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 낳으면 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 - 아이와 함께 커가는 엄마들의 성장 육아 에세이
파워 오브 맘스 지음, 구세희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엄마라는 직업(?)이 가장 위대한 이유 중 하나는 엄마는 결코(!) 퇴근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요? 게다가 휴직도 없이 일단 엄마가 되고 나면 최소 18년 혹은 그 이상 끊임없이 엄마로써 살아야 한다는 것 역시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오래전 유행했던 다마고치처럼 힘들거나 질렸다고 리셋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힘들어도 나몰라라 외면할 수도 없으니 정말 ‘모두가 엄마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엄마로써 살아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네이버 카페에만 해도 육아 카페가 참 많습니다. 힘들고 지친 엄마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그것을 통해 위로를 얻는 것은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라는 동질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상황은 달라도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노하우를 배우다 보면 눈앞에 닥친 문제 때문에 편협해진 시야를 넓힐 수도 있고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으니까요. 미국의 파워 오브 맘스(Power of Moms)가 그렇습니다. 전혀 다른 환경의 전혀 다른 엄마들이 모여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을 털어놓는 파워 오브 맘스, 2007년에 생긴 미국 엄마들의 “힐링”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 중 수많은 엄마들의 가슴을 울리고 마음을 움직인 포스팅만 골라 발간된 신간, <아이만 낳으면 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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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써 살아간다는 것


엄마가 된다고 하면 그저 축하해주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열에 일곱 여덟분은 저주 아닌 저주(?)같은 예언을 하시곤 합니다. “좋을 때 다 지났네”, “이제 지옥의 문이 열릴거야” 혹은 “인생 끝났네” 등 아이를 낳는 것이 그렇게 끔찍한 일일까 (그리고 도대체 그렇다면 어째서 대부분은 아이를 낳고 자신의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결정을 하는걸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유럽에서 들어온 저로써는 그냥 ‘한국문화’ 하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한국에서 쭉 사신 분들도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로 인해 출산과 육아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육아의 선배들은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보다 괴롭고 힘든 이야기를 즐겨(?) 하시는 걸까요?


<아이만 낳으면 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의 엄마들을 만나보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엄마 중에는 화려한 커리어우먼도 있었고, 결혼 전에는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긴 후 180도 달라진 자신의 삶에 우울증도 겪고 무력감과 자책감에 싸여 괴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자유로운 에세이 식으로 전개되는 그들의 이야기는 아마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격하게 공감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예전처럼 “여자는 그저 시집 잘 가서 애나 키우는거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제 아마 찾아보기 어려울테니까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한 사람의 여자로써, 사회구성원으로써 그리고 자신을 계발하고 일하는 커리어우먼으로써 살아왔던 여자들은 “엄마”라는 타이틀을 단 후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도 아이 뒷바라지를 하고 집안을 청소하고 나면 부지런하게 움직인 것이 허무할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가고 오후가 다 되어도 얼굴조차 씻지 못한 채 초라한 몰골로 있기 일쑤이고, 그나마도 하루이틀 청소를 미루게 되면 집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어지럽히고 치우고 먹고 치우는 일이 무한대로 반복되면서 “이렇게 보람없이 일만 하다 죽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상황. 아이들도 남편도 이런 마음을 몰라주면 세상에 혼자가 된 것처럼 외롭고 무기력해지는 엄마라는 이름. <아이만 낳으면 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의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고민입니다. 자기계발은 고사하고 제대로 화장 한번 하기 어려운 엄마들의 좌충우돌 적응기를 읽고 있노라면 “도대체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지금 임신 33주차로 다음달이면 드디어 아기와 만나게 되거든요!). 아기를 맞이하기 위한 행복한 준비를 하다가도 문득 ‘이것이야말로 바로 폭풍 전 고요가 아닐까?’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로써 살아간다는 것


