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의 생각 -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창작에 관한 대화
박웅현.오영식 지음, 김신 정리 / 세미콜론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첫 직장 생활을 다녔을 당시 진행했던 업무는 주어진 콘텐츠를 어떻게든 남들에게 많이 알려서 PV(페이지뷰)를 기록시켜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이후 언론사에 다녔을 때도 마찬가지로 독자가 보고 싶은 소재를 찾아 기사를 쓰며 마찬가지로 PV를 올리는 일이었고, 세 번째 직장이었던 여행사에서 본격적으로 마케팅 업무를 배우고 나간 뒤 현재까지 광고업에 종사 중이다.


평소 마케팅 관련 책에 관심이 많아 신간이 나올 때면 종종 사서 읽고 하는데, 오래 전 읽었던 박웅현 작가의 '여덞 단어'는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라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한 번은 겪었던 생각을 다양한 사례로 말해줘서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올해부터 하고 있는 아침 독서 모임에서 선정한 '일하는 사람의 생각'은 '여덞 단어' ,'책은 도끼다'를 쓴 TBWA KOREA 대표 박웅현 작가와 현대카드, JTBC, SKT, MAX 맥주, 스타필드 로고를 탄생시킨 비주얼 브랜딩 디자이너인 오영식 씨가 총 여덞 개의 대담을 통해 나눈 일에 관한 생각을 전해준다.


참고로 TWBA 크리에이티브 박웅현 대표는 '그녀의 자전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잘 자 내 꿈 꿔','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생활의 중심',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혁신을 혁신하다' 등 TV 광고에서 봤던 카피를 탄생시킨 분이다.


마케팅 책 추천으로 소개하고 싶은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는 디자인 전문지 기자이자 편집장인 김신 작가가 박웅현 대표, 오영식 디자이너와 함께 10회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한 후 나눈 대담을 정리했다.


창작자가 되는 과정부터 브랜딩에 관한 생각과 영감, 예술과 비즈니스의 사이, 클라이언트, 환경, 직장생활, 창작에 대한 생각을 차례대로 말해주는데 광고업이나 디자인을 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거나 겪었던 일에 대해 정리를 해주고 있다.


마케팅 책 추천 '일하는 사람의 생각'을 읽으면서 현재 나름대로 광고업을 하고 있어성인지 오영식 디자이너가 말한 내용보단 박웅현 대표가 말하는 내용에 더 공감이 갔다.


박웅현 : 최근에 특히 옷차림에 영향을 받은 일들이 몇 번 있었어요. 어떤 옷을 입고 가면 그 옷 덕분에 분위기가 달라져버려요.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기업 회장님과 대표들이 하는 회의에 들어갔어요. 제가 좀 독특한 옷을 입고 갔거든요. 그날 제안한 안이 거의 다 팔렸어요.


회장님이 보시더니 "아, 역시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은 옷 입는 게 다르네요. 사장님들 이렇게 해야 발상이 됩니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죠. 그러니까 제가 말하기 전에 이미 신뢰가 생겨버리는 거예요 - 103


현재 온라인을 통해 광고업을 하면서 직접 계약을 하러 갈 때는 박웅현 대표처럼 평소보다 더 옷에 신경을 쓴다. 여행사에서 나와 어느새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광고업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 첫 인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거다.


처음 보여지는 이미지가 80%는 먹고 들어간다는 건 그동안 수십 곳이 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서 느낀 경험으로 박웅현 대표가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 언급한 부분이 공감됐다.


오영식 : 완성도의 문제는 자기가 책임지고 또 스스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평가가 기준이 되면 안 되거든요. 나의 평가 기준이 다른 이의 평가 기준보다 훨씬 엄격하고 높아야 한다고 봅니다. 앞면뿐만 아니라 뒷면까지 똑같은 완성도로 마무리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뒷면은 잘 안 보거든요. 뒷면까지 똑같은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건 저의 기준이에요.


옷을 만드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일반인은 겉감만 보지만, 제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게 안감입니다. 옷 입는 기준도 보통은 소매 길이가 어디까지여야 된다는 기준이 느슨하지만, 저는 엄격하거든요. 그건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옷을 잘 갖춰 입고 나가야겠다는 저의 기준이에요.


