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어드벤처 후르티디노 1 - 상식 탄탄 코믹학습북 호기심 어드벤처 후르티디노 1
김강현 글, 김기수 그림, 정효해 감수 / 서울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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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사에서 새로운 학습만화가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얼른 첫 권을 가져와보았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학습만화를 통해 그야말로 "놀면서 배우는" 게 일상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만화는 만화일 뿐, 공부와는 상관없다 생각했었는데 아들과 함께 요즘 학습만화를 읽어보면 어른인 저도 재미있고 짜임새있게 구성이 되어 있더라고요. 물론 곧 만화를 졸업하고(?) 글책으로 건너가기를 바라지만 그때까지 유익한 학습만화를 통해 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름 적극적으로 신간을 구해다주고 있습니다.


<후르티디노>는 특이하게도 공룡과 과일이 섞인, 아주 신비한 생명체에요. 1권에서는 더할 것 없이 평화롭고 즐거운 생활을 하던 후르티디노 3인방이 인간소년 탄탄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탄탄의 마을을 함께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탄탄의 이야기에 따르면 막강한 파워와 능력을 가진 후르티디노들이 자신들을 구원해줄 거라는 전설이 있대요.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잘 먹고 잘 노는 것밖에 없던 후르티디노들은 이에 적잖이 당황하며 어쩔 수 없이 길을 나서는 모습이 우습고 귀엽습니다.


여기까지가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이라면 이들이 탄탄의 마을로 향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과학 상식을 전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입니다. 스토리에 잘 녹아있기 떄문에 억지스럽거나 어색하지 않아요. 한 챕터가 끝날 때면 배운 내용을 정리하며 더 자세하게 알아보는 페이지가 있어 호기심을 채울 수 있어요. 처음에는 만화만 휘리릭 보던 아들도 몇 번 같은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들을 읽기 시작하더라고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아이들의 특징을 잘 적용한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스토리 초반이라 후르티디노가 어떤 존재들이고 어떤 계기로 각성하여 탄탄의 마을을 구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리고 그것이 진짜 스토리의 마지막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흥미진진하고 귀여운 내용과 사랑스러운 그림체,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유익한 과학상식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어요. 초등학교 저~중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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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 키우는 기적의 독서 습관 - 단 10일이면 저절로 되는 내 아이 독서 습관 기르기
김기용 지음 / 미디어숲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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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신경써서 다양한 동화책도 읽어주고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 나들이를 하며 새로운 책을 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아이가 한 학년씩 올라가면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어졌어요. 별다른 학원에 다니고 있지 않은데도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오면 곧 저녁 먹을 시간이라 그날의 숙제와 복습을 하기에도 가쁘죠. 어느새 즐겁게 독서하는 시간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단 10일이면 저절로 되는"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에 확 끌리기도 했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10일"이라는 시간은 상징적인 의미인 것 같아요. 독서 습관을 잡는 열 가지 방법이 소개되어 있고 각 방법은 또 다시 몇 개의 단계로 나뉩니다. 하나의 스텝을 하루만에 도달할 수는 없으니 차근차근 밟아나가라는 의도 정도가 되겠네요. 굉장히 좋은 내용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굳이 저런 문구로 "낚시(?)"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하긴, 단 열흘 만에 그것도 저절로 독서 습관이 만들어지는 비법을 기대하는 게 좀 더 비현실적일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이 책은 초등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에 따라 바람직한 독서 습관을 잡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엄마 아빠의 손을 많이 타는 시기라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자극(혹은 넛지)을 주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변하기 마련이죠. 부모가 옆에서 너무 독서하라고 다그치지도, 반대로 책을 읽든말든 방관하지도 않도록 적절한 페이스를 지켜가며 아이와 성장할 수 있는 팁들이 많이 담겨있어요. 특히 독서 시간 이후 활동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인상깊었는데 뭔가 교훈을 준다던가 정답을 알려주려 생각하지 말고 그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때 아이가 즐거움을 느끼고 자존감을 기를 수 있다고 합니다. 생각주머니를 키워야 하는 시간에 자꾸만 판단의 잣대로 아이를 재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 집의 중요한 규칙 중 하나가 잠자는 시간 지키기였는지라 (굳이 꼭!) 늦은 저녁에 책을 읽기 시작하는 아들에게 잔소리를 자주 하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아이가 집중하고 있는 것을 좀 더 존중해주는 마음을 가지려 합니다. "엄마 아빠 눈에는 하찮아 보여도 아이 입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었거든요. 부담감 없이, 즐겁고 재미있게, 평생 독서를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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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력 상승 챗GPT 200% 활용법 - 십대를 위한 15가지 질문법
장대은 지음 / 매경주니어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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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를 막론하고 챗GPT가 "핫"합니다. 처음에는 두들기면 뭔가 나오는 요술 방망이나 문지르면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 램프처럼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생활 깊숙하게 들어와 없어서는 안될 '동반자'가 되어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 관심 없이 지나치고 있었는데 챗GPT로 언어 공부를 하는 유튜브 영상을 본 다음부터는 이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공부력 상승 챗GPT 200% 활용법>은 지금 이 상황에 꼭 필요한 챗GPT에 대한 이해와 활용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 독자층은 중학생 정도가 되겠지만 워낙 친절하고 흥미롭게 쓰여져 있어서 초등학교 고학년 친구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법한 책입니다. 무엇보다 실생활에서 곧장 적용할 수 있는 팁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어리면 어릴수록 응용하기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요. 


