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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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밀폐용기를 구입했다. 수납함에 쌓여있는 밀폐용기가 있기에 선뜻 구매하지 못했는데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어 과감히 주문 완료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결혼해서 얼마 안 된 신혼집에 유명한 이름의 밀폐용기가 커다란 상자 하나 가득 배달이 왔다.

남편이 결혼 한 달 기념 선물로 주문한 것이라고 한다.

깨끗한 용기들이 크기별로 다양하게 얼마나 빛이 나던지, 살림도 못하는 저이지만

그릇을 보니 너무나 반갑고 좋았다.

그렇게 나에게 기쁨과 뿌듯함을 줬던 용기들이 세월이 흘러 색도 바래고 뚜껑 손잡이는 한쪽씩 떨어져 나가고

김치도 조림 반찬도 튀김도 담았던 지라 아무리 잘 닦고 말렸다 해도 냄새는 지울 수가 없게 되었다.

중간중간 정리하면서 버렸지만, 여전히 나의 수납함에 자리하고 있던 용기들을 더 이상 사용하기가 불편해

이별을 해야 했기에 과감히 베란다 플라스틱 수거함에 차곡차곡 쌓아 이별을 하고자 내놓았다.

그것을 한참을 내다보던 남편이 하나하나 뚜껑을 열고 닫고 냄새를 맡고 하더니 양쪽으로 재분리를 한다.

그리곤 큰 아이에게 라벨을 부탁한다.


일반 작은 못, 일반 중간 못, 일반 큰 못, 나사 작은 못, 나사 중간 못...

작은 상자 속 지퍼백에 담겨 있던 못들과 집안 가구 손볼 때 쓰던 작은 연장들을 분리 작업을 하더니 수납장안에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큰아이가 쓴 라벨이 앞을 보고 당당하게 서 있다. 그 앞에 선 남편의 모습 또한 당당하고 뿌듯하다.

주방에서 쓸모없다고 나에게 버려진 플라스틱 밀폐용기가 남편의 손에 의해 새 자리를 찾아 새로운 모습으로 베란다 한편에 자리한다.

쓸모없음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곧 누군가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나 또 다른 모습으로 당당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어릴 적 우리 아빠는 맥가이버의 스승이었다.  우리 사 남매에겐 말이다.

친구네 집 담장이 예쁘다는 언니의 말에 담장을 다시 쌓아올려주신다고 흙을 개고,

오빠가 친구들처럼 얼음 썰매가 필요하다는 말에 나무판을 자르고 철사를 끊고 못질을 하셨다.

나에게 앉은뱅이책상이 처음 생긴 날, 첫 번째 서랍은 비밀 서랍이라고 했을 때 자물쇠와 열쇠를 직접 달아주셨다.

 그때 사용했던 톱과 펜치, 못과 망치. 자물쇠 등은 

도시 생활과 자식들이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어가면서 아빠의 손에서 멀어져 간 공구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아빠의 손에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절대 버려지지 않았다. 

아빠에겐 품을 떠나 자식에 대한 그리움일 테고

자식인 우리에겐 아빠에게 한없이 부탁한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쯤 그들은 어디에서 무얼 할까?

새 주인을 만나 여전히 일을 하고 있을까?

아님 여전히 아빠의 손을 기다리고 있을까?


세월이 얼마인가.

내가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아빠의 손은 감각이 둔해지고

눈도 예전 같지 않아 돋보기를 쓰고서야 은행 계좌를 적을 정도이니

그들도 노쇠하고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일 테지.

 

 

우리 집 담장에 쓰일 흙을 개던 힘 좋던 삽이 이렇게 녹이 슬었구나.

우리가 삽 위에 올라가 깡충깡충 삽콩콩이를 뛸 때 단단하게 힘이 되어주었던 삽자루는

어디로 보내고 요렇게 얼굴만 삐죽 남았을까.

삽, 너도 세월 앞에 어찌할 수 없었겠지.

나도 이제는 삽콩콩이 못 뛰니, 자루는 필요 없어졌어.

이렇게 네 얼굴이라도 볼 수 있으니 반가워.

 

 

 

매일 저녁마다 터진 그물 꿰매던 뱃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꼬.

그물이 이렇게 터지고 낡고 끝이 나풀거리는데 어느 누구도 그물 걱정을 안 하고 있으니

고기는 어떻게 잡고, 그물은 누가 던질꼬.

