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올리버 색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많은 의미를 함축한 한 마디가 구구절절 설명보다 강렬하게 와닿을 때가 있습니다. 단지 한 문장을 읽었을 뿐인데도 머릿속에 그 내용이 펼쳐지는 구절처럼요. 책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제목은 그런 면에서 대단히 중요하고, 작가들 역시 자신의 작품에 어떤 제목을 붙일까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독서를 하면서 사실 영향을 받지 않으려 해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 제목입니다. 그렇게 책을 읽으려 샀다가 "낚인" 경험도 자주 있었고, 책의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실망했던 적도 있었지만, 요즘도 역시 제목의 유혹에 넘어가곤 합니다. 그만큼 제목의 파급력이 대단하거나, 경험에서 배우지 못한 저의 무능력함일 수도 있겠네요.

오늘 소개할 책이 그랬습니다. 제목을 읽고는 "아, 이 책은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 책이죠. 그렇게 상세설명을 읽던 중 정말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뮤지코필리아>를 통해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 저자 올리버 색스 박사의 실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니 말입니다. 강렬한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를 소개합니다!





이것은 실화다!


처음 이 책의 소개글을 읽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미 "뮤지코필리아"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된 저자 올리버 색스 박사가 사고를 당해 쓴 책이라니! 나이도 많으신 분이 산에서 사고를 당하셨으니 얼마나 심각하려나 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런 (순진무구한) 오해는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자 마자 해소되었는데, 이 책은 색스 박사가 1984년 출간한 책으로, 1991년 새로운 후기를 덧붙여 재출간한 책을 번역한 것입니다. 결국 한국어 번역판의 출간이 늦어졌을 뿐, 2007년에 첫 출간된 뮤지코필리아보다 33년 전의 책이라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색스 박사의 대표작 "뮤지코필리아"를 비롯해 "깨어남", "편두통" 등을 이미 선보인 알마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책날개에는 올리버 색스 박사의 근간 소식도 담겨져 있어 다음에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미 뮤지코필리아를 읽어본 분들이라면 알고 계시겠지만 올리버 색스 박사는 저명한 신경과 전문의로 대단한 음악애호가로 알려져있습니다. 음악을 향한 그의 열정으로 탄생된 책이 뮤지코필리아인데요, 뮤지코필리아를 읽어보면 색스 박사가 음악에 조예가 깊을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데에 있어서도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뮤지코필리아가 상당수 전문적이고 어려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 의학적인 지식이 전무한 사람도 즐겁게 읽어갈 수 있습니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이 책은 저자의 직접적인 경험과 환자라는 "이색적인" 환경을 주제로 한만큼 재치있는 그의 이야기가 더욱 돋보이는 책입니다. 노르웨이의 산을 홀로 오르다가 갑작스럽게 조난당한 색스 박사는 자신의 왼쪽 무릎근육이 처참하게 찢겨져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얼마 전 홀로 산행하던 사람이 두 다리가 부러진 채로 사망하여 일주일만에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라 그 순간만큼은 너무도 죽음이 가까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도움을 줄 수 있을만한 사람들이 20킬로미터 떨어져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도 겁이 질린 것은 그 통증 때문이라기보다는 무릎이 힘없이 툭 꺾어지는데도 내가 그것을 막거나 다리를 통제할 길이 전혀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다리가 마비된 듯한 느낌도 무서웠다. 그런데 한 순간 그토록 압도적이던 두려움이 나의 '전문가다운 태도'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래. 의사 양반.' 나는 혼잣말을 했다. '다리를 좀 진찰해보겠소?" (20 페이지)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고 지나치게 "전문가답게" 대처하는 그의 모습은 '이것이 정말 실화일까?'마저 궁금하게 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데도 그는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침착하게 해야 할 일들을 하였고, 다행스럽게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드라마가 끝난 것이 아니었으니, 의사로써, 의학 박사로써 이미 오랜 경험의 소지자인 그에게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오랜 여정의 시작이었기 때문입니다.



의사에서 환자로


"나는 갑자기 버림받은 사람처럼 쓸쓸해져서 환자들 특유의 본질적인 고독을 느꼈다. 병원에 입원한 뒤로 처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산에서도 그런 고독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반드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든 안심이 되는 말을 듣고 싶었다. 힘들고 당혹스러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말을 꺼낸 그 젊은 환자와 같았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내 주치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100 페이지)





흔히들 의사라는 직업을 "천직"이라고 합니다. 진심으로 사명감과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수행할 수 없는 하늘이 주신 직업이라는 거죠. 거의 모든 의사들이 이러한 "소명"을 가지고 공부하고 또 자격을 얻었겠지만, 매일 매일의 사투 속에서 그 소명을 기억하고 실천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에 등장하는 의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색스 박사에게 절대적인 연민과 동정심을 가진 독자로써 책을 읽으면 그야말로 "악덕 의사들이군!" 하며 욕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자신의 주치의에게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던 색스 박사도 결국 인정하는 부분이죠. 색스 박사의 주치의들은 더이상 자신의 왼쪽 다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색스 박사의 말을 들어주거나 기분을 이해해주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저 기계적으로 "수술은 잘 끝났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할 뿐입니다. 그나마도 주치의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지나치게 짧은 한정된 시간 뿐, 그 외에는 주치의가 전하는 "전달사항"에만 의지해야 합니다. 색스 박사는 주치의가 자신에게 어떤 악감정이 있어서 고의로 자신을 피한 것이 아니라, 그가 단지 의사라는, 주치의라는 그의 임무에 충실했을 뿐인 것을 깨닫습니다.