챗GPT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이젠 반성문도 챗GPT로 쓴다더라', '에세이 숙제를 챗GPT에게 시켰다더라'등 부정적인 카더라 통신이 많았어요. 마치 이 새로운 기술이 어린 아이들에게 얍삽한(?) 비기가 될 것처럼 말이죠. 게다가 3.5 시절에는 없는 이야기를 기정사실인양 대답하는 챗GPT의 치명적인 hallucination 현상 때문에 인식이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4.0 그리고 4o(omni)로 넘어오면서 오답 확률이 드라마틱하게 줄었을뿐 아니라 점점 챗GPT를 도구로써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미지 또한 긍정적으로 변하는 추세입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수 있겠지만 그만큼 새로운 직종의 미래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어요. 챗GPT가 상용화된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챗GPT 프롬프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이 생겼으니 말이에요. 


이 책은 아직 어린 학생들의 시선에 맞게 1) 챗GPT를 통한 자료 수집 2) 교열과 교정 3) 요약과 핵심 정리 4) 사고력의 확장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마무시한 능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챗GPT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실용적인 질문과 답변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요. 수십, 수백 억을 호가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도 그것을 연주할 수 없는 사람 손에 넘겨지면 그저 소음밖에 낼 수 없으니까요.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이 기술의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입니다. 

"챗GPT가 주는 답에만 의존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직접 공부해가며 챗GPT를 활용해가야 해요. 이 과정을 반복할 때 여러분의 사고역량은 더욱 발전하게 될 거예요. 그럴수록 챗GPT를 활용하는 질문 능력은 향상될 것이고 챗GPT는 여러분의 예측력을 향상시켜주는 탁월한 도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

아무리 챗GPT가 어마어마하다한들 결국 첫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 결과를 도출해내는 데에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예전엔 백과사전처럼 많은 지식을 머리에 넣는 것이 공부의 기본이었다면 이제는 "질문의 기술",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공부의 대상이 된 것 같아요. 챗GPT에 대한 입문서로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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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복
리샤르 콜라스 지음, 이주영 옮김 / 예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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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디까지의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리샤르 콜라스의 장편소설 <할복>은 역사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비극적인 삶을 산 에밀 몽루아의 일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세계 제1차 세계대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소설의 현실적인 배경 때문인지 살고자 몸부림 치는 에밀 몽루아가 꼭 실존했던 인물처럼 느껴졌어요. 믿기지 않는(그러나 결코 과장되거나 부자연스럽지 않은) 우연의 연속으로 이 모든 전쟁에서 기어이 살아남은 그는 결국 할복으로 길고 고단했던 삶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그의 삶 이야기가 알려질 수 있었던 건 그가 죽기 전 주일 프랑스 대사관에서 일하던 R.C. (저자의 이니셜과 같은 건 우연일까요 ㅎㅎ)에게 의문의 소포 두 박스를 보냈기 때문이죠. 소포에는 여러 장의 LP판과 서른 여섯권의 수첩이 들어있었습니다. 몽루아는 R.C.에게 그의 삶 전부를 전달하며 이 수첩들을 꼭 순서대로 읽어달라고 부탁하죠. 그는 아마도 닷새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거라고 편지에 적었지만 R.C.는 3박 4일만에 다 읽었고, 그 이야기를 전달받은(!) 저는 1박 2일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그만큼 흡입력 있고 충격적인, 그리고 애처로울만큼 비극적인 이야기였어요. 

