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호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31
유소프 가자 지음 / 북극곰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그림책을 볼 때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어떤 눈을 가졌고, 어떤 색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참 궁금해진다. 똑같은 사물과 배경을 그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선이 다르고 색이 다르고 그림을 그린 재료 또한 너무 다르다. 보는 장면이 같아도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르듯이 그림 작가들은 같은 장면
같은 감정의 그림이라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독자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다양한 감정을 일으키는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것 같다. 그래서
20대 초반 우연히
그림책의 매력을 알게 된 나는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매력 속에서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편안한 느낌의 그림책이 내 눈으로
들어왔다. 아주 낯익은 제목부터 너무나 익숙한 동물 그리고 단 하나의 재료로 선명하게 그려진 그림, 표지에서 주는 느낌부터가 너무나
편안했으며, 고개를 비스듬하게 세운 채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말하고자 입을 벌린 채 풀밭 위에 서 있는 코끼리의 모습이 너무나 다정해서 표지만
보고 있어도 자동미소가 장착된다.
어쩜 이렇게 온화하고도 부드럽게
그리고 모든 시름을 잃게 만드는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야호』의 작가 유소프 가자님의 미소가 보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고요하고 울창한 숲, 산 꼭대기에
올라간 미소의 결정판 코끼리는 숲을 향해 외친다.
야호~~
그러자 숲 전체가 울리듯 야호~~
소리가 들려온다.
산 중턱으로 내려온 코끼리는 다시
한번 숲을 향해 외친다.
누굴 부르는
걸까?
산 정상에 올라간 우리들이 부르는,
마치 힘든 고비를 넘긴 우리가 외치는 단순한 함성일까?
코끼리의 소리에 함께 들려온
야호~~가 단순히 메아리였을까?
아님 코끼리의 소리를 따라한 또
누군가의 대답이었을까?
아하. 누굴 기다리는 것이었구나.
온화한 미소는 가려진 채 누군가를
기다리는 코끼리의 뒷모습은 나를 초조하게 만든다.
만날 수 있을까?
누글 이렇게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일까.
야호~~ 소리만으로 찾을 수 있을까?
찾아야 할텐데 …….
애타게 누군가를 찾는 코끼리에게
여기!하고 들려온다.
그리고 코끼리의 곁으로 산에 사는
작은 곤충들이 등장해서 외로운 코끼리의 길동무가 되어준다.
혼자라 외롭지 않을 코끼리,
멀리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서
코끼리는 조금씩 입꼬리가 올라간다.
희망이 있다. 혼자가 아니었다.
여전히 목소리의 주인을 찾지 못한
코끼리의 초조함이 곧 나에게 스며들어 울창한 숲 속을 자꾸만 기웃거리게 한다. 두 눈을 뜨고 누가 대답했을까 찾게 되고, 내가 지나친 누군가가
있는 건 아닐까 책장을 앞으로 넘겨보게도 한다.
우리 미소짱 코끼리의 미소를 꼭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누군가를 찾아 숲을 헤매는 코끼리
주위에 원숭이도 늑대도, 온갖 새들도 찾아와 그가 나아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동행해준다. 이제 곧 만날 수 있음을 알려주듯이.
숲을 헤매던 코끼리는 강을 하나
만난다.
야호~~ 소리에 응답한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코끼리의 힘겨움에 잠시 쉬어가라는 작가의 마음이지 않을까. 물고기도 악어도 카멜레온도 맞이해준다. 잠시 목이라도 축이고 가라고.
잠시 쉬어가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주듯이.
점점 가까이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리고 모두 다른 높이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하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무 사이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응답해주는 여러명의 누군가가 대답을 해 준다.
야호!라고.
여기!
여기!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며 숲길을 걸어
야호~ 외쳤던 미소짱 코끼리 주변으로 모여든다.
야호~.는 단순한 정상에 도착한
나만의 함성이 아니었다.
다함께. 우리 모두를 기다리는 미소짱
코끼리의 부름이었다.
이 얼마나 다정하고 고운 소리인가.
야호~
야호~의 소리에 야호!로 응답해 준
숲의 친구들
그들은 오늘 하루 얼마나 행복할까.
나를 찾아주는 친구가 있고, 내가
부르면 응답해주는 친구가 있고,
사는 환경이 다르고, 생김이 달라도
'함께'의 의미를 알고 있으니
이보다 더 따듯한 날이 또 있을까.
책의 마지막에 북극곰의 편집자
'이루리'작가님이 쓴 유소프 가자님과의 일화를 담은 글을 읽으면서 나의 편견이 또 한번 발동이 걸리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너무나 부끄러웠다.
선만으로도 단순하지만 뚜렷하게 그리고
다양한 곡선과 선의 진하기를 달리한 그림으로 편안함을 안겨준 그림에 만족하고 너무나 평온하고 좋았다는 나의 느낌이, 유소프 가자님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용하는 손이 양손 모두 엄지뿐이라는 대목에서 숨이 멈춰졌다.
그 손으로 이런 그림을! 순간
경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의 편견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너무나 좋았던 그림이 유소프 가자님의
불편한 손을 마주하는 순간 그림 한 장을 그리기 위해 힘들었을 작가님의 고생과 노력 그리고 열정으로 뒤덮어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림책은 단순히 그림을 표현한 것이
아님을 새삼 또 한 번 느낀다.
작가님이 그림책을 펴내면서 함께
느끼고 싶어하는 감정선은 하나일지 몰라도 그 그림책을 보면서 느끼고 또 다른 생각으로의 변화는 매우 다양하며 또다른 색으로 발산되어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실감하게 되었다.
나는 오늘 유소프 가자님의 『야호』를
보면서.
함께 하고 싶을 때 부르는 따스한 말
야호~와 나도 함께 하고 싶다는 말 야호! 말고도.
여전히 나의 가슴 한 켠에 자리한
편견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어리석은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