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사람들 법정 스님 전집 1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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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글을 읽고 있자면, 만년에 자신을 '바닷가에서 조개 껍질을 줍고 있는 어린아이'로 비교한 뉴턴이 생각난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이고 지식은 알아갈 수록 갈증을 느낀다더니, 도는 구할 수록 부족함을 깨달아가는 것인가 보다. 바꿔 말하면 지혜라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어리석은 존재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일까...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보여줄 수 있겠는가라는 법정 스님의 담담함은,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과 삶을 함부러 낭비하고 쉽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대한 답답함과도 일맥상통한다. 눈 앞의 것에 연연하느라 진정한 자신을 잃고, 코 앞에 이뤄진 것을 자랑하느라 자신의 어리석음을 짐작도 못 하는 중생들... 그의 눈에는 진정 얼마나 어리석은 대중들이겠는가.

그러나 그런 그들에게 스님은 무슨 말을 함부러 해줄 수가 없다. 그도 진리를 찾아 떠나가는 한 구도자에 불과하므로... 조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봐야, 모두들 여정의 한복판에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 누가 누굴 탓하고 누가 누굴 지도하겠는가. 그래서 스님은 자신의 삶을 통해서 얻은 지혜를 조금씩만 글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 보따리 속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에 취하고 그 내용에서 뭔가 얻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중생의 개인 몫으로 남겨놓고...

나는 그래서 법정 스님의 글이 좋다. 그의 책을 읽는 이 우매한 독자의 어리석은 자유를 인정해주면서 '그래도 이런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좀 더 낫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럽게 근본적인 삶의 문제를 제시하는 스님의 모습에서, 진정 나보다 나은 영혼의 소유자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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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
정찬주 / 해들누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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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 하나 들고 길을 떠난다. 산 속에서 사람 발길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난 길을 되짚어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길 끝에는 오래 된 암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 산 속에서 산과 함께 호흡하면서 자연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서 길을 떠나는 이들의 몸이 거취하는 곳이다. 저자는 그 길들을 자신의 발로 걸어가면서 그 끝에서 만나는 옛 선인들이 남겨놓은 자취를 찾아서 자신의 구도여행을 간다.

생활에 지치면 여행을 떠나라고들 말한다. 그 여행은 도심 속에서 벌어지는 일상생활에서부터의 탈피요, 그 도심 속에서 그간 잊고 지냈던 마음을 찾아가는 나와의 만남이다. 이 책은 그런 여행길을 잘 찍은 컬러사진과 함께 담담하게 적어놨다. 간혹 거절당한 암자 앞에서 분개(?)하며, '오는 객을 하나 제대로 맞이할 줄 모르는 구도자라면 어찌 그 속에 섞여서 오는 부처를 맞이할 수 있겠는가' 하는 비난 속에서는, '구도자의 길이란 일단 자기 자신부터 구해서 정비가 되어야 남도 제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본인의 생각과는 상반되기에 좀 껄끄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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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고고학 산책
C. W. 세람 지음, 안경숙 옮김 / 대원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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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찾아낸 유물은 오래 될 수록 좋은데 그걸 논한 저서들은 오래 되면 폐기처분해야 한다. 왜냐면 연구가 진행될 수록, 앞의 학자들이 검증해놓은 이론의 오류가 발견되고 그걸 수정하다 보면, 처음 그 유물을 발견했을 때의 이론은 거의 거짓말 수준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고고학 관련 서적을 살 경우, 언제나 그 저자의 활동연대와 책이 씌어진 시기를 중시한다.

그러나 세람의 경우는 약간 예외이다. 그의 대부분의 저서는 근 반 세기 이전에 씌어진 책임에도 불구, 일반에게 읽혀지는 그의 책들은 고고학에 대한 입문서나 확증된 이론에 기반을 두고 씌여져서 그런지 그 기반이 확고한 때문이다. 이 책 속에서 세람은 고대 중앙아시아와 이집트를 넘나들며 옛 사람들의 삶을 얘기해준다. 결코 접해본 적이 없는 그 사막을 뚫고 흐르는 나일강 주변으로 흩어져서 한 왕국을 이루고 찬란한 문명을 꽃 피웠던 고대인들은 그렇게 나를 만나준다.

사학을 골치 아픈 학문으로 치부하고 덮어버리면 할 말 없지만, 어린 시절 옛날 이야기에 목 말라하지 않고 오래 된 귀신 얘기에 눈을 빛내며 밤을 지새워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 큰 성년이 된 지금, 그 옛날 이야기는 이렇게 고고학자들의 입을 통해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순수하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본 그 시절, 그 이야기들이 그립다면 성인이 된 지금, 그대 왜 이 책에 도전해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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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위에 새긴 생각
정민 엮음 / 열림원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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빳빳한 코팅된 듯한 질 좋은 흰 종이 위에, 붉은 글씨로 그 인장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붉음 뒤에 담겨진 깊은 뜻이 짧은 번역문으로 내 눈 안에 확 뛰어들어 온다. 글도 짧고 내용은 더 짧다. 그런데 그 여운은 한없이 길기만 한 것이, 때로는 그 내용이 한 번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한 없이 깊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처럼 급하게만 돌아가는 곳에서는 모든 것이 눈에 확연히 들어와야 하고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논하지를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조상의 그 여백의 미를 잃어버림으로써 사실, 그 정신 세계의 깊이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더운 여름날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댈 때에 그 잃어버린 여백을 찾아서 길을 떠나보라. 당신의 길동무는 이 책 하나로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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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고 진실하게 여자의 이름으로 성공하라
김효선 지음 / 푸른숲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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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또 다른 핸디캡일 때가 많다. 하물며 현대문명 사회에서 남성 중심으로 이미 그 구조가 짜여진 기성 회사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성들에게는 여러가지 제약과 서러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안에서 성공까지 하려면, 뭔가 다른 남성이나 여성과는 다른, 또 다른 특출난 제 3의 여성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하는 것이 언제나 나의 불안함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불안감을 씻어준다. 그 불안감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것이고 그걸 극복하는 구체적인 방법들까지 제시해주니 그만하면 많이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그간 여러 저자들에 의해서 나왔던 많은 책들이 단순히 그 불안감의 존재를 인정하고 피상적으로만 그들의 의견을 피력했던 것에 비해서 이 책은 구체적인 실례와 함께, 회사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윗사람들이 바로 어떤 면을 중시하고 요구하는가까지 실질적인 샘플과 함께 제시되어 있다. 새롭게 편입해가는 사회와 회사 생활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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