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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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장편소설

 

주호민 '신과 함께'를 통해 이승과 저승에 관한 이야기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이승과 저승사이에서 영원한 인연을 다시 찾은 7일간의 이야기"란 이 책의 소개문구에 너무도 당연하게 신과 함께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줄거란 생각을 했었다. 아! 그런데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로 뭉클하게 만들어버린다. 제7일 읽지마세요란 광고문구를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 속 깊은 곳이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이나 아리다.

 

 

 

 

 

 

기차길에 버려진 아이를 철도원에서 일하던 20대의 청년이 데려다 자신의 자식으로 삼아 헌신적으로 키웠다.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아이에게 젖동냥을 하고 품안에 안고 일을 하고 똥기저귀를 갈아줬다. 아이가 조금 컸을 땐 등에 업고 일을 했고 더 컸을 땐 손을 꼭 잡아주었다. 20대의 청년은 한참 사랑을 할 나이였지만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삶도 사랑도 모두 포기했다. 오로지 자신밖에 의지할 곳이 없는 아이를 위해 평생을 아이만 바라보며 살았다. 한 때 사랑하는 여인과 아이 둘중에 하나를 선택할 기로에 놓였을 때 남자는 아이의 손을 잡고 기차를 타고 먼 곳에 가서 버리고 돌아왔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과 새로운 삶을 살려고 했었다. 하지만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갓난아이는 이미 그에게는 여인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한 사랑이었다. 자신의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아이를 위해 살기로 했다. 남자는 아이를 버린 곳을 다시 찾는다. 그곳에서 아이는 추운 밤을 버티며 다시 돌아올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혈연관계로 이어지지 않은 아버지와 아들. 하지마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무섭다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가진 것없지만 평생을 성실하게 철도원으로 살아온 아버지의 부성애가 정말 가슴 절절하게 다가온다. 노년에는 아들의 효도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은퇴후 갑자기 불치의 병에 걸리고 만다. 아버지는 무슨 이유였을까. 아들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이른 아침 사라졌다. 아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날부터 아버지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아버지도 아들을 떠났지만 그토록 사랑하던 아내도 떠났다. 떠난 순간까지 영원히 사랑할거라면서 아내는 떠났다. 좀 더 좋은 조건의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위해 능력없는 그를 버리고 떠났다. 아버지도 아내도 떠난 아들은 더이상의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것 같다.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아들. 이승의 육체를 떠나 화장터로 향하게 된다. 이곳에서 화장되면 안락함을 얻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육신이 묻힐 묘가 없으면 그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죽었지만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에 가게 되는데 신과 함께에서처럼 전생의 죄로 인해 고통을 받거나 아프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원한도 갖지 않고 매장되지 못한 사람들끼리 위안을 주며 새로 오는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 그 뒤의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이 책은 아들이 죽은 후 7일동안 매장됮 못한 자들의 땅에 머물며 살아있었을 때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아버지와 아들의 뭉클한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안타깝게 죽은 사람들이 이야기, 중국 사회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려주고 있다. 돈때문에 갓난아이들이 쓰레기로 분류되어 강에 버려지고 큰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기 위해 수위사에게 몸을 맡기게 되는 현실. 하지만 그 속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죽은 뒤에 돈이 없어 묘자리를 마련하지 못하면 화장도 할 수 없고 가진 것에 따라 죽어서도 빈부격차가 있다는 사실은 정말 끔찍하게도 싫었지만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에서 보여지는 따뜻한 사람들의 모습에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뭉클함을 안겨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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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귀 후지코의 충동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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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귀 후지코의 충동

 

그야말로 따뜻한 이야기 '심야식당'을 읽은 바로 뒤에 읽어서 그런지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은 정말 뒷맛이 정말 나쁘다! 다시 떠올리기도 싫어지는 이야기라서 리뷰도 안남길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 자체는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현실이기에 몇줄이라도 생각을 남기기로 했다.

