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6
토마스 만 저자, 홍성광 역자 / 민음사 / 2001년 11월
평점 :
한 가족이 있다. 자기 가문의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번창한다. 증조 할아버지가 시작해서 할아버지가 번성시키고 아버지 때는 유지한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손자 대를 마지막으로 그 회사는 정리된다. 그 과정을 그 가족의 족적을 따라서 차근차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여기서 이야기의 중심에 끊임없이 있는 사람은, 바로 그 아버지의 딸인 안토니다. 스스로의 태생과 외모에 자부심을 갖고 영특하다고 자신하지만, 그녀의 행동들은 내 눈에는 어리석은 여자의 지나친 자기 가문에 대한 자부심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세상의 흐름이나 사회의 변동에 전혀 접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고 꽃으로만 살아가도록 키워졌기에 그녀의 그런 행동은 결코 비난받을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가족의 주위에는 언제나 몰락한, 그러나 그 탓을 주변의 성공한 부유한 친척 탓으로만 여기는 음울한 사람들이 있다. 아, 이 탁월한 가족구성과 세월에 적응하지 못 해서 결국 스러져가는 한 가족의 얘기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충분히 매일 되풀이되는 인생살이가 아닌가. 읽으면서 끊임없이 본인의 친척들과 비교하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나한테는 참 씁쓸한 깨달음이었다. 결국 그게 사람 사는 모습이었단 말이지...
한가지, 4대째에 들어서면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회사의 마지막 소유주는 그의 아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남겨줬다. 어려운 회사를 자신의 유언으로 깨끗이 정리함으로써, 아직 10대의 어리고 또 앞으로도 회사경영에 결코 관심을 보일 것 같지 않았던, 그리고 설사 그 아들이 열심히 한다고 해도 결코 상황이 나아질 수 없었을 그 짐을 자신의 죽음과 함께 깨끗이 해소시켜준 것이었다. 어찌보면 가장 지극한 사랑 표현이 아니었을까.
물론, 불행히도 그 선물을 받은 어린 아들은 곧 선조들의 뒤를 따라가버리고 말지만... 그러고 보면 정말 삶은 꼭 뜻한 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란 것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아주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저자 본인의 성장환경에서 얻은 느낌일까?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또 담담하기까지 한 내용은, 돈을 가지면 명예를 쫓고 그러면 다시 넓은 집을 찾고, 그 과정 중에서 방탕한 자식들에게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사랑과 함께 그렇게 한 사회 속에서 짧은 꼬리를 남기고 한 가문과 함께 사라져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