"그동안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던 것은 두 가지였다. 아마 모든 환자들이 나와 똑같은 처지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환자의 조건이니까 말이다. (...) 하나는 나의 존재와 공간이 유기적으로 단호하게 부식되는 신체적인 ('신체-존재론적인') 장애였다. 나머지 하나는 환자로 전락하면서 생겨난 마음의 문제 (그다지 적절한 단어는 아니다)로, 특히 '그들'과의 갈등 및 '그들'에게 항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그들'이란 의사, 병원 체제 전체, 병원 자체를 뜻한다." (189 페이지)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병원들을 보면 주인공에게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보여주기 마련이지만 (아니면 반대로 악덕 의사와 간호사들이 주인공을 괴롭히기도 합니다만) 병원에 입원해본 사람이라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것은 의사나 간호사들이 못되거나 직업의식이 투철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일상적인 업무가 힘들고, 환자들의 호소나 불만이 대부분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것을 일일히 대꾸하기에는 이미 그들의 경험과 지식이 "쓸모없는 일"이라고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성적으로 유쾌하고 낙천적인 올리버 색스 박사가 직접 환자가 되어 겪은 체험은 후에 그의 전반적인 의사 인생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사실 사람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역지사지의 감정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법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정신착란이나 유별난 행동으로 치부되었던 "신체이미지장애""신체자아장애"를 색스 박사 자신이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큰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의사이자 학자인 그가 이 분야를 새롭게 연구하고 학계에 보고함으로써 이후 많은 환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신적 질환이 아니라 신경단절로 인한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색스 박사가 밝혀주지 않았다면, 아직도 많은 환자들의 호소는 일방적으로 무시되지 않았을까요.



흥미진진한 의학 드라마


예전에는 미드 <닥터 하우스>의 대단한 팬이라 절대 놓치지 않고 매 회를 챙겨보던 기억이 납니다. 시즌 3까지는 정말 열심히 보았던 것 같은데, 조금 더 바빠지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되었죠 (라고 말하면서도 언젠가 시즌을 몰아 볼 생각은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괴팍한 성격의 하우스와 그 주변인물들이 펼치는 인간관계도 흥미로웠지만 주요 관심사는 역시 "진단학과"라는 특수 상황의 설정이었습니다. 물음표만 던지는 희귀병 앞에서 고민하는 하우스. 그리고 의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조금만 집중하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친절한 "시뮬레이션" 설명 (하우스를 안 좋아하는 지인들의 경우 상당히 이러한 시뮬레이션 장면에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리고 결국은 비밀의 열쇠를 찾아내고야 마는 천재 의사. 의학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지 처음 알게 해 준 작품입니다.

하지만 하우스만큼이나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가 흥미진진한 것은 바로 이것이 "뛰어난 의사가 직접 겪은 희귀한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비록 하우스에서처럼 극적인 전개나 숨겨진 반전은 없다 할지라도, 색스 박사가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보고하는 병상 기록은 드라마 못지 않은 전개를 자랑합니다. (이것 역시 색스 박사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메모를 쉬지 않는 메모광이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겠죠)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환자는 드물기 마련입니다. 행여 언변이 뛰어나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의학적인 전문지식 앞에선 한없이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언변이 뛰어나고 의학적인 지식이 풍부한" 색스 박사가 너무도 무력하게 "병원 권력" 앞에 무너지는 것을 보며 의아하기도 하고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색스 박사도 이 정도인데, 역시 나는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는 것이었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문득 몇년 전 급작스러운 목디스크 통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19 구조대에 실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알게 된 상황이지만 그 때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 없고 움직일 때마다 말못할 고통에 시달렸던 것은 목 부근의 척추 한마디가 삐져나온 상태였기 때문이라 하더군요. 관절이 삐져나온 것이 그렇게 아프다니, 도대체 목이 부러지고도 살아남은 분들은 어떤 고통이었을까 섬뜩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잠옷 바람으로 119에 실려와 응급실로 이송되었는데, 꽤나 추웠던 날씨임에도 불구 병원 간이침대에 누인 채로 한참을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응급실에는 저를 포함, 두 세 명의 환자 밖에 없었는데도 말이죠. 간신히 엑스레이를 촬영하고 제 담당의사라는 사람이 들어와 한다는 말이 "뼈가 안 부러졌어요. 안아프니 그만 일어나세요" 였습니다. 맨발도 시리고 잠옷도 창피하니 누구보다도 일어나서 집으로 가고 싶었던 것은 저였는데 그렇게 말을 하니 얼마나 야속했는지. 게다가 머리 정수리 부근을 두드리면서 "이러면 아파요?"하고 물어오는데 몸만 멀쩡했다면 멱살이라도 잡아주고 싶은 심정이더군요. 얼마나 아픈지 눈물이 나와 말도 할 수 없었는데 말입니다.

강한 진통제를 투여받고 약간의 물리치료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오며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고통을 피력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화도 나고 연민도 들었습니다. 제대로 이야기만 했다면 의사가 좀 더 알아주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분하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자면 의사의 소견대로 "안 부러졌기 때문에" 무사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러기까지 약 3개월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리고 그동안 혼자 거동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느낄 수 있었지만) 말입니다.


