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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평점 :

제7일 위화장편소설
주호민 '신과 함께'를 통해 이승과 저승에 관한 이야기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이승과 저승사이에서 영원한 인연을 다시 찾은 7일간의 이야기"란 이 책의 소개문구에 너무도 당연하게 신과 함께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줄거란 생각을 했었다. 아! 그런데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로 뭉클하게 만들어버린다. 제7일 읽지마세요란 광고문구를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 속 깊은 곳이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이나 아리다.

기차길에 버려진 아이를 철도원에서 일하던 20대의 청년이 데려다 자신의 자식으로 삼아 헌신적으로 키웠다.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아이에게 젖동냥을 하고 품안에 안고 일을 하고 똥기저귀를 갈아줬다. 아이가 조금 컸을 땐 등에 업고 일을 했고 더 컸을 땐 손을 꼭 잡아주었다. 20대의 청년은 한참 사랑을 할 나이였지만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삶도 사랑도 모두 포기했다. 오로지 자신밖에 의지할 곳이 없는 아이를 위해 평생을 아이만 바라보며 살았다. 한 때 사랑하는 여인과 아이 둘중에 하나를 선택할 기로에 놓였을 때 남자는 아이의 손을 잡고 기차를 타고 먼 곳에 가서 버리고 돌아왔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과 새로운 삶을 살려고 했었다. 하지만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갓난아이는 이미 그에게는 여인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한 사랑이었다. 자신의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아이를 위해 살기로 했다. 남자는 아이를 버린 곳을 다시 찾는다. 그곳에서 아이는 추운 밤을 버티며 다시 돌아올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혈연관계로 이어지지 않은 아버지와 아들. 하지마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무섭다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가진 것없지만 평생을 성실하게 철도원으로 살아온 아버지의 부성애가 정말 가슴 절절하게 다가온다. 노년에는 아들의 효도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은퇴후 갑자기 불치의 병에 걸리고 만다. 아버지는 무슨 이유였을까. 아들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이른 아침 사라졌다. 아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날부터 아버지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아버지도 아들을 떠났지만 그토록 사랑하던 아내도 떠났다. 떠난 순간까지 영원히 사랑할거라면서 아내는 떠났다. 좀 더 좋은 조건의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위해 능력없는 그를 버리고 떠났다. 아버지도 아내도 떠난 아들은 더이상의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것 같다.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아들. 이승의 육체를 떠나 화장터로 향하게 된다. 이곳에서 화장되면 안락함을 얻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육신이 묻힐 묘가 없으면 그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죽었지만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에 가게 되는데 신과 함께에서처럼 전생의 죄로 인해 고통을 받거나 아프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원한도 갖지 않고 매장되지 못한 사람들끼리 위안을 주며 새로 오는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 그 뒤의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이 책은 아들이 죽은 후 7일동안 매장됮 못한 자들의 땅에 머물며 살아있었을 때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아버지와 아들의 뭉클한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안타깝게 죽은 사람들이 이야기, 중국 사회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려주고 있다. 돈때문에 갓난아이들이 쓰레기로 분류되어 강에 버려지고 큰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기 위해 수위사에게 몸을 맡기게 되는 현실. 하지만 그 속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죽은 뒤에 돈이 없어 묘자리를 마련하지 못하면 화장도 할 수 없고 가진 것에 따라 죽어서도 빈부격차가 있다는 사실은 정말 끔찍하게도 싫었지만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에서 보여지는 따뜻한 사람들의 모습에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뭉클함을 안겨주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