고기는 못 잡더라도 바다 구경은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네 고향에 남아 있어서 그 또한 다행이고.

뭐라고?

.

.

.

고향가고 싶어 돛을 올린거라고?

세월은 네게 그리움이겠구나.   


 

바람이 분다.

녹이 슬어 닦아도 닦아도 빛이 나지 않는 네 모습 슬프구나.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네 눈물 닦아주고

세상 소식 전해다 주니 그리 슬픈 인생만은 아닐거야.

이렇게라도 하면 네게 위로가 될까.

나이 듦이 마냥 서럽지만 않기를.   


저기 바람을 등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창을 든 청년을 봐.

고독한 길을 가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지를 담아 내딛는 발걸음
바람 앞에 당당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바람이 멈추면 멈추는 대로

바람의 손짓에 항상 손짓해주는 너의 배려심.

넌 결코 혼자가 아니야.

 

 

 

너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아.

장마 때 지붕에서 떨어진 물 맞아 녹슬었던 그 톱 맞지?

아빠가 좋아했던,

옆집 앞집 빌려주면서 그렇게 큰 소리쳤던 바로 그 녀석이었는데.


한 번의 슬픔이 너를 이렇게 힘없이 무너지게 했구나.

지금 너 화내는 거 아니지? 양을 물려는 건 아니겠지?


그럴 줄 알았어.

양에게 자유를 주려고 울타리를 끊어줄 참이었던 거지.


역시,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바로 너.

너답다.

 

 

 

 

우린 한때 누군가의 추억 속에 있었어.

청소 시간 대걸레를 빨기 위해 교실로 날랐던 우리 반 양동이

"같이 들어."하며

손을 내민 남자친구와 함께 잡았던 너무나 따뜻했던 손잡이


자식 넷 키우며 열심히 만들어주고 고쳐주느라 끊이지 않았던 아빠의 망치질 소리


추억을 가득 담고 선 너는 지금 혼자구나

언덕 위에서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보며 추억을 그리워하겠구나


함께 했던 그때의 추억이 그리워질 때마다

꽃향기를 날려보내구나

오늘 내가 맡은 꽃향기,

네가 그립다고 나에게 전해 준

엽서 한 장이었구나.

 

 

우리에겐 고철은 더이상은 쓸 수 없는,

고물상에 주고 잔돈 몇 푼 받을 수 있는,

있으면 골치 아프고

없으면 속이 후련한

그런 존재이다.


고철이 주는 차갑고 딱딱한, 그리고 녹이 슨 지저분함이

마치 쌀 가마니의 단조로운 꼬임을 배경으로 하여

선과 색 그리고 마치 그림자를 표현하듯 그려낸 그림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따스함을 전달해 준다.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철조각들이 형상을 이루고 있는 책표지에서 한 번 눈길이 멈추고,

첫장을 넘기는 순간, 다음 책장으로 향하는 손길이 멈췄다.

가느다란 실이 둥글게 말린 듯 가면서도 엉키지 않고 나아가는 선의 진행과 함께 쓰인 글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 모두는 한때 어린이였습니다.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자라기를 바랍니다

나도 어린이였다. 그리고 난 여전히 어린이다.

처음 본 것에 놀라워하고, 두려움을 느끼며, 맛있는 걸 보면 눈치보며 얼른 맛보고 싶고,

좋은 건 내가 먼저 갖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가끔은 말도 안 되는 개그에 빵 터져 웃음 폭탄이 날리기 때문이다.

나를 아직 어린이로 받아주며, 철부지 나의 행동을 인정해주는 작가의 말에 

어른인 척하며 살았던 나의 마음에 깊은 위로를 받았다.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녹이 슬어버린 그들이

본래의 쓰임을 잃고 새로운 모습을 태어난 공구들을 만나며

작가의 창의적 발상이 놀라우면서도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었는지,

자신을 희생하며 뿌듯함으로 얼마나 당당했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삽이 물고기 되어 바위에 쉬어가기를 하고, 펜치가 새가 되어 하늘을 날고, 그물이 배의 돛이 되어 항해를 시작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엔 기발한 상상력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두 번 세 번 반복하면서

새롭게 탄생한 자신의 모습을 그들은 반가워할까? 만족할까?

