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조직이 어떻게 큰 조직을 이기는가 - 스토리텔링으로 배우는 이기는 비즈니스 전략
나가이 다카히사 지음, 임재덕 외 옮김 / 성안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백번 듣는 것보다 실제로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인데, 모든 것에는 아니더라도 어느 부분에서만큼은 정말 공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새롭게 시작한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인지 몇차례 설명을 듣는 것보다 직접 한번 해보는 것이 이해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곤 하고요. 운전을 처음 배울 때도 마찬가지인데 핸드브레이크니 기어니 악셀이니 이런저런 설명을 들어도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다가 막상 차를 몰아보면 그제서야 '아, 이런거였구나!'하고 이해가 가기도 하죠. 

모든 것을 이렇게 한번 경험해보고 이해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때때로 그러한 "실수 경험"이 용납되지 않는 상황도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캐리어와 큰 돈이 걸려있는 비즈니스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좌충우돌 부딪히면서 점차적으로 성장해나갈 수도 있겠지만, 요즘같은 경쟁시대에서는 한 순간의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모두가 최대한의 이익에 최소한의 리스크로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원하고요.


타고난 비즈니스맨들 조차도 실수를 하는데 평범한 우리들은 어떨까요? 조바심에 이런 저런 책들도 읽어보고 강연도 다녀봤지만 딱히 깨닫거나 마음에 와닿는 것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면 꼭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비즈니스 전략 실무서 <작은 조직이 어떻게 큰 조직을 이기는가>를 함께 만나보시죠!






스토리텔링보다 강력한 전달방식은 없다


초등학교 시절 역사가 재미있었던 것은 초등학생 수준에 맞추어 옛날 이야기처럼 들려주시던 수업방식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흥미진진하고 다음 내용이 궁금하기만 했던 역사가 학년이 올라갈 수록 괴롭고 귀찮아진 것은 어떠한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나 외워야만 하는 팩트(만약 역사에 팩트라는 것이 진짜 존재한다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작은 조직이 어떻게 큰 조직을 이기는가>는 바로 이 사실에 주목합니다. 아무리 실무에 도움이 되고, 경영을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조언이라도 읽는 사람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죠. 때문에 저자는 딱딱한 이론의 나열이 아닌 스토리텔링이라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이 책은 "사장의 회계"라는 회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라이벌 구조에 놓인 싱크프리상사(중소기업)와 밸류하이사(대기업)의 이야기입니다. 작은 조직과 큰 조직이라는 대결 구도와 함께 핵심이 되는 회계 프로그램과 고객관리, 사업확장과 축소 그리고 상대방을 의식한 전략에 중점을 두고 그것을 가상의 인물들과 함께 풀어나가게 됩니다. 주인공격인 사토 미유키 과장은 똑똑하고 유능한 캐리어 우먼이지만 그녀의 성공에 무단편승한 대기업의 횡포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어떤 면에서든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대기업 밸류하이사가 그녀가 성공시킨 "사장의 회계"와 똑같은 상품을 만들어 고객을 빼앗아가게 된 것입니다. 중소기업인 싱크프리상사의 효자상품이었던 "사장의 회계"의 성장률이 멈칫하면서 회사는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되고, 지속적인 하락은 곧 회사 자체의 위기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책은 사토 미유키 과장이 어떠한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비즈니스를 원상태로 되돌려놓는지 (혹은 더욱 좋은 결과로 이끌어내는지) 그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진행되는 이야기이고 책장을 넘길 수록 등장인물에게 몰입하다보니 경영 서적이라 하더라도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갈 수록 결론도 더욱 궁금해졌고 사토 미유키 과장이 만나는 난관들 앞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잠시 쉬며 생각해보기도 했고요. 성격상 스토리텔링보다는 깔끔하게 정리된 실무서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스토리텔링만큼이나 강력한 전달방식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직까지 비즈니스와 경영에 대해서 생소하게 느끼는 입문자에게는 더더욱 그렇고요. 



이론과 실무, 두 마리의 토끼를 잡다 


다른 경영전략 도서를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경영전략 도서들은 민간인(?)이 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자리잡고 읽고 이해하려 노력을 해도 마치 치즈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 곧 포기하게 되곤 하죠. 한두 개의 생소한 개념도 벅찬데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전문용어들과 해당 문헌을 읽지 않고는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이 줄지어 등장할 때면 곧 전의를 상실하게 되곤 합니다. "조금 더 쉽고 입문자에게 친절한 비즈니스 전략 도서는 없을까?"하고 고민하고 있었다면 <작은 조직이 어떻게 큰 조직을 이기는가>를 통해 시원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특이하게도 챕터가 아닌 "몇 번째 매치(match)"로 목차를 이루고 있습니다. 즉 하나의 대결 사건을 중심으로 각 챕터가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매치들은 각각 중요한 경영 전략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매치가 끝난 이후 다음 매치로 넘어가기 전 등장한 경영 이론과 상황들을 다시한번 설명해주기 때문에 혹시라도 불명확하거나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기가막힌 이론이라도 실무에 적용될 수 있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고,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좋은 이론을 어떻게 실무에 적용해야하는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작은 조직이 어떻게 큰 조직을 이기는가>에서는 거꾸로 실제 예를 먼저 설명하고 그 후에 이론에 대해 설명하기 때문에 이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더라도 그 전후 내용을 대충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이론을 굳이 영단어 외우듯 외우지 않아도 스토리를 기억하면서 절로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고요. 생각이 잘 나지 않을 때면 각 매치 마지막의 두 페이지 남짓 이론 정리를 다시한번 읽으면서 빠르게 복습할 수 있습니다. 



