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0
톰 앵글버거.폴 델린저 지음, 김영란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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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나 기관에서 '미래 직업'에 대한 주제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있다.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고, 로봇이 새로운 자리에서 인간의 직업마저 빼앗아갈 것이라고 한다. 강의를 통해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참 불편하다. 우리가 필요에 의해서 발전시킨 것이 로봇인데, 그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 마치 인간보다는 로봇이라는 우월성을 자극하는 것만 같다.

작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를 보면서 나는 이세돌의 도전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세돌은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했으며, 알파고는 지면 안 되는 게임을 했다. 바둑의 기본과 정석 그리고 노하우를 모두 가진 알파고는 상대의 수를 읽을 수 있을 뿐, 함께 경기를 진행했다고는 볼 수 없다. 어느 경기이든 그 내면은 서로의 감정이 흐르고 그 감정이 게임이 녹아들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도전과 실패, 성공과 좌절을 맛보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스포츠이다. 그러나 알파고는 스포츠 정신을 무참히 짓밟는 너무나 이기적인 프로그램이다.

나는 로봇의 시대가 열린다 해도 인간의 영역은 지켜지라라 믿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인간성이 아무리 이기적이고 메말라가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소통이란 도구는 로봇이 범접할 수 없다고 믿는다.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의 퍼지는 스스로 감정 조절을 하고 생각의 힘을 가진 로봇이다. 뱅가드 학교에 입학한 퍼지는 인간 맥스를 만나 상호 작용을 하기 시작하며, 맥스와 교감하며 어려운 처지에 놓인 맥스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매력적인 로봇이다. 과학이 발달되어 혼자 살아가는 노인들을 위한 로봇견이 만들어져 교감을 나누듯 퍼지 또한 우리들과 함께 학습하고 규칙을 지키며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모습을 보여준다. 읽은 동안 그 동안 읽었던 로봇의 이야기와는 너무나 달라 당황스럽고, 정말 이런 일이 있어날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일었다.

한편, 바바라 교감의 독재적 학교 운영 방침을 보면서 내가 우려한 로봇 세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나 그의 독재가 점점 비밀을 한 겹씩 벗겨질 때의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인간이 로봇과의 상호 작용 그리고 소통은 서로가 원해서 서로가 원하는 만큼이어야 한다. 개인적인 욕심이나 권력의 힘으로 함부로 이루어지거나 한 쪽으로 치우쳐 지는 것은 균형이 깨어질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


퍼지와 맥스의 교감 그리고 소통, 뱅가드 중학교의 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보다 나은 아이들, 정확한 수치보다는 인간임을 잊지 않는 단호함이 참 흐뭇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사라질 직업에 대한 강의 보다 기계의 력에 스스로 무릎을 꿇는 어른들의 잘못된 잣대를 한번에 무너뜨리는 그들의 모습이 더 나의 가슴을 울려주었다.


인간과 로봇의 교감을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낸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미리 만나게 해 줄 좋은 이야기가 되어 줄 것이며,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도 여전히 인간임을 잊지 말아야 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좋은 기회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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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 딱 좋은 날 담이 곰이 학교 가자 1
정신 지음, 홍수영 그림, 김수현 전문가 가이드 원고 / 시공주니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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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과 연이은 봄방학으로 무척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는 우리 집 두 아이에게

퇴근한 아빠가 물어요.

"방학이라고 너무 노는 거 아니야? 숙제는 없어?"

"교장선생님이 숙제없는 방학 보내라고 해서 책읽기 외에는 숙제 없어요."

"그래? 일기도 없고?"

"일기는 말씀 없으셨는데 … 이미 많이 지났으니까 안 쓸래요."

아이들이 대답이 이러자, 쓰라고 강요는 하지 않아요.

아빠는 아이들의 방학 숙제를 검토하면서 본인의 어린 시절 방학 숙제 추억이 떠올랐는지

아이들 이름을 부르면서 추억을 들려주어요.


방학이 되면 선생님이 나눠주는 '탐구생활'이란 방학책과 일기, 독후감 두 편은 필수 숙제였어.

탐구생활은 재미있어서 만들어 붙이고 그림 그려서 방학하고 일주일이면 끝내기 때문에 걱정이 없는데

아빠가 제일 힘든 게 바로 매일 매일 일기 쓰는 거랑 독후감.

