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이벤트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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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를 만든 시드니 루멧 감독, 올해 83세라고 한다. 그 나이에 정정하게 다니는 것만으로도 칭송받을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대단한 영화 한 편을 완성하다니... 놀랍다.
형 앤디 역으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동생 행크 역으로 에단 호크, 아버지 역할로 알버트 피니가 열연했다. 내가 기억하는 배우는 오직 에단 호크 뿐.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깨달았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바로 <미션 임파서블 3>에서 악당으로 나왔던 그 사람이라는 걸.....아, 저 작렬하는 포스,,,그의 연기는 정말 죽음이다.
에단 호크는 그 옛날 <비포 선라이즈>와 <위대한 유산>에 나왔던 꽃미남으로 기억했는데, 이제 정말 많이 삭았다. 내 청춘도 그와 함께 사라진 듯 하여 살짝 아쉬웠지만 찌질한 동생역할을 어찌나 잘 하던지, 그래서 그냥 용서해 주기로 했다. ㅎㅎ
영화가 시작하면 검은 화면에 May you be in Heaven half an hour 이라는 글자가 떠오른다. 바로 이어지는 다음 글은....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다.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워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척 시적인 제목이다. 원래이 말은 아일랜드의 건배 축사가 출처라고 한다.
이혼 후 양육비와 사립학교에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고급 문화생활까지 즐겨야 하는 딸의 교육비를 대기 위해 절절 매는 동생 행크는 부모가 운영하는 보석상을 털자는 형 앤디의 제안을 결국은 수락하고 만다. 앤디는 어떤가. 연봉이 10만 달러에 달하고 좋은 집과 예쁜 아내도 있지만 마약에 빠져서 회사 공금을 횡령해서 탕진했으며 곧 감사를 받게 된다. 무슨 일을 하던 돈을 구해야 하는 상태다.
형은 동생을 끌어들이고 용기가 없는 동생은 성격 나쁜 친구를 끌어들인다. 이 초보 범죄자들의 그럴듯한 구상은 실제상황에서는 자꾸만 어긋나 결국 친구는 엄마가 쏜 총에 맞고 엄마는 친구가 쏜 총에 맞아 죽게 된다.
어리버리한 범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 못하게 되는 이야기는 마치 <번 애프터 리딩>과 닮았으나 이 영화는 그리 우습지가 않다. 주변 사람들은 돈도 마련하지 못한 데다가 엄마까지 죽이게 된 이 형제에게 양육비를 갚으라거나 국세청에서 감사를 나왔으니 회사로 빨리 나오라거나, 우린 너희가 한 일을 다 알고 있으니 1만달러를 내라거나 하면서 점점 궁지에 몰아 넣는다.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 산 채로 끌려가는 지옥이다.
그들이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건 기정 사실이니까 이제 더 이상 못 할 일은 없겠다. 그래서 영화는 점점 막장으로 치닫는다.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는 여기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다.
그들이 악행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걸 보고있는 나도 정말 괴로웠다. 행크에게는 동정이 가서 내 돈이라도 꿔 주고 싶었는데, 앤디에게는 장남으로서 부모의 사랑을 동생에게 뺏기며 자란 억울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에겐 동정이 가지 않았다. 차라리 얼른 마지막을 맞기를....
그러고 보니 나도 둘째를 더 예뻐하는 못된 부모였던가? 우리 첫째는 '맨날 나만 미워해' 라는 말을 여러 번 하긴 했는데... 아, 반성하고 큰 애에게도 잘 해줘야겠다.
나는 미국을 실제로 한번도 가 보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나온 것 처럼 집집마다, 서랍 속마다, 심지어 피자 상자에도 총이 하나씩 들어 있는게 사실이라면 미국은 정말 불행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별로 어렵게 살지도 않는 이 미국 사람들은 참 불행하다. 웃지 않는다. 짜증내고 징징거리고 요구하고 화내고 의심하고 죽인다.
미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이겠지만, 영화를 보며 내내 불편했던 건, 그들도 사람이고 우리도 그들처럼 자본주의적 욕망에 휘둘리는 존재이기 때문일 거다. 우리에게는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일과, 돈이 있으면 해소할 수 있는 욕망이 너무 많으니까.
명품 핸드백과 옷과 구두에 수천만원을 날렸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가끔 기사화 되지만,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가끔이라도 행크의 딸처럼 10만원 넘는 고급 문화생활을 돈 걱정 안하고 누리고 싶으니까. 할인쿠폰 챙기고 카드할인 받아서 영화 보러 다니는 것 말고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