무력하고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환자의 신분으로 오랜 시간 병원에 머무르면서 색스 박사는 확실히 의사로서 "새롭게" 태어난 듯 합니다. 남의 고통이 아니라 자신도 겪어본, 체험해본 고통이기에 작은 말이라도 허투루 듣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해하려 노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더 나아가 이것이 하나의 "영적인 드라마"였다고 회고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나의 경험은 종교적인 것이었다. 확실히 나는 문제의 다리를 잃어버렸을 때 그 다리가 하느님께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으며, 다리를 되찾았을 때는 초월적인 의미의 회복이라고 생각했다. 그 경험은 또한 황홀한 과학적 경험이자 인지적 경험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과학과 인지의 한계를 초월했다. 아무래도 이것이 나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 같았다. 나로 하여금 과학적 열정과 엄격함을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은 채 철학과 종교에 공감하게 만들 것 같았다." (228 페이지)





다행스럽게도 색스 박사의 여정은 해피 엔딩으로 끝나게 됩니다만, 그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겪은 신경단절에 의한 현상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한 진짜 해피 엔딩은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앞서 말했듯, 색스 박사가 스스로 이런 경험을 한 것은 의학계의 시선으로 보자면 대단한 행운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색스 박사는 그로 인해 참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지만 말입니다.

사건의 개요와 결말을 알고 읽었는데도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흥미진진했던 책이었기에 오히려 끝났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는데요, 다행스럽게도 글쓰기에 부지런한 색스 박사의 다른 근간을 위로삼기로 했습니다. 사건의 진행과 함께 길어지는 색스 박사의 독백은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저로써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워낙 친절한 부연설명과 옮긴이의 추가 설명으로 무리없이(?) 완독할 수 있었답니다. 오히려 신경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요.

의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드라마를 즐겨 보시는 분들도, 색스 박사의 저서를 감명깊게 읽으시는 분들도 모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 -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그 진짜 흥미진진함은 그것이 "실화"라는 것과 뛰어난 문장력으로 마치 독자 스스로가 사건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흡입해오는한 색스 박사의 저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src="http://muserika.com/plugin/CallBack_bootstrapper?&src=http://s1.daumcdn.net/cfs.tistory/v/0/blog/plugins/CallBack/callback&id=282&callbackId=muserikacom2826086&destDocId=callbacknestmuserikacom2826086&host=http://muserika.com&float=left&random=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 다른 사람들 -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정서 유형의 6가지 차원
리처드 J. 데이비드슨 & 샤론 베글리 지음, 곽윤정 옮김 / 알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한 번 잘못 알려진 사실을 뒤집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번에도 언급했던 월터 리프먼의 명언 "모두가 비슷하게 생각할 때, 아무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에서도 알 수 있듯, 너무나도 당연하게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그것의 부당성을 지적한다면 오히려 상식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질타를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태양이 아닌 지구가 돈다는 것을 주장하고 나서자 그는 생명의 위협까지 받게 되었던 것처럼요.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의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잊어버리거나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혼자서만 조용히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과학과 혁신은 용기 있는 몇몇 사람들의 끊임없는 투지와 연구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당시 그들은 수많은 고초와 수난을 겪었을지 모르지만, 훌륭한 과학자들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진실"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제는 태양이 돈다고 주장한다면 배우지 못한 무식한 사람 취급을 받겠지만, 이런 관점의 변화와 의식의 개선이 이루어질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했습니다. 어디엔가 숨겨진 "진실"을 찾아 진정한 과학자들은 오늘날에도 비난과 조롱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여기 오랜 시간 굳혀져온 고정관념과 싸운 또 한 과학자가 있습니다. 현재 위스콘신 대학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리처드 J. 데이비드슨 교수 역시 자신의 의문과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오랜 시간 싸워야 했고 수많은 연구를 거듭해야 했습니다. 뇌과학을 비롯한 신경과학의 세계적인 전문가이자 탁월한 심리학자인 그의 저서 "너무 다른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머리와 가슴이 서로 다른 세상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데이비드슨 교수가 자신의 연구를 시작했던 1980년대에는 머리와 가슴은 서로 전혀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즉, 머리는 이성을, 마음은 감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데이비드슨 교수는 이미 1970년 이전 EGG (뇌전도 혹은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 전기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를 두피에 부착하는 기기) 실험을 통하여 인간의 뇌파가 감정 변화에 따라 특정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뇌와 감성이 연결되어있다는 것과 정서가 인간의 행동패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학계에 전혀 알려진 바도 연구된 바도 없었기에 그는 자신의 주장을 인정받기 위해서 인내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당시 행동주의자들은 우울증이나 양극성 장애, 정신분열증과 같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보상과 벌'이라는 말도 안 되는 관점에서 비난하고 있었던 것이다. 행동주의자들은 망상이나 기분장애를 앓는 사람들이나 자살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그렇게 행동할 때 보상을 받고, 정상적으로 행동할 때 벌을 받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그러한 주장이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울 뿐만 아니라 생물학, 특히 뇌를 무시하는 주장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49 페이지)

 

젊지만 확신에 찬 그의 연구는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가치와 효과를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책이 출간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무려 275편의 논문과 13권의 책을 집필한 그의 열정은 수 많은 수상 경력으로 이어졌는데, 현재 데이비드슨 교수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신경과학계에서는 전후무후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통속적인 "머리와 가슴" 이론에 대한 반박이 오늘날의 그가 되기까지의 첫걸음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서론과 첫 몇 장 동안 연구의 계기와 시작 그리고 검증과정이 소개되어 있는데, 지치지 않고 연구를 위해 모든 것을 건 그의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그러한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깊이 자리잡고 있던 "잘못된" 지식을 정정할 수 있던 것이 아닐까요. 