독후감은 친구네 집에 가서 가장 쉬워보이는 책 골라서 그 자리에서 후르륵 읽고 쓰고,

일기는 개학 일주일 전에 친구들끼리 모여서 가장 많이 쓴  친구 일기장 펴고

날씨 옮겨 적는 게 필수 코스였고, 친구랑 놀았던 날 체크하면서 밀린 일기 쓰면

다음 날이 개학날이 되더라.

초등학교 6년을 이렇게 보내고 났더니, 기억에 남는 일기도 없고 다시는 일기 쓰고 싶어지지 않더라.

아빠의 밀린 쓰기 내공을 들은 두 아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요.

인터넷을 켜서 기상청 들어가면 지정된 날짜의 날씨를 알 수 있는데,

친구의 일기를 보고 고작 옮겨 적는다는 것이 날씨라니 말이에요.

그리고 친구들과 일기장을 공유한다는 것이 이해불가한 일이기도 했겠지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일기'는 결코 반갑지 않은 과제라는 거에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와 학부모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일기쓰기지요.

비뚤비뚤, 받침은 하나씩 빼먹기 일쑤인 아이가 일기를 써야 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부담으로, 엄마에게는 엄마 숙제가 되어

서로가 얼굴을 붉히게 되기 마련이지요.


일기를 왜 써야 하는지, 일기를  쓰면 왜 좋은지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해 주고,

스스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

바로 시공주니어에서 새로 출간된

【담이 곰이 학교 가자】시리즈의 "일기 쓰기 딱 좋은 날"

강력 추천합니다.

 

 

 

 

 

 

초등학교 신입생 담이곰이는 쌍둥이 토끼에요.

엄마는 학생이 된 담이곰이에게 일기 쓸 것을 권유하며

다음 날 아침 검사하겠다고 하지요.

쓰기 싫은 담이곰이는 아주 힘들게 칸을 채워가지만

엄마의 마음에는 흡족하지 않아요.

 

 

 

쓰기 싫은 일기를 억지로 써야 하는 담이곰이에게 좋은 생각이 났어요.


오늘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돼.

오늘 아무 생각도 안 하면 돼.

신나고 좋은 일을 안 만들면 돼.


일기 쓰기 너무 좋은 날은

아무것도 안하기에 너무 좋은 날이 되지요.

 

 

 

그러나 담이곰이 앞에 자꾸만 일들이 생겨요.

정말 하면 안 되는데 말이에요.

​담이곰이는

어떻게 할까요?

정말 일기 안 쓰고 잘 버텨낼 수 있을까요?

 

 

 

 

담이와 곰이는 알아요.

아무 것도 안하기에는 하루가 너무나 길다는 것을요.

아무 생각도 안하기에는 자꾸만 일이 생기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는 것을요.

그러면서 다짐해요.

절대 열줄은 안 넘기겠다고 말이에요.  

 

 

 

담이와 곰이의 하루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일기를 소개할게요.

하루를 함께 보낸 담이와 곰이의 일기는 서로 다른 글감으로 일기를 썼어요.

그리고 하루를 기억하는 느낌 또한 다르지요.

이처럼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정해지지만

그 시간을 추억하는 장면과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작년에 인문학 강의를 해 주신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꼭 한가지만 실천하며 살라고 하셨어요.

그게 바로 "일기쓰기"였어요.

시간을 꼭 정해서, 하루를 정리하며 늦은 시간에 쓰려고 하지 말고

길가다가 드는 생각, 잠깐 스친 생각들을 글감으로 해서 자유롭게 쓰라고 하셨어요.

그 순간 적은 글은 나의 역사가 되고,

언제라도 꺼내보며 그 때의 그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선물 하나씩 미리 챙겨둔다 생각하고

습관이 될 수 있도록 바로 시작하라고 하셨지요.


이처럼 일기가 좋은 글쓰기이며, 자신의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현명한 눈이 되어줄 텐데

아이도 어른도 습관이 되지 않으니

부담스러운 숙제로만 여겨지게 되네요.


아이와 함께 쓰는 일기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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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요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12
김수정 지음, 김태란 그림 / 책고래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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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십대를 맞이한 두 딸이 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누구나 나를 닮았다고 한다.

내가 열달을 품었고 지금껏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오로지 내 손으로 지금껏 길러왔으니

나의 말투, 나의 습관, 나의 식성을 닮은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나를 닮아 당연한 것들이 버겁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아이의 모습과 내 아이의 실제 모습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보다는 좀 대범했으면,

나보다는 좀 특출하게 잘하는게 한가지 정도는 있었으면,

나보다는 사교성이 많아 두루두루 사귐이 좋았으면,

하고 내가 바라는 아이의 이상형을 정하고

내 아이가 거기에 미치지 못하면 아쉬움이 커지면서

아이에게 자꾸만 강요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세상에 태어나 눈을 떠보니 나란 사람이 '엄마'라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 우는데, 한번에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달라고 조르는데, 나에게 좋은 거라고 설득하며 끝내 들어주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꼭 엄마의 조건을 내세우고

과연 아이가 원하는 엄마의 모습이 나는 맞을까?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뜨끔하다.


