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사람들 법정 스님 전집 1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법정 스님의 글을 읽고 있자면, 만년에 자신을 '바닷가에서 조개 껍질을 줍고 있는 어린아이'로 비교한 뉴턴이 생각난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이고 지식은 알아갈 수록 갈증을 느낀다더니, 도는 구할 수록 부족함을 깨달아가는 것인가 보다. 바꿔 말하면 지혜라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어리석은 존재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일까...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보여줄 수 있겠는가라는 법정 스님의 담담함은,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과 삶을 함부러 낭비하고 쉽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대한 답답함과도 일맥상통한다. 눈 앞의 것에 연연하느라 진정한 자신을 잃고, 코 앞에 이뤄진 것을 자랑하느라 자신의 어리석음을 짐작도 못 하는 중생들... 그의 눈에는 진정 얼마나 어리석은 대중들이겠는가.

그러나 그런 그들에게 스님은 무슨 말을 함부러 해줄 수가 없다. 그도 진리를 찾아 떠나가는 한 구도자에 불과하므로... 조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봐야, 모두들 여정의 한복판에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 누가 누굴 탓하고 누가 누굴 지도하겠는가. 그래서 스님은 자신의 삶을 통해서 얻은 지혜를 조금씩만 글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 보따리 속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에 취하고 그 내용에서 뭔가 얻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중생의 개인 몫으로 남겨놓고...

나는 그래서 법정 스님의 글이 좋다. 그의 책을 읽는 이 우매한 독자의 어리석은 자유를 인정해주면서 '그래도 이런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좀 더 낫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럽게 근본적인 삶의 문제를 제시하는 스님의 모습에서, 진정 나보다 나은 영혼의 소유자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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