이런 글을 읽으면서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거봐. 이러니까 내가 엄마가 되기 싫다는거야. 희생할 것, 포기해야할 것 투성이고, 애 없이도 잘 살 수 있는데 굳이 고생을 사서 할 이유가 없잖아!”라고요. 오히려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을 더 권해드리고 싶은 이유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무언가” 때문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엄마들은 보통 세명에서 많게는 다섯명의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이제 첫째를 출산하는 (그리고 솔직히 둘째에 관하여 회의적인) 저로써는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엄마들이죠. 한 명 만으로도 벅차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연령대도 다르고 필요한 것, 원하는 것,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까지 모두 다른 여러 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도대체 이 사람들은 수퍼우먼일까?”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낳았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 것이 있습니다. 어쩌면 엄마라는 직업은 힘들고 고달파서 행복한 것이 아닐까요? 갑자기 무슨 마조히스트같은 소리냐 하실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엄마가 되면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그나마 아빠들은 생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덜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엄마들은 전혀 다르니까요. 아직 출산 전이라 본 게임(?)에 들어가지도 못한 저조차도 임신 후 참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잃어야 했습니다. 직장도 직장이지만 하루하루 무거워져 가는 몸 때문에 움직이기도 힘들고, 즐거웠던 취미활동도 접어야 했고요. 어느 날은 속이 안좋았다가 다른 날은 허리와 골반이 빠질 듯 아프고, 손발이 저리며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기가 커지면서 숨쉬기도 힘들어진데다가 하루에 화장실을 스무 번은 넘게 가니 문자 그대로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이 미션이 된 느낌이랍니다 (임신 후 11kg 불은 몸 때문에 웬만한 옷을 입어도 답답하고 맘모스처럼 변해버린 자신을 볼 때마다 깜짝 놀라는 것은 제외하고서라도 말이죠). 도대체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이렇게 힘든데 세상 밖으로 나오면 어떻다는 이야기인지 기대 아닌 기대(?)가 되기도 한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그 전에는 대단히 자기중심적이었던 스스로가 눈에 띄게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든 나 귀찮은 것, 방해받는 것을 가장 싫어했던 저의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부쩍 커진 아들이 뱃속에서 폭풍 태동을 하는 바람에 아파 눈물이 찔끔 날 때 스스로가 아프다는 느낌보다는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속이 안좋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먹는 것마다 체한 것 같아 괴로울 때도 아기가 괜찮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미소짓게 되고… 무엇보다 배를 쓰다듬을 때 대답이라도 하듯 아기가 손이 닿은 부분을 톡톡 칠 때면 지금까지는 느껴보지 못한 신비로움과 기쁨에 사로잡히게 된답니다. “봄이야~”하고 나즈막히 부를 때 꿈틀거리는 아기가 느껴지면 가슴 한 켠이 정말 따뜻해지고요. 많이 부족하고 모자란 저 자신이 세상의 전부인 아기를 생각하면 감격에 벅차오르기도 합니다.


이 책에 나온 엄마들도 고달프고 괴로운 일상에 갇혀 잊고 있었던 바로 이 감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이들로 인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고, 포기하고, 제쳐두어야 했지만, 그것에 반해 아이들로 인해서 얻은 표현할 수 없는 기쁨에 대해서 말이죠.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고, 세상에서 (누가 뭐라해도) 가장 나와 닮은, 또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편을 닮은 아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순간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집이 좀 더러워지면 어떻고, 프로젝트가 미뤄지면 어떻고… 돈을 좀 못 벌고 원하는 차를 타지 못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요? 화려해보이는 싱글들의 삶이 부럽기도 하고, 밤늦게까지 자유롭게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하루를 마칠 때 마다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가 결국 “기-승-전-행복”으로 끝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두고두고 읽을 에세이, 머리맡에 붙여두세요!


