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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숲오리 ㅣ 마음나누기 10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글.그림, 우현옥 옮김 / 아라미 / 2014년 9월
평점 :
마지막으로 동화책을 읽었던 것이 언제였을까? 아득한 기억 속에 사라진 동화책을 추억하며 요즈음 다시 여러 동화를 읽고 있습니다.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태교겸 읽어주기도 하고, 나중에 태어났을 때 능숙하게(?) 해낼 수 있게 구연동화 연습도 하고요 (막상 하려고 하면 참 어색하고 쑥쓰럽기만 합니다). 아이에게 좋은 동화는 어떤 동화인지, 아이가 어떤 동화를 좋아할지 아직은 잘 알 수 없지만, 안목을 키우는 데는 역시 다독이 최선이겠죠! 오늘은 특별한 색감을 뽐내는 동화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국의 3대 그림작가로 불리우는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아기 숲오리>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1972년 영국에서 처음 출판된 이 동화는 서로 다른 것에 대한 배려와 이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작은 아기 숲오리는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발의 크기와 길이가 제각각이었고 때문에 그들처럼 헤엄을 칠 수 없었답니다. 많은 이야기가 그렇듯 아기 숲오리는 이 핸디캡으로 인해 형제들에게서는 물론 다른 동물들에게까지 놀림을 당합니다.
하지만 무서운 여우가 나타났을 때 아기 숲오리의 핸디캡은 오히려 장점으로 변해 여우를 물리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작은 아기 숲오리의 활약(?) 덕분에 다른 아기 숲오리들도 큰일을 면할 수 있게 되고요. 결국 작은 아기 숲오리는 형제들에게 사과를 받고 엄마 숲오리에게는 칭찬을 받게 됩니다. 진부한 내용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렇게 진행되는 과정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답니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다른 동화책과는 많이 다른 그림체와 색감이었답니다. 비록 미술에 대해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풀숲이나 동물의 털, 오리나 부엉이의 깃털 표현이 참 섬세하고 아름다웠고 강렬하면서도 다채로운 색이 어우러져 인상적이었으니까요. 동화책의 크기도 넉넉하기 때문에 나중에 아이와 일러스트를 자세히 보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림마다 표현된 여섯 마리의 아기 숲오리를 세는 재미도 있고요.
하지만 이 그림체와 색감이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자랑삼아 식구들에게 동화책을 보여주었더니 몇몇은 색이 너무 강하고 어두워서 아이가 자칫 무서워할 수도 있겠다는 의견이었어요. 기존의 동화 그림체와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섬뜩하다는(?) 말까지! 숲오리들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확실히 우리가 아는 “착한 동물 친구들”의 모습이 아니긴 하지만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정작 제가 걱정인 부분은 조금 달랐는데요, 작은 아기 숲오리가 제대로 헤엄을 치지 못하자 형제들이 아기 숲오리에게 “멍청이”라고 부르는 장면이었어요. 얼마 전 읽은 육아 도서 <양육 쇼크>에서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교육적인 내용의 비디오나 책을 본 아이들이 오히려 폭력적인 언사를 일삼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상당히 충격적인데, 인과관계를 파악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은 갈등이 해결되어 찾아오는 평화로운 결말보다는 자극적인 문제의 발단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즉, 화해해서 친하게 지내는 장면보다는 처음에 놀리고 괴롭히는 부분이 머릿속에 각인되어버린다는 것이죠. 실제로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갈등의 비중이 분량 면에서 월등히 높기 때문에 비교적 폭력적인 언사와 놀리는 행동에 아이들이 더 오래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아기 숲오리>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발의 크기가 다른 아기 숲오리가 놀림을 받는 페이지는 다섯 페이지나 되지만 갈등이 해결되어 사과를 받는 페이지는 마지막 한 페이지에 불과했답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어떻게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라고 하면 딱히 반박할 수 있는 말은 없지만, 뭔가 아쉬운 것만은 사실이었답니다. 나중에 이 동화를 아이에게 읽어줄 때, 갈등 부분의 텐션을 최대한 낮춰서 읽어주어야겠다는 (그리고 엔딩에 덧붙여 많은 설명과 이해를 위한 예를 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 숲오리>는 두고두고 소장하고픈 책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특별한 그림체와 색감, 아기 숲오리가 위기를 극복하는 기막힌 반전은 엄마와 아기가 공유할 수 있는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한 이 동화의 의도대로 서로 다른 것에 대한 배려심을 배울 수 있다면 일석이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