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ㅣ 아이세움 열린꿈터 17
이영란 지음, 정순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정도전 기황후로 주목받고 있는 고려시대!
요즘 이 드라마들때문에 고려시대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듯합니다. 역사에 관해 평소 관심이 없던 저도 이런 드라마를 보게되니 정도전에 관해 기황후에 관해 고려시대에 관해 더 자세한 것들이 알고 싶어집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제 초등 5학년에 올라가는 아이 사회 교과서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왜 내가 고등학교 때 보던 내용들이 지금 5학년때 배우는 것지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어요. 팔관회, 각 시대별 지도, 연표. 으악! 소리가 절로 나게 됩니다. 역사를 재미있게 배웠다면 이런 거부감이 들지 않을텐데 전 벌써부터 걱정이 산더미에요. 그런데 사극을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우연히 보게된 정도전, 기황후등의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들과 같이 이런 드라마를 보고 흥미를 갖은 후에 자연스럽게 책을 통해 궁금한 것들을 찾아보고 접하게 된다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단 생각을 했어요. 역사엔 꽝인 저를 돌아보면서 역사공부는 제가 쉽게 느껴지는 방법들로 하나 둘 아이와 함께 하려고 합니다.

"고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정도전과 기황후에 나오는 고려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니 이 책은 지금 들면 딱 좋을 이야기입니다. 역사는 인물보다 그 시대의 문화를 익히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 책에선 고려와 조선은 어떻게 달랐는지 비교하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500년 가까이 지속된 고려는 조선과는 독특한 전통과 문화가 있는 나라였습니다. 지금 우리의 생활 속에 뿌리 박힌 것들은 조선의 문화일텐데요. 고려의 문화를 알고보니 정말 조선 시대에 가려져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말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의 역사는 고조선, 삼국 시대, 통일 신라시대,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시대 그리고 대한민국으로 이어져 왔지만 우리가 많이 접한 역사는 대부분 조선시대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고려시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아요. 고려도 조선시대 못지않게 오랜 50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대부분의 유적이 북한에 있어서 그동안 고려에 대해 알기가 어려웠다고 해요. 그리고 남아 있는 대부분의 역사도 조선의 것으로 알고 있고 자료도 후기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전반적인 생활상을 알기란 어렵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고려 사람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판관회와 연등회! 불교행사는 신라 때부터 이어져왔습니다. 심신이 지친 백성들이 부처님의 덕을 받들고 고려가 더욱 평안하고 강건한 나라가 되기를 비는 행사입니다. 가난한 백성들에게 국과 밥, 솜, 술, 옷감을 나눠 주어 불교의 보시를 실천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불교가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모습을 잃고 사찰은 사치스러워지고 승려들이 세속의 이익에 눈을 돌리자 태조 이성계는 불교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졌다고 해요. 그래서 조선은 유교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정도전 드라마에서 절을 방문했다가 이인임의 함정에 빠지게된 이성계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조선의 백정이 푸대접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도 듣게 됩니다.
그 이유느 바로 그들의 조상이 북방의 오랑캐인 거란인과 말갈인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여기저기 떠돌면서 짐승을 잡아먹고 살았는데 고려가 망한 틈을 타서 많은 수가 조선으로 흘러들었는데 떠돌이기질을 버리지 못한 몇몇 무리들이 마을을 습격해 양식과 제물을 빼앗곤 했다고 해요. 심지어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인식이 박혀있어 백정이라고 하면 행실과 심성이 바르지 못하다고해서 천시하게 되었다는 숨은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삼국사기는 고려 인종 때 김부식 중심이 되어 쓴 역사책으로 같은 고려 때인 충렬왕 때 일연이 쓴 삼국유사와 더불어 현재 남아 있는 것 중에 가장 오래된 역사책이에요. 이 둘의 차이는 삼국사기는 정통 역사 체계에 따라 기록한 역사 정사이고 삼국유사는 신화와 전설, 시가 등이 담겨 있어서 야사로 구분한다고 합니다. 처음 접할때는 야사인 삼국유사부터 읽어보는 것이 재미를 더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고려시대에는 지금과 달리 처가살이를 했다는 사실! 그리고 고려 여인들은 남편이 죽고 재혼도 했다는 사실! 남녀가 부부로 인연을 맺고 있을 때는 서로를 손님 대하듯 공경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첩을 두는 것도 좋지 않게 여겼다고 해요. 조선시대와는 너무도 다른 고려시대 여성들의 모습입니다. 첩에게서 낳은 자식도 본처가 낳은 아들처럼 벼슬살이도 하고 차별을 두지 않았다고 하는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왜 이렇게 조선시대에 확 바뀌었을까요. 그 유교때문일까요! 고려의 이런 차별없는 문화들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확연하게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남아 선호 사상으로 여자를 천시하고 족보에는 오르지도 못하는 여자들. 고려에서는 여자도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족의 대표인 호주가 될 수 있었다는데! 좋은 문화가 어찌 이리 변했는지 책을 읽다보니 절로 흥분을 하게 되네요.

고려 여인들은 바깥출입이 자유로웠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여인들은 얼굴이 보이지 않게 가리고 다녔는데 말이죠. 고려시대땐 향기나는 여성을 으뜸으로 쳤다고 해요. 오색 끈에 금방울이 달린 향낭을 다는데, 향낭이 많을수록 신분이 귀하다는 뜻이었다고 해요. 그리고 여지껏 알지 못했던 조선시대 옷고름 색깔의 비밀을 알게됩니다.
조선시대에는 옷과 고름의 색이 다르면 남편 있는 여자라는 뜻, 나이가 어린 여자는 다홍색, 젊은 여자는 꽃자주색, 나이든 여자는 검자주색으로 고름을 만들어 달았다고 하네요. 남편 없이 혼자 사는 여인은 옷과 고름의 색깔이 같았다고 합니다. 앞으로 조선시대 사극을 보면 옷고름만 쳐다보게 될 것 같아요.
고려 남자들의 머리 모양은 장가를 들기 전에는 두건을 썼는데 장가를 들면 상투 비슷하게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하여 흐트러지지 않게 잡아 묶었다고 해요. 이를 '속발'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원의 간섭을 받게 되자 몽골풍이 유행하고 볼모로 잡혀갔던 충렬왕이 돌아오면서 몽골족의 옷을 입고 머리를 뒷부분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깎아 뒤로 길게 땋아 늘이는 개체변발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모두 원나라의 옷을 입고 개체변발을 하라고 명령했다고 하는데요. 사극에서 이런 모습을 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궁금해지는 역사입니다.
그 밖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교과서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고려와 조선의 알려지지 않은 생활상을 듣다보니 다른 시대의 생활상도 궁금해집니다. 이야기를 듣고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지고 왜 일어났는지 그 숨겨진 이유를 알게 되는 것. 역사공부는 이런 식으로 흥미부터 유발해서 시작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의 딱딱한 국사 공부방식을 확 버려버리고 아이들과 책읽기로 역사공부 재미있게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