제가 스스로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서 그런 거죠.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서체를 이렇게 많이 찾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어요. 이것의 반만 찾아도 되는데, '이게 최선일까' 하는 질문을 자꾸 반복하는 거지요 - 123


마케팅 추천 책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 처음 알게 된 오영식 디자이너 분이 언급한 부분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과 견해가 비슷해 공감이 됐다.


나같은 경우는 클라이언트와 계약한 내용 외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추가적인 부분을 더해주거나 클라이언트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통계 자료를 제공해준다. 그러다 보니 한 번 계약을 맺은 클라이언트와는 1~2년 이상 장기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블로그 포스팅도 마찬가지다. 제주도 여행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 때면 그곳으로 가는 분들을 위해 시간을 절약시킬 수 있는 방법과 미리 알고 가면 좋은 팁을 제공하며, 서평 포스팅인 경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이유로 기억하고 싶은 글귀를 모두 담아내고 있다.


오영식 : 물론 자기만의 특별한 감각과 예술적 소양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거지요. 하지만 저희는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사람들이에요. 자기 개성대로 할 거면 작가가 되어야지요. 남의 돈을 갖고 자기 작품을 만들겠다고 하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 138


광고, 마케팅, 디자인을 하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새겨야 할 내용이라 글귀로 남겨보고 싶었다. 광고, 디자인 산업을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클라이언트의 업무를 대행받고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남의 돈을 가지고 자기 작품을 만든다'는 건 내가 생각해도 잘못된 거라고 본다.


특히 온라인 광고로 업무를 하는 분들을 보면 클라이언트를 생각하기보단 자기 과신을 하거나 마케팅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담는 것을 종종 보곤 하는데 광고업을 계속해서 하고 싶다면 한 번쯤 고민해봐야되는 게 아닐까 싶다.


박웅현 : '즐겁게'라는 단어는 중요한 것 같아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생업의 의미는 사람들이 다 안다는 전제가 있겠지요. 자기가 먹고 살려고 하는 것, 월급을 받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걸 사람들이 안다, 그러니 출근은 의무다, 이런 건 전제로 깔려 있다고 봅니다. 그게 아니고 놀러 간다며 일하는 사람은 뽑지 말아야 하고요.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은 없다고 봐요. 다들 내가 월급 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걸 전제로 했을 때 즐거움은 정말 중요하지요.


똑같이 출근은 하는데 더 즐거울 수 있다는 것, 그게 기업 문화이고, 그게 케미이고, 그게 일하는 방법이거든요. 월급 받으려고 다닌다는 마음으로 회사에 가는 사람과, 월급 받으려고 다니는 건 맞지만 회사에 가면 그 선배와 일하는 게 진짜 재미있어, 하면서 회사에 가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퍼포먼스가 나온다고 봐요. 그걸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즐겁게'라는 단어의 핵심일 거예요.


그래서 케미를 맞춰주는 게 중요하고, 반말하지 않는 것,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그딴 걸 아이디어라고 가져왔냐?" 이런 말을 하지 않는 것, 칭찬해주고 시너지가 일어나는 문화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지요. 그걸 만들어주지 못하면 조직에서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계속 강조하는 게 많이 웃어라, 많이 웃게 만들어라, 회의실은 시끄러워야 한다, 싸우는 소리로 시끄러울 수도 있지만 웃는 소리가 많이 나와야 하고, 정신도 없고 그래야 합니다 - 251


오래 전 다녔던 회사에서 내 버릇 중 하나는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속으로 웃거나 겉으로 미소를 나타내곤 했다. 거의 버릇처럼 그러다 보니 당시 회사 대표는 내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일을 하는데 왜 그렇게 웃느냐"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 박웅현 대표가 말해주는 '즐거움과 일'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당시 다녔던 그 회사가 지금까지도 발전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박웅현 : 제 목표는 좋은 어른이 되는 거예요. 주변에 좋은 어른을 많이 만드는 것도 목표예요.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안 되겠죠.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사회운동을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 오늘 하루 가치를 만들었는가, 내가 조금 더 성장을 했는가,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났는가, 오늘 하루를 허비하지 않았나, 무력감에 빠져 있는 건 아닌가,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 수 있나, 이런 걸 끊임없이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280


마케팅 책 추천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는 저자의 일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었던 겪은 인생관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그중에서도 박웅현 대표가 말한 오늘 하루의 가치와 성장 부분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반복적으로 봐야 되는 문구다.


