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가 된 미국 -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지음, 김태훈 옮김 / 이레미디어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 엄청난 두통을 유발시켰던 트럼프의 당선소식. 그래도 일단은 어떤 사람인가 알아보자고 급히 사본 책. 읽고난 뒤의 감상은 역시 아니 더 황당한 쪽으로의 이상주의자란 결론으로 이제는 두통보다 더한 걱정으로 남았다.

 

트럼프의 기본 생각은 딱 하나 뿐인 듯 하다.  미국은 위대했고 그 위대함을 잃게 한 것은 미국 밖의 나라들이고(그들에 대한 터무니 없는 원조와 군사적 제공, 경제적 저자세로 미국이 당연히 누리고있어야 할 모든 이익을 다 포기했다는) 이제 그 관계들을 재정립함으로써 미국은 다시 한 번 위대해질 수 있다는 생각.  따지고 보면 지금 지구촌에서 군사적 긴장을 유발시키고 격화시키고 심화시키고 그를 통해서 자기"만"(분명히 하자, 그 나라의 국민들과는 상관없는 부의 재분배다) 더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이들은 바로 다 저런 생각을 기본에 깔고 있는 자들이다.  한 때 위대했었으나 지금은 주저앉은 러시아를 다시 대국 러시아로 만들자고 하는 푸틴이나, 한 때 전 세계를 지배할 역량을 갖고 실제로 행동에 옮길 정도의 파워를 가졌던 일본이 단지 전쟁의 패배로 인한 불평등조약으로 군사적으로 2등국가로 주저앉아버렸다고 강력하게 믿으며 일본의 우경화 가속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아베나, 언제나 위대했었는데 그간 무식한 서방국가들로 인해 하향평가되어 왔던 중국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전세계에 알리고 잃어버린 종주국의 지위를 되찾아야한다는 시진핑이나..  문제는 이 나라들이 다 군사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타국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국이란 점.  그리고 더 문제점은, 이 지구촌에 저런 국수주의/전체주의 사고방식으로 득세하는 지도자들이 저들 뿐이겠냐는 점이다.  중동에서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고, 경제적 열세는 군사행동의 잔혹함으로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본을 빙글빙글 돌렸을 때 이제 남은 단 하나의 지역은 바로 유럽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득세를 보고 유럽에서도 비슷한 사고방식의 정당지도자들이 크게 고무되고 있다는 불행한 소식이 새삼 신문지상을 장식 중인 것을 보니, 마지막 이성의 세계도 조만간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

 

백년에 한 번씩은 꼭 큰 전쟁을 겪어야 하는 것이 인류의 멍청한 점이라는데..  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 이제 한 60년이 지났으니 슬슬 발동들을 거는 것일까.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정상적으로 평균수명을 살 경우, 적어도 한 번은 큰 전쟁을 겪는 것이 그 동안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라고 한다면, 우리 부모세대는 한국전쟁을 보셨고 우리 조부모 세대는 2차세계대전의 끝자락을 보셨다면 내 세대는 아직 아무 것도 겪지 않았다.  이제 우리 차례라는 것일까..  2차세계대전의 발발을 나름 간략화시켜 설명하자면 이렇단다. 

 

1차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은 엄청난 배상금을 물게 되었다.  오스트리아는 다행히 유럽 전역에 땅뙈기들을 많이 갖고 있어 그걸 각국에 반환함으로써 어느 정도 금전적 배상액을 처분했는데 불행히도 독일은 그렇게 대체할 자산이 없어 생돈으로 메꿨단다.  공장에 나가서 하루종일 죽으라 노동하면 그렇게 받은 임금의 대부분은 다시 세금으로 내고, 그 세금은 배상금으로 국외로 유출되다 보니 자국의 인프라시스템은 여전히 貧한 상태 그대로.  힘들게 노동한 대가가 전혀 可視的이지 않는 상태에서 이 노동의 끝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시점(승전국들이 독일의 배상금 탕감 요구에 매몰차게 거절했단다), 히틀러가 나타난다.  그의 나치당의 구호는 결국 하나.  "독일을 다시 위대하게!"  지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고 타국에 대한 분노로 들끓기 시작했던 독일인들은 그 구호에 열렬히 환호하게 된다.  시작은 달콤했지만 히틀러가 원래 제 정신이 아닌 자였기에..  기본 속마음을 감추고 일단 편을 만들고나자 이제 속이 드러나기 시작하니 그것이 바로 "우리를 괴롭힌 저들을 혼내주자!"  지식인층은 이미 걱정하고 있었고 또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정치적 제재를 넘어선 피의 숙청은 그들마저 청소해버린다.  그리고나서 그 후의 역사는 뭐 모두가 아는대로.