경쟁 사회 비즈니스의 행보를 말하다


작은 조직도, 큰 조직도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요즘 시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다고 나쁜게 아니고 크다고 좋은게 아닙니다. 작은 회사는 작은 회사대로, 큰 회사는 큰 회사대로 각각의 리스크와 어려움을 가지고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속한 조직이 어떤 조직인가'에 대한 판단과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은 조직이 어떻게 큰 조직을 이기는가>의 주인공은 사실 작은 조직인 싱크프리상사이지만 그렇다고 저자가 무조건 약자를 감싸고 대기업을 몰아세우고 있지는 않습니다. 단지 그들 사이에서 그들의 덩치(?)에 따른 경영 전략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을 뿐입니다.  


스포일링을 자제하기 위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의 엔딩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 결국 돌고 도는 것이 비즈니스인가!"라는 감탄이 나오더군요. 스토리텔링과 함께 경영 이론을 설명하는 것도 뛰어났지만 몰입할 수 있었던 스토리라인 역시 이 책의 큰 장점이 되었습니다.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으면서 경영 이론까지 배울 수 있다니 이보다 금상첨화가 있을까요?

230쪽 남짓의 짧은 분량. 넉넉한 페이지 여백과 시원시원한 폰트 크기까지 감안한다면 글자 수는 정말 많지 않습니다. "어디 한번 읽어볼까?"하고 시작한지 한두시간만에 정독을 끝낼 정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은 뒤 생각하게 되는 것과 배운 것들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마치 설득력 있는 실력파 강사 선생님께 특강을 들은 듯한 느낌이었으니까요. 요점만 콕콕 찝어 실제 상황과 연결하여 배우다 보니 이제서야 다른 경영 서적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들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는 듯 합니다. 


회사의 어떤 부분에서 일하고 있던간에 경영 전략은 우리가 적어도 몰라서는 안될 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리더도 아니고, 사장이나 회장은 더더욱 아닌데 내가 뭣하러 경영 도서를 읽어야 하지?'라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매일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라 많은 것이 변화하기 때문이죠. 굳이 큰 조직이나 회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일 (적어도) 우리 자신을 경영하고 우리 자신의 비즈니스를 관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너무도 다가가기 어려운 경영 실무서들. 그 시작에 <작은 조직이 어떻게 큰 조직을 이기는가>가 있다면 훨씬 수월하게 입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즐겁게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핵심 개념들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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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 - 전 로비스트가 알려주는 설득의 숨은 비밀
폴커 키츠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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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여러가지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을 짤막한 글로 모아둔 게시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른 적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바로 "남자는 여자가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좌절하고, 여자는 남자가 변할거라 생각했다 좌절한다"는 말이었는데요. 핵심을 콕 찌른 말이라는 생각에 피식 웃을 수 밖에 없게 되더군요. 이처럼 남자와 여자가 서로 바라는 것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보니 오랜 세월동안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간극으로 고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자와 여자를 초월한 공감대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두가지가 바로 1) 상대방의 돈을 내 주머니에 집어넣는 것과 2) 내 생각을 상대방의 머리에 집어넣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후자인 2번은 겪으면 겪을 수록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싶을 정도로 힘겹고 어려운 과제인 것 같습니다.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삼척동자도 알만한 기정사실도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고 알아듣게 설명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너무나도 자명하고 당연한 이야기라 무슨 부가설명이 필요하겠나 싶은데 그것을 처음 듣고 이해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은 참 많이 다른가봅니다. 하물며 의견차를 좁히기 위한 대화 가운데 있다면 얼마나 많은 설득과 설명이 필요할까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바로 이 설득에 관한 내용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말주변이 좋은 사람들을 보며 많이 부러워합니다. "나도 저렇게 말을 잘했으면" 혹은 "입만 열었다 하면 원하는 걸 얻는군!" 하며 그들의 화려한 언변을 부러워하기도, 혹은 달갑지 않아 하기도 하고요. 대형서점에 한 책장 가득 꽃혀있는 "처세술"과 "설득의 기술" 책들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말의 기술을 갈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요, 로비스트 폴커 키츠가 말하는 "설득의 비밀"은 무엇인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을 통해 함께 만나보시죠!






'다르다'는 장벽에 가로막혀 보지 못하는 현실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보여준 마술 중 인상깊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빌딩이나 거대한 비행기를 사라지게 하는 마술도, 사람을 네 조각으로 나누는 마술도 아니었고, 다른 사람들이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마술은 더더욱 아니었는데요, 한 여성을 바로 앞에 앉히고 그녀의 앞에서 손에 들고 있던 계란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이었습니다. 이 마술에서 앉아있는 여성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야말로 박장대소할 수 밖에 없었는데, 계란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녀가 미처 보지 못하는 사이 카퍼필드가 그녀의 뒤로 계란을 던져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순식간에 계란이 없어져 신기해하고 놀라워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이렇게나 쉽게 넘어갔다는 것에 더욱 놀라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와 비슷하다고 폴커 키츠는 말합니다. 그는 오랫동안 유능한 로비스트로 활약하였으며 그가 집필한 책은 독일을 비롯한 10여 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오를 만큼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심리학자인 그가 말하는 "설득의 비밀"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논리가 입장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경우에도 논리로는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한다. 논리가 소용이 있는 경우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는가? 객관적으로 논리를 펼치려 노력한다. 그것 자체도 아무 도움이 안 되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 상황을 악화시킨다. 우리는 객관적 논리를 펼친다고 믿는다. 사실은 자신의 부탁을 자신의 시점에서 정당화할 뿐인데도 말이다. (51 페이지)