"에밀 몽루아"는 수첩을 쓴 주인공이 가진 하나의 이름에 불과합니다. 그의 첫 이름은 "볼프강 폰 슈패너"로 유능한 정형외과 의사 아버지와 낭만적인 천재 피아니스트 어머니 아래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냅니다. 아버지도 독일의 유망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어머니 역시 보르도의 귀족 딸로 제1차 세계대전 뒤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를 염원하던 이상주의자 외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베를린으로 유학을 온 프랑스 사람이었습니다. 부족할 것 없고, 바랄 것 없는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그의 인생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건 히틀러가 기득권을 잡기 시작한 다음부터였는데, 어느새 나치의 앞잡이가 되어 나날이 미쳐가는 아버지와 현실에서 끝없이 도피하는 어머니는 더 이상 그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주지 못했어요. 결국 베를린이 소련군에 의해 함락되면서 그의 삶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볼프강에서 모리스로, 모리스에서 에밀로 (성까지 합치자면 더 여러 번이지만) 신원이 바뀌었지만 그런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가장 의미있던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아버지의 학교 동기이자 그의 집에서 할복 자살한 일본 사무라이 겐소쿠였고 다른 한 사람은 부모님이 놀이 친구로 수용소에서 데려온 유대인 에밀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주인공에게 각기 다른 "삶의 의미와 가치"를 건네주었는데 겐소쿠는 '용서를 구할 필요없는 후회 없는 삶'을, 에밀은 '사랑이라는 불씨를 위해 사는 삶'을 알려주죠. 

"볼프강, 사람은 그 어떤 후회도 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단다 (...) '그 어떤 용서도 구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았구나. 나에게조차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았어.' 그러면 이 사람은 평화롭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이지. - 겐소쿠"

"우리는 사랑을 하며 살아갈 거야, 모리스. 사랑은 찰나의 순간일지도 몰라.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사랑을 하며 살아갈 거야. 사랑이라는 불씨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고!" - 에밀

어린 주인공에게 큰 영향을 준 소중한 두 사람이었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고 끔찍하게 세상을 떠납니다. 주인공은 그들의 말을 마음에 간직한채 인생의 노를 쉬지않고 젓기 시작해요. 헤아릴 수 없는 비극의 연속에도 그가 삶에 대한 의지를 내려놓지 않은 것은 이 두 사람의 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가 그토록 지키고 싶은 사랑을 잃고서야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에밀 몽루아의 삶은 가히 가학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인생의 "고백서"는 참담하고 끔찍하기 그지 없습니다. 작가가 굳이 이렇게까지 그를 극한으로 밀어넣어야 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던걸까, 어디까지 추락시키고 싶었을까, 왜 그는 인간이 감당할 수조차 없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을까 묻게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소설은 정말 흡입력있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과 사건이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이다보니 마치 역사의 소용돌이로 함께 휘말려들어간 착각마저 들거든요.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차례로 잃고, 지켜야 할 대부분의 것을 상실한 그가 끝없이 삶의 의지를 불태우며 마지막 불꽃이 꺼지기까지 살아냈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가운데 드러나는 전쟁의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지만요. 

그는 왜 새해 아침이 밝을 때 일본에서 생을 마감했을까. 살아야 할 사람은 죽고 죽어야 할 사람은 사는 운명의 아이러니는 무엇일까. "한 많은" 인생을 내려놓기로 결심한 다음 어째서 서른 여섯 권의 수첩에 빼곡히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을까. 왜 그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으로 R.C.를 지목한걸까... 책을 덮은 다음에도 끊임없이 질문이 떠오릅니다. 

생전에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겐소쿠와 에밀에 대한 약속을 모두 지켰습니다. 겐소쿠의 금화는 아들에게 잠시나마 돌아갔고, 에밀이 말한 사랑을 하며 끝까지 살았으니까요. 도무지 사랑하지 못할 상황에서도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구원"을 얻지 못합니다. 자기 안에 있는 악마에게 잠식당했다고 느낀 그는 질긴 운명을 끔찍한 고통을 통해 잘라내버리기로 결심하죠. 