그리고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달려온 그들이 그들의 자리를 빼앗기고 뒤로 물러났을 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기억 속에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코 버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가의 손에 의해서, 우리의 눈과 가슴을 통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또 다른 모습으로 당당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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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비룡소의 그림동화 232
마거릿 와일드 글, 리트바 부틸라 그림, 김서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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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책이 나날이 더 좋아져요.

첫 아이 임신과 함께 태교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책의 세계로 들어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그림책의 마법에 걸려 아직까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나를 웃게도 울게도 가슴 찡하게도 놀랍게도 만들어내는 그림책의 매력이란 어디가 끝일까요?

끝이 있다면 그것은 그림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없을 거에요.

매일 매일 쏟아져나오는 신간들 사이에서 시간을 지나도 꿋꿋하게 자리하고 있는 책들이 꼭 있어요.

오늘도 전 그 몇 권의 책 속에서 저의 곁에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그림책 한 권을 또 가슴에 품었답니다.


얼마전 비룡소에서 BBKI 1위 선정 기념! 축하 댓글 이벤트를 했는데

너무나 운이 좋게도 제가 선정이 되었지 뭐에요.

댓글에 제가 받고 싶은 책도 아주  당당하게 적어 올렸지요. ㄱ

발표난지 일주일이 되어 바로 책이 저에게로 왔답니다.


그 동안 읽었던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책들과는 느낌이 아주 다른 책이랍니다.

그 책은 바로

『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입니다.

 

 

 

 

 

처음 출판되었을 때 읽어봐야지 했다가 시기를 놓치고,

집 근처 도서관에는 책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 잊고 지냈다가 기분 좋게 받은 『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한동안 제 맘을 잡고 있을 것 같아요.

 

 

평화로운 도시에 자리한 도서관

도서관에서 내다보는 도서관은 한없이 평화로워요.

새들이 아침을 깨우고,

그 소리에 반응하듯 나뭇잎들이 춤추며 하늘로 날아오르지요.

드넓은 하늘은 도시의 아침을 밝혀주고

그렇게 도서관은 오늘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도서관 앞을 지키는 돌사자는 오늘도 어김없이 도시를 바라보며 도서관을 오가는 많은 이들을 지켜봐요.

차갑고 무서워 보이는 돌사자는 마치 살아있는 듯 했고

사람들은 돌사자에 기대어 자신만의 시간을 나눠 가져요.


오늘도 사라가 왔어요.

사라는 보따리에 싸인 남동생을 꼭 끌어안고 울어요.

사라는 살 집이 없대요. 보따리에 싸인 남동생 하나 만이 사라의 곁을 지키고 있으며

길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군요.

돌사자는 발끝을 적셔오는 사라의 눈물이 와닿지는 않았어요.


도서관에서 일하는 벤은 오늘도 여전히 돌사자를 찾아왔어요.


책에는 사람들 사는 얘기가 들어 있어. 벤은 행복이나 슬픔, 절망이나 흐망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거야.  

책을 읽으며 한숨을 쉬고 웃음을 터뜨리는 벤을 보며

도서관 기둥에 있는 돌괴물은 책이 무엇인지 돌사자에게 알려주지요.


나도 그런 걸 느낄 수 있다면 ......

돌사자는 사라의 눈물, 벤의 웃음을 보며 살아있다면, 조금 움직일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돌괴물은 말해요.


돌로 만든 동물도 숨을 쉬고 몸이 따뜻한 동물이 될 수  있어. 정말 착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빌면 살아날 수 있지.

하지만 아주 잠깐 동안이야.

어느 날, 눈이 펑펑 쏟아지는 저녁

사라는 힘겹게 도서관 계단을 올라와 돌사자 발 앞에 바구니를 내려놓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아요.

바구니는 낡은 담요에 싸인 아기가 있었지요. 눈송이는 아기의 코에 내려앉아요.


눈이 내려는 고요한 저녁

도서관 앞은 한없이 조용해요.

새들도 눈을 맞으며 사라의 모습만 바라볼 뿐.

돌사자는 힘들어하는, 배고파하는 사라의 흐느낌을 들을 뿐

어떤 것도 해 줄 수가 없었어요.

눈이 눈물이 되어 사자의 마음에 그득내려앉지요.

 

 

 

돌사자는 이대로 두면 아기도 사라도 오늘 저녁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아기의 조그만 주먹이 바구니 밖으로 낑낑대는 순간

돌사자의 마음 속에 울컥하고 뭔가가 펄럭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 애들을 따뜻한 도서관으로 데려가고 싶어. 내가 움직일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사자는 자유를 누리며 마구 달리고 싶다는 것보다 더 간절하게. 이렇게 간절하게 무언가를 원하기는 처음이었어요.