 


정서 유형의 여섯 가지 차원

 

감성, 감정과는 상극으로 여기어졌던 뇌가 정서를 지배한다는 그의 주장은 책 전반에 걸쳐 의학적으로, 하지만 너무 어렵지 않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뇌과학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의 논증을 따라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입니다. 또한 그가 소개하는 정서 유형의 여섯 가지 차원 역시 어렵고 심오한 전문용어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추측할 수 있을만한 말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정서 유형의 여섯 차원 역시 특정한 뇌 회로의 활동을 반영한다. 각 차원에는 관점에서의 긍정이나 부정과 같은 양극단이 존재하는데, 이는 특정 뇌 회로의 활동이 증가하거나 감소함으로써 나타나는 결과이다." (121 페이지)

 

 

 

 

머리와 가슴이 서로 나뉘어져있다던 예전의 주장에 확실히 반대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이 뇌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뇌의 특정 부분에 손상을 입게 되면 정서적인 큰 변화를 겪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을 빨리 극복하고 다시 삶의 페이스를 찾을 수 있는 성격의 사람은 특별히 긍정적인 마인드나 의지를 가진 것이 아니라 뇌의 전전두엽피질과 편도체가 빠른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해석은, 마치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 몸에 일어나는 화학작용을 의학적으로 분석한 것만큼이나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순수과학이 그렇듯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사명감"에서 많은 연구가 시작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데이비드슨 교수의 연구는 우리에게 있어 형이상학적인 개념이었던 "정서"를 손에 잡힐 수 있는 척도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들어주니까요.

 

- 회복탄력성 (Resilience)
- 관점 (Outlook)
- 사회적 직관 (Social Intuition)
- 자기 인식 (Self-Awareness)
- 맥락 민감성 (Sensitivity to Context)
- 주의 집중 (Attention)

 

이 여섯가지 파라미터들이 합쳐서 정서 유형을 만들고 각 사람은 해당 파라미터의 눈금이 얼마나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치우쳤냐에 따라 특정한 정서 유형으로 나뉘어질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연구의 진정한 가치는 어떤 사람을 어떤 정서 유형에 분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겪는 특정 "정서 변화" 및 "감정" 을 과학적으로 분석함으로 아직 까지 많은 의문과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심리학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울증이나 반사회적 경향 혹은 자폐증 같은 지금까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분야를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에 있어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또 한 가지, 데이비드슨 교수는 "타고난 정서"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은 그 뿐만 아니라 신경과학의 저명한 학자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선천적인 유전자보다는 후천적인 환경과 교육이 한 사람의 정서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수 차례의 실험을 통해 검증된 바 있습니다. 그는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특정 유전자의 특성이 그 사람의 정서에 나타나거나 나타나지 않음으로써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환경이 단지 행동이나 뇌의 기능을 변화시키는 것만은 아니다. 어느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지 그리고 이에 따라 어떤 유전적 특성이 발현되는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88 페이지)

 


정서적 삶의 열쇠

 

"정서 유형의 차원에서 극단에 해당하는 경우 병리적인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 누군가가 정신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서 유형을 고려해야 한다. 정서 유형 그 자체가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서 유형이 정신질환 발병 가능성을 결정짓는 다른 요인과 상호작용하는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229 페이지)

 

정신질환은 말 그대로 정신적인 장애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외국보다 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적인 상태나 건강에 대해서 말하기를 꺼려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폐쇄적인 사회가 정신적으로 연약한 사람들에게 불리한 환경을 제공하게 되고,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게 회복될 수 있었을 만한 상황도 극적으로 치닫을 수 있는 만큼 보다 정확하고 올바른 인식이 절실합니다.

 


저자는 정서 유형을 파악함으로 인해 어떤 사람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이런 주장은 윤리적으로 볼 때에는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단지 어떤 사람에게 정신질환의 위험요소가 예측된다고 하여 그 사람을 "위험군"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쪽에서 생각해보면 "정서 유형"을 파악하는 것은 확실히 정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자신만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뇌의 장애 혹은 오류라고 생각을 전환하게 되면 보다 긍정적으로 치료에 임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학과 가장 동떨어진 것처럼 보였던 "명상"에 대한 저자의 예찬은 기대 이상입니다. 저자는 달라이 라마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며 동양 명상에 관심을 가졌고, 그것이 정서 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오랜 기간 다양한 명상 연구를 걸쳐 알게 된 결과는 (동양인으로써) 예측은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명상훈련을 통해 주의 실종이나 선택정 주의 집중 등 기초적인 정신 기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은, 저자가 궁극적으로 "명상을 통해 더 나은 정서건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뒤, 정서를 파악함으로 인해 보다 나은 정신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에는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게 되었습니다만, 확실히 아직 상당한 의문이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데이비드슨 박사의 연구 결과를 보면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들에 얼마나 많은 맹점과 모순이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신경과학의 깊은 연구를 담고 있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비전문가 역시 함께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대중적입니다. 또한 다루고 있는 분야 자체도 현대인들이 가장 궁금해한다는 "핫"테마 심리학과 교차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단 이 책의 원제인 "The Emotional Life of your Brain (당신의 뇌의 정서적 삶)"을 "너무 다른 사람들"이라고 의역한 것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인데요, 제목 때문에 원서의 과학적인 측면이 부각되기 어렵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여섯 가지 정서적 유형의 차원. 이 연구가 계속되어 날마다 새로운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면 언젠가 심리학과 신경과학이 한 곳에서 만나는 날이 올까 기대가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세상과 마주하라 - 비틀거리는 청춘을 위한 5단계 멘토링
센다 다쿠야 지음, 황미애 옮김 / 프리뷰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상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A형인지라 충분히 용기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감"의 부족으로 기회를 놓쳐버린 아픈 기억들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왜 그 때 나서지 못하고 자신을 멋지게 어필하지 못했을까 안타깝기만 한데요, '나는 아직 안돼', '분명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우습다고 생각할지 몰라' 혹은 '괜시리 흠을 잡혀 창피를 당할 수도 있어' 하며 떠오르는 수많은 이유들은 스스로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고, 결국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보다 훨씬 과소평가하여 분명 할 수 있는 일들까지도 놓쳐버렸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런 답답하기 짝이 없는 경험은 저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A형이 아닌!) 분들 역시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부적절한 자신감의 결여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분명 사람이 따라 그리고 처한 환경에 따라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그리고 누려야 하는 자신감의 부재는 본인에게 있어 크나큰 손실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나치다 싶을만큼 경쟁과열에 시달리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감 없는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굶주린 울버린이 가득한 수영장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신감을 가져라."