여운이 깊게 남는 에밀 몽루아, 아니 모리스 드 그라브, 아니 볼프강 폰 슈패너의 삶이었습니다. 

PS. 초반에 주인공의 어머니가 그를 "마인 클라인 모짜르트"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문법적으로는 "마인 클라이너 모짜르트(Mein kleiner Mozart)"가 맞습니다. 처음엔 오타인가 싶었는데 끝까지 이렇게 나오더라고요. 원본이 그런 건지 번역본이 그런 건지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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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매터링 코칭 - 미국 교육계가 권하는 신개념 양육, 매터링의 비밀
제니퍼 월리스 지음, 조경실 옮김 / 웨일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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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도 소중했던 아이였건만, 아이가 자랄 수록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보다는 첨예하게 대립하며 날을 세우는 순간들이 늘어갑니다. 어떻게 재미있게 놀까 고민하던 시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모자란 시간을 쪼개가며 해야 할 일을 구겨넣곤 하죠. 참 괴로운 건 아이가 잘 따라주건 따라주지 않건 걱정과 고민이 생깁니다. 따라주지 않으면 공부하라는 잔소리에 반항하는 아이로 인해 괴롭고, 따라준다 하더라도 부모가 말하는 길이 결코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고민과 갈등이 생깁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후자의 경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내 아이를 위한 매터링 코칭>은 1980년대 처음 등장한 매터링(mattering) 양육방식에 관한 책입니다. 최근 미국 교육계가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고 그 효과가 입증되어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데요,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 개념을 짧게 정리해보자면 "나는 가치있는 사람이며, 주위에 기여하고 있다"는 건강하고 단단한 자존감, "나는 나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아는 메타 욕구가 충족된 상태를 말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성공 여부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느끼기 때문에 행여 학업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끊임없는 불안장애와 우울감에 시달립니다. 이 현상은 중산층 이상의 엘리트 부모 아래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더욱 도드라졌는데, 이는 부모가 성공한 것처럼 자신도 성공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결국 자신의 가치를 성취에 고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해요. 특히 "지위 보호(status safeguarding)"라는 개념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자기 자식의 지위가 하락하지 않게 만드려는 본능으로서, 아이가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어 행복하게 살게 하려고 특기에 맞춰 시간표를 짜고, 학원에 보내고, 좋은 강사를 찾는 등 사회적, 정서적으로 하는 모든 양육 방식을 뜻한다고 합니다. 자식에게 더 나은 교육,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은 결국 부모가 유지하고 있는 지위, 혹은 그보다 더 높은 지위로 자식이 올라가게 하려는 본능이라는 거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이는 부모로부터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자신의 존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받습니다. 특히 모든 분야에서 철저하게 평가받는 지금 세대에는 "모두가 탁월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해요. "모든 것이 측정되는 시대"이기 때문이죠. 이런 아이에게 "아무 조건 없이 스스로를 가치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매터링 코칭이라고 저자는 정의합니다. 

이 책은 지금 아이들이 처한 현실과 매터링 코칭이 필요한 이유, 매터링 코칭의 개념 정리와 적용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 눈부신 성취를 이루었지만 수많은 아이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약물, 마약 등에 손을 대는 등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생활에 빠진다고 해요. 주로 가난하고 낙후된 지역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일들이 거의 동등한 확률로 중상류층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이 기현상은, 결국 아이들이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고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취와 성공 여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 "너의 존재 가치는 절대적이고,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바뀌지 않는다"라고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으면 끊임없는 경쟁과 비교당하는 SNS의 늪에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거고요.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이 조금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양육(특히 학업에 관련된) 고민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가 아니라 "공부를 잘 안 해서"니까요. 그래서 자신을 극한으로 밀어 넣기까지 노력하고, 갈등하고, 도전하고, 소진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가끔은 소위 "잘난 부모와 잘난 자식들이 말하는 그들만의 세상"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매터링"은 공부를 열심히 하든 그렇지 않든, 성적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는 중요한 개념인지라 큰 도움이 됩니다. 무심결에 하는 말 가운데 아이에게 이중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끈다는 미명하에 가스라이팅이 되지는 않았는지, 정말 아이가 고유한 존재로 인정받고, 나아가 주변과 사회에 기여하며 단단한 자존감을 가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자녀부터 중고등학교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자녀들을 가지신 부모님께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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