돌사자의 눈물은,

회색빛 돌과 대비한 하늘빛 눈물은,

그가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

사라의 고달픔을 얼마나 달래주고 싶어하는지,

그 느낌이 배가 되어 제 가슴 속에도 제 눈가에도 이슬을 맺혀주었어요.


돌사자의 이 간절함이 하늘에 땅에 또 그 어느 세상으로든 전해지기만을 간절히 함께 바래보았어요.

 

 

 

 

돌사자의 심장이 "툭" 뛰기 시작했어요.

돌사자는 도서관 넓은 길을 뛰어보기를 간절히 원했던 그 때의 기억을 날려보내

바구니 속에 담긴 아기의 콧등에 내린 눈을 핥아주고 바구니 손잡이를 들고 도서관으로 들어가요.

서가를 정리중인 벤은.


"돌사자, 너구나! 그래, 넌 항상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어."

하며

아기 바구니를 안아 올리지요.

돌사자의 다리가 점점 굳어져가요.

돌사자의 자유 또한 얼마남지 않았음을 돌사자는 느낄 수 있었지요.

돌사자는 알아요.

자기에 남은 할일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요.

돌사자는 사라를 있는 힘껏 끌어당겨 도서관으로 데리고 들어온 뒤

힘겹게 힘겹게 돌사자의 자리로 돌아와 웅크려 앉지요.


 

 

 

 

그리고는 다시는 움직이지 않는 석상. 돌사자로 도서관 앞을 지켰다고 해요.

다음날, 벤은 돌사자에게 말해요.


꼭 꿈을 꾼 것 같구나. 하지만 난 알아. 사라와 아기를 구한 게 너지?

몇 년이 지나고,

한 남자아이가 누나와 함께 돌사자를 찾아왔어요.

누나, 이 돌사자가 내 코에 내린 눈을 핥아 줬어."

누나와 남자 아이는 돌사자를 꼭 껴안았어요.

돌사자도 두 아이를 안고 싶었지요.

그러나 돌사자의 간절함이 이번에는 전해지지 않았지요.


 

 

 

비록, 누나와 남자아이를 안아주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해 주지는 못하지만

돌사자는 알아요.

자신은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다고 말이에요.

그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으며

자유를 잃어 초원을 뛰며 갈기를 휘날릴 수는 없지만

타인의 감정을 느끼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말이에요.

돌사자. 위대한 돌사자.

왜 위대한지, 왜 도서관 앞을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도시의 평화로움은 돌사자의 가슴 속에 담겨진 간절함을 극대화 시켜주었고,

남매의 아픔을 모른 채 자신의 삶에 집중한 많은 이들의 무관심과 모름을 표현해 주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배경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도시 곳곳에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이들

내 삶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그들의 아픔을 모른 척 살아가는 나,

오늘 아침

책을 정리하며 돌사자의 간절함이 내 마음을 녹이듯

나도 누군가를 보듬어 주는 따스함을 갖는

마음의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해야 함을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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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와 소수 쉽고 재밌는 초등 영재 플랩북 2
로지 디킨스 지음, 베네데타 죠프레, 엔리카 루시나 그림 / 어스본코리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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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학습에 대한 걱정이 되어서 한글과 수를 가르치면서

첫째와는 많이 다르구나를 느꼈어요.

첫째는 스스로 학습을 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기본 원리를 알려주면 그 뒤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며

설명을 이해하는 힘이 참 좋은 아이에요.

반면 둘째는 학습을 잘 하려고 하는 욕심은 있으나, 수를 이해하고 수가 하나씩 커지고 작아지는 기본 개념부터가 쉽지 않았어요.

둘째와 학습을 시작하면서 '어쩜 이렇게 쉬운 걸?'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명하고 설명하다 아이의 성향을 아는지라 큰소리도

못 치고 나혼자 전전긍긍하며 아이 옆을 지켰어요.

첫째에게 두번 설명하여 그 단계가 끝났다면, 둘째는 여러 날에 걸쳐 설명하고 확인하고 그 과정을 몇 배로 걸쳐야만 그 단계를

마칠 수 있었어요. 자기 아이 가르치다 속터진다는 말을 처음으로 경험했지요.