 

'이야미스'란 '싫음, 불쾌함'이라는 뜻의 일본어  '이야(いや)'와 미스터리 소설의 '미스'를 결합하여 만든 신조어인데, 뒷맛이 나빠 읽고 나면 불쾌한 기분이 남는 미스터리를 가리킨다.

 

이 책은 시작 전부터 '이야미스'의 대표작이라고 말한다. 하드고어적인 이야기들은 읽고나서 뒷감당이 안되서 되도록이면 잘 찾아보질 않는데 열한살의 어린 소녀가 왜 살인귀가 되었는가란 질문에 끌려 읽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마리 유키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다른 작품도 '행복의 탐구'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을 느끼는 감각은 신기루처럼 기준점이 없고, 상한(上限)이 없습니다. 끝없이 쫓아갈수록 오히려 불행해집니다. 그래서 사람은 타협을 배우게 됩니다. '뭐, 어쩔 수 없지', 혹은 '이쯤에서 그만두자'라고. 이런 타협은 도피가 아니라 삶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좀처럼 '타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고위험 고수익 인생을 걷습니다. 행복한 인생을 사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기 때문에 저는 고위험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접하는 작가의 말에 어쩌면 잔혹하게 느껴지는 책 속 이야기가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보험금을 타기위해 아내와 남편, 가족을 죽이는 세상. 책 속 이야기가 아니가 바로 얼마전까지만해도 뉴스에 등장하는 진짜 사실이기에 애써 외면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후지코는 자신을 괴롭히는 k를 피해 도망가고 있었다. k는 후지코의 약점을 잡아 심하게 괴롭히고 있는 학급남자아이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괴롭힘을 당하는 후지코는 그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 학교 선생님이 좀 알아차리고 뭔가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이들 사이의 흔한 장난으로만 치부한다. 아이가 학생이되면 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선생님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지않는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단 생각에 마음이 답답하다. 후지코의 부모도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만다. 자신을 치장할 줄만 알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부모. 아! 정말 화가 난다. 컴퓨터 게임을 하는데 정신이 팔려 갓난 아이를 아사지경에 몰고갔다는 실제 뉴스도 떠오른다. 책 속 이야기는 지독하리만큼 씁쓸한 이야기의 반복이지만 우리의 현실도 알고보면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숨이 턱 막힌다.

 

자신을 쫓아오던 k는 기차에 치에 죽었다. 자신에게 무관심하던 부모도 죽었다. 후지코는 혼자남겨졌다.

열한살의 소녀에게 따뜻하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면 좋았을 것을. 세상은 어찌 그리 소녀에게 그리 냉정했을까. 친구들은 또다시 왕따를 시키기 시작했고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이를 사랑한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후지코는 점점 냉혹한 살인귀가 되어간다. 이게 끝인가하고 좋지 않은 뒷맛을 달래려 마지막 후기를 읽으면 또 다른 숨겨진 비밀에 또 한번 쓴입맛을 느끼게된다.

 

책 속 이야기들은 정말 '이야미스'이다. 하지만 현실이 더 '이야미스'이다. 이야기는 읽지 않으면 되고 무시하면 되지만 현실은 누군가의 진짜 인생이 걸린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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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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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ABE Yaro

 

와! 미처 3권을 다 읽기도 전에 이 시리즈의 모든 책이 사고 싶어져서 검색하게 만들어버리는 매력있는 책이다.

리뷰도 안남기려고 하다가 이런 책은 정말 동네방네 알리고 싶어지는 충동을 어찌 할 수가 없다.

감동적이고 유명한 만화책이라는 말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들었다가 생각지도 못한 마음을 쿡쿡 찌르는 이야기들에 눈물도 찔끔 나오고 말았다.

 

"배를 채우고, 마음도 채우고, 모두 웃는 얼굴로 돌아가는, 거리 한구석의 안식처."