독서 모임을 통해 읽게 된 책에서는 광고,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매일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윤리, 도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이 많다는 점에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박웅현 : 음악을 어떻게 쓰는지, 편집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릴 때 봤던 영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저는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 같은 영화를 무척 무섭게 봤거든요. '새'와 '현기증' 등 히치콕의 영화는 거의 다 봤어요. 그 영화들을 보면 공포스러운 순간들이 있는데, 어떤 작업을 하다 보면 그게 다 배울 만한 기법이었던 거에요. 그래서 제가 후배들에게 그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히치콕이 왜 공포영화의 모태가 되었냐 하면 사람들의 심리를 따라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사람들이 놀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놀라게 하지 않아요.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놀랄 만한 장면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데, 막상 문이 열렸을 때 아무것도 안 나와요. 그리고 안심하는 바로 그 순간에 놀라게 만드는 거지요 - 19


김신 : 저는 '필연'이라는 말보다 '우연'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데요. 어떤 직업을 갖게 될 때 필연적이라기보다 우연적인 경우도 꽤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것을 필연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요. 지금의 내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석하는 건 나의 의지를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보는 태도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내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라 세상에 우연히 던져진 만큼, 나는 어떤 사람도 될 수 있다, 이런 태도를 갖고 의지를 발휘해 자신의 재능을 펼친다면 누구나 두 분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42


박웅현 : 기업을 '법인'이라고 합니다. '법 법' 자에 '사람 인' 자거든요. 그러니까 '법적인 사람'이에요. 떄리면 아프고, 다리가 있지는 않지만 사람이에요. 사람과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광고를 '연애편지'라고 생각하거든요. 광고는 법적인 사람이 '나랑 연애하자'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리고 로고와 같은 기업 아이덴티티는 오 대표님 말씀처럼 첫인상 같아요.

처음 봤을 때 저 사람 참 세련됐다, 저 사람 참 멋있다, 이런 첫인상을 주는 것이고, 그다음에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면 사람이 참 괜찮네, 이런 생각들이 있을 거라는 말이죠. 기업은 고객과 친해지기 위해,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연애편지를 띄우는 거예요. 연애편지를 받았어요. 연애편지를 받고서 로고를 봤습니다. 그런데 로고가 좀 세련된 것 같지가 않아요. 그러면 멈칫하게 되는 거지요.


반면에 연애편지는 그저 그랬는데 로고가 멋있어요. 딱 봤는데 사람의 지성미가 넘쳐요. 그러면 편지를 다시 읽게 되잖아요. 제일 좋은 건 로고도 좋고, 지성미도 넘치고, 세련되고, 연애편지도 잘 쓰는 사람이겠지요. 이건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연애가 시작되면 그다음에 제품을 써보거나 서비스를 받아보는 거지요. 연애를 하다 보면 기대했던 것만큼 좋을 때도 있고, 실망할 때도 있고, 그렇게 보면 될 것 같거든요. 그래서 광고는 연애편지고, 기업 아이덴티티나 브랜드 아이엔티티는 첫인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 금산 인삼을 말씀하셨는데, 만약에 금산 인삼이 토탈임팩트를 만나면 로고가 확 바뀔 거라는 거지요. 그러면 이렇게 느낄 것 같아요. '우리 동네 저 총각은 수더분하고 사람은 좋지만 별로 눈에 띄지는 않았는데, 어느 날 전문가를 만나고 오더니 사람이 달라졌네' 이게 토탈임팩트를 만났을 때 오는 효과일 거예요. 그러면 이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겠지요 - 54


박웅현 :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느낀 게 외국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힘이거든요. '깃생충'은 한국사회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예요. 그러니 콘텐츠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고,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싶으면 먼저 자기를 주목해야 되는 거예요. 스티브 잡스가 "창의력이란 내가 잘하는 것으로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창의력이란 남이 잘하는 걸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것으로, 내가 잘 아는 한국의 풍토 속에서 '기생충'을 만들어내는 것, 이게 창의력의 핵심이거든요. 그래서 자기를 볼 줄 아는 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63


박웅현 : 유심히 관찰하는 힘이 커져야 아이디어가 많이 생겨요. 그래서 무심히 보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하고요. 책읽기도 중요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그전에는 무심히 봤던 걸 유심히 보게 되더라고요. 좋은 책들은 그래요. 때로는 거미줄 하나도 다시 보게 만들고, 때로는 저 녹색이 연녹색인데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봐왔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요. 미술은 안 보이는 걸 보게 만들어준다고 하잖아요.


