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사를 공부해가는데 레퍼런스로서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로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해서 서구 근대와 탈근대 사상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1권과 큰 시차가 있었지만 2권까지 나와서 왠만한 서구의 사조는 거의 다 포괄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훌륭한 참고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가장 큰 아쉬움은 하나 하나의 사조를 세밀하게 각 분야 전문가가 잘 기술해 놓은 점은 좋지만 책 제명대로 '운동'이란 용어를 쓴 것처럼 그 운동의 전체적 맥락과 개요적 소개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불만이다. 서방세계에서 출간되는 이런 류의 책을 보면 항상 테마가 있으면 그 테마에 대한 개요적 소개가 있고, 그 개요 부분이 본문 내용보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잘 기술된 책이 많다. (예를 들어 프레드릭 제임슨이 편집한 Aesthetics and Politics 같은 저서는 외려 제임슨이 쓴 서론적 개요부분이 더 볼 만 하다) 그런 책들과 비교해 볼 때 이 책은 상대적으로 좀 급조되었다는 듯한 인상을 받게 한다. 필자가 원래 너무 많고 다루는 분야가 너무 넓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걸 요구하는 것도 충분히 독자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거의 오만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여기저기서 공짜로 뿌려대는 퇴임기념논문집과 별다른 것이 없다고 느껴지면 그 낭패감이란....! (물론 이 책은 그런 류의 책보다 한 스무배는 낫지만 결단코 그런 책들과 완벽히 차별화된 성격을 가졌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