행복은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찾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평범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큰 감사의 제목이고 행복인지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니까요. 뉴스를 볼 때면 이 나라에서 하루를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끔찍한 일과 사고가 벌어지고, 상상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일어나 자신의 일과를 다하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과 잠자리에 들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만큼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슴에 아물지 않은 상처인 세월호에서 자녀들을 잃은 부모님들은 단 한번만 딸과 아들을 만날 수만 있다면 어떤 댓가도 크다고 생각하지 않으실거에요. 단 한번만 더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따뜻한 손을 잡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사춘기에 접어들어 반항하고, 집안을 어지럽히고 동생과 싸우며 학원을 빠지거나 엄마 몰래 영화를 보러간 행동들은 너무나도 하찮고 사소해 생각도 나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 가까워서 보지 못하는 행복. 너무 일상적이라 깨닫지 못하는 즐거움. 피곤해 지쳐 괴로울 때 다시 일어날 힘을 주는 에세이들을 읽으면서 나중에 육아가 너무 힘들 때 꼭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실제로 파워 오브 맘스의 회원들은 몇 개의 에세이들을 프린트해서 침대 머리맡에 붙여두셨다고 해요. 한참 “긍정의 한 줄” 같은 책들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엄마들에게는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함께 웃고 공감하고 눈물 흘리면서 위로를 받는 것은 물론, 다시금 새롭게 하루를 헤쳐나갈 수 있는 큰 도움이 될테니까요!


슬프게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잃고 난 뒤에야 그것이,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인생의 기쁨이 바로 내 눈앞에 있을 때에는 어쩌면 그리도 쉽게 그것을 무시하게 되는지 참으로 의아할 따름이다. 어떻게 하면 그것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을 수 있을까? (15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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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숲오리 마음나누기 10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글.그림, 우현옥 옮김 / 아라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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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동화책을 읽었던 것이 언제였을까? 아득한 기억 속에 사라진 동화책을 추억하며 요즈음 다시 여러 동화를 읽고 있습니다.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태교겸 읽어주기도 하고, 나중에 태어났을 때 능숙하게(?) 해낼 수 있게 구연동화 연습도 하고요 (막상 하려고 하면 참 어색하고 쑥쓰럽기만 합니다). 아이에게 좋은 동화는 어떤 동화인지, 아이가 어떤 동화를 좋아할지 아직은 잘 알 수 없지만, 안목을 키우는 데는 역시 다독이 최선이겠죠! 오늘은 특별한 색감을 뽐내는 동화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국의 3대 그림작가로 불리우는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아기 숲오리>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2014-09-30 22.04.06


1972년 영국에서 처음 출판된 이 동화는 서로 다른 것에 대한 배려와 이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작은 아기 숲오리는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발의 크기와 길이가 제각각이었고 때문에 그들처럼 헤엄을 칠 수 없었답니다. 많은 이야기가 그렇듯 아기 숲오리는 이 핸디캡으로 인해 형제들에게서는 물론 다른 동물들에게까지 놀림을 당합니다.


하지만 무서운 여우가 나타났을 때 아기 숲오리의 핸디캡은 오히려 장점으로 변해 여우를 물리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작은 아기 숲오리의 활약(?) 덕분에 다른 아기 숲오리들도 큰일을 면할 수 있게 되고요. 결국 작은 아기 숲오리는 형제들에게 사과를 받고 엄마 숲오리에게는 칭찬을 받게 됩니다. 진부한 내용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렇게 진행되는 과정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답니다!


2014-09-30 22.01.49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다른 동화책과는 많이 다른 그림체와 색감이었답니다. 비록 미술에 대해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풀숲이나 동물의 털, 오리나 부엉이의 깃털 표현이 참 섬세하고 아름다웠고 강렬하면서도 다채로운 색이 어우러져 인상적이었으니까요. 동화책의 크기도 넉넉하기 때문에 나중에 아이와 일러스트를 자세히 보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림마다 표현된 여섯 마리의 아기 숲오리를 세는 재미도 있고요.