서로 자신의 주장을 하기 바빠서, 자신의 논리를 입증하기 바빠서, 혹은 지고 싶지 않다는 아집으로 인해 우리는 눈 앞에 펼쳐진 뻔한 상황을 놓치고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상대와 내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그 간극을 좁힐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옳음을 주장한다면 타협이 이루어질리는 만무합니다. 그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누군가를 배신하거나 속여 내가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 공통적인 관심사를 통해 간극을 좁혀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금의 트릭이 있을 수도 있지만). 로비스트라고 해서 새까만 정장을 입고 007 가방에 현금을 가득 넣은 채 '뒷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공개적으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들의 원하는 바를 전달하기 때문에 용납할 수 있는, 문제가 없는 설득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책을 읽으면서 점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첨예한 그의 글솜씨 (혹은 언변) 때문이 아니라, 아마도 이것이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대화 기술의 부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옳은 것이 승리하고, 더 나은 의견이 받아들여진다는 순박한 믿음 때문에 오히려 의견 일치라는 평화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누군가와 의견이 벌어졌을 때 옳고 그름을 따질 것이 아니라 의견 차이의 원인을 분석하고 상대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상대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해결책이며,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부분을 생각하고 연구해야 할지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이기기를 원하는가, 설득하기를 원하는가


영화를 보다가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장면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억울하게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공이 어느 순간 모두 앞에 당당히 서서 뛰어난 논리와 촌철같은 말로 상대를 완전히 제압할 때가 특히 그런데요, 지금까지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상대가 점차 무너져내리면서 주인공이 확고한 승리자로 우뚝 서게 될 때의 그 희열은 말로 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잘 만들어진 영화라면 그 카타르시스는 더 압도적이죠!). 어떻게 보면 이런 영화 장면들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 역시 우리 삶 가운데 이런 장면들을 꿈꾸게 되곤 하는데요, 모두 아시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내가 이기도록 모든 것을 조정해주는 시나리오 작가도, 나에게 유리한 앵글을 잡아주는 활영감독도, 무엇보다도 나의 승리를 더욱 빛나게 해줄 조연들도 없기 때문이죠. 


저자는 "상대를 움직여야겠다는 목표"가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누차 강조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상대가 마음을 바꾸어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지 결코 그를 이기거나 그의 위에 올라서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 혼동한다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으며, 성공할 수도 없다고 그는 말합니다. 


쇼펜하우어는 19세기 초 <토론의 법칙>에서 토론에서 판정승을 거둘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쳤다. 만일 당신의 인생 목표가 그것이라면 꼭 그의 책을 읽어보아야 한다. 하지만 쇼펜하우어 본인도 제 아무리 언변이 뛰어난 사람도 상대의 의견을 바꿀 수 없다는 진리를 인정하였다. (…) 반대 의견으로 상대를 설득하려 하면 할 수록 당신은 상대의 입장을 바꾸겠다는 애초의 목표에서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39 페이지)

흔히 TV에서 벌어지는 토론이나 청문회를 보면 그저 자신의 옳은 입장을 주장하고자 남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는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애초부터 상대의 입장이나 의견은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내가 옳은데 너네는 왜 틀리냐'는 식의 융단폭격을 듣고 '아 그랬구나, 우리가 잘못했다'고 고백할 상대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의 (토론 아닌) 토론은 결국 남의 잘못을 들추어내는 진흙탕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고요. 논리와 주장 없이 상대방을 파악해 움직일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폴커 키츠가 말하는 "설득의 비밀"입니다. 



생활에 적용하기 전 잠시만 생각해보기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아주 조그만 디테일까지도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상황이 눈앞에 그려지기도 했고, 무릎을 치며 "세상에, 이런 방법이 있었군!" 하고 감탄하기도 했고요. 또한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시니컬한 독일식 유머에 읽는 내내 참 즐거웠습니다. 짜임새있고 설득력있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지난 행동도 많이 반성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책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습니다. 일단 독일(즉 중유럽)과 우리나라의 문화차이가 엄청난데다가  그가 예로 들고 있는 상황들 역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기보다는 독일에서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목차만 읽고 곧장 생활에 적용한다면 적잖은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권하고 싶은 것은 우리에게 "설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아주 드문 책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처세술이나 "~하는 법"으로 끝나는 책들은 대부분 '이렇게만 하면 완전 당신이 이긴다'는 말도 안되는 약속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수리수리 마수리 내맘대로 움직여라 얍! 에 해당하는 주문은 현실에 없으며, 그런 사고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면 상황을 악화시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상대를 움직이는 법>은 일단 상대와 내가 어떻게 다르며, 그 차이를 어떤 식으로 극복하고 나의 의견을 전달해야할지에 관한 책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거나 나의 의견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데 애를 먹었다면 꼭 한번 읽어보고 자신의 설득 기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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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와 구글에서 내가 배운 것
이시즈미 토모에 지음, 이부형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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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유럽에서 공부하고 오랜 시간 살다가 왔다고 하면 모두들 부러워하곤 했습니다. 심지어 명문대를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사람들도 부럽다며 자신들도 유학을 가고 싶다 하곤 했는데요, 그 때만 해도 이런 "무조건적인 유학 동경"에 대해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슨 큰 차이가 있길래 그토록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하고 싶은건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이제 한국에도 많은 해외파와 쟁쟁한 실력파 교수님들이 계시는데, 왜 굳이 많은 돈을 써가면서 외국으로 가려 하나 하는 마음이었죠.