또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은 우리에게 '그냥 듣는 것'과 '주의 깊게 듣는 것'을 구분하도록 한다"라고 했지요. 저보다 관찰을 잘하는 사람들의 책은 저도 그들처럼 하도록 만들어줍니다. 존 러스킨은 "당신이 창의적이 되고 싶다면 말로 그림을 그려라"라고 했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창의적인 이유가 그림을 그리려면 다른 사람보다 몇 배나 자세히 봐야 하거든요. 나무를 그리려면 펜을 잡는 순간 나무 끝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그 뒤에 뭐가 있는지를 자세히 보잖아요. 그런 식으로 그림을 그리듯 관찰하려고 하는 거지요.


관찰이 창의서의 핵심이라는 말은 제가 읽은 창의성 관련된 책에도 거의 똑같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앙드레 지느의 '지상의 양식'이라는 책을 보면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다"라는 문장이 나와요. 자두를 보고 감동할 줄 알면 창의적인 사람이지요 - 90


박웅현 :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고,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좋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고, 좋은 드라마르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좋은 소설을 쓸 수 있고,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다고요.


그래서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저는 광고인이 되고 싶습니다. 뭘 해야 합니까?라고 물으면, 저는 광고인이 된다는 생각을 지금 하지 마라, 너무 좁다, 그러지 말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라고 대답해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광고도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하거든요 - 105


박웅현 : 아이디어는 유기체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합니다. 생각이 흘러가니까요. 그러니까 '생각이 에너지다'가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거지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잘 맞아떨어진 거고요. 강의할 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내일까지 아이디어를 열 개씩 가져오라는 말을 하지 마라, 그건 아이디어를 벽돌로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는 계속 변해가는 씨앗이에요. 툭 올라왔다가 죽기도 하고, 아무것도 없다가 확 크기도 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죠. 그래서 저는 아이디어를 씨앗이라고 이야기합니다 - 108


오영식 : 디자인 작업에서 잘한다, 못한다의 기준을 제 나름의 경험으로 판단해보면 "왜?"라는 질문을 얼마나 많이 던지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아요. 그 질문의 횟수에 따라 디자인의 격이 달라진다고 봅니다. 아예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 디자이너들도 많거든요 - 139


김신 :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에서도 나왔는데, "내가 하고 싶지 않다면 남한테도 시키지 말라"라는 공자의 말이 정말 훌륭한 삶의 자세라고 하더라고요. 보통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남들에게 권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잘못됐다는 겁니다. 나에게는 좋지만 남들에게는 싫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소불욕물시어인'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도리라는 거죠.


을의 입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갑에게 당했던 것을, 갑이 되어 을에게 시키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을 듯합니다. 삶에서 배운 게 하나도 없는 거죠. 그런 면에서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일도 무척 어렵지만, 스스로 클라이언트가 되어 을을 대하는 것 역시 대단히 어려운 일 같습니다 - 184


박웅현 : 디지털 회사는 광고 회사 사람들을 고용하고, 광고 회사는 디지털 회사 사람들을 고용하고, 컨설팅 회사는 광고 회사와 디지털 회사 사람들을 고용하는 게 다 컨버전스지요. 최근 미국 광고 회사 순위를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어요. 광고만 하는 광고 회사는 10위 밑으로 밀려나가고요. 딜로이트 같은 컨성팅 회사들이 1위에서 10위 사이에 들어가 있거든요.