하지만 이 그림체와 색감이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자랑삼아 식구들에게 동화책을 보여주었더니 몇몇은 색이 너무 강하고 어두워서 아이가 자칫 무서워할 수도 있겠다는 의견이었어요. 기존의 동화 그림체와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섬뜩하다는(?) 말까지! 숲오리들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확실히 우리가 아는 “착한 동물 친구들”의 모습이 아니긴 하지만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정작 제가 걱정인 부분은 조금 달랐는데요, 작은 아기 숲오리가 제대로 헤엄을 치지 못하자 형제들이 아기 숲오리에게 “멍청이”라고 부르는 장면이었어요. 얼마 전 읽은 육아 도서 <양육 쇼크>에서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교육적인 내용의 비디오나 책을 본 아이들이 오히려 폭력적인 언사를 일삼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상당히 충격적인데, 인과관계를 파악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은 갈등이 해결되어 찾아오는 평화로운 결말보다는 자극적인 문제의 발단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즉, 화해해서 친하게 지내는 장면보다는 처음에 놀리고 괴롭히는 부분이 머릿속에 각인되어버린다는 것이죠. 실제로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갈등의 비중이 분량 면에서 월등히 높기 때문에 비교적 폭력적인 언사와 놀리는 행동에 아이들이 더 오래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아기 숲오리>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발의 크기가 다른 아기 숲오리가 놀림을 받는 페이지는 다섯 페이지나 되지만 갈등이 해결되어 사과를 받는 페이지는 마지막 한 페이지에 불과했답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어떻게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라고 하면 딱히 반박할 수 있는 말은 없지만, 뭔가 아쉬운 것만은 사실이었답니다. 나중에 이 동화를 아이에게 읽어줄 때, 갈등 부분의 텐션을 최대한 낮춰서 읽어주어야겠다는 (그리고 엔딩에 덧붙여 많은 설명과 이해를 위한 예를 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 숲오리>는 두고두고 소장하고픈 책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특별한 그림체와 색감, 아기 숲오리가 위기를 극복하는 기막힌 반전은 엄마와 아기가 공유할 수 있는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한 이 동화의 의도대로 서로 다른 것에 대한 배려심을 배울 수 있다면 일석이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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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 세대 -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올리버 예게스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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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에서 13년을 살다 빈에서 다시 14년을 보낸 저와 같은 사람들을 독일어로 “Multi-Kulti”라고 부르곤 합니다. 여러 문화가 섞인 채로 성장기를 보내 어디서도 완벽하게 섞이기 어려워하곤 하죠. 저같은 경우만 해도 분명 한국 사람이지만 스스로가 한국 사람 같다고도, 오스트리아 사람 같다고도 느끼지 않으니까요. 가끔은 둘 다인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고… 정체성에 있어서만큼은 선뜻 이렇다고 결론짓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젊은 세대를 위로하는 “청춘서적”도 기성세대를 응원하는 자기계발서도 별로 자신의 이야기처럼 와닿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우린 모두 이렇잖아요!”라고 저자가 말할 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요. 가끔은 정말 “나는 도대체 어디에 속할까?”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굳이 어딘가에 분류되어야겠다는 욕구는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가끔 위로가 되기도 하잖아요.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얼마 전 단숨에 읽어내려간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때로는 박장대소하고 때로는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뜨끔하기도 했던 책, 마치 간지러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듯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준 책, 유럽 사회의 젊은 세대들에게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신간 <결정장애 세대>를 함께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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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가능한 세대 Generation Maybe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인류가 탄생한 이래 그 어떤 때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변하고 있다. 달라진 상황에 적응할 겨를조차 없이 또다시 새로운 상황이 밀려오고 있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기존의 경계는 흐려지고 새로운 경계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모든 게 가능하단다. 모든 걸 가질 수 있단다. (…) 말은 쉽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31 페이지)

원제인 “Generation Maybe”는 사실 이 책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격동적인 유년기를 보내고 인류 역사상 가장 파란만장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방황하는 세대. 조금 더 정확하게 정의하자면 198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아날로그의 잔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디지털에 익숙한, SNS가 오프라인 인맥보다 가까운 세대. 결정적으로 Yes/No를 말하기를 꺼려하는 Maybe 세대. 저자는 이 세대를 가리켜 자기 결정을 포기한 “결정장애 세대”라고 정의합니다. “장애”라니. 뭔가 부정적인 뉘앙스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저자의 설명을 듣다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저 스스로의 이야기인양 경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고 미처 따라가기도 전 많은 것이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지금, 그러한 순식간의 변화에 익숙해져 오히려 따라가기를 포기하고 “글쎄” 혹은 “어쩌면”을 습관처럼 반복하는 세대.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작은 것 하나도 이루기 힘들어하는 세대.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결정장애 세대입니다. 이 책은 총 아홉 개의 챕터를 걸쳐 결정장애 세대의 특징을 살펴봅니다. 굳이 학술적으로 분석한다던가 가르치려는 말투가 아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습니다. 독일 특유의 유머와 풍자가 곁들어진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마치 크림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는 음식을 먹듯 책장을 술술 넘기게 될 것입니다.


