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요즘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역사 서술이 대체로 최근 100년 사이에 해석되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본 고대사의 내용도 고대부터 이어지는 전통적인 것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그 대부분은 19세기 후반의 근대 국가 형성기에 국민의식을 형성하기 위해서 서양의 것과 유사하게 창안된 것으로, 이것이 지금까지 일본 고대사라고 일컬어져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중국, 한국, 북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서기》를 필두로 하는 일본 6국사나 중국의 《사기》부터 《신당서》에 이르는 정사(正史), 혹은 한국의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고대사 사료는 이전부터 계속 읽혀 오지 않았는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역사상을 이들 사료에서 직접 끌어낼 수는 없다. 근대 국가가 고대의 역사상을 새롭게 구축했기 때문이다.
역사학은 해석학이다. 과거의 사료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떠한 시대에 살고 어떤 가치관의 구속을 받고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고 과거의 사료를 해석한다면, 현재 우리 시대의 가장 통속적인 가치관과 해석 도식에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험 삼아 2차세계대전 이전에 나온 일본사 책과 전후 1960년대 무렵까지의 연구서를 펼쳐보라. 거기서 일정한 사고의 패턴 아래 이뤄진 해석 유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역사 연구는 어쩔 수 없이 그 시대 분위기와 시대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면 그러한 구속에서 그나마 자유롭게 역사를 탐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 하나의 방법은, 우리가 어떤 시대의 구속을 받으면서 역사를 연구해 왔는가, 그리고 현재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를 깨닫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