이제 한국으로 들어온지 2년 반. 대학과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면서 왜 그런지 조금은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유럽이 무조건 좋고 한국 교육은 나쁘다"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만, 한국 교육에 있어서 왜 여러 사람들이 회의를 가지고 유학 생활을 꿈꾸는지 납득하기 시작한 것이죠. 아직도 저는 누군가 유학 상담을 해올때면 대체로 말리는 편입니다만, 이제는 조금 구체적으로 "왜 말리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뭐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결국은 본인이 결정할 일이고, 물어만 봤지 그렇게 참고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만, 앞으로 누군가 다시 유학상담을 해온다면 반드시 읽어보고 결정하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 한 권 생겼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하버드와 구글에서 내가 배운 것>이라는 책인데요, 제목만 읽어도 벌써부터 엄청난 포스가 느껴지지 않나요? 하버드와 구글. 일반 사람이라면 그저 꿈만 꿀 명문대와 대기업에서 일한 저자가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배운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거긴 도대체 어떻게 공부하는데?

짧은 서문과 에피소드 부분을 제외하고 이 책은 정말 서른 다섯가지의 조언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책은 총 244 페이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한 챕터가 워낙 간결하게 5~7 페이지 정도로 정돈되어 있기 때문에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책을 잘 읽지 않아 독서에 집중하기 어려운 학생들도 무난히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한 문장 한 문장이 간결하고 주제에서 벗어난 자랑이나 부연 설명이 자제되어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내내 감탄했습니다. 이 정도 학력에 스펙이라면, 자기자신에 대해서 조금은 자랑하고 싶을 법도 한데, 저자는 끝까지 가장 겸손한 자세에서 자신이 배운 것, 느낀 것을 전달하는데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버드와 구글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 내용의 대부분은 저자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재학하면서 배우게 된 지혜입니다. 물론 구글에서의 업무로 인해 깨우친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중점적으로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인드와 재학생들의 분위기와 공부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입시를 준비하거나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물론 대학을 졸업한지도 오래된 제가 읽어도 너무나 소중한 조언들이지만, 이제 막 "본격적인 학업"에 들어간 학생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니던 때에 이 책을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저자는 또한 상당부분을 할애하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하버드 대학에 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무래도 세계적인 명문대이다 보니 재학생들과 그들의 공부 방식에 대해서도 점점 신격화(?)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하버드생은 새벽 4시부터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던가 두문불출하고 공부 외의 인생은 전혀 없다는 등이 그 주된 내용입니다. 하긴 우리나라 대학 입시에서 "여섯 시간 자면 (대학에) 떨어지고 다섯 시간 자면 붙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하버드생 정도라면 더욱 더 치열한 노력과 경쟁을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겠죠.

하지만 저자는 하버드인의 소양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인생을 더 좋게 만드는 방법에도, 세상을 더 좋게 변화시키는 방법에도 '정답'이란 것은 없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하는 질문에도, '어떻게 되면 좋을지?' 하는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발버둥 쳐가면서 자신의 세포 하나하나를 쥐어짜서라도 '자신의 답'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사실 이러한 과정 모두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배움'입니다. (17 페이지, "준비된 정답은 없다!" 중)

시험 과제를 내다 보면 한국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주제가 "자유주제"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심지어는 시험 범위를 정해주지 않으면 한 학기동안 공부한 내용을 복습하지도 못하는 학생마저 있을 정도니까요. 주어진 범위 안에서 정해진 것들만 물어보지 않으면 답하지 못하는 것. 이것이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슴을 칠 정도로 답답해하고 안타까워 하는 것입니다.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 궁금해하지도 않는 학생들이 어떻게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혁신을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도 졸업 후 외국의 명문대로 유학가고자 하는 학생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곤 합니다.

실제로 하버드의 강의 방식은 교수의 일방적인 발표가 아닌 토론 형식이라고 합니다. 이미 예고된 주제에 대해 학생들은 수업 전 사전조사를 마치기 때문에 교수가 그 내용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따라서 정해진 수업 시간에는 주제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참가한 모든 학생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어떤 수업은 사전 학습을 위해 전날 몇시간을 투자해야 할 정도로 버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학생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수업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됩니다.

이렇게 도출한 자신의 생각을 수업에서 토론하고, 그 생각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교수는 그 사례와 관련된 조언을 하는 것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의 기본 형식입니다. (19 페이지, "준비된 정답은 없다!" 중)

즉 교수는 옆에서 조언을 주는 사람이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미 모든 것에 대한 사전조사를 마치고 그러한 배경에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한 뒤 토론을 통해 더욱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것. 이 모든 과정이 학생 스스로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하버드가 원하는 인재, 하버드가 양성하고자 하는 인재들은 바로 자발적으로 문제를 정리하고 거기서 해결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능동적 인재인 것입니다. 많은 것을 알고, 외우고, 머릿속에 담아두는 것은 그것을 필요할 때 가공하고 조합하여 사용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아무리 인간이 뛰어나봤자 컴퓨터의 저장능력을 따라갈 수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능동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것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모든 교육과정을 통해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토론을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급우들의 의견을 듣게 되고, 시야가 넓어지고, 자신의 의견에 새로운 발상이 촉발되는 것까지를 포함안 360도 학습, 우뇌와 좌뇌를 모두 활용하는 배움에 대한 '발견'은 마음을 뒤흔드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빠짐없이 수업에 참석하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필기까지 잘하면 된다는 한국과 일본식 '공부'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수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미리 사례를 이해하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분석해내고, 그 근거를 추론하고, 액션 플랜을 고안해 90분간의 수업에서 토론하면서 다시 의견을 가다듬는 것까지, 이 모든 과정이 하버드의 '공부'인 것입니다. (27 페이지, "양보할 수 없는 신념을 지녀라!" 중)

당신에게 엄청난 기회가 찾아온다면?

