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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0
톰 앵글버거.폴 델린저 지음, 김영란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1월
평점 :
요즘 학교나 기관에서 '미래 직업'에 대한 주제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있다.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고, 로봇이 새로운 자리에서 인간의 직업마저 빼앗아갈 것이라고 한다. 강의를 통해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참 불편하다. 우리가 필요에 의해서 발전시킨 것이 로봇인데, 그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 마치 인간보다는 로봇이라는 우월성을 자극하는 것만 같다.
작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를 보면서 나는 이세돌의 도전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세돌은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했으며, 알파고는 지면 안 되는 게임을 했다. 바둑의 기본과 정석 그리고 노하우를 모두 가진 알파고는 상대의 수를 읽을 수 있을 뿐, 함께 경기를 진행했다고는 볼 수 없다. 어느 경기이든 그 내면은 서로의 감정이 흐르고 그 감정이 게임이 녹아들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도전과 실패, 성공과 좌절을 맛보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스포츠이다. 그러나 알파고는 스포츠 정신을 무참히 짓밟는 너무나 이기적인 프로그램이다.
나는 로봇의 시대가 열린다 해도 인간의 영역은 지켜지라라 믿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인간성이 아무리 이기적이고 메말라가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소통이란 도구는 로봇이 범접할 수 없다고 믿는다.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의 퍼지는 스스로 감정 조절을 하고 생각의 힘을 가진 로봇이다. 뱅가드 학교에 입학한 퍼지는 인간 맥스를 만나 상호 작용을 하기 시작하며, 맥스와 교감하며 어려운 처지에 놓인 맥스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매력적인 로봇이다. 과학이 발달되어 혼자 살아가는 노인들을 위한 로봇견이 만들어져 교감을 나누듯 퍼지 또한 우리들과 함께 학습하고 규칙을 지키며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모습을 보여준다. 읽은 동안 그 동안 읽었던 로봇의 이야기와는 너무나 달라 당황스럽고, 정말 이런 일이 있어날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일었다.
한편, 바바라 교감의 독재적 학교 운영 방침을 보면서 내가 우려한 로봇 세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나 그의 독재가 점점 비밀을 한 겹씩 벗겨질 때의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인간이 로봇과의 상호 작용 그리고 소통은 서로가 원해서 서로가 원하는 만큼이어야 한다. 개인적인 욕심이나 권력의 힘으로 함부로 이루어지거나 한 쪽으로 치우쳐 지는 것은 균형이 깨어질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
퍼지와 맥스의 교감 그리고 소통, 뱅가드 중학교의 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보다 나은 아이들, 정확한 수치보다는 인간임을 잊지 않는 단호함이 참 흐뭇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사라질 직업에 대한 강의 보다 기계의 력에 스스로 무릎을 꿇는 어른들의 잘못된 잣대를 한번에 무너뜨리는 그들의 모습이 더 나의 가슴을 울려주었다.
인간과 로봇의 교감을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낸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미리 만나게 해 줄 좋은 이야기가 되어 줄 것이며,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도 여전히 인간임을 잊지 말아야 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좋은 기회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