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4
정희정 글.그림 / 북극곰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아이들과 사진첩을 보며 사진 속 이야기를 종종 한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자신을 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하고,

두 아이가 서로를 향해 미소 지으면서 쑥스러워하기도 하고, 서로를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한다.

나와 함께 한 그 시간들이 이제는 흘러간 과거가 되었음에 아쉬움도 있지만, 나날이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일은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살짝 궁금해지곤 한다.

작은 아기씨에서 시작된 아이와 나의 만남은 40주의 시간을 보낸 뒤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과 마주한다. 약속도 없이 시작된 우리의 만남이 만나는 순간 반가웠고 설렜으며 놀라움이었다. 함께 하는 시간동안 즐거웠고 힘들었으며, 짜증스럽고 실망스러운 때도 분명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만남은 사랑이란 씨앗에서 탄생된 만큼 사랑의 기운이 감돌고 있기에 이 만남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도 하고 새로운 싹을 틔우느라 서로 바라만보기도 한다. 우리 부부의 기운으로 태어나 자라는 우리 아이들은 우리 부부와는 다른 성향으로 다른 관점으로 다른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새로운 길, 그 새로운 길에는 그들이 꿈꾸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북극곰의 신간, 킁킁이를 만나는 순간 나와는 다른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았다.

안녕, 나는 킁킁이야.

킁킁이가 누구냐고? 바로 나야 나.

넓은 하늘을 누비며 푸른 바다 냄새를 맡으며 내일을 꿈꾸는 좀 잘 생기고 의젓한 갈매기라고 할 수 있지.

또 나로 말할 거 같으면, 항상 공손하고 예의를 갖춘 자세로 하늘과 바다를 평정하는.

좀 멋진 갈매기라고 할 수 있어.

이 정도면 내 소개는 충분한 거 같아.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옛날 옛날 갓날 갓적에 있었던 일인데, 그게 정확이 언제냐고?

그건 말이야.

그 때가 언제냔 말이야.

 

네가 내 이야기에 푹 빠진 그 날.

그래 바로 그 날이었어.

 

그 날도 난 하늘의 구름과 바람에게 인사하며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내 코가 간질간질, 벌렁벌렁.

내 눈은 물결과 함께 수면 위를 아른거리는 그것을 향해 환하게 밝히고 있는데

드디어 났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냄새가 나지 뭐야.

바로 물고기 냄새야.

 

나는 날개를 쫙 펴고 바람을 타고 바닷가로 서서히 내려앉았지.

물고기 냄새를 쫓아 내려가니 나뭇잎 사이로 삐죽이 나온 작은 아이가 있네.

나는 얼른 물었어.

당연히 아주 공손하고 정중하게 따스한 눈길을 담아 물었지.

 

물고기 봤니?

아니

너는 누구니?

난 씨앗이지.

 

 

 

 

난 물고기 냄새를 찾는 건 정말 자신 있는데 이상했지만 씨앗의 말을 믿었어.

하늘을 나르며 물고기 냄새가 나는 씨앗 생각으로 가득하던 또 어느 날,

바닷가 모래사장 근처에 활짝 핀 무언가에서 반가운 냄새가 솔솔 바람을 타고 내 코를 자극하는 거야.

난 얼른 내려가 물었지.

 

물고기 봤니?

아니

너는 누구니?

난 나뭇잎이지.

 

분명히 물고기 냄새가 나는데 나뭇잎이라면. 믿어야지

난 실망을 모르는 아주 긍정적인 갈매기 킁킁이긴 하지만

살짝 기운이 빠진 건 사실이야.

바로 앞에서 먹이를 놓친 기분이랄까 뭐 하여튼 그래. 지금 내 심정은.

 

드디어 맡았어.

이번엔 진짜인 거 같아.

물고기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나의 온 몸으로 전해져왔거든.

서둘러 내려가 보니 이번엔 좀 이상했어.

내가 그 냄새를 맡으려면 고개를 하늘 높이 꼿꼿이 세워야 하고 하늘을 향해 코를 킁킁거려야 했거든. 내 평생 이런 경우는 처음이지만 어쩌겠어.

난 또 정중하고도 예의바르게 물었지.

 

혹시 물고기 봤니?

아니

너는 누구니?

난 열매잖아.

 

이상했어. 내가 맡은 건 정말 물고기 냄새였는데

씨앗이라고 하지 않나

나뭇잎이라고 하질 않나

이번엔 열매라고까지 하잖아.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

 

 

 

 

내가 지쳐 잠이 든 여러 날들이 지나고

다시 바닷가에 내려가니,

어찌된 일인지 정말 모르겠어.

열매가 모두 사라졌지 뭐야.

내가 너무 끈질기게 물어서 이사를 간 걸까.

아님

예의 없는 갈매기 녀석이 와서 묻지도 않고 냄새만 맡고 입으로 쪼아 떨어뜨린 건 아닐까

난 마구마구 상상했지만

열매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 않겠어.

 

그런데 더 이상하고도 행복한 일이 있어.

정중한 나의 태도에 바다가 귀한 선물이 주듯이

그날 이후로 바다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물고기들이

아주 고운 옷을 입고 나를 유혹한단 말이야.

