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뺏기 - 제5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살림 YA 시리즈
박하령 지음 / 살림Friends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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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뺏기 세상에는 독이 되는 배려도 있으니까.


"요즘에는 어른들의 과욕에 치여 지나치게 웃자라거나 혹은 자신이 달리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정해진 트랙 위를 경주마처럼 달리는 청소년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존재 자체만으로도 넘치게 아름답고 행복해야 할 아이들이 피폐한 모습으로 길을 잃고 헤맨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건강한 뿌리내림'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소설을 썼다. '의자 뺏기'는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자는 그런 살벌한 뺏기가 아니다. 자생력을 가지고 자기 의지로 몸소 몸을 움직여 자기 몫을 잘 건사하다는 의미의 건강한 의자 뺏기이다. 동반 성장을 위한 내 몱의 의자 찾기라고나 할까? 내 목이 없이는 남을 보살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마음이 약해서 원치 않는 양보를 하고 원치 않는 행로를 걷다가 나중에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상대의 목을 옥죄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독이 되는 배려도 있으니까." - 181page


작가의 말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마음이 약해서 원치 않는 양보를 하고 원치 않는 행로를 걷다가 나중에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상대의 목을 옥죄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한번쯤은 하고 살아가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내 뜻대로 하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남아 후회로 자리 잡는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청소년 시절에 의도하지 않은 이런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의자 뺏기를 하라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얌전한 삶이 억울해서 이제는 내 차례야!라고 소리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이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간에 속은 후련하지 않을까.


지오,은오는 쌍둥이 자매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만 부산에 있는 할머니 집에서 자라게 된 은오는 쌍둥이 지오와는 이때부터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때부터 그랬다. 은오가 하나 둘 자신의 것을 지오에게 양보하게 된 것은... 원래는 자신이 아닌 지오가 부산에 홀로 남겨질 상황이었는데, 밥을 먹다가 생선가시가 목에 걸린 지오는 갑작스럽게 병원에 가게 되고 호흡기 쪽에 문제가 있는데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은오가 홀로 남겨지게 됐다.

은오는 부모님께 같이 가고 싶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 했다. 떼도 부리지 못하고 결국 오케이만 외치고 말았다. 뭐든지 똑소리 나게 해내는 지오에 비교해서 은오는 잘하는 것이 없었다. 지오는 성형외과에 가서 예쁘게 성형까지 했다. 그리고 하고 싶던 꿈을 이루고자 한다. 하지만 그에 비해 은오는? 부모님의 믿는다는 소리에 아무 말 없이 할머니 손에 커왔지만 엄마의 품이 그리웠다. 공부는 못하지만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집안 식구들은 그런 은오에게 따뜻한 시선을 던지기 보다 늘 지오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아이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지오는 얄밉도록 똑 부러지게 자기 일을 해낸다. 친구들이 너무 잘난 척한다고 재수 없다고 여길지언정. 겉으로 보이겐 자기 일 잘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다. 그에 반해 은오는 지오와 일란성 쌍둥이라는 말도 하지 못할 만큼 자격지심에 빠져있다. 지오가 까칠한 것이고 내가 가질 수 있는 것들을 다 갖고 있는 아이라는 생각을 한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큰 사건이 터지자 주변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지오가 대학을 가고 은오는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착한 오케이 소녀로 얌전하게 살아온 은오는 더 이상 그 말에 찬성할 수가 없었다. 이제 나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가출까지 감행한다. 안타깝게도 지질이 복도 없는 은오에게는 별 이득이 하나도 없는 가출이었지만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주인공이지만 은오의 대단한 성공은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랬다면 더 현실적이지 못 했을 것 같다.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할까. 이 책은 지금까지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도 못하고 살아온 청소년이라면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마음에 담고 있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고. 그건 착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라는 거. 오히려 마음에 담고 있다가 나중에 크게 폭발하면 큰 상처로밖에 남지 않을 거라는 걸 알려주는 듯하다. 어린 시절 상처받지 않고 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프고 다치고 상처도 나봐야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 비록 그 당시에는 꺼질 듯이 아프겠지만 말이다. 그걸 극복하면 더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크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 같다. 그 당시엔 절대로 이해가 디지 않지만.


아이들을 대할 때 양보하고 착한 아이라고 은오처럼 대하면 절대로 안 되겠단 생각도 들었다. 아이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참는 것이라는 것. 언젠가는 분출하게 된다는 것도 기억해야겠다. 예전에 나도 분명 이런 경험이 있을 텐데 까마득하게 잊고 사는 것 같다. 이제 사춘기로 자랄 내 아이들의 마음도 들여다 보려면 이런 마음을 다독여주는 이야기들을 많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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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0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한테 사줘야지. 나보다는 딸에게 필요한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