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버린 생각
김명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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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몸이 떠나는 길 위에서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저자는 그 길 위에서 그렇게 버리고 가볍게 만든 마음으로 삶의 짐도 덜으란다. 인생길도 따지고 보면 짧은 한 때의 나그네길인데, 내 배낭 속에는 언제나 뭐가 많이 들어가 있고, 내 삶의 리스트는 언제나 새로운 항목의 추가로 분주하기 짝이 없다. 그런 나한테 길을 떠날 때는 오히려 짐을 가볍게 하고, 가면서도 조금씩 흘려버리고 버리면서 가란다. 때로는 내가 스스로 짊어진 그 배낭의 무게 때문에 휘청대고 내가 스스로 작성한 그 리스트의 길이 때문에 버거워하면서도 그러지 못 하는 내게, 저자는 버릴 수 있으면 버리란다. 그의 길 떠나기를 따라가면서 나도 순수하게 그렇게 떠날 줄 아는 그런 행자가 될 수 있다면... 하고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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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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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은퇴한 교사 부부. 둘 만의 시간과 공간을 중시해서 그 은퇴한 삶을 온전히 둘이서만 즐기기 위해서 시골 한 구석의 외딴 집으로 이사한다. 그들의 평화를 방해하고 그들의 유일한 사랑하는 딸 같은 제자를 그들 삶에서 영원히 몰아낸 것은 한 이웃.

그 이웃의 무례하다 못해 뻔뻔하기까지 한 침범을, 그러나 이 주인공 부부는 물리치지 못 한다. 그것이 바로 문명 속에서 교육받은 쓸 데 없는(?) 예의범절 탓인가. 어느덧 그 속에서 그 주인공 부부와 함께 그 뻔뻔한 이웃의 침입에 짜증이 나면서도, 또한 우유부단하게 뒤에서는 화를 내면서도 앞에서는 웃으면서 마주하고 앉아있는 주인공의 나약함에 더 화가 나는 것은 꼭 나만일까.

모든 시계가 정지한 듯한 조용하고 적막한 한 프랑스의 시골 마을의 정경은 이렇게 어떤 이웃의 침입으로 숨 막히게 돌아간다. 짧은 내용임에도 불구, 뒤로 갈수록 그 긴장감은 점점 더 팽팽해지고 그들의 삶은 온통 그 이웃의 행보에 따라서 휘둘리는 느낌. 다행히도 그 느낌은 나 만의 것은 아니었나 보다. 결국 팽팽해질대로 팽팽해진 주인공의 신경줄은 맨 마지막에 가서 끊어지고 마니까...

이런 것이 프랑스 소설의 묘미일까? 헐리웃 영화의 폭력과 직설적인 표현과는 달리, 유럽 영화들의 정적 화면을 통한 심도 있는 의미 전달 수법은 아마 그들 문화의 특수성인가 보다. 소설에서조차도 그런 특성이 물씬 풍겨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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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마 클럽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 / 시공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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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알라딘을 통해서 구입했을 때, 나는 전적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에코의 작품세계와 비견한 극찬들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 책의 내용은 에코에게 비교되기에는 많이 모자른 느낌이다. 그렇다고 설핏 끼어든 연애 얘기는 굽다 만 빵 마냥 아가사 크리스티의 로망추리소설 근처에도 가지 못 할 수준이었고, 또 어설프게 기술된 몸싸움 부분은 코난 도일이 웃을 정도였다.

물론 추리소설은 로맨스나 간간히 양념 마냥 섞이는 몸싸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추리소설의 근본은 바로, 내내 긴장감을 놓치 못 하게 하는 팽팽한 신경전과 탁월한 상황전개에 있지 않을까? 이책의 용두사미격으로 끝나는 어설픈 구도는, 이 책의 저자에게 비교되었단 사실 만으로도 에코에게는 모욕(?)일지도 모르겠다. 뭔가 일어날 듯한, 전개가 빠른 서론 부분은 그럭저럭 읽어줄 만 했다.