학생들을 상담하거나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가장 안타까운 것이,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 "한방"을 기다리면서도 막상 그 한방이 왔을 때 자신이 준비되어있는지는 제대로 점검해보지 않는 것입니다. 비단 음악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 취업준비생들도 어떻게 하면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을지만 생각했지, 막상 입사한 후의 일은 잘 따져보지 않는다는 것이죠. 뛰어난 사람들 틈에 들어가 얼마나 어렵고, 고되고 힘든 생활이 시작될 것인지, 과연 내가 그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혹은 그들 가운데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은채, 바늘구멍같은 취업의 문만 통과하려 애쓰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죠. 정작 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하고 졸업해도 무엇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실정인데, 재수를 하건 삼수를 하건 마지막 간당간당한 실력으로라도 대학 문턱을 넘고자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면, 도대체 대학에 들어간 후는 어쩌려고 하는건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실패하고, 낙오자가 되고, 들러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싼 등록금을 내가며 대학도 가고 수많은 성공비결에 귀를 기울이며 이곳저곳 기웃거리게 되고요. 하지만 막연히 '성공해야겠다'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인생에서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도 성공에 관한 구체적인 생각이나 방안이 없는데 그 일이 이루어지기는 만무하죠. 때문에 당장 그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애벌레가 고치과정을 거쳐 나비가 되는 과정은 지루하리만큼 길고 고된 과정이지만, 그 시간을 거치지 않고서는 나비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강의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언급했지만, 저자는 자신을 계발하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다름아닌 '유연성과 적응력'이라고 말합니다.

변화를 확실히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정신력을 단련시키는 데는 매우 도움이 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변화는 피해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때마다 "어쩌면 좋을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라고 반사적으로 생각하고 바로 행동에 옮기는 '정신력'을 갖고 있으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오로지 '나는 어떻게 배울까?', '다음 단계에서 나를 어떻게 성장시킬까?' 하는 생각으로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93 페이지, "무조건 우선순위다!" 중)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어쩌면 이것은 인간이 절대로 도달하지 못할 신기루일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자세. 자신의 한계에 매이기 보다는 일단 최대한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하버드나 구글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지 환영받을 자세입니다. 어느 누구도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요"라는 피드백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를 줄줄히 나열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최고의 결과를 도출해내려면 그만큼의 유연성과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예" 보다는 "아니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역시 수많은 책과 강의를 통해 긍정적 사고와 창의력에 대해 익히 들었겠지만 어떠한 이유에서건간에 자신에게 적용시키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저자는 이러한 대처력이 단순한 긍정의 힘이나 긍정적 사고가 아닌, 철저히 연습되고 계획되어진 능력이라고 강조합니다. 즉, 하버드에서부터 이어진 능동적 사고와 문제해결력, 기획력과 유연성이 차곡차곡 자신의 실력으로 쌓이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바로 이것이 엄청난 기회를 "나의 기회"로 만들 열쇠가 되는 것입니다.

내 인생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저자는 열여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홀로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그 후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 돌아와 창업을 했지만 2008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하여 MBA를 취득하기에 이릅니다. 한번 유학을 가는 것은 쉬워도 두번째 다시 새로운 것을 도전하기는 참 어려운데도 저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졸업했으며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 취업까지 성공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출연한 메릴 스트립 같은 화끈한 독신 여성을 상상하기 마련이지만, 저자는 이러한 경력을 쌓아나가는 와중에 결혼과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한꺼번에 해낸 유부녀에 아기엄마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외조(혹은 내조)를 받으면서도 따기 어렵다는 MBA 학위를 임산부, 그리고 아기엄마의 자리에서 해내다니.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점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저자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하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결혼이나 출산은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어쨌든 이것만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시기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변화는 좋은 것과 나쁜 것 모두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정답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자신의 행동밖에 없습니다. (98~99 페이지, "다음 의자는 결코 같은 곳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중)

우리는 흔히 "성공했다"라고 말할 때 돈을 많이 벌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해졌다고 막연히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은 밑도 끝도 없이 경쟁하고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야망(혹은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만 부추기기 때문에 어떤 사람도 승자가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열심히 일을 하다가 그에 회의를 느끼고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주저앉아버리는 사람들도 가끔 만나곤 합니다. 인생의 여러가지 경험을 하면서 느낀 것은, 미친 듯이 일만 하는 것도, 아무런 욕심없이 내키는 대로 사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양쪽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나 우선순위가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당장 해야 하는 것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임시목표를 삼는 것이고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째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인생의 기준과 가치, 그리고 우선순위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하는지 느끼게 됩니다. 단 한번, 길지 않은 시간을 살게 되는 자신의 인생인데 타인에 의해서 혹은 자기자신의 무관심과 불찰로 인해 허송세월하게 된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슬픈 일일까요.