유럽 사회 특수의 결정장애 세대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다른 분들도 저만큼이나 이 책을 공감하며 즐겁게 읽으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있는 유럽 특유의 문화와 사회가 전제되어 있다보니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예컨대 실업수당 부분이 그렇습니다. 실제로 복지가 잘 되어있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굳이 일을 하지 않고 실업수당을 받는 쪽을 택하곤 합니다. 전문직이 아니다보니 최저임금으로 일해야 하는데 오히려 집에서 놀고 먹었을 때 나라에서 주는 실업수당이 더 큰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많은 독일인들이 이 문제로 속상해하며 골치를 썩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복지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죠.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못하는 (혹은 일하는 자 조차 먹지 못하는) 청년들은 어쩌면 이런 복지 시스템을 마냥 부러워할 수 있겠지만 확실히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니까요.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정직하게 일하며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선량한 시민들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정말 심각합니다.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게 개방적인 성 문화와 사회적 운동들도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아 이 책의 내용이 그저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책에 등장하는 채식주의 운동이나 학생들의 정치 활동, 미래 설계등은 우리나라와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읽으면서 그동안 저 자신이 왜 유독 한국에 들어와 “붕 뜨는” 느낌을 받았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성형수술이나 멋진 남자 혹은 연예인, 명품 가방과 옷 그리고 외제차와 집에 관심이 없었기에 대화에 끼기조차 어려운 때도 있었으니까요. 마음먹고(?) 드라마를 보려고 해도 말도 안되는 설정과 억지스러운 전개에 도저히 집중이 안되고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보이기만 하니 어떤 드라마가 사회적 이슈가 될 때면 아예 뉴스조차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곤 했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자라났기 때문에 한국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적어도 일반적으로는)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이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예전 집에 온 것마냥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답니다.


당신은 결정장애 세대입니까?

그렇다고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유럽 청년들에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적 무관심과 특정 기업에 대한 충성 혹은 배척, 기본 상식의 부재로 인한 괴리감과 블로그 등의 새로운 플랫폼 사용에 있어서 유럽과 우리나라는 상당히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솔직히 제가 한국으로 들어올 때만 해도 대부분 페이스북에 회의적이었으며 자신의 사생활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아이디어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조차 셀카를 찍고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활동을 하며 행동을 설정한다는 저자의 말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확실히 인터넷이 세계를 하나로 묶어주긴(?) 하나보네요.

다사다난했던 20대가 가고 어느새 저도 30대에 들어섰습니다만 스스로가 30대라고 인식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예전에 비해 “청년”으로 구분되려 하는 나이층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네요. 어렸을 때 30대를 보면 중년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되었는데 막상 저 자신이 30대가 되었는데도 저는 물론 주위 사람들도 전혀 “중년”으로 느껴지지 않으니 말입니다. 요즘은 40대가 되어서도 중년보다는 청년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보니 30대는 마치 20대의 연장선으로 느껴져 버리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저는 “결정장애 세대”인 것 같습니다. 결정을 내리는데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어마무시하게 변하는 시대에 청춘을 보내며 격동기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세대인 것은 분명하니까요. 뭔가 처음으로 어떤 부류에 속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도 나옵니다.

저에게는 참 즐거운 시간이었고, 저뿐만 아니라 여러 문화권 안에서 어린시절 혹은 청소년기를 보내신 다른 분들도 쉽게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분들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해지네요! 어쩌면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공감하며 저자의 매력에 푹 빠지실지도 모르는 일이죠. 아무튼 오랜만에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즐거운 시간이었던지라 감사할 뿐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유쾌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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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씽크 전략 - 비즈니스 세계의 트로이목마 전략 Harvard Business 경제경영 총서 35
번트 H. 슈미트 지음, 권영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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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에 있어 지난 세기는 그야말로 가장 파란만장하고도 극적인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하루가 무섭게 바뀌는 세상과 테크놀로지로 인해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방법을 발전시키고 바꾸는 것이 아닌, 비즈니스 자체를 재정의해야만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불문율" 사업들이 하나둘씩 무너져내리면서 기존의 사고방식을 고수하다가는 평생 쌓은 사업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인가 비즈니스 세계의 경영과 전략에 관한 책들은 2000년대 이후 유난히 Innovation에 집착하는 느낌입니다.


