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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집에도 오세요 ㅣ 신나는 책읽기 48
송언 지음, 김유대 그림 / 창비 / 2017년 7월
평점 :
선생님과 아이들의 만남 속엔 어린시절의 나의 모습도 현재 나의 두 아이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상이 변하고 학교 문화도 달라졌다고
하지만, 선생님과 아이의 모습엔 그닥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우리 어린시절보다는 지금의 아이들이 좀 더 자기 표현에 솔직하고, 선생님
또한 권위와 교척적인 면만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것이 달라졌다는 달라진 점이라 볼 수 있다.
털보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신청한 사람에 한해 가정 방문을 하겠다고 한다. 반에서 8명 신청. 선생님의 적은 인원의 신청자에 실망하지
않는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그 인원 수에 맘이 흡족.
털보 선생님이 방문하게 되는 여러 명의 학생 중 3명의 학생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개구쟁이 말썽쟁이 장난꾸러기 모든 말썽의 타이틀을
거머쥔 한솔이가 첫번째 가정방문 학생이다.
한솔이는 선생님을 집으로 안내하면서 엄마와 하게 될 선생님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작년까지 자기의 행동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한솔이의 부산스럽고 말썽많고 개구진 모습을 긍정의 눈으로 바라봐준다. 또한 부모님도 한솔이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왔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솔이가 선생님의 믿음으로 바탕으로 스스로 변화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선생님의 효과이며, 긍정이란 힘이
제대로 발휘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근호는 밝히고 싶지 않은, 너무나 힘이 들지만 나 아니면 안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래서 도저히 손을 놓을 수 없은,
청각장애인 동생이 있다. 근호는 선생님의 가정 방문을 앞두고 동생이 오기 전까지 안절부절, 그 어느 것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선생님이 동생을
만나게 되는 그 순간이 너무나 두려웠던 모양이다.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숨기려고 했던 것 또한 아니었다.
그리고 부모님 대신 동생을 끝까지 보살펴야 하는 것은 근호 자신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근호는 힘들지만 동생을 돌보는데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낸다.
근호는 힘들다. 당연히 힘들다. 그리고 그 짐을 짊어지기엔 근호는 너무나 어리다. 그러나 어른들은 근호의 짐보다는 아픈 동생의 앞날이 더
걱정스러워 근호의 짐은 보지 못한다. 부담과 걱정이라는 무게는 어느 하나 가볍다고 더 무겁다고 할 수 없는 것인데 말이다.
근호는 소리내어 운다. 그 동안 꾹꾹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기대오는 동생을 안아주고, 부모대신 형이라는 무게를 감당해 온 만큼
근호는 너무나 지쳐있었던 것이다.
근호의 눈물을 보면서 혼자 감당해내려고 했던 그 마음 앞에서 참 미안해져왔다.
은혜는 엄마와 아빠가 따로 떨어져 살게 되면서, 선생님의 가정 방문을 신청하지 못한다. 선생님의 가정 방문을 꼭 받아보고 싶지만, 엄마가
없는 가정에 선생님을 모실 수는 없다. 은혜의 매일 같은 확인으로 선생님은 드디어 엄마의 전화를 받게 되고, 은혜의 사정을 듣게 된다. 항상
밝고 싹싹한 은혜에게 그늘이 있는지는 선생님도 몰랐던 것이다.
이렇듯 선생님은 아이들이 감추고 싶었던, 무겁게 내려앉은 걱정들을 알게 되면서 그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
아이들은 자기 나름의 걱정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것이 경우에 따라 얕을 수도 깊을 수도 있으며, 아이의 성향에 따라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해가며 참아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가 도와주기를 기다리며 끊임없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우리는 때로 선생님에게 많이 기대를 한다. 우리 아이를 지켜봐주기를, 우리 아이의 마음을 좀 읽어주기를, 우리 아이에게 꾸준한 관심으로
지켜보며 아낌없는 칭찬을 해 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아이와 선생님의 연결고리가 단단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큰 욕심이고
바람인가.
아이도 부모도 다가가지 않는데 선생님이 무엇을 통해 그들의 무게를 잴 수 있으며, 그들이 가리고자 하는 그늘에 빛을 넣어주겠는가.
털보 선생님의 가정 방문은, 열리지 않는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학교가 아닌 집에서 만나는 선생님과의 시간은
선생님도 아이도 부모도 부담스럽지만 그 순간보다는 아이를 진정으로 걱정하고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용기가 더 큰 힘을 발휘한 것이다.
송언 선생님의 『선생님, 우리 집에도 오세요』는 웃음을 바탕으로 두고, 그 위에 가정 불화와 장애 동생을 둔 형의 부담 그리고 아무도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 고민을 얹어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과 희망 그것이 송언 선생님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