만들어졌다. 매일같이 몸에 좋지 않은 콜레스트롤과 기름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다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공감이 됐다.


또한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이 음식을 고를 때 찾아보는 성분표에서 지방의 유무를 확인할 테지만, 베스트셀러 책 '식사가 잘못됐습니다'에서는 지방과 칼로리는 살이 찌는 것과 관계 없으며 혈당치를 올리는 탄수화물을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과일을 건강에 매우 좋은 음식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남성 가운데 과일을 채소와 같은 위치에 두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 과일에는 확실히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지만 한편으로 탄수화물 덩어리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과일은 당도가 높게 개량되어 있다. 과일에 함유된 것은 포도당이 아니라 과당이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과당이므로 살이 찌지 않는다'라는 영문 모를 논리를 펼치는 사람도 있으니 난처한 일이다.


확실히 밝혀두는데 과당이기에 과일은 더욱 살이 찌기 쉽다. 그것은 생화학을 배운 사람이 보면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인간의 몸은 에너지원으로서 포도당을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과당은 에너지원이 아니므로 곧바로 지방으로 바뀌어 몸속에 저장된다. 즉 살이 찌기 쉬운 당이다. 과일을 좋아한다면 아침 식사 마지막에 조금만, 천천히 씹어 먹는 것이 좋다. 과일을 주스로 만들어 먹어서는 안 된다. 과일을 많이 넣어 탄수화물이 듬뿍 들어 있는 주스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 상태에서 마시는 것은 최악이다 - 72


건강한 식습관 책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에서는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식사가 잘못됐습니다'에서는 과일은 포도당이 아닌 과당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살이 찌기 쉽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가 흔히 건강 음식으로 생각하는 과일 주스를 아침에 마시면 더욱 위험하다는 내용을 보면서 이게 사실이 맞는지 아닌지 의심이 들긴 했다.


음식과 건강에 관한 상식은 수시로 변하며 때로는 정반대로 뒤집히기도 한다. 변화를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언제까지나 낡고 그릇된 방법에 집착하거나 과장 광고를 했다며 분개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그때그때 최신의 믿을 수 있는 정보 중 진실을 꿰뚫어봐야 한다 - 161


다른 건강한 식습관에 대해 알려주는 베스트셀러 책과 마찬가지로 '식사가 잘못됐습니다'에서는 저자의 생각과 주장을 극단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챕터별로 의학적으로 올바른 식사법, 살이 빠지는 식사법, 지치지 않는 힘을 기르는 식사법, 늙지 않는 식사법, 병에 걸리지 않는 식사법, 통계 자료가 알려주는 100세 시대 식사법을 누구나 알기 쉽게 말해주기에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참고 삼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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