 

자 이제 이 모습을 오늘날의 세계에 대입해보자.  푸틴이나 시진핑, 아베도 각기 다 비틀린 애국주의로 무장되어있지만 그들은 군사력과 경제력이 맞물린 상태에서 어느 한쪽으로만 쉽게 움직일 수는 없는 나라들을 대표한다.  그런데 미국은? 소비에트 연방국의 해체를 거친 뒤 세계1強의 위치를 서서히 고수하기 시작해서 그 지위를 누리며 안이함에 빠진 그 나라는, 현재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군림 중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의 통수권이 결국 히틀러스러운 자의 손에 들어간다면.. 

 

이왕 뽑혀버린 거, 우리는 그가 조금은 이성을 가진 자이기를 기대해본다.  大選戰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은 그저 상대를 누르고 차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본 원맨쇼였다고 기대해본다.  그런데 만일 아니라면?  2차세계대전 당시 세계의 급박한 정세 속에서 시대흐름을 전혀 파악하지 못 하고 결과적으로 열강의 발톱 아래 갈기갈기 찢겨져나갔던 나라들은 지구 상에 무수히 많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 당시 한반도 위에 존재하고 있었던 정부, 대한제국도 그 중 하나였다.  그 이후로 지구상에 지금처럼 수많은 군사적/경제적 대국들이 그들의 탐욕과 아집을 드러내놓고 공격적으로 표명하는 시절은 한동안 없었다.  그런데 보라, 구한말 당시의 세계정세와 오늘날의 세계정세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구한말 당시의 미/소/일/유럽제국의 역할들을 오늘날은 미/러/일/중이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슬프고 기가 막힌 것은 구한말 시절의 거의 무정부 상태의 혼란상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재에서도 되풀이 중이란 점.  이 나라는 과연 이런 엄청난 변화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신경을 한 올만큼이라도 쓰는 제 정신인 지도자를 가질 복 따위는 전혀 없다는 것일까?

 

트럼프의 기염과 그에 대처할 계획을 무계획으로 대응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에, 정말 다시 두통이 일어난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그래 이젠 뭐 상관없지' 싶기도 하다가, 자라나고 있는 어린 자식을 생각하면 이 세계의 미래가 또 걱정되고..  답답해서 그 답답함을 풀고자 뭔가 나를 납득시키고 이해시킬 만한 어떤 긍정적 sign을 찾고자 읽었다가 오히려 한숨으로 마지막 장을 덮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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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들이 2024-11-26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고 역사는 반복됩니다. 전 현재 우리나라 모습을 보면 트럼프 걱정할 여유도 없다고 생각되네요.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낙관적인 학자들의 저서나 견해들을 멀리하게 됩니다. 과학이 발전하고 생활이 편리해졌다는 게 곧 인류의 진보인가요? 결국 권력을 쥐고 자신들의 이권을 악착같이 챙기는 지배계급들의 정신 세계는 여전히 전근대적인걸요. 시민들은 여전히 다수의 개,돼지로 구성되어 있고요. 경제라는 그저 하나의 필요 조건 앞에 처절하게 무너지는 도덕과 인간의 존엄을 보면(이건 정치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서도 많이 느낍니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악한 존재가 맞아 보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별종이겠죠.

- 2024-11-29 1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개소리를 휘황찬란하게 적었구나. 개소리를 그럴듯하게 하는 새끼들은 다 거르라던데, 사상이 보이는구나.

대지에못박힌부유초 2025-03-04 12:52   좋아요 0 | URL
ㅎㅎ 이건 또 뭐 하는 지저분한 gr이지? dog 입에서 사상이란 단어도 나오고.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하더니, dog교육은 좋아졌나 보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