아이가 2학년이 되어 수학의 시작인 구구단 외우기 과정이 2학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1학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손으로 쓰고, 입으로 외우고, 가족끼리 구구단 게임하며 아빠가 일부러 틀려주고, 첫째가 아빠의 실수를 지적하면서

'아빠처럼 어른도 틀리는구나. 나만 틀리는 건 아니구나.'하며 틀린 것에 기죽지 않도록 신경을 썼지요.

담임선생님께서도 모든 시간 자신만만하고 목소리도 크게 발표 잘 하다가 구구단 외울 때가 되면 눈동자가 흔들린다고 상담을 해 주셨어요.

이미 가정에서도 알고 있는 상황이라, 애쓰고 있음을 말씀드렸더니, 그럼 걱정하지 않으시겠다 하셨어요.

그 후, 구구단과 관련된 시험이 여러번에 걸쳐 이루어지면서 실수가 줄어들고 자신감이 붙어 지금은 두자리 수 *한자리 수 계산도 척척 하며

스스로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지요.

한 고비 넘긴 아이의 모습을 보며, 아이는 자신감을, 지켜보는 저는 한 고개 무사히 넘어간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었답니다.


3학년을 앞둔 겨울 방학, 첫째가 걱정을 하네요. '3학년 때 분수가 있는데, 이해할 수 있을까?'하고 말에요.

그 무렵 만난

『어스본 쉽고 재밌는 초등영재 플랩북 ②  분수와 소수』

시중에 출판된 학습만화와는 느낌이 다른 표지와 그림들, 그리고 플랩북으로 구성되었다는 설명을 보고

눈으로 읽고, 손으로 들추면서 어떻게 분수와 소수의 개념을 깨우칠 수 있을까 참 많이 의심했어요.  

 

 

 

 

로봇들이 조각을 나누고, 조각을 모으고 , 자르는 모습이

마치 과학실험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표지를 통해 분수와 소수가 어떤 모양을 가졌는지 먼저 알 수 있어요.

 

표지를 넘기면 바로 목차가 나와요.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는 경우   →  분수란?  →  분수 읽는 방법  →  분수의 분류방법  →  분수 비교  →  소수란?  →  백분율이란?    →  문제풀이 확인

 

 

 

단순히 분수가 무엇인지만 알려주고 설명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분수를 가장 잘 표현한 피자가게를 열어 피자 한판이 반으로 나누어지고

그것을 분수로, 소수로, 백분율로 다양하게 표현한 것을 첫 장에서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수의 모양을 선보여주지요.

 

여러 형태를 자르고, 나누어 가지면서 다양한 분수의 모양을 가르쳐주고

1의 완전한 수가 나뉘고 나뉘면 어떤 형식의 분수가 되는지, 그 분수를 다시 모으고 모으면 1의 수가 된다는 것을

분수 읽기를 표현한 표로 익히게 되며

합혀지는 분수에서 플랩북을 활용하여 열면 수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알 수 있어요.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모습들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책장을 넘길때마다 재미를 더해줘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마치 한편의 짧은 이야기를 읽듯 스토리가 있어 더 좋았어요.

그 뒤를 이어 분수를 서로 비교하는 단원이 나와요.

천천히 책장을 넘기면서 진지하게 읽어나가며 한 장 한 장 창을 열어 확인해 가며 열던 둘째가

분수 비교하기에서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요.

처음 분수를 접할 때 몇분의 몇, 이 개념이 서지 않아 읽어내기를 부담스러워하더니

비교하기에 이르러서는

"어디 보자, 흰색쥐 너는? 회색쥐야 너는?"하면서 그들과 마치 이야기를 나누듯

나름의 방식으로 비교를 하더라구요.

즐겁게 분수의 세계로 발을 내딛을 수 있어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몰라요.

 

 

 

소수와 백분율은,

엄마인 제가 살짝 맛보기로만 알려주고

마트에 갔을 때 몇 퍼센트 세일이라고 써 있는 문구를 상기시키며

퍼센트가 의미하는 곳과 할인율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면서 ,

우리가 할인 가격을 어떻게 계산해서 물건을 구입해 나가는지 알려주었어요.

소수와 백분율은, 분수에 대한 자신감이 좀 더 생기면

그 뒤에 하나씩 열어가면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를 주려고 살짝 아껴두었답니다.

 

 

 

마지막 장에는, 분수와 소수, 백분율의 개념을 재확인하며 스스로 얼만큼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공간입니다.