스스로 사업은 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 제가 하는 일과의 상관성을 찾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음악 역시 어마어마한 변화를 겪으며 계속하여 새로운 시대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고, 예술산업 역시 대중의 호응과 관객의 관심을 얻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예술"에 집중하다가는 외면당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때문에 흥미로운 비즈니스 전략 서적이 출간될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됩니다. 과연 이 책에 쓰여진 노하우와 지식들을 어떻게 스스로의 영역으로 변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말이죠.


오늘 소개할 책은 독일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베른트 H. 슈미트 씨의 저서인 <빅 씽크 전략 Big Think Strategy>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의 트로이 목마 전략"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이 말하는 빅 씽크가 무엇인지 함께 만나보시죠!





대단한 이노베이션, 하지만 과거의 이야기?


"트로이의 목마"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길고 힘들었던 전쟁의 판세를 뒤엎어버린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던 트로이의 목마는 발상의 전환과 언뜻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의 결합이 얼마나 대단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인 동시에 수많은 비즈니스 전문가들에게 많은 영감과 도전을 가져다준 이야기일 것입니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슈미트 씨는 이러한 발상들을 "빅 씽크"라고 정의합니다.


이 책의 중심이 되는 "빅 씽크"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꼭 언급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원서인 Big Think Strategy의 발간 시점인데요, 이 책은 원서의 초판인 2007년에 대한 번역서인지라 책의 내용 역시 출간 시점인 2007년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인문학이나 소설이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을테지만 매 해 무섭게 변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7년의 시간은 체감할 수 밖에 없는 거대한 늪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김난도 교수님의 지휘하에 매 년 발간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코리아>가 처음 발간된 것이 2007년이니 그간의 시리즈를 눈여겨봤던 분들이라면 7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 아실 테니까요 (사실 트렌드코리아는 1년 전 발간된 책만 보더라도 몇 년 전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다분합니다). 

때문에 <빅 씽크 전략>에는 요즘에 거의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도 등장하곤 합니다. 소셜 네트워크의 절대 강자이자 철옹성이었지만 2011년 헐값에 매각되며 씁쓸하게 퇴장해야겠던 마이스페이스라던가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추억으로 사라져버린 세컨드라이프가 그렇습니다. 이 책이 발간된 시점에서는 그야말로 "핫"한 트렌드였지만 이젠 역사책에서 등장할만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으니까요.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 그러한 시대적 배경과 관용은 필수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다 "한 발 늦은" 것은 절대 아니지만, 지금의 현실에 1:1로 적응하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니까요. 



모두가 원하는 빅 씽크의 정체


그렇다면 도대체 빅 씽크는 무엇일까요?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책의 전개와 내용이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스스로의 한계로 인해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빅 씽크"의 정체가 상당히 애매모호하게 뭉뚱그려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마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빌리지"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뭔가 대단하고 엄청난 것인줄은 알겠는데 정확하게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할 수는 없는... 게다가 책 전반에 걸쳐 약간은 혼용되어 사용되는 "빅 씽크"와 "아이디어" 등의 개념들이 이해를 오히려 힘들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반적으로 다 읽고 난 뒤에도 정확하게 무엇을 읽고 배운 것인지 정리가 잘 되지 않는 책이었던지라 다소 당황스러웠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날 때 다시한번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정리하며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빅 씽크"의 정체를 제외하고 본다면 흥미로운 진단과 분석, 그리고 아이디어 제시 방법 등이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구체적인 단계라던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성우(sacred cow)를 버리는 법, 불가능해보이는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방법 등은 흥미를 일으키면서 실행해봐야겠다는 도전의식을 자극하더군요. 예로 등장하는 산업 역시 자동차, 음악, 의학, 스포츠 등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분야와 연결시키는 과정 역시 수월할 것입니다. 



