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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고고학 산책
C. W. 세람 지음, 안경숙 옮김 / 대원사 / 2002년 12월
평점 :
고고학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찾아낸 유물은 오래 될 수록 좋은데 그걸 논한 저서들은 오래 되면 폐기처분해야 한다. 왜냐면 연구가 진행될 수록, 앞의 학자들이 검증해놓은 이론의 오류가 발견되고 그걸 수정하다 보면, 처음 그 유물을 발견했을 때의 이론은 거의 거짓말 수준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고고학 관련 서적을 살 경우, 언제나 그 저자의 활동연대와 책이 씌어진 시기를 중시한다.
그러나 세람의 경우는 약간 예외이다. 그의 대부분의 저서는 근 반 세기 이전에 씌어진 책임에도 불구, 일반에게 읽혀지는 그의 책들은 고고학에 대한 입문서나 확증된 이론에 기반을 두고 씌여져서 그런지 그 기반이 확고한 때문이다. 이 책 속에서 세람은 고대 중앙아시아와 이집트를 넘나들며 옛 사람들의 삶을 얘기해준다. 결코 접해본 적이 없는 그 사막을 뚫고 흐르는 나일강 주변으로 흩어져서 한 왕국을 이루고 찬란한 문명을 꽃 피웠던 고대인들은 그렇게 나를 만나준다.
사학을 골치 아픈 학문으로 치부하고 덮어버리면 할 말 없지만, 어린 시절 옛날 이야기에 목 말라하지 않고 오래 된 귀신 얘기에 눈을 빛내며 밤을 지새워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 큰 성년이 된 지금, 그 옛날 이야기는 이렇게 고고학자들의 입을 통해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순수하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본 그 시절, 그 이야기들이 그립다면 성인이 된 지금, 그대 왜 이 책에 도전해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