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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궁리(工夫窮理) - 공부하는 당신이 리더다! 당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공부법
노경원.김연 지음 / 소리미디어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수능과 대학입시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가장 듣기 지겨운 잔소리가 바로 "공부해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염려에서, 잘 되라는 차원에서 하시는 잔소리인것을 알면서도 도대체 "공부하라"는 말은 "공부를 하라"라는 구체적인 뜻이 아니라 짜증을 부르는 지겨운 주문처럼 들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석 때 친척들과 만나 가장 듣기 싫은 말이 학생 때에는 모두 공부와 성적에 관련된 말들이니까요.
이렇게 말하면 참 얄미워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참 좋아했습니다. 좋아했다고 모든 과목에서 성적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요. 하지만 무언가를 새롭게 배워나가는 것도 즐거웠고, 전공 혹은 관심분야와 전혀 다른 것을 시작하는 것 역시 공부 안에서는 즐거운 도전이었습니다 (물론 마음대로 오르지 않는 성적을 보면 한숨이 나왔지만). 학교를 다닐 때 수학이나 지리를 그렇게 싫어했으면서도, 어른이 된 지금 자꾸 수학이나 지리에 관한 책을 사서 보는 이유도 같은 이유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를 좋아했고, 나름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느끼는 것은 바로 "공부하는 방법을 예전에 이미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물론 1, 2년 뒤에는 제가 지금 알고 있는 공부 방법에 대한 지식 역시 무지했더라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대학생 시절 혹은 대학원생 시절 공부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끔 생각해보곤 합니다. 지금 와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역시 젊음의 패기로 많은 것을 도전하지 않았던 것과, 좋은 책을 더 많이 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긋지긋한 공부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인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공부에 매여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처음에는 대학 입시를 위해서, 그 다음에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자격증 시험을 위해, 혹은 고시를 위해...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 수록 공부의 부담도 점점 커지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공부를 억지로 하고 있다면 그만큼 괴로운 일도 아마 없지 않을까요? 아직도 "공부" 하면 지겹고 하기 싫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분들에게 새로운 책을 권해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평소에 공부에 관심을 갖고 좀 더 자신을 계발하기 위해 돌파구를 찾는 분들께도 훌륭한 도움이 될 책이기도 합니다. 노경원, 김연 공저의 "공부궁리(工夫窮理)"가 말하는 공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공부가 공부가 아닌 이유
이 책의 저자 중 노경원씨는 그야말로 "엄친아"입니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행정고시에 응시하자마자 합격하는 쾌거를 거둔 뒤 많은 이들이 꿈꾸는 연구 공무원 일을 시작으로 현재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정도면 정말 많은 학생들에게는 "부럽기 그지없는 모델"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대학교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명문대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고시에 합격하는... 우리가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 중 하나일테니까요. 그런 그가 전수하는 공부 비법은 다름아닌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에서 시작합니다.
"공부는 궁극적으로 나를 만드는 과정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판단하고 평가하게 되고, 그 판단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행동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공부를 하는 것도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185 페이지)
마지막 장에서 정리하는 공부 개념의 완성은 바로 "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그 "공부"가 아닌 조금 더 고차원적인 행위로써, 억지로 원치도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을 머리속에 꾸역 꾸역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그리고 나아가서는 나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확장시킬 요소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공부는 "호기심"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지식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지고, 그에 상응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때 점차 생각의 지평선이 넓어지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히 성적이나 대입같은 일차원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나를 정의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로 부상하게 됩니다.
"매사에 공부하는 자세는 가장 좋은 평생 습관이다. 공부는 손해 보지 않는 투자라고 하는데 손해 보지 않는 투자를 계속하니 얼마나 좋은 것인가. 이런 자세를 가진 사람이 다름 아닌 진짜 부자, 진짜 재벌이다." (19 페이지)
"공부=숙제=시험공부"라는 공식 속에 갇혀서는 결코 공부의 진면모를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것이 나를 부유하게 해주는 가치있는 존재라는 것을 지각한 순간 배워나가는 재미를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찾는 자가 발견하리니
오스트리아에서 살면서 가장 신기했던 경험 중 하나는 바로, 어떤 특정한 단어를 배운 뒤에는 어딜 가든지 그 단어가 유난히도 많이 쓰이는 것을 듣게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내가 오늘 그 단어를 배운 것을 모두들 알기라도 하는 듯 그 단어를 줄기차게 사용해주는데, 가끔은 정말 서로 짜고 하는 행동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어째서 유독 이 단어가 오늘 많이 들리는가 정말 궁금해지죠. 하지만 정말 그 날 유독 그 단어가 많이 쓰인 것일까요? 사실은, 그 단어가 평소에도 자주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자각하지도 못했던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어느정도 회화가 되면 희안하게도 자신이 알아듣는 단어만 조합하여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을 습득하게 되는데, 이 때 알지 못하는 단어들은 무심결에 넘겨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는 만큼 들린다"라는 말이 신빙성있는 것이고요.