No risk, no fun


누구나 혁신을 부르짖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갈망하지만 진짜 혁신으로 인해 성공을 만끽하게 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의 인원일 뿐입니다. 때문에 극소수의 성공담을 통해 이런저런 이론들이 발생하고 차세대 성공 신화의 주인공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실행되어지며 또 다른 트렌드가 창조되는 것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간발의 차로 트렌드 탑승에 성공하거나 한 발 늦어 헛물을 켜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2007년의 시점에서 쓰여진 이 책은 늦은 감이 확실히 있습니다. 그것은 저자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연구가 미흡해서가 아니라 이 분야의 특성상 시시각각 상황이 너무도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이고요. 하지만 그러한 "트렌드"를 잠시 옆으로 미뤄두고 그 근본에 있는 경영 마인드나 전략을 본다면 이 책의 내용은 확실히 흥미롭고 유익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 역시 다시 한번 시간을 내어 읽어보면서 처음 읽었을 때 정리되지 않았던 "빅 씽크"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시장을 뒤집는 아이디어, 리스크 만큼이나 거대한 혁신의 즐거움을 가져다 줄 "빅 씽크"는 모르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매력적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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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정수의 탐나는 하우스파티 (탐나는 파티세트, DVD 포함) 탐나는 스타일 DVD북 시리즈 4
변정수 지음 / 이덴슬리벨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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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하고 크게 달라진 것 중에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그동안 그 위력을 무시해(?)왔던 호르몬의 영향력을 믿게 되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내가 내 몸의 상태를 정말 모르겠구나"는 깨달음입니다. 호르몬이 분비되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에이, 설마 이렇게 드라마틱 하려고' 하며 대충 넘기곤 했는데 임신한 후 호르몬의 변화가 신체와 감성변화에 직결되는 것을 보면서 조금 더 조심하게 되었고, '이 정도는 가뿐하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 둘씩 힘에 부치고 스스로의 마음과 결심과는 관계없이 여러 제약을 받게 되면서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답니다. 막달이 다가올 수록 점점 무거워지는 몸 탓에 조심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뱃속 아기가 커질 수록 요즘엔 세가족의 모습을 상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예비 엄마라면 누구나 생각할 "이런 엄마가 되어야지"부터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행동, 이벤트까지 고민할(?) 것이 참 많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이나 유행에는 워낙 관심도 취미도 없는 저희 부부인지라 하고 싶다가도 "요즘은 다들 이렇게 하더라고"라는 말에 오히려 관두는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하곤 한답니다. 때문에 뭔가 더 특별하고, 뭔가 더 우리스러운(?) 것을 찾다가 드디어 특별한 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카리스마 넘치는 모델이자 패셔니스타인줄만 알았던 변정수씨의 더 대단한 이야기. <변정수의 탐나는 하우스 파티>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일반 수퍼맘들은 가라! 진짜 수퍼맘의 진짜 파티 이야기