스스로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열어서 정답을 확인하는 플랩북,

우리 둘째처럼 수에 약한 아이들에게 수는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그림과 플랩북이라는 재미가 더해져

어려운 이론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참 좋을 것 같아요.

이미 다 배운 과정인 첫째에게는 플랩북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인과 더불어 자신감을 높혀주는데 한 몫을 한 것 같아요.

유아기가 지난 뒤 만난 플래북,

아이들에게 단순한 지식 정보가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해서 쉽게 이론을 정리해나갈 수 있는

놀이형식의 수학 공부가 되어 아이도 엄마도 참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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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의 복수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63
이상권 지음, 김유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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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애벌레 한 마리.

어른 엄지손가락보다 굵은, 난생 처음 보는 크기의 애벌레.

선구와 시우를 향해


"너 이자식, 감히 나를 건드려

 

하며 날선 목소리를 내는 애벌레 한마리.

 

 

 

 

시우네 수탉과 한판승을 벌이기 위해 시우네 집을 찾은 선구는 잘된 일이라며

애벌레를 닭장과 오리무리 사이를 향해 휙~ 던진다.

서로 잡아먹겠다고 해야 할 판에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모두들 줄행랑을 치고 마는 게 아니겠는가.

 

 

 

 

그 날 부터 선구와 시우는 애벌레 소통 작전에 들어가고

밤마다 같은 꿈을 꾸며 애벌레에 대한 두려움을 키워간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애벌레의 출현과

인간을 보고도

자기보다 큰 동물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애벌레의 날선 기상

애벌레가 나타나지 않는 며칠.

선구와 시우는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걱정이 끊이지 않는 어느 날 밤.

마치 함박눈이 내리는 것처럼 밤나비들이 마당에서 축제를 벌인다.


수컷이 암컴을 향한 춤은 선구와 시우, 길똥이와 닭, 오리들에게

한밤의 축제로 초대하는 초대장이 되어준다.

 

 

 

사람을 향해, 동물을 향해 날을 세우며 겁없이 달려든 매미나방애벌레.

그의 날섬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처절함이고

알에서 깨어나 밤나비가 되기까지 스스로 몸을 지켜내야만 어른이 되어

종족을 번식할 수 잇다는.

존재 이유를 위한 투쟁이었던 것이다.


선구와 시우의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의 짖궂음과

작은 동물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행동을 그대로 보여준다.

애벌레가 번데기를 만들기 위해 은신처로 마련한 곳이 옷장 아래 구석진 곳이다.

사람들 뿐 아니라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곳을 찾기 위해 얼마나 헤매었을까.

점점 동물들의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재작년 제주 여행을 하면서 산책 중 만난 나뭇잎 한장.

예쁘게 돌돌 말아, 누가 이렇게 예쁘게? 어떻게 나뭇잎을 이렇게? 하는

호기심으로 나뭇잎 한 장을 뜯어 풀었다.

나뭇잎 속에는 노란 알이 알알이 맺혀 고이 담겨 있었다.

숲의 주인인 누군가가 자기 새끼를 낳아 고이 담아둔 것인데

나의 호기심으로, 아이와 함께 보고자 하는 욕심으로

천적으로부터 보호된 새끼를 그대로 노출시켰으니 …


애벌레의 치열한 결투를 보며

그 때의 내 행동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따.

한밤의 축제에 초대된 나는, 미안함으로 축제를 물들인다.

 

 

 

책을 펼치면, 매미나방애벌레의 편지가 도착되어 있다.

매미나방애벌레의 소개와 자신만의 특징을 전하고,

왜? 복수를 해야만 했는지 이유를 알려주겠노라고 발표한다.


우리 모두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서로의 생각이 다를 뿐.

'어. 애벌레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상권 선생님은 애벌레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매미나방애벌레의 편지로 대신 전하고자 하셨다.  
 


비니들의 애벌레 작품을 소개합니다.

큰비니 3살. 엄마와 함께 하는 오후 놀이에서 했던 모습. 오랜만에 꺼내 봅니다.

 

집에서 식사때마다 나오는 달걀껍질을 모아서 애벌레에게 예쁜 옷을 입혀 주세요.

                1. 달걀 껍질속의 하얀 막을 떼어내주세요.

                2. 아이가 원하는 색의 물감을 풀어서 그 속에 달걀 껍질을 넣어서 색을 입혀 주세요.