아마 '엄마'라는 힘으로 아이들을 내 맘에 맞는 아이로 키우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과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며 읽은

『우리 엄마는 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요』는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본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오늘도 엄마는 책 읽어주겠다고 읽고 싶은 책 골라서 침대에 가 있으라더니

요상한 자세로 요가를 한다고 나에게는 기다리라고 한다.

끝나면 바로 책 읽어주겠다고.

호흡을 맞춰가며 등을 구부리고 다리를 포개고 집중하는 우리 엄마.

나는 자꾸만 하품이 난다.

난 또 책을 펼친 채 잠을 들 것만 같다.

아마 난 이 책을 영영 엄마랑은 못 읽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요상한 우리 엄마의 자세가 나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체육대회날.


바지위에 팬티입은 아줌마가

거꾸로 다리를 올리며 멋지게 물구나무를 선다.

나는 친구들 사이로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우리 엄마야!" 한다.

멋지게 성공한 우리 엄마처럼

나의 입꼬리는 내려올 줄을 모른다.

 

 

 

" 엄마. 책은 나 혼자 읽을게요.

책 정도는 나 혼자 스스로 읽을 수 있어요."


이해되지 못한 엄마의 이상한 옷차림과

요상하고도 이상한 자세

모두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이게 무지 매력있는 거였다는 걸 너무 늦게 안 거 있죠.

 

 

 

아침엔 태양을 향해

저녁엔 달을 향해

팔을 머리 위로, 허리를 굽혔다 폈다

쉬지 않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엄마가

나는 자랑스러워요.


우리 엄마라서 가능한 일이란  걸

난 이제야 알게 된거니까요.

 

 

이제 난 엄마가 내 엄마라서 참 좋아요.

엄마가 바지 위에 팬티를 입는다면,

나도 물론 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야죠.

왜냐구요?'

나에겐 멋지게 살아가는 최고의 엄마이니까요.

엄마가 정답이니까요.


 

엄마는 항상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아이라면 이런 모습으로 자라야 한다.

이것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누구와 같아야 함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서로가 다른 인격체로 태어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는데

같기를 요구한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생각들을 틀에 맞추라는 것과 같다.


 

엄마가 요가 동작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아이가, 우리 엄마가 다른 친구들의 엄마와는 다름을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

『우리 엄마는 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요』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엄마의 요가 동작으로 재미있게 표현하였다.


엄마의 노력이 본인에게 당당함을 안겨주었듯이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는, 엄마와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주었으며

서로의 입장을 수용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아이에게도 당당함을 안겨주게 되었다.

서로의 삶에 충실함은 서로가 우리가 되는 달콤한 순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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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시간여행 54 - 알래스카의 썰매 개 발토 마법의 시간여행 54
메리 폽 어즈번 지음, 살 머도카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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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의 여러 시리즈 중 내가 아직 접해보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마법의 시간여행】이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아이들이 읽고 재미있다고해도

"그래? 재미있구나."하며 호기심이 일지 않았다.

학교나 도서관에 가면 한권씩 읽는 아이들이 나에게 권해도

이어지는 이야기를 뜬금없이 중간부터 읽는다는 것이

불편해서 '반사'를 선언했다.

그 때마다 아이들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매번 새로운 곳으로 모험을 떠난다고

앞의 이야기를 몰라도 여행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을 흘려들었는데

『마법의 시간여행 54. 알래스카의 썰매 개 발토』를 읽고 나서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잭과 호기심 많은 동생 애니의 모험 이야기.

책에 있는 그림을 가리키면 역사 속의 어느 시대, 어느 장소로든 데려다주는 신비한 힘을 주는 오두막집.

이 마법의 오두막집은 전설 속 왕국 캐멀롯의 요술쟁이 사서 모건 할머니의 것.

잭과 애니는 모건 할머니와 멀런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새로운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것.

이런 배경들에 대한 이야기가 친절하게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라는 제목아래 짧게 소개되어 있다.


아하~. 아이들이 말한 이야기의 시작이 이거구나 싶었다.