처음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뭔가 틀에 매여있지 않은 우리만의 파티를 열고 싶어서였답니다. 베이비페어에 가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교육보험을 권하고, 소위 '요즘 엄마'들이 선호한다는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에서의 돌잔치 혹은 생일파티 패키지를 예약하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아직..."이라고 대답하면 "요즘은 다 미리미리 해두시는데, 안그럼 나중에 후회하세요"라는 획일적인 멘트가 날라오곤 하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태아보험은 들어두었지만 거기까지. '더이상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 상술에 넘어가지 않겠어!'라고 다짐한 터라 꿋꿋하게 돌아서면서도 진짜 내 아이만 생일파티를 거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속상해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그렇다고 단지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하지 않거나 시쳇말로 "꿇리지 않기" 위해 거액의 파티 계약을 하는 것도 전혀 내키지 않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변정수씨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답니다. 젊은 나이에 힘겨운 암투병 생활을 하며 좋은 일을 많이 하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구체적으로, 꾸준하고 열정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계셨는지는 몰랐어요. 바쁜 일정과 두 아이의 육아만으로도 벅찰텐데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의 엄마로써, 태어나자마자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버린 불쌍한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만 했습니다 (이 책의 모든 판매 수익금은 SOS 어린이마을에 기부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의 생일 파티와 할로윈, 자신의 특별한 생일과 리마인드 웨딩까지 말 그대로 "특별하게" 준비하고 해내는 그녀는 진정한 수퍼맘인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모두 여섯 번의 특별한 파티를 위한 준비과정과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무슨무슨 파티는 이렇게 하라"는 직접적인 조언이 아닌 다양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공개함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자신의 파티를 디자인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체력도, 손재주도, 추진력도 모자란 저로써는 엄두가 안나는 부분이 한두개가 아니었답니다. "아니, 세상에, 이걸, 어떻게 혼자 다 했지!!"라고 외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어요. 변정수씨처럼 멋진 파티를 해내려면 여간 힘이 넘치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여유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크고 작은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엿보면서 '아, 이것은 이렇게 응용해도 되겠다'는 팁을 많이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기도 했답니다.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하고 실행하지 않아도 (적어도 처음엔) 부분적으로 파티를 계획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하나부터 열까지,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파티 문화"가 생소한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 살 때는 나름 이런 저런 파티에 다녀보고 직접 작은 파티를 열기도 했었어요. 파티라고 하니까 거창해보이지만 제 주변 친구들의 파티는 말 그대로 형식도 규칙도 없는 "내맘대로" 파티였기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답니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이걸 어떻게 다하지?" 겁을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 결국 어떤 파티가 될 지 정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파티의 주인인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하는 파티는 돈을 많이 들이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아도 분명 즐거운 시간이 될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티를 열기 전 변정수씨의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아직까지는 부족한 파티 문화에 대한 의식 때문입니다. 좋은 의도로, 즐겁게 준비했다 하더라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손님들이 불편해하거나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요. 변정수씨는 파티에 처음 온 손님들까지도 즐겁게 참여하고 어색하지 않아할 수 있는 여러가지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몇 번의 파티를 거친다면 어느새 자신의 주변에는 특별한 파티를 기다리고 즐길 수 있는 지인들이 점점 많아지지 않을까요? 준비하는 사람도, 초대받은 사람도 끝까지 즐겁게 누릴 수 있는 파티를 위한 여러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 변정수씨 덕분에, 한국에서도 이색적인 파티를 계획해볼 용기가 생겼답니다!



엄마의 진심은 '통한다'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전통을 만들고 싶어."


얼마 전 신랑에게 뜬금없이 건네본 말입니다. 생일이면 친구들과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고, 어린이날에은 놀이공원에 가는 틀에 박힌 이벤트가 아니라, 생일은 물론 새해 첫 날과 마지막 날, 크리스마스와 다른 기념일을 조금은 색다르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익스트림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아빠의 생일에는 가족 모두가 헹글라이더, 번지점프 같은 체험을 하러 떠난다거나 매 달 첫번째 목요일에는 좋아하는 단골 식당에서 외식을 한다던가. 뭔가 아이가 조금 자라서도 즐겁게 함께하고 훗날 추억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고 싶더군요. 특히 어느 순간 부모와 정신적으로 멀어질 사춘기가 오기 전에 함께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놓고 싶었답니다.


어느새 부쩍 자라 사춘기에 들어선 첫째딸을 위한 변정수씨의 조금 더 특별한 파티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녀 나름대로 딸과 가장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자신의 것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보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이 참 멋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점점 다른 사람(특히 자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당연한데, 그녀야말로 정말 "친구같은 엄마"가 아닐까 싶었답니다. 아무리 반항하고 싶고 부모님이 이해가 가지 않는 사춘기라도 엄마의 진심을 통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요?


결국 파티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조금 더 가까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술을 마셔야 서로 친해진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치 알코올 없이는 서로 가까이 갈 수 조차 없는 일부 사람들의 사회능력 부족에 씁쓸해지곤 한답니다. 술에 취하지 않고도 충분히 상대방을 알아갈 수 있고, 술을 마시지 않고도 충분히 즐거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쉽게 만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파티"가 아닐까 싶네요. 저 자신도, 주위에서도 조금 더 이런 특별한 이벤트가 활성화되어서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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