많은 자기계발서와 심리상담서들은 이렇게 조언합니다만 "도대체 어떻게!"라고 되묻고 싶었던 분들에게 오늘 소개하고픈 책이 있습니다. 아담한 크기에 130쪽이 채 되지 않는 컴팩트한 구성. 게다가 큰 글씨와 여유로운 여백으로 짧게는 단 30분만에도 읽을 수 있는 책. 하지만 그 안의 메세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두 번, 세 번 다시금 읽게 되는 책. 센다 다쿠야 씨의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세상과 마주하라"를 소개합니다.





진정한 자신감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뛰어나게 잘난 것도, 예쁜 것도 아니었는데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한몸에 받던 사람이었죠.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다지 예쁜 것 같지도 않은데 언제나 매력적이다, 예쁘다는 칭찬이 쏟아지곤 했습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항상 자신감이 충만했고, 옆에서 지켜보는 저는 "도대체 저 근거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궁금해졌습니다. 분명 자신보다 예쁜 사람도 많고, 뛰어난 사람도 많은데도 마치 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 언제나 스스로 당당한 그녀의 모습이 독특하고 카리스마틱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했습니다. (그런 장점을 제대로 잘 살려 그녀는 지금 아름답고 훌륭한 연예인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만)





비즈니스맨과 수많은 기업의 중역들을 멘토링하는 센다 다쿠야 씨의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세상과 마주하라"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 역시 바로 그녀였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 진정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때는 그 자신감이 "근거 없을 때"이다. 자신감을 잃은 멘티를 일으키는 멘토의 조언은 바로 여기서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진부하게 "나 자신이 유일한 내 인생의 주인공이니까" 혹은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니까" 등의 이유를 들지 않습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정말 "근거 없는" 자신감입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한마디로 말해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것은 크게 착각하는 것입니다." (31 페이지)





"근거가 없는 자신감"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뭔가 진실되지 못한 듯한 뉘앙스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바로 그 점부터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은 어떠한 잣대로 평가되기 마련입니다. 세상의 기준이 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의 목표 혹은 주위 사람들의 기대가 될 수도 있겠죠. 또한 이것은 재력을 뜻할 수도, 명예나 유명세 혹은 인기를 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일이 항상 그렇듯 자기가 원하는 대로, 뜻한 대로만 이루어지지 않기에 (오히려 반대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예외"에 속하기에) 이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본인에게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있어서도 큰 리스크일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자신감이란 무엇인지" 이 책은 질문합니다. 자신감은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하는 원동력입니다. 자신감이 없다는 것은 곧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그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감이 없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것은 기름없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기 위해 애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원하는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감이 필요한데, 이 자신감의 전제조건이 성공 혹은 성과가 되버린다면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조차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세상의 눈을 의식하는 자신은 진정한 자신이 아니에요 (...) 훈장이나 남의 눈에 보이는 근거를 토대로 한 자신감은 언젠가 산산조각이 나서 무너져버려요." (22 페이지)





지금 당신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이미 너무나도 많은 책과 영화 그리고 광고에서 쓰여 식상해져버린 말이지만, 당신의 삶의 주인공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입니다. 저자는 이 간단하고도 심오한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선 자신의 인생에 대한 주체의식을 가질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자존감이 무너지는 것도, 환경에 영향을 받아 자신감을 상실하는 것도, 바로 이 기본적인 주체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과는 아예 경쟁하지 않아요. (...) 나는 언제나 나 자신과 경쟁하니까요.." (40-41 페이지)


너무도 간결한 문장입니다만, 이것을 실천하려면 대단한 정신력과 의지가 필요한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아무리 남을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구조 자체가 남과 비교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는 매커니즘으로 되어있기에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속에 들어가서 도를 닦기 시작한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저자가 제시한 두번째 문장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발전하기 위해서, 더 나아지기 위해서 사람은 분명 경쟁상대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경쟁상대를 찾아나서게 되고, 보통 그곳에서부터 많은 갈등과 충돌이 빚어지게 되죠. 하지만 네가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이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면? 저자의 "라이벌 설정"은 결과적으로 건설적인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저자가 재차 강조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과거의 자신 혹은 미래의 자신을 분명히 지각하고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서 한발짝 뒤로 물러설 수 있는 것이죠. 또한 이 "선의의 경쟁"은 경쟁자도, 비판자도, 심판도 모두 나 자신이기에 무관심속에 지나쳐버릴 수 있는 자신의 크고작은 문제들을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진심으로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면 주인공다운 관심을 베풀고 비중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교의 시선을 주위 환경에서 자기 자신으로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주인공을 더 주인공답게 만들고, 역경을 딛고 일어나 성공에 이르는 원동력이 될테니까요.