공부를 사랑하는 저자에게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떠오른 것은 그 때문에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그만큼 눈에 쉽게 띄기 마련이니까요. 이 책은 총 여섯 장으로 되어있습니다만, 구성으로 분류하자면,
- 왜 공부를 해야하는가
- 공부를 잘 하는 구체적인 방법 (예)
-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이렇게 세 분류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일단 "공부"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을 정리한 뒤 자신의 경험을 통한 노하우를 하나하나 한 장씩 할애하며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공부법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능생들은 물론, 공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작정 외우고,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공부의 원리를 파악하고 공부 자체를 "즐거운 행위"로 바꾸는 것에 가장 큰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평생 공부의 재미를 알고 공부하는 저자답게 이 책은 말하는 듯한 형식으로 쓰여져 있습니다만 각 근거를 토대로 정확한 주석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흔히 자기계발서의 경우 다른 책이나 인물을 인용할 때에 주석을 붙이지 않는 것이 통용되고 있습니다만, 저자는 아주 작은 부분을 인용하더라도 그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있어 조금 더 알아보고 싶은 경우 용이하게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주석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 출간된 유명한 책에서 인용된 알랭 드 보통의 원문 인용구를 찾기 위해 한참을 허비했지만 결국 어디에서도 비슷한 구절을 찾을 수 없었던 경험을 했습니다. 저자가 간단히 주석을 달아 출처를 밝혀주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공부가 능동적인 행위인만큼 중요한 것은 공부하는 자신이 공부하는 데에 있어 능동적이 되는 것입니다. 즉, 스스로가 찾고, 스스로가 궁금해하며, 스스로가 열정적이 되어야 효과적인 공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공부하는 사람도 자신의 공부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항상 자신의 공부방법이나 습관 등에 대해 생각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23 페이지)
"여기서 소개하는 방법만 익혔다고, 이 책만 읽는다고 머리가 좋아지고 공부를 잘 하게 될까? 천만에. 결코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은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 공부는 뇌를 써야한다. 의식해야 한다. 배우고 싶다면 깨어있어야 한다." (27 페이지)
예전에 유명한 만화에서 인용되어 한참 유행했던 말 중에 "지지자는 불여호지자요 호지자는 불여락지자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뜻으로, 결국 즐기는 사람을 이길 자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강요당하는 입장에서 공부를 즐기는 것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자는 스스로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목표를 세우고 공부에 대한 이해를 다져나가야 공부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의 의지로 목표를 세우고 그곳을 향해 전진해야만,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죠.
공부가 정말 삶을 변화시킨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속담은 자주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속담과 비교되곤 합니다. 사실 두 속담이 모두 일리가 있고, 후자의 경우 궁금한 것을 궁금한대로 내버려두길 원하는 사람들의 유용한 변명(?)으로 흔히 사용되곤 하죠.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모르는 것은 약일 수는 있지만 결코 힘이 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 만족하고 "될대로 되라" 식으로 아무것도 궁금해하지도, 알려 하지도 않는다면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 퇴화하게 되므로 자기 자신에게는 약이 될 수 있을진 몰라도 저력과 내실에 있어서만큼은 바닥에 도달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발전하려 하는 것은 굳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보다도 발전하지 않는다면 뒤로 후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국 이런 무지로 인해 오늘날 수많은 공개적인 사기와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기사들이 충분한 예가 될 것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공부는 인생의 닮은꼴이다. 따라서 공부를 하면 인생이 달라진다. 책 중에서도 좋은 책을 읽고, 자신에게 힘을 주는 책을 읽자. (...) 나는 살아있는 동안 계속 공부하고 변할 것이다. 열심히 새로운 것을 찾아서 공부할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나와 같이 공부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공부를 잘하게 되기를 바란다." (8 페이지)
비장하기까지 한 저자의 각오가 담긴 글을 읽으면서, 어째서 공부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지, 그리고 한 부분에 치우치거나 머물러있지 말고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하기를 쉬지 않아야 하는지 다시금 되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평생을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할지라도 우리가 결국 알 수 있는 지식은 전체 지식의 일부분에 불과할 것입니다. 너무도 적은 양이라 오히려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그것조차 도달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생각해봅니다.

너무나도 강요성에 의해 시작되는 공부라 수많은 학생들이 알레르기성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자기 자신을 위한 공부의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책 전반을 통하여 독자 스스로에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내게 어떤 것을 가져다줄지도 생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공부라는 것 자체가 너무도 방대하고 광활한 의미이기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 하나하나에게도 다른 작용을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자기 자신만이 스스로의 공부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거기서부터 공부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잘못된 만남"으로 첫단추가 잘못 끼워져있을 수도 있는 공부.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머릿속에서 공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나간다면 강요에 의한 공부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충분히 의미와 보람 그리고 기쁨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바라봅니다. 더불어 이 책이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읽혀짐으로써 공부가 기나긴 괴로운 여정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이상을 향한 즐거운 발걸음이 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