오늘도 잭과 애니는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된다는 것을 마지막 문장에 담아주고 있다.

그동안의 잭과 애니의 모험을 몰라도 나는 오늘 새로운 모험을 떠날 수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잭과 애니는 1925년, 알래스카로 떠나야 한다.

오늘의 특명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라는 것.

모건 할머니가 주신 금가루는, 위대한 능력을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것이고,

멀린 할아버지가 주신 별가루는, 잭과 애니가 도와준 사람들이 영웅이 되기를,

영웅을 도와준 잭과 애니에 대한 기억은 잊도록 해 주는 것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들의 손에 전해진다.


금가루와 별가루.

가루들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면서

너무나 단순하고도 유치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사용될지

책장을 넘기면서 언제쯤 사용될까 기다려졌다.


 


잭과 애니는 알래스카로 모험을 떠나면서

'놈'이라는 지역에 '디프테리아'라는 전염병으로 사람들의 목숨이 위태로우며

개썰매를 이용해 약을 운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또한 곧 눈폭풍이 휘몰아칠 예정이라 개썰매가 오는 중 약을 잃게 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시장은 눈폭풍이 그치면 출발할 것을 명령한다.

그런 상황에서 잭과 애니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몇 백 년쯤 전 러시아 탐험가들이 알래스카 땅을 찾아올 때까지 알래스카에는 원주민들만 살았다.

원주민들은 몇 천 년 동안 이 척박하고 얼어붙은 땅에서 나는 얼마 되지 않는 자원을 활용하여

근근이 살아왔다.

1800년대 말,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 땅을 사들였다. 그렇게 해서 알래스카 땅은 미국의 영토가 되었다.


잭과 애니가 떠나는 알래스카.

알래스카에 대한 배경지식을 잭과 애니가 책을 통해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끌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역사의 흐름을 살짝 짚어준다.

단순하고 간단하게 안내한 글이지만, 알래스카는 처음부터 미국의 영토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힘들게 개척해 놓은 땅을 러시아가 미국에게 왜 팔게 되었는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준다.  

이야기를 끝맺음하면서 이야기와 주된 배경이 되어준 알래스카와 개썰매에 대한 지식을 따로 소개해

주어서 아이들이 단순한 모험 이야기만으로 책을 덮는 것이 아니라,

허구가 아닌 과거의 시간 속에 존재하였던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잭과 애니의 모험이 좀더 실감나게

이끌어주는 힘을 발휘하였다.



물고기와 고래와 하늘을 나는 새들도 있단다. 모든 동물들이 다 선물이야. 

결국 모든 것이 다 하나가 된다고도 할 수 있지.

사람, 땅, 동물, 바다, 공기, 모든 게 어우러져서 이 알래스카 땅을 이루니까.

잭과 애니에게 도움이 준 에드 아저씨의 말에서 자연과 벗삼아 사는 인간의 삶이

가장 행복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잭과 애니와 함께 알래스카에서 개썰매를 타고 그들의 위기를 함께 이겨내면서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었으며,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자연과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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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4
정희정 글.그림 / 북극곰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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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과 사진첩을 보며 사진 속 이야기를 종종 한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자신을 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하고,

두 아이가 서로를 향해 미소 지으면서 쑥스러워하기도 하고, 서로를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한다.

나와 함께 한 그 시간들이 이제는 흘러간 과거가 되었음에 아쉬움도 있지만, 나날이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일은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살짝 궁금해지곤 한다.

작은 아기씨에서 시작된 아이와 나의 만남은 40주의 시간을 보낸 뒤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과 마주한다. 약속도 없이 시작된 우리의 만남이 만나는 순간 반가웠고 설렜으며 놀라움이었다. 함께 하는 시간동안 즐거웠고 힘들었으며, 짜증스럽고 실망스러운 때도 분명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만남은 사랑이란 씨앗에서 탄생된 만큼 사랑의 기운이 감돌고 있기에 이 만남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도 하고 새로운 싹을 틔우느라 서로 바라만보기도 한다. 우리 부부의 기운으로 태어나 자라는 우리 아이들은 우리 부부와는 다른 성향으로 다른 관점으로 다른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새로운 길, 그 새로운 길에는 그들이 꿈꾸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북극곰의 신간, 킁킁이를 만나는 순간 나와는 다른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았다.

안녕, 나는 킁킁이야.

킁킁이가 누구냐고? 바로 나야 나.

넓은 하늘을 누비며 푸른 바다 냄새를 맡으며 내일을 꿈꾸는 좀 잘 생기고 의젓한 갈매기라고 할 수 있지.