                 3. 하루 정도 물들인 후, 말리고, 손으로 톡톡 껍질을 부셔주세요.

 

 

 

                        4. 도화지에 애벌레의 모습을 그려 주세요.

                        5. 목공용풀을 입힌 뒤 원하는 색의 달걀 껍질을 붙여주세요.

                        솔솔 부어주면서 붙이고 털어주는 방법도 있어요.

                        6. 다 붙인 후, 접착이 잘 될수 있도록 꼭꼭 눌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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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 볼까? 저렇게 자 볼까? 아기 그림책 나비잠
이미애 지음, 심미아 그림 / 보림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양도 다들 자는데
        달님은 영창으로 은구슬 금구슬을
        보내는 이 한밤
        잘 자라 우리 아가 잘 자거라  ♬♪  


두 아이를 키우면서 몇년에 걸쳐 하루에 몇번씩 자장가를 불렀는지 몰라요.

빨리 잠들었으면 하는 바람과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평온한 꿈이 아이에게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참 열심히 불러주며 아이의 배와 등 엉덩이, 손을 만져주며 곤히 잠 속을 빠져드는 모습을 지켜보았지요.

매일 밤 들려주는 이 자장가를  초등학생이 된 지금도 가끔 불러달라고 할 때가 있어요.  노래가 좋아서 엄마가 노래를 잘 해서가 아니라 잠으로 빠져드는 그 순간 엄마를 느끼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잠이라는 어둠이 주는 공포를 곁에서 지켜주는 든든함, 아이는 그 평온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난 말똥말똥 엄마를 쳐다보는 아이의 눈을 보며 아기 적 그 모습을 떠올리며 자장가를 불러주지요

아이는 평온한 잠으로, 나는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며 밤을 맞이하지요.


이미애님의 글, 심미아님의 그림이 어우러져 세상에 나온 『이렇게 자 볼까? 저렇게 자 볼까?』 그림책을 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어요.

잠자리에 들어 말똥말똥한 눈으로

"잠이 안 오는데, 꼭 자야 해?"

"이렇게 자면 잠이 더 잘 올까?"

"오늘은 저렇게 한 번 자 볼까?"

묻는 아이의 모습에서 잠을 안 자려는 아이와 잠을 재우려는 엄마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지요.


 

 

 

흔들흔들 빨랫줄에

매달려서 자볼까?

송글송글 밤이슬처럼


어질어질 나무 위 둥지에서

새알 꼭 품고 자 볼까?

파닥파닥 산새처럼

 

 


잠 못 드는 아이는 주변에서 만나고 이야기 속에서 만난 친구들을 모두 불러모아요.

빨래줄에 매달린 밤이슬부터 비오는 날 만났던 달팽이, 외가댁에서 만난 송아지 그리고 그림책 속에서 만난 박쥐까지 모두 불러 모아 그들이 잠자는 모습을 따라 하며

오늘 밤은 이렇게 자 볼까? 저렇게 자 볼까? 궁리하며

행복한 잠자리 투정을 부려보지요.


마치 노래를 하듯 운율을 맞춘 글귀가 엄마와 아이의 잠자리를 경쾌하게 만들어주고

달님이 비춰주는 밤에는 엄마품에 있는 나도, 개울 바닥 갈겨니도 모두 모두 깊은 잠에 빠져든다고

자연스럽게 잠으로의 여행을 떠나야 함을 살며시 전달하지요.


잠자리와 자는 동물들의 모습이 다양함을 그림과 말로 전달하면서

흉내내는 말로 그 동물들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게 표현하고 있어 엄마도 아이도 따라하고

노래부르듯이 함께 그림책을 읽어나갈 수 있어

읽는 동안 입에 착착 붙어 신이 나지요.


동물들이 자는 모습들을 다 따라해보고는

아니 아니

그냥 누워 잘래.

포근포근 이불 덮고

몸 쭈억 뻗고 잘래.

한다.


우리 아기 오늘 밤도 포근포근 잘자요.

엄마의 자장가 들으며

엄마의 따스한 손이 주는 온기 느끼며

오늘 밤도 평온한 꿈으로 행복 느끼며 잘 자요.


이미애님의 따스하고도 정겨운 말과 심미안님의 섬세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그림으로 전해주는 잠자리 동화

엄마와 아가의 깊은 밤을 다독여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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