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이 숲을 비추고 있어요.
깜깜한 숲 속을 내리쬐는 달빛이 커다란 귀를 펼친 채 앙~ 하고 터진 아기 코끼리를 비추고 있네요. 커다란 귀와 앙증맞은 발 그리고 입을 겨우 가릴 수 있는 짧은 팔. 아기 코끼리의 눈물이 하얀 물방울이 되어 사방으로 튀어요.
궁금해요. 아기코끼리의 앙중맞고도 짧은팔이 코끼리의 코를 가려줄 수 있을까요?
아무리 찾아도 코가 안 보여요. 입만 보일 뿐.
깊은 밤, 깊은 숲, 모두가 잠들어 있는 이 밤에
목놓아 코끼리가 우는 이유를 우리는 짐작할 수 있겠지요.
코끼리의 고민을 해결해 주러 우리 함께 가 볼까요?
숲속에 잠들어 있는 동물들을 나무들과 함께 표현한 작가의 발상에 너무나 행복해지는 순간입니다.
나뭇잎들이 이루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하나씩 짚어가면 울음소리가 들리는 숲으로 날아가는 새를 따라 함께 가요.
아기 코끼리의 울음 소리를 듣고 나무 사이를 헤치고 날아오는 새 한마리가 보여요..
드디어 나뭇가지에 앉아 아기코끼리를 향해 물어요.
"내코! 무슨일이야?"
"아이코! 내 코가 없어졌어."
여기서 우리는 제목의 『아이코 내 코』가 가지고 있는 재미나고도 기발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어요.
지금 아기코끼리 내코는 아주 슬프고도 힘든 시간에 놓여있어요.
숲 속 친구들이 보기 전에 코를 찾아야 하고, 내일 아침 물놀이 하기 전에 찾아야만 하는데
내코는 자꾸만 눈물이 흘러요.
깊은 밤, 조용히 잠든 숲 속엔 아이코와 내코 외에도 여러 동물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요.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고개를 내민 양도 보이고,
나무숲에 숨어 있는 사슴뿔도, 바닥에 뿌리를 내린 풀잎 사이로 토끼도 빼꼼히 고개를 들고 있어요.
모두 내코의 고민을 들어주느라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고 있네요.
아이코는 내코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이제 아이코는 숲을 향해 날아가요.
친구 내코의 코를 오늘 밤 꼭 찾아줘야 하거든요.
그들의 길을 달님이 함께 해 주고 있으니 오늘 밤 분명 내코의 코를 찾을 수 있겠지요.
드디어 발견했어요.
길쭉하고 두꺼운 그리고 물컹해 보이는 이것. 바로 내코의 코가 분명해요.
하지만, 그건 코가 아니었네요.
엄마새가 잠깐 잠든 사이에 알을 꺼내려고 욕심낸 녀석의 긴 꼬리였던 거에요.
아이코와 내코는 아주 당당하게 알을 가슴에 품고 자리를 뜨지요.
녀석의 억울함 따위는 챙겨줄 시간이 없는 듯 보여요.
알들은 이제 곧 깨어나 엄마 품을 찾아가겠지요.
그럼 내 코의 코는요?
다시 코를 찾으러 가는 아이코와 내코
그들에게 코를 찾는 여정은 그리 쉽지 않아 보여요.
그들의 뒤를 환하게 밝혀주는 달님도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어요.
친구의 슬픔은 내 아픔이고, 친구의 아픔은 내 아픔이듯
아이코와 내 코는 함께 하며 서로의 맘을 나누고 있어요.
고슴도치의 가시가 빼곡히 박힌 아이코의 엉덩이
내코가 하나씩 빼줄 때마다 아이코의 고통은 커져가고
고슴도치는 미안함에 나무 기둥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그들을 살펴보고 있어요.
오늘 밤은 그들에게 기억될 따듯하고도 미안한 밤이 될 듯 싶네요.
드디어 내코의 코를 찾은 모양이에요.
이제는 맘 편하게물놀이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게 무슨...
아이코와 내코의 깜짝 변신.
물놀이를 앞두고 우리 앞에서 과감히 옷을 벗어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웃음이 빵~
귀여움에 빵~
이제는 코 잊어버리지 말라는, 조심하라는 아이코의 충고에 내코는 그 동안의 고생은 잠시 잊고
아주 당당하게 걱정말라네요.
그런데 달님이 또 울상이에요.
깊은 숲에 내코의 울음소리가 울러퍼져요.
무슨 일인지 우리는 이제 알아요.
우리의 내코, 과연 찾을 수 있을까요?
아이코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일렀거늘, 또 어디서에서 잃어버린 걸까요?
오늘 밤에 찾을 수 있겠지요.
『아이코 내 코』는 너무나 매력있는 그림책이에요.
숲이라는 배경을 두고,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나무와 바위를 이용해 담담하게 표현하여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도록 자연스럽게 녹아내리게 표현해 두었어요. 눈에 띄는 동물의 형상은 보이는 대로 찾을 수 있고, 작가가 의도치 않은 선들을 연결하여 내 눈에만 보이는 동물들을 찾아내는 재미 또한 그 이상의 재미를 주고 있어요.
코를 잃어버린 아기코끼리의 슬픔은 친구 아이코와 코 찾기 여정에서 귀여움을 발산하며 웃음을 안겨주더니 물놀이를 앞두고 하나씩 벗어내는 변신 과정에서 웃음을 폭발시켜요.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따듯한 빛을 내려주는 달님의 다양한 표정들이 그림책만이 주는 재미와 매력을 한번에 안겨주지요.
『아이코 내 코』
그림책 한 권으로 너무나 즐거운 오후 한 때를 보냈답니다.
내 코의 앙증맞은 두 발과 아이코의 가시박힌 엉덩이를 한 동안 많이 사랑할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