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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레이디
정경하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꺄르르- 깔깔깔 거리면서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는데, 글 분위기가 구수하달까. 전혀 가식없이, 거리낌도 없이 마구마구 읽는 사람에게 달려드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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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13 - 흐흑, 내 귀염둥이.
주아의 얼굴을 보자 또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 주아, 꼭 오래오래 살아야 해. 알았지? 당신 없으면 나도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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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하고 완전 건조한 백진하는 아무 단단해보이고 야무져보이다 못해 까칠한대다가 무섭고 융통성도 없는데다가 완벽주의자로 보이는 인물이다. 금전적으로도, 가족(친척포함)등 뭐로 보나 부족함 없어 보이는 그에게도 단 한가지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건 1년동안 열심히 집적거린 서주아. 바로 그녀다. 1년 전 회식에서 우연찮에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 뒤 열심히 접근해보지만 그녀와 진하의 거리는 어느새 백만광년. 그러면서 진하는 주아는 어떻게 하지 못해 자그마치 일년동안 불끈불끈 러닝머신을 사용해주신다.
이렇게 완벽한 백진하는 사실 알고보면 완전 푼수. 좋아할 수록 더 괴롭힌다던 초딩적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고 주아를 그렇게 괴롭혀댔으니...ㅉㅉㅉ.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기에는 너무 예쁘고 귀엽고 섹시하기 때문이다. 은근히- 그녀의 뒤를 사사삿 쫓아다니면, 혹은 어디선가 들리는 그녀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면 그렇게 연구실을 하이에나마냥 ... 헤매지는 않지만, 잘 모은다, 정보를.
하지만 정말 곰처럼 둔한 그녀는 끝까지 진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결국 진하는 정면으로 도전한다! 주아에게... 음, 주아가 술을 좀 많이 마셨을때... 필름이 끊길랑 말랑 할때.
이때 주아는 그때 은근슬쩍 넘어가서 악마 백진하와 연애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둔하다 못해 사실 생각도 그렇게 깊게 하지 않는 주아는 진하의 완벽한 계획과 작전에 전~혀 말려들지 않다가 진하의 손가락에 그만... 그만...!!
물론 주아라는 여주인공도 예쁘다. 귀엽고... 키크고 늘씬한 주인공이 아니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말 그대로 진하의 눈에만 아주아주 예뻐보이는 주아이기 때문에 더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서로 눈에 철깍지가 씌었는지, 늪에 빠져들 듯 서로에게 완전 푸~욱 빠져버리는 모습이 알콩달콩 그 자체다. 깨볶는 냄새랄까. 눈만 마주치면 에로로 돌입하는 두 사람. 그런데 서로 생각하는 거라든가 말하는게 너무 재밌다.
또, 진하의 말투도... 완벽해서 주아에게도 존댓말을 꼬박꼬박 쓰면서 '주아씨, 주아씨' 하다가 혼자 생각할 때는 '우리 귀염둥이'라니.. 게다가 그 팔불출같은 말투는 또 어쩐단 말인가. 겉은 꽉 차 딱딱해 보이는 사람이 속은 말랑말랑 달콤한 솜사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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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09 - 저 여자, 너무 섹시하고 귀엽죠? 내 신부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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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도 재미있었지만, 그러다 보니 진하 부분이 생각이 많이 난다. 젊잖은 척 하다가 여자주인공이 쫓아가거나, 넘어지거나, 울거나, 말만 해도 얼굴이 빨갛게 익는 남자주인공은 흔치 않다. 게다가 평생 안 울었을 것 같은 진하는 주아와 영화를 보다가 그만 울어버리고, 주아의 편지에 또 눈물을 흘린다. 크응-
글 끝에 감탄사 같은 게 재미있었다. 앞에 진하가 울면서 내는 소리 '크응'이라거나, '아이고'도 있고, 새침한 듯한 느낌의 대화에 이런 식으로 추임새가 있으니 더 맛깔나고 재미있었다.
음, 정경하님 책은 추억의 평화다방을 읽었던가. .아, 장난처럼도 있고 연두향 나무아래도 있는데... 그러고 보니 이 분 책은 살짝 가벼운 듯하면서 발랄하고 재미난 이야기가 좋다. 집에 미쳐 쓰지 못한 몇 권의 책이 있기는 한데.. 음, 역시 개그가 물씬 풍겨나와 재밌긴 하지만 이야기 속의 그 소재의 무게가 좀 부담스럽달까...
어쨌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마음이 딱딱했는데 좀 풀린 것 같다. 참, 주아의 동생 주영의 이야기도 번외로 있는데, 정말.. 주영이스러운 만남 역시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