"야근하느라 지친 사람도, 사랑이 깨져서 우는 사람도, 꿈을 잃고 실망하는 사람도, 일상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사람도, 일에 쫓기는 사람도, 상사를 잘못 만나서 하소연하고 싶은 사람도, 행복해서 날아오를 것 같은 사람도-."

 

책 문구가 정말 딱이었다. 거리 한구석의 안식처. 얼마전 읽은 헌책방 이야기를 보며 이런 헌책방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제는 이런 심야식당 하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든다. 늦은 밤 남편과 함께 들러보고 싶어지는 그런 곳이다.

 

 

 

 

 

 

영업시간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 경까지, 사람들은 '심야식당'이라고 부른다.

이곳의 주인은 한쪽 눈에 흉터가 길게 나있고 첫인상으로 봐서는 결코 식당주인처럼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담배를 수시로 물고 있다! 그런데 겉모습은 다소 험악해보이는 심야식당의 주인장은 요리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참 잘 다독여준다. 이곳의 메뉴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맥주, 소주, 청주 이렇게 조촐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알아서 주문하면 만들 수 있는 한 다 만들어준다. 요리 백과를 뒤져가면서까지 만들 수 있으면 다 만들어주는 어찌보면 요리의 대가인 것 같다.

 

사람들은 새벽시간 이곳에 들러 추억이 담긴 음식들을 주문한다. 배가 고파 이곳에 들린다는 생각보다 추억에 잠기고 싶거나 걱정거리가 있거나 외로움을 달래기위해 따뜻하고 정감가는 이곳을 찾는 듯하다. 홀로 찾는 사람에게도 커플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마음 편히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는 그런 곳이다.

 

 

 

 

 

 

식빵을 직접 사와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달라고 하거나 후리카케를 몇년 동안 가게에 놓고 다니며 밥만 시키는 손님도 있고 크리스마스날 커다란 게를 푸짐하게 싸들고 와서 손님들과 같이 나눠먹을 줄 아는 손님도 있다. 이상하게도 심야식당의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왠지 오랫동안 알고 있던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들고만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 이런 곳의 단골손님이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내가 행복하거나 걱정이 있거나 아무때나 상관없이 늘 찾아가면 늘 반겨주고 위안을 줄 것 같은 그런 곳이다. 그리고 이곳 손님들은 음식으로 전혀 다른 세계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친구가 되곤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그런 소소하면서도 극적인 인연들이 더욱 이 책에 눈이 가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책은 각 권마다 사연이 있는 요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단편처럼 짧막짦막하게 들려주고 있다. 이어보지 않아도 어느 부분을 보아도 흥미롭고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구성이다. 사람들은 맛있는 요리도 좋아하하지만 특별한 추억이 깃든 요리를 기억하고 맛보고 싶어한다는 걸 새삼느끼게된다. 누구나 요리 하나쯤에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 추억들이 쏙쏙 떠오르게 만든다. 각 요리마다 들려주는 사람들의 감동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웃게하기도 하고 울게 하기도 한다.

 

아! 3권을 너무 금방 읽어버렸다. 다음 이야기도 또 듣고 싶어진다. 책 속 소개된 간단한 요리들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도 느껴진다. 심야식당 주인처럼 말만하면 바로바로 요리를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기도 한다! 시리즈 뒷편으로 갈수록 심야식당 주인의 사연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ABE Yaro 작가의 다른 만화책들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소소한 일상에서 마음을 울리는 따뜻한 이야기를 잘 들려주는 작가란 생각이 든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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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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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밀실 사건집

 

두툼한 두권 짜리의 기시 유스케의 작품 '악의 교전'과 '자물쇠가 잠긴 방' 두권 중 뭘 읽을까 고민하다 제법 얇은 책이라서 먼저 들게된 책이다. 요즘 두툼한 책들만 내리 읽었더니 머리를 좀 식히고 싶어서 4편의 단편이 실린 짧막한 이야기에 끌린다.

 

"당신은 이 밀실에 도전할 수 있겠는가?","오라, 도전자여!"