저 역시 20대에는 그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분일초라도 낭비하고 있다면 큰 죄책감이 엄습해왔고요 (물론 그러면서도 놀 땐 잘 놀았지만). 하지만 쉬지않고 힘겹게 쫓아갔던 목표에 도달했을 때 느껴지는 것은 때때로 허탈감과 허무함이었습니다. 열심히 살고 열심히 노력하면 보람과 기쁨이 당연히 따라오리라고 생각했기에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도 아꼈고 스스로를 위한 시간도 잘 내지 않았는데, 결국 미친듯이 일만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회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하지만 엉뚱한 일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신까지 낭비했던 것도 부지기수였고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학생들은 모두 너무나 탐욕적이어서 모든 것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배시간이고, 그다음이 가족, 그리고 일이다."라고 하는 사람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가장 최우선인 일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가 없으면 하찮은 일로 시간을 낭비할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114 페이지, "FOMO가 되지 마라!" 중)

일을 사랑하고 자기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뭔가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할 때 무언가 손해보고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라도 일을 더 해야 할 것 같고, 남보다 많은 프로젝트를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최상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의 가치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페이스를 조절하다보면 보다 넓고 멀리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마구 읽어내려가지 않고 시집처럼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하며 읽었고 한 챕터 후에는 잠시 책을 덮어두고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더욱 마음에 와닿는 깊은 문장에 저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버드에서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어째서 하버드라는 대학이 세계적인 인재를 배출하는 명문대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더군요. 물론 저자가 기술한 것은 하버드대의 일면이며 여러가지 다른 면이 존재하겠지만, 그 일면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큰 배움이었고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앞으로 이 책을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해줄 생각입니다. 그들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이러한 지혜를 깨닫고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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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몸매 만들기 - 엉덩이에서 시작하는 기적의 롯칸식 8분 습관
시미즈 롯칸 지음, 한혜정 옮김, 이웅희 감수 / 코코넛(coconut)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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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깡말랐던 초등학교 시절을 제외하고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살던 저에게 몸매 교정은 멀고도 간절한 꿈입니다. 딱히 연예인같은 몸매를 가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티셔츠에 청바지 하나만 입고 간편하게 외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요. 몸매에 신경쓰지 않고 옷을 입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다이어트를 꿈꾸는 대부분의 여성들의 간절한 소망이 아닐까요?

외모를 참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이어트라는 공통관심사(?)를 겨냥한 어마어마한 사업들이 많습니다. 한달에 일정 금액만 내면 책임지고 감량을 해준다는 업체부터 셀 수 없는 시술과 수술, 한약을 비롯한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의약품까지. 이쯤되면 다이어트는 미용을 위한 취미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으로 변신합니다. 정작 그 방법에 빠져 있는 사람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입장에선 아슬아슬하기만 하지요.

조금 더 근본적으로, 건강하게, 그리고 올바르게 아름다운 몸매를 가질 수는 없을까? 20대에는 뭐가 되도 좋으니 무조건 살만 빠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30대에 들어서서는 뭔가 장기적이고 무엇보다도 건강한 방법이 간절해졌답니다. 그러던 중 듣게 된 신간 소식. 바로 일본에서 매일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몸매를 교정하는 체형 교정의 대가 시미즈 롯칸 선생님이 한국에서 자신의 비결을 소개한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궁금한 마음을 한껏 안고 읽기 시작한 이 책 <내 생애 최고의 몸매 만들기>를 소개합니다!

 

8분으로 정말 몸매가 교정될 수 있을까?

아름다운 몸매의 열쇠는 바르게 자리 잡힌 골반이 쥐고 있습니다. 인체의 토대가 되는 골반이 올바른 위치로 교정되면 그 위에 붙은 뼈와 근육, 지방의 모양도 크게 바뀝니다. 더 나아가 그 주변을 지나는 림프관이나 혈관도 영향을 받습니다. 결론적으로 골반을 바로잡는 순간, 내 생애 최고의 몸매를 경험하게 됩니다. (서문 중)

이보다 더 희망적인 소식이 있을까요. 한달에 100만원 가까이 지불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먹고싶은 것을 멀리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성분도 확인못할 약을 삼키지 않고도, 주사바늘과 칼을 사용하지 않아도 몸매를 교정할 수 있다니 일단 사실이라면 이것보다 더 좋은 소식도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을 하루 8분만 투자하고도 효과를 볼 수 있다니 현실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당연하게도) 이 책에 수록된 운동들을 하려면 8분의 시간을 훌쩍 넘길 수 밖에 없습니다. 8분의 시간은 첫 챕터인 엉덩이 운동 세 개를 하는 시간 정도인데, 굳이 8분 습관이라고 타이틀을 정한 것은 아마 이 세가지 운동만으로도 탁월한 교정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자는 모든 운동을 엉덩이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 몸의 중심인 골반을 먼저 교정해야 다른 곳의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엉덩이 운동을 매일 하면서 원하는 다른 운동을 곁들인다면 하루 30분 정도 전혀 힘들거나 부담되지 않는 운동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몇 개의 운동을 제외하고는 침대에 누워 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자기 전이나 일어난 후 몸을 푸는 식으로 실행하기 적격입니다. 무엇보다도 운동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손쉽게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하기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국, 운동은 지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요.

 

"운동"도 "다이어트"도 아닌 "습관"인 이유

롯칸 씨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운동들을 운동이라기보다는 습관이라고 말합니다. 습관은 의식적인 것이 아닌 온전히 자신의 것입니다. 즉, 운동할 때만 잠깐 생각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실천할만큼 자신의 것이 되어야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안한 자세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뼈의 모양을 바로잡아주고 근육이 단련되도록 만들어졌죠. '롯칸식 8분 운동'이 아니라 '롯칸식 8분 습관' 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저 습관처럼 매일 실천만 한다면 그 어떤 격렬한 운동 못지 않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서문 중에서)

골반을 바로잡는 것도, 돌아간 다리뼈를 다시 되돌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몇 초 몇 분의 시술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제자리로 돌아온 뼈들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주변의 "올바른" 근육들이 지탱해주지 않으면 금새 잘못된 위치로 돌아오기 때문에 뼈를 바로 잡는 것보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올바른 근육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롯칸식 8분 습관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우리가 손쉽게 "뼈 구조에 올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상세한 설명이라 하더라도 모든 것에 너무 자세하고 복잡하다면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포기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에 집중하여 반복해나간다면 나머지는 절로 따라오게 되지 않을까요? 롯칸식 8분 습관을 유지해나간다면 확실히 자세가 교정되며 힘없이 굽어있던 허리가 펴지고 앞으로 쭉 빠져있던 고개도 들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운동하는 동안, 혹은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동안 유지하고 있는 자세가 점점 편안해질 수록 말이죠.