그래서 나 킁킁이는 아주 행복하게 입맛을 다시며 그들을 내려다보았지.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겠지  

 

난 여전히 하늘을 맘껏 누비며 수면 위에 아른거리는 물고기를 찾아 다녀.

물론 나의 코를 믿으면서 말이야.

하늘을 날며 나는 가끔 배의 이상 신호에 즉각 반응을 보이며 바닷가에 실례를 하는 경우도 아주 종종 자주 있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어.

이건 정중하고 예의바른 나이지만 참아낼 수 없는 아주 정상적인 행동임을 잊지 말아줘.

 

 

 

, 그리고 말이야.

요 며칠 내 코를 자극하는 물고기 냄새를 찾아다니는 중이야.

모래 위에 떨어져 있는 작은 녀석에게서 너무나 익숙한 물고기 냄새가 난다는 거야.

~~ 또 나에게 시련의 시간이 닥쳐오는 건 아닐까 불길한 예감이 들어.

괜찮겠지?

분명 괜찮을 거야.

 

왜나면? 나는 아주 정중하고 공손한 갈매기로 실망이란 걸 모르기 때문이지.

그 날 이후로 난 아주 자주 물고기 냄새를 맡는다는 거야.

그리고 기다림 끝에는 아주 많은 물고기들이 나를 맞아준다는 거지.

기다림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야. 그 날 이후로.

 

『킁킁』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

 

침대도, 옷장도 모두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그럼 나무는 너무 힘들겠어요?”

?”

나무는 무거운 침대랑 옷장을 매달고 있어야 하잖아요. 얼마나 무겁겠어요.”

그럼 그 나무는 어떡하지? 쓰러지지 않을까?”

바람이 도와줄 거예요.

그리고 밤이 되면 우리 몰래 살짝 내려놓을지도 몰라요.” 

했던 어린 시절 우리 아이들과 나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떠올라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씨앗이 자라 푸른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열매가 성장하여 또 다른 모습으로 생을 시작하는 주체가 물고기가 되듯이, 흙에서 자라 성장하면 바다로 떠나가는 물고기의 모습은 고정관념이 되어버린 어른들의 시선에는 너무나 생소하고 낯설다. 그러나 아이들은 킁킁이에게는 물고기의 탄생이 작은 씨앗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시선이었다. 또는 세상 어딘가에서는 물고기나무가 있어서 갈매기에게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는 색다른 상상의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도 하였다. 세상 어딘가에는난 이 말이 참 좋다.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이 어딘가에는 펼쳐져 있을 테니까 말이다.

 

​『킁킁』이가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사실적이면서 상상력을 일으키는 그림이 한 몫을 한다..

 

씨앗이 땅으로 내려가 점차 씨앗 밖으로 고개를 삐쭉 내밀고, 그 속에서 싹이 나오고, 그 싹은 흙을 뚫고 세상을 나오며

땅 속으로 뿌리는 모습,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림으로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말해주고 있어, 작은 씨앗이 나뭇잎이 되어가는 과정을 따로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연상할 수 있다.

잘 익은 열매가 껍질을 벗고 그 속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바다로 퐁당~ 떨어져나가는 정면을, 달님의 표정변화에서 그 놀라움이 느껴진다. 달님의 표정은 곧 그림책을 보는 엄마와 아이의 표정을 그대로 드러낸 듯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달님의 표정에서 웃음이 빵 하고 터져나온다.

 

 

갈매기 킁킁이가 자는 모습에선, 날개를 잘 정리해서 자기 몸을 감싼 것이 이불을 포근히 덮고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도 하고, 마치 박쥐처럼 매달려 있는 듯한 표현에서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그리고 나무를 투박하고 거칠게 조금은 억세고 위협적으로 그려넣어 상대적으로 씨앗과 열매, 킁킁이의 모습이 부드럽게 받아들여져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묘한 힘을 가졌다.

 

은은한 색상이 주가 되어 그려진 편안한 느낌의 그림책이 책장을 여는 순간 새로운 관점으로 시작된 이야기로 우리 아이들의 지나온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였다. 엉뚱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생각이 상상이란 옷을 입고 막연하게 입으로 소리 냈던 이야기들이 그림을 만나 새롭게 만들어지고 다듬어져 그림책이란 옷으로 세상에 나온 것을 보면서 아이들의 생각은 항상 옳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들의 허튼 짓도 그들의 세상에선 온전한 것이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이 그들의 세상에선 가장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르겠다.

 


달님이 깊이 잠든 밤, 길을 떠나는 물고기들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다.

씨앗에서 열매로 이어지는 물고기들의 탄생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떠나는 장면은,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림책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그들의 움직임은 그럴 수 있다는 긍정의 시선을 갖게하며, 그림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며 남과 다른 나의 생각들이 그럴 수 있다는 위안이 되어 주었다.


시작은 같을 수 있으나, 걸어가는 길은 분명 다른 우리들.

우리들이 가는 각자의 길은, 걸어가는 이의 모든 것이 될 수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는 이들의 등 뒤로 무언의 응원가를 불러주어야 한다.


『킁킁』이가 우리에게 전해 준 이야기에는 우리에게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라 한다.

그리고​ 고정관념이란 자물쇠는 아이와 같은 마음의 자유와 상상의 열쇠만으로 열 수 있음을 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