기시 유스케는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밀실 사건을 제시하고 도전하라고 했다. 아쉽지만 이 책의 밀실 트릭은 도저히 내 머리로는 나오기 불가능한 방법들이었다. 추리소설을 통해서 밀실사건을 많이 접하지만 그때마다 느끼는건 범인들은 하나같이 과학적으로 대단한 추리능력을 가진 존재로 나온다. 그러니까 이런 밀실을 만들어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하지! 머리 나쁘면 나쁜 짓도 못하겠구만이란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한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멋진 남자가 다시 보고 싶어서 꿈을 꿨는데 사이코성향인 사람은 자신의 언니를 죽여서 또 장례식장에 남자가 오게 한다는 꿈을 꾼다는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른다. 다행히 나는 이런 추리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이코성향은 아니고 밀실을 저지르는 범죄자가 될수도 없는거라는 말도 안되는 위안을 삼는다.


아라시 멤버 오노 사토시 주연, 2012년 후지TV 드라마 "자물쇠가 잠긴 방"로 방영되었다고 한다. 소설과는 어떻게 다를까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드라마의 화면과 내용들을 보니 책보다 더 재미있어 보인다! 역시나 상상력의 부재인 내가 떠올릴 수 있는 한계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자물쇠가 잠긴 방은 방범 탐정 에노모토 시리즈의 세번째 이야기로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방범 컨설턴트 에노모토 케이 콤비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전작인 유리망치, 도깨비불의 집을 접해보지 못했기에 이 콤비의 자충우돌하는 유쾌한 모습을 잘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전작들을 통해 이 콤비들의 활약을 알고 있었다면 더욱 재미있게 봤을 수도 있을텐데 순서를 잘못 선택했단 후회가 드는 순간이다.

 

이 책에서는 이 콤비들에게 집중하지 않고 사람들이 왜 이런 밀실을 계획했느냐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밀실사건!이라는 것에 집중하여 어떻게 밀실을 만들었는지 트릭을 풀어가는 것에 초집중하고 있다. 물론 그런 의도로 집필된 소설이긴 하겠지만 추리소설에 겉으로 드러나는 트릭이면에 숨겨진 사람들의 속 이야기들이 녹아들지 못했단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였다.

 

살인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느냐보다 왜 벌어졌느냐가 궁금한 사람들에겐 살짝 아쉽기도 할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이 작가의 유일한 시리즈라는 에노모토 시리즈! 첫작품부터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일드로 나온 이유가 분명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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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담
누쿠이 도쿠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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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담 누쿠이 도쿠로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누쿠이 도쿠로. 그러나 이것은 연애소설이다!"

이 문구를 보고서 달달한 연애소설을 기대했다. 그러다 전혀 다른 전개로 인해 '연애소설이다'라는 말에 괜시리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이 소설은 연애소설이 아니다!

 

"뛰어난 재능과 빼어난 외모로 유명했던 전설의 베스트셀러 작가 시쿠라 레이카.

그녀가 느닷없이 절필을 선언했다. 모두가 그 이유를 궁금해하지만 그 내막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로부터 8년, 사쿠라 레이카의 열렬한 팬이었던 햇병아리 편집자 와타베 도시아키는 그녀가 다시 펜을 들게끔 설득하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는다. 그가 보여 준 열정과 '사소한 이유 하나' 때문이라며 그녀는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서두는 충격적인 고백에서 시작되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 책 뒷표지 줄거리 소개

 

재능이며 외모며 어느 하나 뒤지지 않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돌연 절필 선언한 이유가!

8년동안 놓았던 펜을 들게 한 '사소한 이유 하나'가 정말 '그것'때문이라는 사실에 난 이 책을 연애소설이라 인정하기가 싫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만큼 정말 다양한 연애담들이 존재하겠지만 이런 연애는 정말 여자로서 인정하기 싫다.