옛날에는 미디어가 나뉘어 있었는데 하나의 디자이스 안에 통합되니까 종합적인 솔루션 외에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는 거예요. "이 제품의 광고를 만들어주세요"가 아니라 "이 제품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어왔을 때, PR 회사가 그 솔루션을 가져오면 그 회사로 가는 거예요. 즉 PR 회사, 컨설팅 회사, 광고 회사가 내놓은 전문 분야에 맞게 일이 나뉘는 게 아니고요. 그러다 보니 이제 광고 회사의 경쟁 PT에 이를테면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경쟁 상대가 되는 게 아니라, 컨설팅 회사와 네이밍 회사와 디자인 회사와 온갖 회사들이 다 들어오는 거죠 - 196


박웅현 : 만약 스탠드업 코미디를 제일 잘하는 사람과 인공지능을 대결시키면 인공지능이 이길 거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감정을 웃기고 울리는 것도 알고리즘이라는 거예요. 이걸 인공지능이 다 파악하고 있다는 거지요. 인공지능이 소설의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쓴다고 했는데, 이것도 곧 따라잡을 것 같아요.


다시 일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다면, 그건 모르겠어요. 저도 답이 없어요. 그런데 이건 분명하지요 "어떤 방향으로 데이터를 모을 것인가?" 이런 판단은 누군가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기계가 그 판단조차 스스로 할지도 몰라요. 보십시오, 우리가 봤던 공상과학 영화의 주제들이 대부분 다 맞았거든요. 만약에 슈퍼컴퓨터가 있고, 그 슈퍼컴퓨터한테 "지구라는 행성, 우리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네가 판단을 해봐"라고 하면 그 컴퓨터느 터미네이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 203


박웅현 : 복잡한 걸 단순화시키는 게 회의거든요. 처음에는 해결책이 막 복잡할 것 같다가 생각이 정리될수록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그냥 '이거다' 하고 정리가 되거든요. 그 과정을 거쳐야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연륜인 거지요. 곽재구 시인이 이런 말을 했어요.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다" 후배들이 한참 회의를 했다가 저한테 한번 봐달라고 해서 들어가보면 보여요. "이게 다네, 이게 핵심이네" 그렇게 아이디어 하나를 선택해주는 거지요 - 243


박웅현 : 연륜은 어떤 환경에 자기 삶을 노출시켜 왔느냐의 합 같아요. 저는 재능이 생득적인 것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DNA 속에 천재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어릴 때부터 어떻게 자라왔느냐의 관계가 크다고 봅니다. 아주 유년 시절의 경험도 영향을 주거든요.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저는 그게 어느 정도 맞다고 봐요. 어릴 때 어떻게 했느냐, 그리고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칭찬을 받음녀서, 어떤 책을 보면서, 어떤 영화를 보면서 컸느냐, 이런 것들의 합 같아요 - 244


박웅현 : 우리는 너무 많은 대안을 검토하는 것 같아요. 이게 맞아? 아닌 것 가아, 이걸 찾아보자, 아닌 것 같아, 이건 맞아? 이런 대화가 반복되는 거죠. 진짜 선수라면 이렇게 고민하지 않아요. "이건 괜찮은 것 같네"라고 한 다음에 그 아이디어를 계속 숙성시키는 거지요. 아이디어가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해요. "이걸로 가자"라고 결정한 다음 보통 다섯 번 손댄 걸로 최종안이 나온다면 제대로 된 것은 결정한 다음에 스무 번은 더 정제하는 거예요 - 270


박웅현 : 저는 진정성이 설득 포인트가 아니라 생존 포인트라고 봐요. 만약 진정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생존에 문제가 생길 거예요. 지금은 완전히 투명한 시대가 되어버렸지요. 그러니까 SNS를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이제 모든 사람이 기자증을 가지고 있고,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녹화되고 있고, 내가 하는 모든 말이 녹음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진정으로 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릴 가능성이 높은 시대가 됐어요. 그러니 그 어느 시대보다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젊은이들이 저보다 더 잘 알 거예요. 그리고 생계라는 말을 언급하셨는데, 내 직업이 생계를 위한 것이라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니잖아요. 문제는 생계를 태하는 태도겠죠. "내가 하는 일은 생계, 즉 먹고 사는 것 때문에 하는 거고, 마지못해서 하는 거야"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경험으로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잘될 수가 없어요. 생계를 진짜 생각한다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생계를 잘 챙기려면 일을 잘해야 한다는 거지요. 거짓말하지 않아야 되고, 진정성을 가져야 하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내가 말한 것과 행동이 일치해야 합니다 - 2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