하지만 마냥 늘어지기 시작하는 몇 백 페이지에 달하는 본론 부분에서는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기 충분했고, 그 길고도 지루하게 몇 십 페이지에 한 번 일이 일어날까 말까하는 정도로 전개되었던 본론에 비해서는, 어이없게도 후다닥 단 몇 페이지 안으로 끝나는 결론은 빈약하다 못 해 황당하기까지 했었다.

그냥 프랑스계열의 소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뭐 읽어서 손해 볼 것은 없겠지만, 또 다른 에코를 기대해서 보려는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책. 그리고 단순히 프랑스 소설을 읽고자 이 책을 선택하는 사람에게도, 뭔가 다른 책을 읽는 것이 어떻겠는가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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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6
토마스 만 저자, 홍성광 역자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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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이 있다. 자기 가문의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번창한다. 증조 할아버지가 시작해서 할아버지가 번성시키고 아버지 때는 유지한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손자 대를 마지막으로 그 회사는 정리된다. 그 과정을 그 가족의 족적을 따라서 차근차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여기서 이야기의 중심에 끊임없이 있는 사람은, 바로 그 아버지의 딸인 안토니다. 스스로의 태생과 외모에 자부심을 갖고 영특하다고 자신하지만, 그녀의 행동들은 내 눈에는 어리석은 여자의 지나친 자기 가문에 대한 자부심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세상의 흐름이나 사회의 변동에 전혀 접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고 꽃으로만 살아가도록 키워졌기에 그녀의 그런 행동은 결코 비난받을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가족의 주위에는 언제나 몰락한, 그러나 그 탓을 주변의 성공한 부유한 친척 탓으로만 여기는 음울한 사람들이 있다. 아, 이 탁월한 가족구성과 세월에 적응하지 못 해서 결국 스러져가는 한 가족의 얘기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충분히 매일 되풀이되는 인생살이가 아닌가. 읽으면서 끊임없이 본인의 친척들과 비교하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나한테는 참 씁쓸한 깨달음이었다. 결국 그게 사람 사는 모습이었단 말이지...

한가지, 4대째에 들어서면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회사의 마지막 소유주는 그의 아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남겨줬다. 어려운 회사를 자신의 유언으로 깨끗이 정리함으로써, 아직 10대의 어리고 또 앞으로도 회사경영에 결코 관심을 보일 것 같지 않았던, 그리고 설사 그 아들이 열심히 한다고 해도 결코 상황이 나아질 수 없었을 그 짐을 자신의 죽음과 함께 깨끗이 해소시켜준 것이었다. 어찌보면 가장 지극한 사랑 표현이 아니었을까.
물론, 불행히도 그 선물을 받은 어린 아들은 곧 선조들의 뒤를 따라가버리고 말지만... 그러고 보면 정말 삶은 꼭 뜻한 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란 것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아주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저자 본인의 성장환경에서 얻은 느낌일까?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또 담담하기까지 한 내용은, 돈을 가지면 명예를 쫓고 그러면 다시 넓은 집을 찾고, 그 과정 중에서 방탕한 자식들에게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사랑과 함께 그렇게 한 사회 속에서 짧은 꼬리를 남기고 한 가문과 함께 사라져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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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79가지 지혜
레이첼 나오미 리멘 / 한국경제신문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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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유태계 교육 속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자라난 저자는, 이제 노년으로 접어든 상담치료 전문 의사이다. 예일 의대 졸업 후 콜롬비아(인지 코넬인지.. 잊어먹었다) 의대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면서 소아암 전문의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그는, 이제 육체의 병마로 인해 좌절을 겪고 죽음과 싸우는 환자들의 내면을 치유하는 상담 의사로 자리 잡았다.

그와의 치료를 통해서 용기를 얻고,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삶의 목적이나 이유를 돌아보고 다시금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그러나 단순히 그의 환자들 만이 아니다. 저자도 그들과 함께 삶의 깊이에 놀라고 삶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고통과 환희에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당신... 당신도 그녀와 함께 울고 웃고 있음을 어느 순간인가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삶이란 것은 단순히 우리가 이 곳에 태어남으로써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의미하고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아가는 것은, 그 깨달음을 추구하는 자들만에게 허락되는 하나의 사치이다. 자, 당신은 이 사치스로운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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