또 나로 말할 거 같으면, 항상 공손하고 예의를 갖춘 자세로 하늘과 바다를 평정하는.

좀 멋진 갈매기라고 할 수 있어.

이 정도면 내 소개는 충분한 거 같아.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옛날 옛날 갓날 갓적에 있었던 일인데, 그게 정확이 언제냐고?

그건 말이야.

그 때가 언제냔 말이야.

 

네가 내 이야기에 푹 빠진 그 날.

그래 바로 그 날이었어.

 

그 날도 난 하늘의 구름과 바람에게 인사하며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내 코가 간질간질, 벌렁벌렁.

내 눈은 물결과 함께 수면 위를 아른거리는 그것을 향해 환하게 밝히고 있는데

드디어 났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냄새가 나지 뭐야.

바로 물고기 냄새야.

 

나는 날개를 쫙 펴고 바람을 타고 바닷가로 서서히 내려앉았지.

물고기 냄새를 쫓아 내려가니 나뭇잎 사이로 삐죽이 나온 작은 아이가 있네.

나는 얼른 물었어.

당연히 아주 공손하고 정중하게 따스한 눈길을 담아 물었지.

 

물고기 봤니?

아니

너는 누구니?

난 씨앗이지.

 

 

 

 

난 물고기 냄새를 찾는 건 정말 자신 있는데 이상했지만 씨앗의 말을 믿었어.

하늘을 나르며 물고기 냄새가 나는 씨앗 생각으로 가득하던 또 어느 날,

바닷가 모래사장 근처에 활짝 핀 무언가에서 반가운 냄새가 솔솔 바람을 타고 내 코를 자극하는 거야.

난 얼른 내려가 물었지.

 

물고기 봤니?

아니

너는 누구니?

난 나뭇잎이지.

 

분명히 물고기 냄새가 나는데 나뭇잎이라면. 믿어야지

난 실망을 모르는 아주 긍정적인 갈매기 킁킁이긴 하지만

살짝 기운이 빠진 건 사실이야.

바로 앞에서 먹이를 놓친 기분이랄까 뭐 하여튼 그래. 지금 내 심정은.

 

드디어 맡았어.

이번엔 진짜인 거 같아.

물고기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나의 온 몸으로 전해져왔거든.

서둘러 내려가 보니 이번엔 좀 이상했어.

내가 그 냄새를 맡으려면 고개를 하늘 높이 꼿꼿이 세워야 하고 하늘을 향해 코를 킁킁거려야 했거든. 내 평생 이런 경우는 처음이지만 어쩌겠어.

난 또 정중하고도 예의바르게 물었지.

 

혹시 물고기 봤니?

아니

너는 누구니?

난 열매잖아.

 

이상했어. 내가 맡은 건 정말 물고기 냄새였는데

씨앗이라고 하지 않나

나뭇잎이라고 하질 않나

이번엔 열매라고까지 하잖아.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

 

 

 

 

내가 지쳐 잠이 든 여러 날들이 지나고

다시 바닷가에 내려가니,

어찌된 일인지 정말 모르겠어.

열매가 모두 사라졌지 뭐야.

내가 너무 끈질기게 물어서 이사를 간 걸까.

아님

예의 없는 갈매기 녀석이 와서 묻지도 않고 냄새만 맡고 입으로 쪼아 떨어뜨린 건 아닐까

난 마구마구 상상했지만

열매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 않겠어.

 

그런데 더 이상하고도 행복한 일이 있어.

정중한 나의 태도에 바다가 귀한 선물이 주듯이

그날 이후로 바다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물고기들이

아주 고운 옷을 입고 나를 유혹한단 말이야.

그래서 나 킁킁이는 아주 행복하게 입맛을 다시며 그들을 내려다보았지.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겠지  

 

난 여전히 하늘을 맘껏 누비며 수면 위에 아른거리는 물고기를 찾아 다녀.

물론 나의 코를 믿으면서 말이야.

하늘을 날며 나는 가끔 배의 이상 신호에 즉각 반응을 보이며 바닷가에 실례를 하는 경우도 아주 종종 자주 있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어.

이건 정중하고 예의바른 나이지만 참아낼 수 없는 아주 정상적인 행동임을 잊지 말아줘.

 

 

 

, 그리고 말이야.

요 며칠 내 코를 자극하는 물고기 냄새를 찾아다니는 중이야.

모래 위에 떨어져 있는 작은 녀석에게서 너무나 익숙한 물고기 냄새가 난다는 거야.