멘토와 멘티, 그리고 치유의 대화


이 책은 마치 "Dr. Gradus ad Parnassum" 의 형식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체로 되어 있습니다. 가상의 멘토 센타로와 자신감을 잃고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아키라의 대화를 보고 있자면, 이미 수많은 클라이언트들을 조언해온 저자의 내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진실은 항상 단순하다"라는 전제 아래 저자는 분명한 것은 항상 단순하게 설명될 수 있음을 책 전체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감"이라는 형이상학적 개념을 분명한 "개체"로 만들어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그것을 지켜가기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어쩌면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과 해결책이 너무도 단순하고 쉬운 것이라 오히려 힘이 빠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순간에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처럼 그것을 회복하는데 드는 시간 역시 한 순간입니다. "원한다면 충분히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찬 약속은 "그러나 그것은 오직 당신 스스로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강경한 전제를 바탕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방법이 절대 어렵거나, 난해하거나, 형이상학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부터 용기를 가지고 충분히 도전하여 이룰 수 있는 아주 간단한 것이라고 저자는 재차 강조합니다.


"얼마나 기적적으로 태어난 인생인데, 낙담만 하도록 내팽개쳐 두면 아깝잖아요." (26 페이지)





여러 학생들과 클라이언트들을 대하면서 "정말 요즘엔 염치없는 사람들이 많구나!"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행동하는건지 괘씸하기도 하고 어마어마한 자신감에 경의를 표하고 싶기도 한데,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그러한 "껍데기 뿐인" 자신감은 오히려 자존감의 부재에서 유발되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감에 대한 건강하고 올바른 정의를 내리지 못했기에 그 존재를 착각하고 오히려 엉뚱한 방향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죠. 


앞서 말했다시피 이 책은 짧게는 30분 안에도 정독할 수 있을 정도의 컴팩트한 책입니다만, 아마 한 번 다 읽고 나서야 제대로 한번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짧지만 굵은 문장 속에 그동안 우리가 오해해왔던 많은 진실들이 숨어있기 때문에, 몇 번을 더 읽은 후에야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몇 번을 읽었습니다만, 제대로 이해하여 스스로의 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을 때까지 몇 번 더 읽을 생각입니다. 스스로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즐겁게 도전할 수 있는 날을 꿈꾸면서요.


"게임의 경우에는 시도하는 횟수를 늘린다고 성공률이 변하지는 않지만, 인생은 다르잖아요. 시도하는 횟수를 늘릴 수록 성공률도 높아지니까요." (38 페이지)





src="http://muserika.com/plugin/CallBack_bootstrapper?&src=http://s1.daumcdn.net/cfs.tistory/v/0/blog/plugins/CallBack/callback&id=280&callbackId=muserikacom280616&destDocId=callbacknestmuserikacom280616&host=http://muserika.com&float=left&random=9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 내공 - 인생의 품격을 높이는 읽기.쓰기.생각하기
박민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살기 어려울 수록 사람들은 인생의 가장 직접적인 본능에 따라 살게 됩니다. 당장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추구하고,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유용하다고 여기며, 간접적 혹은 우회적으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들에 회의적이 되는 것이죠.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의 파산으로 유럽에도 닥친 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아낌없이" 투자되어왔던 오스트리아 국영방송의 음악부서에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편곡자로서 체감한 쇼크는 대단했는데, 수입이 그 전 해 대비 무려 10분의 1로 떨어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방송확정 상태에서 아예 제작 자체가 취소된 프로그램도 있었고, 날마다 새로운 음악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음악부서 역시 지금까지 쌓아온 레퍼토리로 대부분의 방송을 대체해야 했습니다. 음악이 없다고 해서 (혹은 그 예산을 줄인다고 해서) 방송국에 직접적인 영향이 올 일은 없었고, 아마도 그런 연유로 예산을 줄여야 할 때 가장 먼저 음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예술 분야 뿐만 아니라 인문에도 자주 나타납니다. 시대가 어려울 수록 철학이나 미학, 문학 등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이상하거나 우스워" 보이기도 합니다. 당장 내일 먹을 것이 없고 잘 수 있는 집이 없는데도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한다던가, 가족을 부양하기도 벅찬데 예술에 대한 연구와 비판 그리고 미학적 고찰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어디가서 몸을 써서라도 돈을 벌어오지!" 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극적인 비유일 뿐이고 현실 속에서는 상당히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에는 그야말로 순수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반적인 인식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어려운 세대일 수록 인문이 필요하다"고 성토하는 책을 오늘 소개하려 합니다. "살아가면서 인문이 왜 필요한데?" 혹은 "인문이 밥 먹여주냐?" 고 누군가가 물어오면 분명 그 일차원적인 사고의 맹점을 지적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어떻게 시작할지 몰랐던 분들에게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줄 책, 제목에서부터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박민영 씨의 "인문 내공"을 소개합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인문이다


"모두가 비슷하게 생각할 때, 아무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 월터 리프먼"


