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러한 역사적 문화권의 동아시아세계를 구성하는 여러 지표는 어떤 것들이까. 일단 ① 한자문화, ② 유교, ③ 율령제, ④ 불교 등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 한자문화는 중국에서 제작된 문자인 한자가 중국에서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언어를 달리하거나 더욱이 아직 문자의 사용을 모르는 인접한 여러 민족에게도 전래되었다. 한자를 통해 상호의 의지 전달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중국의 사상·학술전파도 이루어질 수 있었다. 다른 공통 지표인 유교·율령제·불교만 하더라도 이 한자를 매개로 하여 이 세계에 확대된 것이기 때문에, 한자는 동아시아세계의 가장 기본적인 지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유교는 춘추시대의 공자의 가르침에서 시작되어 한대에 국교로 인정받고 이후 오랜 시기 동안 중국 왕조의 핵심적인 지배사상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후 중국 왕조의 정치사상이나 사회윤리사상에 영향을 준 것은 물론이고, 주변의 여러 민족 특히 한반도와 일본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율령제는 황제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가 완비된 법체계의 보장을 받으며 운용되는 것으로 중국에서 탄생한 정치체제이다. 이것이 한반도·일본·베트남 등에서 채용되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세계에 공통하는 정치체제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불교는 인도로부터 중앙아시아를 경유하여 중국에 전래되었다. 중국문화 속에서 불교는 여러 요소가 변화된 채 받아들여졌으며, 이 중국화한 불교가 한반도·일본·베트남 등에 전해지고 이에 동아시아 불교권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권을 형성했다. 또 종교로서의 불교뿐만 아니라 그에 동반하는 건축·조각·회화 등 불교미술의 보급에도 지대한 영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