 

그러니까, 오늘부터 차근차근!

솔직히 이런 류의 다이어트 책들을 컬렉트라는가 싶을 정도로 저희 집에는 다양한 다이어트 서적들이 쌓여있습니다. 기중에는 그래도 꽤 꾸준히 노력했던 것들도 있고 한번 쭉 훑어본 이후 곧장 책꽃이에 꽃혀버린 책들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대부분 수록된 운동들이 따라하기 어렵거나 외우기 힘든 경우였는데, 운동을 매일 하려면 외우지 않고서는 너무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책을 볼 수 없는 경우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간편하면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을 찾기는 참 어려운 일이었지만, 롯칸식 운동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기억해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운동의 수도 적기 때문에 이것만 제대로 익혀 따라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롯칸식 8분 습관을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은 뒤 나흘 동안 빠짐없이 운동을 했답니다. 운동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짧은 시간 자기전 스트레칭 같은 느낌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분이라는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지는, 강도 높은 자세였습니다. 제대로 하고 나니 온몸이 운동한 뒤처럼 뻐근하더군요.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의 일입니다. 지금까지 오른쪽 골반이 많이 뒤틀어진지라 스키니진을 입기가 힘들었답니다. 오른쪽 장골이 청바지 허리 부분과 마찰되어 오래 입고 있으면 그 부분만 너무 아팠기 때문에 주로 압박이 심하지 않은 밴드 바지를 입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나흘 뒤 스키니진을 입고 하루종일 밖을 돌아다녔는데도 전혀 아프지 않았답니다. 손으로 눌러보아도 확실히 예전보다 돌출이 덜한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비뚤어진 골반과 걸음걸이로 오른쪽 바지만 돌아가던 것도 없어졌더군요. 단 나흘의 노력으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물론 살이 빠졌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가장 기쁜 결과였어요. 이대로 꾸준히 해서 필요한 근육을 키운다면 골반 통증으로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쉽고, 간단하기에 지속할 수 있는 롯칸식 8분 습관. 아름다운 몸매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균형잡힌, 건강한 몸을 위하여 잊지 말아야할 마법의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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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728 2014-01-0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구매하며 "과연 단 8분만을 투자해 내 생애 최고의 몸매를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 반신반의 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적같이 눈에 보이는 변화가 일어나길 바랐는데 정말 조금씩 제 몸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다른 책들에 비해 운동법 정리가 깔끔하여 보기가 편하고, 동작들도 간단해 따라하기 쉬운것 같아요! 짧은 시간을 투자해 최상의 운동 결과를 내고 싶은 독자분들께 강력 추천입니다^^
 
한국 영화의 개척자 나운규 살아 있는 역사 인물 5
조희문 지음 / 다섯수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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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만 해도 한국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중반부만 접어들면 결과가 뻔히 보이는 전개와 답답하기까지 했던 신파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유럽에서 자라서일까 유머 코드도 잘 맞지 않았고 코미디나 연애물은 어린 제가 보기에도 점 유치했기 때문에 딱히 마음을 붙일만한 장르를 찾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한국 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했던 적은 기억하기론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오랜 비엔나 생활이 지나니 한국 영화가 달라졌습니다. 가끔 독일 방송에서 한국 영화를 해줄때면 어줍잖은 번역에 괜시리 열을 내곤 했는데 (현지인 친구들이 그로 인해 한국 영화 자체를 가볍거나 실없이 여길까봐였죠)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더니, 어느새 세계 영화 선진국들과 경쟁할만한 실력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오스트리아나 독일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와 감독들을 언급하며 찬사를 쏟아낼 때면 괜히 제가 상을 받는 것마냥 으쓱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작 한국 사람이면서 한국의 문화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닌데요, 관심을 가지고 직접 알아보지 않으면 접하기 힘들 정도로 베일 속에 가려진 부분도 참 많다고 느낍니다. 국악이 그랬고, 한국 영화 역시 마찬가지고요. 지금 우리가 이만큼 발전된 환경에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일생을 바쳐가며 희생한 많은 분들의 피와 땀의 결실인만큼 우리 문화의 뿌리와 그 발전사에 대해 연구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지난 10일 발간된 아주 따끈따끈한 책, <나운규 - 한국 영화의 개척자>를 소개합니다!