미국의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의 짧은 한 문장은 강력한 메세지를 담고 있습니다. 주체적인 자아이기를 포기한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꼬집은 그의 한마디는 인간 고유의 능력인 "사유"의 위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동물들과 인간의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바로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이 사유하기를 멈춘다면 그 때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사유로 정의되어왔던 인간이 사유를 귀찮아하거나 사유하는 능력을 상실한 시대, 바로 인문 고갈의 시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문지식을 배우며 기술을 익혀 경쟁력을 기르기도 바쁜 현대인들에게 갑자기 인문 능력을 계발하라는 것은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배가 덜 고프고 절실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치스러운 말을 한다고 할 수도 있겠죠. "인문 내공"은 바로 이 부분에서 시작합니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사회비평가인 얼 쇼리스로부터 시작된 노숙자 인문학 과정이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 규모와 횟수가 많이 아쉬운 실정이지만 꾸준히 뜻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일입니다. 저자는 당장 경제적 지원이 급한 노숙자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에 경희대 철학과 우기동 교수를 인용합니다.


"인문학은 삶의 조건 가운데 가장 본질적인, 인간의 품격과 관련된 것이에요. 한 사람이 가난하다고 해서 인문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를 '비인간'으로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18 페이지)





우기동 교수의 답변은 인문학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차별부터가 큰 문제임을 지적합니다. 인문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인문으로써 얻어질 수 있는 삶의 가치를 외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노숙자처럼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인문 결핍 현상을 겪고 있는 모두에게 닥친 위험입니다. 스스로가 내면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계발시켜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 혹은 타인의 필요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꼭두각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인문적 사유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활의 압력, 자기 집단의 논리,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굴복하게 된다." (24-25 페이지)



우리 사회는 지식인을 갈망한다 


"묻지마" 범죄는 물론 가족 혹은 친구간의 살인, 강간 등 신문에 대서특필될만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분노"에 가득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소한 시비가 살인으로 이루어지는가 하면,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 안에서도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는 분명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언젠가 한 사회학자의 인상적인 분석을 읽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분노에 가득차 하나의 시한폭탄처럼 위험해진 것은, 공공연히 발생하는 부정하고 불공평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결과다."





정치인, 기업인들의 비리와 수 많은 사기사건. 연예인들이 누리는 특혜나 불공평한 처사 등은 사람을 분노케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들고, 이 부정적인 감정들은 결국 극적인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불의가 처벌받지 않고 옳고 그름의 기준이 아닌 권력의 유무 기준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면서, 그 소용돌이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알지 못하는 세대는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체제에 순응하여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고 체념하든가 극한 상황으로 몰고가 분노를 마음껏 발산하는가의 문제라는 것이죠.

하다못해 트위터 타임라인만 조금 훑어보아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현 정권을 비판하고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부조리에 분노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치 사회운동가 혹은 젊은 혁명가 같은 발언을 쏟아내지만 정작 직접적인 영향권을 행사할 수 있는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불특정다수에게 호소하는 외로운 메아리가 울릴 뿐입니다. 


저자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오직 "국민이 똑똑해지는 방법"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그것이 현대 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접수될 만한 사회적 변화가 있고, 엘리트들이 새로운 지적 대안들을 제출한다 하더라도, 대중이 그를 판단하고 지지해주지 않으면 건설적인 미래는 있을 수 없다. 그 대안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 그것은 대중의 인문적 사유 능력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판단이 역사의 길을 결정한다." (314 페이지)





누군가가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명쾌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 문제와 해답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들 뿐입니다. 즉, 지금의 상황이 한심하고 대책없다고 비판하고 싸울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인문적 사유 능력을 기르고 스스로가 자신을 더욱 계발하여 국민이 현명해져야 비로소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제안은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가 제시하는 길이 조금 돌아가더라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깊은 통찰력과 사유 능력을 가진 지식인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집단은 그냥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집단의 논리'를 개발한다. 집단의 논리는 집단에게 이익이 되는 논리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집단 전체에게 골고루 이익을 주지 않는다. 집단 논리의 가장 큰 수혜자는 대개 지도층이다. 그들의 이익이 집단 전체의 이익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집단은 논리는 보다 고차원적인 도덕적 규범으로 포장된다. 예를 들어, 국가의 이익은 애국의 이름으로, 종교 집단의 이익은 순교의 이름으로, 사회의 이익은 정의의 이름으로 포장된다." (104 페이지)


"의식적인 존재인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합리성을 부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어떤 사회 환경에 적응하면 그 환경을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사회나 집단에 ‘적응’한다는 것은, 그 질서, 논리, 체제, 문화 등을 내면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환경이 불합리하더라도 그것을 내면화하는 데 성공하면 비판적 의식이 줄어든다." (132 페이지)


진심으로 불의한 사회를 걱정하고 그것이 나아지길 바란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단순한 현상이나 표면적 이슈들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인문 내공을 기르는 것입니다. 