~~ 또 나에게 시련의 시간이 닥쳐오는 건 아닐까 불길한 예감이 들어.

괜찮겠지?

분명 괜찮을 거야.

 

왜나면? 나는 아주 정중하고 공손한 갈매기로 실망이란 걸 모르기 때문이지.

그 날 이후로 난 아주 자주 물고기 냄새를 맡는다는 거야.

그리고 기다림 끝에는 아주 많은 물고기들이 나를 맞아준다는 거지.

기다림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야. 그 날 이후로.

 

『킁킁』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

 

침대도, 옷장도 모두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그럼 나무는 너무 힘들겠어요?”

?”

나무는 무거운 침대랑 옷장을 매달고 있어야 하잖아요. 얼마나 무겁겠어요.”

그럼 그 나무는 어떡하지? 쓰러지지 않을까?”

바람이 도와줄 거예요.

그리고 밤이 되면 우리 몰래 살짝 내려놓을지도 몰라요.” 

했던 어린 시절 우리 아이들과 나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떠올라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씨앗이 자라 푸른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열매가 성장하여 또 다른 모습으로 생을 시작하는 주체가 물고기가 되듯이, 흙에서 자라 성장하면 바다로 떠나가는 물고기의 모습은 고정관념이 되어버린 어른들의 시선에는 너무나 생소하고 낯설다. 그러나 아이들은 킁킁이에게는 물고기의 탄생이 작은 씨앗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시선이었다. 또는 세상 어딘가에서는 물고기나무가 있어서 갈매기에게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는 색다른 상상의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도 하였다. 세상 어딘가에는난 이 말이 참 좋다.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이 어딘가에는 펼쳐져 있을 테니까 말이다.

 

​『킁킁』이가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사실적이면서 상상력을 일으키는 그림이 한 몫을 한다..

 

씨앗이 땅으로 내려가 점차 씨앗 밖으로 고개를 삐쭉 내밀고, 그 속에서 싹이 나오고, 그 싹은 흙을 뚫고 세상을 나오며

땅 속으로 뿌리는 모습,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림으로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말해주고 있어, 작은 씨앗이 나뭇잎이 되어가는 과정을 따로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연상할 수 있다.

잘 익은 열매가 껍질을 벗고 그 속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바다로 퐁당~ 떨어져나가는 정면을, 달님의 표정변화에서 그 놀라움이 느껴진다. 달님의 표정은 곧 그림책을 보는 엄마와 아이의 표정을 그대로 드러낸 듯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달님의 표정에서 웃음이 빵 하고 터져나온다.

 

 

갈매기 킁킁이가 자는 모습에선, 날개를 잘 정리해서 자기 몸을 감싼 것이 이불을 포근히 덮고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도 하고, 마치 박쥐처럼 매달려 있는 듯한 표현에서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그리고 나무를 투박하고 거칠게 조금은 억세고 위협적으로 그려넣어 상대적으로 씨앗과 열매, 킁킁이의 모습이 부드럽게 받아들여져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묘한 힘을 가졌다.

 

은은한 색상이 주가 되어 그려진 편안한 느낌의 그림책이 책장을 여는 순간 새로운 관점으로 시작된 이야기로 우리 아이들의 지나온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였다. 엉뚱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생각이 상상이란 옷을 입고 막연하게 입으로 소리 냈던 이야기들이 그림을 만나 새롭게 만들어지고 다듬어져 그림책이란 옷으로 세상에 나온 것을 보면서 아이들의 생각은 항상 옳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들의 허튼 짓도 그들의 세상에선 온전한 것이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이 그들의 세상에선 가장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르겠다.

 


달님이 깊이 잠든 밤, 길을 떠나는 물고기들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다.

씨앗에서 열매로 이어지는 물고기들의 탄생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떠나는 장면은,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림책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그들의 움직임은 그럴 수 있다는 긍정의 시선을 갖게하며, 그림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며 남과 다른 나의 생각들이 그럴 수 있다는 위안이 되어 주었다.


시작은 같을 수 있으나, 걸어가는 길은 분명 다른 우리들.

우리들이 가는 각자의 길은, 걸어가는 이의 모든 것이 될 수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는 이들의 등 뒤로 무언의 응원가를 불러주어야 한다.


『킁킁』이가 우리에게 전해 준 이야기에는 우리에게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라 한다.

그리고​ 고정관념이란 자물쇠는 아이와 같은 마음의 자유와 상상의 열쇠만으로 열 수 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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