물론 668page나 되는 두툼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히고 재미있게 느껴지느 책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책 속 주인공 사쿠라 레이카가 너무도 안타까워서 책을 덮은 내내 찜찜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나도 모르게 나쁜놈, 나쁜놈하고 중얼거리고 만다.

 

사쿠라 레이카는 몸매는 끝내주지만 얼굴은 10점 만점에 3점이라고 평하는 사장을 좋아하게 된다. 사쿠라 레이카는 집안도 좋고 공부도 잘함에도 불구하고 늘 못생긴 얼굴이 대인관계에 문제가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사장은 자신의 얼굴은 신경쓰지 않고 그녀의 다른 면들이 좋다한다. 물론 사장은 외모도 준수하다. 사장이면서 외모도 준수한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다니! 그런 생각에 사쿠라 레이카는 매일이 행복하다. 하지만 그런 행복도 잠시 바람기가 다분한 사장은 사쿠라 레이카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난다. 그녀가 몰래 사장을 미행해서 다른 여자와 같이 있는 것까지 목격하지만 변명과 거짓으로 모면할 뿐이다. 사장은 사쿠라 레이카를 마음을 나눌 깊은 관계로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즉 미래를 함께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아내로 맞이하면 좋겠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만나는 것이다. 거기다 사쿠라 레이카는 자신의 절친에게 사장을 뺏기고 만다. 그리고 절친과 사장은 결혼을 한다. 괜히 책읽으며 흥분하게 된다. 아 불쌍한 사쿠라 레이카.

 

사쿠라 레이카는 좌절로 몸부림치다 못생긴 얼굴이 모든 것의 발단이라 생각하고 성형을 결심한다. 여기서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이 떠올랐다. 사쿠라 레이카는 끝내주는 몸매를 갖고 있었기에 얼굴만 확 고쳐서 엄청난 미인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나가면 누구나 쳐다보는 미모를 갖게 된 그녀는 대기업에도 한번에 취직하게 된다. 못생긴 얼굴이었을땐 어림도 없던 취직이 얼굴이 바뀌고 나니 그렇게 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대인관계는 예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직장에 남자들은 그녀를 뒤따라다녔지만 여직원들은 시기를 했고 결국 회사도 그만두게 된다. 얼굴만 예뻐지면 떠나간 남자도 일도 모든 것들이 한번에 다 해결 될 것 같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에게 파국만 안겨준다.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은 성형수술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얻었다. 사랑하는 남자도 일도 얻었다. 이 영화를 보면 그래! 결국 뚱뚱한 몸과 못생긴 얼굴이 문제였어!라는 결론에 빠지게 되는데 '신월담'은 전혀 다른 이야기들 들려준다. 당신의 외모가 바뀐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저주받은 하체와 지극히 평범한 얼굴을 가진터라 사쿠라 레이카의 마음에 동요되어 책을 읽어갔다. 그래 사쿠라 레이카 미인이 됐으면 뭔가 제대로 빵하고 터뜨려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매번 당하기만 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얼굴만 바꾼다고 인생이 바뀌지 않아!라는 조소섞인 외침이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그래서 이 소설을 연애소설이라 말하기 싫다.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은 뛰어난 외모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흔히들 여자가 성형으로 얼굴이 바뀌면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또한 달라진다 한다. 그것때문에 자꾸 더 성형을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런 말들이 뜬소문에 지나지않더라도 귀가 솔깃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미모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기에 그런 말에 더 혹하고만다. 지금의 내가 좀더 예쁘고 날씬한 외모의 소유자라면 뭔가 더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된다. 남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개성을 뿜이내면 정말 좋을텐데 그건 정말 말처럼 쉽지 않다.

 

책을 덮은 후에도 자꾸 사쿠라 레이카의 안타까운 인생이 떠오른다. 읽으면서 공감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제대로 사랑해야한다는 진리를 또 한번 깨닫게 된다.

제대로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겉모습에 치중하려는 날 볼때마다 신월담의 안타까운 사쿠라 레이카를 떠올리자!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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