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 철학 입문 - 탈레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W.K.C.거스리 지음, 박종현 옮김 / 서광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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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학 초심자... 그래서 주변에서 조언을 많이 듣는다. 그러면 언제든지 듣게 되는 소리가 '박종현'이 번역한 '거스리'의 <희랍철학입문>으로 서양철학에 입문해 보라는 소리였다. 다른 분야에서 이렇게 일치된 가이드를 얻어 본 적이 없었다. 책을 구입했고 열심히 읽었다. 너무 좋아서 연거푸 읽었다. 이제 어느 정도 큰 그림이 잡힌다.

그리고 유의해서 보아야 할 점, 특히 언어와 사유의 문제이다. 번역을 통해서 희랍철학을 접할 때의 문제점은 그 시대의 사유가 오늘날의 언어용법에 의해 오염되기 쉬우니 그 용어의 당대 용례를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와 사유의 얽힘의 문제에 대해 저서는 지속적으로 독자를 환기시킨다. 다른 책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얇은 책이지만 희랍철학의 핵심을 가장 날카롭게 집어낸 책으로 정평이 나있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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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 입문 동문선 현대신서 19
마르시아 포인턴 지음, 박범수 옮김 / 동문선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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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이드는 장래에 미술사학을 해 볼 료량을 지니고 있는 고등학교 상급생이나 대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저술된 것으로 미술사학이 다루는 분야와 80년대까지의 미술사학계의 대체적인 동향과 미술사학을 하는데 있어서 알게모르게 요구되는 실용적인 요령들 (예를 들어 미술사학에 대한 일반인의 그릇된 상식에서 부터 어떤 책을 참고서로 써야 하는지, 예술작품들을 어떻게 쉽게 접할 수 있는지, 논문을 쓰기 위해 어떤 자료들을 모으고 참조할 것인지, 그리고 미술사학에서 쓰이는 전문용어를 다루는 문제 등)을 제공해주고 있다.

저자는 미술사학을 단순히 미술작품 수집과 분류 및 평가를 위한 학문으로 축소시키는 상식을 버리라고 말한다. 그것은 단지 파인 아트만이 아니라 대중매체나 의사소통, 그리고 표현에 관한 역사적 연구이다. 그만큼 미술사학은 다측면적이고 현장성이 강한 학문이란 것이다. 이외에 미술사와 영화, 문학, 디자인, 인류학 등 관련된 학문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얇고 작은 가이드치고는 내용이 매우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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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유평근 외 지음 / 살림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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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1)이미지란 무엇이고, 이미지는 전통적으로 어떤 대접을 받아왔는가 2)이미지에 대한 가치 재발견의 여정, 그리고 3)삶 속의 이미지 문제 - 인식(혹은 과학)과 이미지의 문제, 실천(혹은 윤리-정치)과 이미지의 문제, 주체와 이미지의 문제를 서술한다.

이미지와 관련하여 프로이드부터 리쾨르까지 많은 이론가들을 다루지만 주로 질베르 뒤랑의 이론에 천착하고 있으며, 대체로 평이하고 읽기 쉽다. '이미지'를 단지 영화나 미술에서 다루는 시각적 이미지로 국한시키지 않고 '결핍을 느끼는 존재는 언제든 이미지를 만든다'는 앙리 코브랭의 이미지론을 원용한다. 이 책을 지도삼는다면 이미지에 대한 나름의 시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음 저서도 준비되고 있다고 하니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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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프랑스 철학 동문선 현대신서 7
에릭 매슈스 지음, 김종갑 옮김 / 동문선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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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면 '철학'이지 도데체 왜 '프랑스 철학'인가? 철학이 보편성을 담는 학문이라면 도데체 프랑스만의 철학이 있다는 것은 말이 되는 소리인가? 분석철학적 경향이 농후한 영미계통의 철학이라면 철학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넌센스처럼 여길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철학은 다른 나라의 철학과 달리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푸코가 가장 심각하게 영향받은 사람은 철학자라기 보다는 블랑쇼나 바따이유같은 소설가와 비평가들이다. 사르트르는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소설가이다. 영미철학자들은 자신의 나라에 사르트르를 소개할 때 '소설가-철학자'라고 소개하면서 은근히 그를 폄하하는 태도를 보였다. 프랑스 철학은 문학적 전통과 질기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걸 자랑으로 생각하고 문학과 예술의 정신을 설명하지 못하는 철학은 저급한 철학이라고 여긴다.

영미권의 프랑스철학은 철학자들이 아니라 비평가들과 문학이론가들에 의해 수입되었고 과시소비적 행태와 맞물려 지적 스노비즘의 훌륭한 도구가 되기도 했다. 영어권의 동향에 민감한 한국의 기지촌 지식인들은 이렇게 알맞게 데코레이션된 이론을 써머리 형태로 판매했다. 그게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이 책은 영미권의 사상사를 전공하는 학자가 쓴 프랑스 현대 철학 입문서이다. 비평이론가가 자기 입맛에 맞게 버무린 작품과 다르게 분석철학적 전통 속에 있는 자신의 입장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프랑스 철학의 전통의 내적 충동과 변천을 객관적으로 다루려고 노력한다. 저자가 말한대로 21세기에 가장 흥미로운 철학이 분석철학과 프랑스철학의 전통이 만나는 지점일 것이라는그의 추측이 옳다면 이 책은 훌륭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최근 레이 몽크의 비트겐쉬타인의 전기가 새로 번역되었다. 비트겐쉬타인하면 분석철학의 원조로 영미철학의 아버지나 다름없다. 한동안 비트겐쉬타인은 그들의 아버지로, 다른 쪽에서는 부르조아의 현상유지적 철학전통의 한 아류로 폄하되기도 했으나 레이 몽크는 그의 철학이 궁극적으로 윤리와 종교, 예술의 문제로 이어져 있음을 설득력있게 밝히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서 이 책과 분석철학에 대한 공부를 한다면 어떤 비젼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게 요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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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지적 운동 1 - 르네상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김영한.임지현 지음 / 지식산업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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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사를 공부해가는데 레퍼런스로서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로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해서 서구 근대와 탈근대 사상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1권과 큰 시차가 있었지만 2권까지 나와서 왠만한 서구의 사조는 거의 다 포괄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훌륭한 참고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가장 큰 아쉬움은 하나 하나의 사조를 세밀하게 각 분야 전문가가 잘 기술해 놓은 점은 좋지만 책 제명대로 '운동'이란 용어를 쓴 것처럼 그 운동의 전체적 맥락과 개요적 소개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불만이다.

서방세계에서 출간되는 이런 류의 책을 보면 항상 테마가 있으면 그 테마에 대한 개요적 소개가 있고, 그 개요 부분이 본문 내용보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잘 기술된 책이 많다. (예를 들어 프레드릭 제임슨이 편집한 Aesthetics and Politics 같은 저서는 외려 제임슨이 쓴 서론적 개요부분이 더 볼 만 하다) 그런 책들과 비교해 볼 때 이 책은 상대적으로 좀 급조되었다는 듯한 인상을 받게 한다. 필자가 원래 너무 많고 다루는 분야가 너무 넓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걸 요구하는 것도 충분히 독자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거의 오만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여기저기서 공짜로 뿌려대는 퇴임기념논문집과 별다른 것이 없다고 느껴지면 그 낭패감이란....! (물론 이 책은 그런 류의 책보다 한 스무배는 낫지만 결단코 그런 책들과 완벽히 차별화된 성격을 가졌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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