한국 영화의 뿌리를 찾아서


영화는 수많은 예술 장르 가운데 아주 특별한 장르입니다. 음악을 비롯해 미술, 무용 등의 다른 예술 분야는 그 기원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영화는 그 시작점이 분명합니다. "움직이는 사진"이 발명되고 영사기가 도입되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즉, 새로운 기술의 발견과 발전은 곧 영화사의 시작과 발전사가 되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영화는 여타 예술 장르보다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역사의 한 부분 한 부분이 비교적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보전되어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에서야 우리가 의식하지도 않은 채 영화적 언어들을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만, 오랜 시간 영화인들은 보다 현실적인 촬영과 편집을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했습니다. 이것은 비단 한두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가 시작된 곳이라면 지나갈 수 밖에 없는 단계였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때는 1920년대. 영화가 자라나기 좋은 환경은 커녕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치명적인 위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은 물론 조금이라도 비위를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가는 옥살이나 심지어 죽음까지 피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런 극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영화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나운규가 있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는 1937년까지 10여 년 동안 그의 활동이 곧 당시 영화계의 활동이라고 할정도로 나운규는 배우, 감독, 제작자 등 여러 분야에서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습니다. (...) 12년 동안 한 해 평균 두세 편의 영화를 만든 샘인데, 당시 영화계에서 그처럼 많은 영화에서 활동을 한사람은 나운규밖에 없었습니다. (11 페이지)


이 책은 한국 영화의 개척자로 불리우는 나운규의 삶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영화가 발견되고 발전되었는지를 돌아봅니다. 책을 쓰신 조희문 선생님은 현재 인하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한국영화학회 회장 등을 지내신 바 있습니다. 

우리에게 생소한 인물인 나운규의 삶을 통해 이 책은 우리나라에 어떻게 영화가 수입되었고 시작되었으며, 누가 어떻게 발전시켰는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책은 연대순으로 되어있지만 몇몇 부분에서 잠시 나운규의 이야기를 멈추고 그 시대의 영화사 전반을 설명해주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한국 영화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볼 수 있습니다. 때때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영화의 기초 이론을 간략하게 설명해놓았으므로 초보자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파란만장한 나운규의 삶과 그의 영화 인생


저도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유교 사상을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에서 배우나 뮤지션은 그닥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광대"나 "딴따라"라고 비하하며 천대받곤 했죠.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실용음악을 한다고 하면 어른들이 눈살을 찌뿌리는 것이 당연했고, 행여나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거나 배우자감으로 소개하기라도 한다면 잔소리를 면할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나운규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이기 그지없던 시대에 태어나 어떻게 배우가 될 꿈을 꾸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금처럼 이미 성공한 영화배우가 있어 그 발자취를 따를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며 배워나가야 하는 시점에서 그는 어떻게 자신은 배우가 되어야겠고 영화를 위해 인생을 바쳐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대단하게 느껴지더군요. 


1926년 10월 1일 초연된 영화 '아리랑'을 통해 나운규는 일약 스타가 되었고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영향력 있는 영화인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작품 생활이 순탄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에피소드가 비교적 잘 알려진 다른 위인전과는 달리 그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생소한 것이었기에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게 그의 삶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의 일생은 산 넘어 더 큰 산, 그 산 너머 더욱 더 큰 산이 연속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그 모든 고난들조차도 그의 영화를 향한 의지와 사랑을 꺾을 수 없었다는 것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배척받고, 의도치 않은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비난을 받으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으며 영화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그의 열정은, 그의 육신의 기력이 다하여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 끝을 맞이합니다. 


나운규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몸조차 가누기 어려웠고, 기침을 할 때마다 피를 토하면서도 다음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새롭게 구상한 작품은 <황무지>, 지친 몸을 이끌고 대본을 써 나갔습니다. 큰 눈은 더욱 커졌고, 몸은 가시나무처럼 여위어 갔습니다. 나운규는 마지막 힘을 몰아쉬면서 쓰고 또 썼습니다. 하지만 <황무지>는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1937년 여름, 나운규가 쓰러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1937년 8월 9일 새벽 1시, 나운규는 서른여섯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169 페이지)


길을 알려주는 사람도,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던 그 시절. 영화의 무엇이 나운규를 그토록 움직이고 그 열정에 불을 지폈는지 읽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선생이나 멘토 없이는 무엇을 시작하기조차 어려워하는 우리들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입니다. 하지만 일제 치하에서도 굴하지 않고 일본의 기술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애쓴 나운규 등의 영화인들이 있었기에, 이제는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한국 영화가 된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살아있는 역사 인물 나운규 


이 책은 다섯수레 출판사에서 선보이는 "살아있는 역사 인물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입니다. "우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통해, 그들이 남긴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 보는 역사 인물 평전"이라는 설명에 걸맞게 한 인물의 업적과 사회적 공헌을 토대로 그의 인생을 적어나가고 있습니다. 특별한 것은 이 시리즈에서 소개된 인물들은 세계역사가 아닌 우리나라 역사의 인물들인데요, 지금까지는 우장춘 박사와 실학자 박지원, 화가 이중섭 그리고 의사 허준의 평전이 발간되었습니다. (출판사에 따르면 앞으로 정약용, 김구, 한용운, 윤이상 등의 평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워낙 시리즈의 색이 분명하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어른이 아닌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을 읽는 느낌도 들었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문에 중간에 잠시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는데요, 뭔가 위인이라고 하면 모든 것을 미화시켜 "그러니까 그는 언제나 훌륭했고, 끝까지 훌륭했으며, 그래서 위인입니다"라는 옛날 위인전 스타일에 심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끝까지 큰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나운규라는 인물을 바탕으로 조금 더 세세한 내용을 다루었으면 하는 점인데, 영화인이나 매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한 책이다보니 심화된 내용 자체가 시리즈의 취지에 어긋날 것 같았습니다. 즉, 영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거나 전공하시는 분들께는 조금 "수박 겉핥기" 식으로 끝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것은, 그동안 (적어도 대중적으로는) 베일에 싸여있던 우리나라 영화의 시작을 알려주는 몇 안되는 책이기 때문인데요, 이것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영화이론과 분석학 출간 사업에 새로운 불이 지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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