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요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12
김수정 지음, 김태란 그림 / 책고래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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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십대를 맞이한 두 딸이 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누구나 나를 닮았다고 한다.

내가 열달을 품었고 지금껏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오로지 내 손으로 지금껏 길러왔으니

나의 말투, 나의 습관, 나의 식성을 닮은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나를 닮아 당연한 것들이 버겁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아이의 모습과 내 아이의 실제 모습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보다는 좀 대범했으면,

나보다는 좀 특출하게 잘하는게 한가지 정도는 있었으면,

나보다는 사교성이 많아 두루두루 사귐이 좋았으면,

하고 내가 바라는 아이의 이상형을 정하고

내 아이가 거기에 미치지 못하면 아쉬움이 커지면서

아이에게 자꾸만 강요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세상에 태어나 눈을 떠보니 나란 사람이 '엄마'라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 우는데, 한번에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달라고 조르는데, 나에게 좋은 거라고 설득하며 끝내 들어주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꼭 엄마의 조건을 내세우고

과연 아이가 원하는 엄마의 모습이 나는 맞을까?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뜨끔하다.


아마 '엄마'라는 힘으로 아이들을 내 맘에 맞는 아이로 키우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과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며 읽은

『우리 엄마는 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요』는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본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오늘도 엄마는 책 읽어주겠다고 읽고 싶은 책 골라서 침대에 가 있으라더니

요상한 자세로 요가를 한다고 나에게는 기다리라고 한다.

끝나면 바로 책 읽어주겠다고.

호흡을 맞춰가며 등을 구부리고 다리를 포개고 집중하는 우리 엄마.

나는 자꾸만 하품이 난다.

난 또 책을 펼친 채 잠을 들 것만 같다.

아마 난 이 책을 영영 엄마랑은 못 읽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요상한 우리 엄마의 자세가 나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체육대회날.


바지위에 팬티입은 아줌마가

거꾸로 다리를 올리며 멋지게 물구나무를 선다.

나는 친구들 사이로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우리 엄마야!" 한다.

멋지게 성공한 우리 엄마처럼

나의 입꼬리는 내려올 줄을 모른다.

 

 

 

" 엄마. 책은 나 혼자 읽을게요.

책 정도는 나 혼자 스스로 읽을 수 있어요."


이해되지 못한 엄마의 이상한 옷차림과

요상하고도 이상한 자세

모두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이게 무지 매력있는 거였다는 걸 너무 늦게 안 거 있죠.

 

 

 

아침엔 태양을 향해

저녁엔 달을 향해

팔을 머리 위로, 허리를 굽혔다 폈다

쉬지 않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엄마가

나는 자랑스러워요.


우리 엄마라서 가능한 일이란  걸

난 이제야 알게 된거니까요.

 

 

이제 난 엄마가 내 엄마라서 참 좋아요.

엄마가 바지 위에 팬티를 입는다면,

나도 물론 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야죠.

왜냐구요?'

나에겐 멋지게 살아가는 최고의 엄마이니까요.

엄마가 정답이니까요.


 

엄마는 항상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아이라면 이런 모습으로 자라야 한다.

이것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누구와 같아야 함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서로가 다른 인격체로 태어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는데

같기를 요구한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생각들을 틀에 맞추라는 것과 같다.


 

엄마가 요가 동작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아이가, 우리 엄마가 다른 친구들의 엄마와는 다름을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

『우리 엄마는 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요』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엄마의 요가 동작으로 재미있게 표현하였다.


엄마의 노력이 본인에게 당당함을 안겨주었듯이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는, 엄마와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주었으며

서로의 입장을 수용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아이에게도 당당함을 안겨주게 되었다.

서로의 삶에 충실함은 서로가 우리가 되는 달콤한 순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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