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포드 이야기 1, 2]의 서평을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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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포드 이야기 1 - 내 고향 미트포드 - 상
잰 캐론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전에 내가 생각해둬야 할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미국소설(혹은 영국, 프랑스등 일명 외국소설)이라는 점! 별스럽다 생각하겠지만 나에게는 제법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내가 읽어봤던 몇 안되는 책을 살펴보았다. 외국작가가 쓴 책은 판타지와 자기계발서. 그나마 소설은 해리포터를 필두로 한 판타지소설이 다다. 요즘 욕은 욕도 아니라지만 남편에게 SHUT UP! 이라고 쉽게 이야기하던 미국드라마를 본 뒤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어서 별로 읽은 적 없었다. 그냥 싫다라는 말이 정답이다.
이 소설이, 미트포드 이야기는 그야말로 미국소설이다. 부정할 수 없다.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미국적인 소설이다. 어쩌면 나만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농담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자. 왠지 내가 세계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민망하다.
다시 돌아가 난 이 소설이 나에게 주는 의미, 그리고 미국소설(혹은 영국, 프랑스등 외국소설들)을 무작정 거북해 했던 내가 이 책을 읽고 느꼈던 점을 중심으로 이야기 하고 싶다.
사랑스런 나의 고향, 작은 마을 미트포드
미국의 작은 시골마을 미트포드는 매연에 지친 현대인들이 막연하게 그리는 그 곳이다. 소소한 사건과 이웃과 이웃간의 믿음과 신뢰가 항상 가득한 곳. 작은 분쟁도 있지만, 그것조차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는 곳. 한 명 한 명 모두 소중한 그런 곳이다.
이야기 속에는 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소중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특히 마음에 들던 사람은 사건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팀 신부.
산타클로스 몸매에 따뜻하고 선한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다. 살짝 소심한 면도 없잖아 있어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믿음, 신뢰, 신앙으로 똘똘 뭉친 팀 신부는 언제나 바쁘고 또 바쁘고 바쁘다. 바쁘다는 말도 모자랄 정도로 은근히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시골이라서, 작은 마을이라서 여유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뒤엎는다. 하다못하 마을을 장식한 꽃에 대해서는 회의를 해서 결정을 해야하는 그는 휴식을 모르는, 언제나 활기차게 이 곳 저 곳을 부지런히 걸어다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제일 처음 해치운 일은 크고 검은 개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개는 성경 구절을 읊으며 지나치게 활발하게 굴다가도 머리를 땅에 붙이고 귀를 세워 성경을 듣는다. 팀의 고리타분한 생활에 활력을 불어주는 바나바의 등장으로 팀 신부는 지나치게 타인 중심이었던 삶에서, 자신을 위한 일도(건강같은) 필요하다고 깨닫게 된다.
바나바의 등장을 반기는 마을 사람도 있고, 꺼리는 사람도 있다. 팀의 워커홀릭같은 성격에 가정부가 필요하다, 여자가 필요하다, 휴식이 필요하다, 운동이 필요하다등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위하는 마을 분위기가 번거롭기도 하지만 그 마음이 참 따뜻한 곳이다.
절대로 내가 읽지 않았던 종류의 책이기에 하는 말이지만, 미국소설은 잔인하고 스스럼없이 상처주는 말도 해서 나와 맞지 않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피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재미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에 훌러덩 읽어내릴 수 있었다. 바보같은 코미디 드라마가 아니라 사건과 사건이 겹치고 많은 등장인물도 나오지만 따뜻하고 웃음이 넘치는 그런 드라마 말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많지만, 이 책 속에서는 언제나 따뜻하고 선한 사람들이 서로를 위하고 있다. 옛날 어렸을 적 일요일 아침 일찍 봤던 전원일기.. 그래 이런 느낌이다.
또 신기한 점은 등장인물의 나이다. 둘리 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나는 책을 읽다보면 30-40세 그 쯤의 등장인물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신기해서 아주 집중한다. 이 마을은 젊은 사람이 몇 없다. 하지만 후들후들 적막한 노인들을 생각하는 것도 금물이다. 50세를 넘긴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 마냥 일을 찾아다니고 모여 파티를 하고, 즐겁고 바쁘고 여유로운 생활을 통해 서로 신뢰를 쌓는다.
난 별점의 기준을 책장이 얼마나 잘 넘어가느냐, 책을 덮고 얼마나 생각이 나느냐, 얼마나 기분좋은 느낌이냐에 따라 결정하는데... 사실 미트포드 이야기는 책장을 그리 잘 넘어가지 않는다. 다르게 생각하면 한 줄 한 줄 꼼꼼하게 읽을 수 있다. 버스를 타다 부서지는 햇빛에 문득 생각나서 천천히 읽어도 보고, 혼자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뭔가 심심해서 찾아 읽어보기도 하면서 틈틈히 편하게 읽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 읽고 나면 후련하달까, 개운하달까 그런 느낌도 들었다.
ps. 시리즈라니깐 다음 이야기에도 팀 신부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 알라딘 서평도서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아기자기한 이야기들, 이웃간의 신뢰와 믿음.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이렇게 마을공동체로 서로 믿는 책을 읽어본 일이 없어서;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 커피 한 잔 따뜻한 햇빛 아래서 여유를 즐겨야 하는 사람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p.22 "글쎄요. 그 개가 바깥에서 신부님을 기다리는데요. 바로 지금요." ; 유독 자신을 격하게 반기던 크고 검은 개를 꺼려했던 팀 신부가 자신은 개에게 쫓기지도, 개를 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대화하는 중, 한 사람이 한 말인데... 팀 신부는 자신이 그 큰 개를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 또 개도 신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런 장면이 떠올라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