인문적 사고로 경쟁력을 길러라 





한 권의 책을 읽었는데 마치 몇십 권의 책을 읽은 것 같은 감동과 깊이를 체험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이런 책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독자로서의 큰 기쁨이자 도전이기도 합니다. "인문 내공"은 제목 그대로 오랜 세월 수 많은 경험과 독서 그리고 사유를 통한 저자의 "내공"을 여과없이 드러냅니다. 총 세 부로 나뉘어져 평균 5~6쪽 정도 분량의 글들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쉽게 소개하고 설명할 수 없을만큼 광범위한 인문의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시대적 이슈부터 역사적 이슈까지, 독서의 방법에서부터 학문의 연구까지 넓은 분야를 섭렵하고 있음에도 불구, 글 하나 하나가 간결하고 불필요한 말 없이 핵심을 찌르고 있어 읽는 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수 많은 테마를 통해 우리에게 여러 번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래도 스스로 사유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습니까?" 우리는 지구에 사는 60억 인구 가운데 한 사람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또 사회를 바꾸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구성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무언가를 개선하고 바꾸길 원한다면 먼저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전체적 틀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통찰할 수 있을 때 정치인들은 함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리를 저지르지 못할 것입니다. 기업이 국민을 우롱하여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그들을 이용하지 못할 것입니다. 공허한 불평과 대상없는 비판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진정으로 사회를 바꾸고 싶다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나아지고자 하는 노력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의식의 양도는 정치적 권리의 양도보다 위험하다. 주체 의식의 위기이 처한 현대인들은 '세계 또는 인류가 왜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하는 적극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으며, 유능한 대중 조작 전문가가 조종하는 기술 체제 속에서 장기판의 졸처럼 움직이고 있다. 지배적인 규칙과 체제에 무조건 순응하는 '창조적 자의식의 상실'. 그것은 미래의 재앙을 무한 확대시킬 수 있는 위험한 조짐이다." (314 페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공한 CEO의 비즈니스 심리코칭
Robbie Steinhouse.Chris West 지음, 박의순.노경혜 옮김 / 학지사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생 남의 아래에서 지겹게 시키는 일만 해왔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사업"을 꿈꿀 것입니다. 특히 무능하고 답답한 상사와 오래 일하다가 보면 "내가 저 자리에 있었더나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 혹은 "이렇게 하면 효과적이고 성공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안타까워하는 때가 많을 것입니다. 이제는 너무도 정형화되어 절대로 변할 수 밖에 없는 고인 물같은 조직보다는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질 때, 사람들은 "나의 비즈니스"를 꿈꿉니다.

 

 

 

 

하지만 이 "창업"이라는 것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닌게 문제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쉽게 많은 자본과 시간을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사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나름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성공할만한 조건을 갖추었기에 시작했을텐데도 비참하게 무너진 사람들도 볼 수 있죠. 꼭 사업에 실패하지는 않더라도 몇 년 혹은 십몇년을 어떻게 간신히 "살아나가는" 것을 보고있자면 월급쟁이인 자신의 형편이 훨씬 나아보이기도 하는 법입니다.

 

회사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창업을 꿈꾸고, 사업에 실패한 친구들을 보면서 회사에 다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바로 당신을 위한 책! 진정으로 자신만의 사업을 꿈꾼다면 반드시 정독하고 꼼꼼히 체크해보아야 할 책, "성공한 CEO의 비즈니스 심리학"을 소개합니다.

 

 

 

 

사업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고? 그렇다면 당신이 그 "누구"가 되어라.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하나의 사업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CEO가 알아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CEO가 되기 위한 조건이나 자질, 능력 등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사실 여기서부터 애매하기 때문에 누구나 창업하는데 있어 망설이기 마련입니다. "과연 나 같은 사람이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경영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던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머리속 의문들이 점점 많아질 수록 자신감은 점점 작아지고 결국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현실에 안주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곤 하죠.

 

물론 모든 사람들이 창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더욱 창업을 한 후 성공을 한다는 보장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기업을 창설하고, 여러 기업의 멘토 혹은 코치로써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른바 '성공한 CEO' 로비 스타인하우스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 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으니 당장 시작하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물쭈물대지않고 오늘부터 시작한다면 분명 나만의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을테니 서두르라는 독촉으로까지 들리기도 합니다.

 

 

 

 

로비 스타인하우스가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이 책을 통해 "사업가가 되고싶다면 이렇게 변하라!"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가지의 심리학 체계에 기초한 이 책에서는 사업가로서 변신하기 전 분명히 해두어야 할 사항들에 대하여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그것은 "당신은 숫기가 없고 쑥쓰러움을 잘 타니 사업가로서 적합하지 않다!" 혹은 "그정도의 자본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등의 조언이 아니라 사업의 본질을 심리학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따라 자신을 대비하고 계발시켜나가야 하는 객관적이고도 구체적인 조언입니다.

 

"내가 거듭 말한 것처럼 사업가는 앞서 언급한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 중 어느 하나라도 간과한다면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사업가들은 종종 한 항목에서는 우수하고, 다른 하나는 그저 그렇고, 또 다른 항목은 걱정스러운 수준이지만 노력하고 있으며, 나머지 한 항목에 대해서는 간과하곤 하는데, 바로 이 항목이 '낭패를 일으키는' 요소가 되곤 한다." (71 페이지)

 

 

 

 

당연한 말이지만 창업은 수많은 요소들이 서로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작동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하는 미래의 CEO로써 무엇보다 "전체를 보는 힘"이 중요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 "전체를 보는 능력"을 어떻게 얻느냐인데, 저자 스타인하우스는 벤자민 프랭클린과 스티븐 코비, TA의 창시자 에릭 번 등 수많은 멘토들의 조언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그만의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알지 못한다면 배우라"는 그의 기본적인 조언은, 어떻게 무엇을 배워야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창업을 하기 전, 창업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을 특별한 "그 누군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창업, 따지고 보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새로운 사업의 시작에서부터 성장할만큼 성장한 기업을 매각하고 즐거운 인생을 즐기는데까지의 방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지만 그 분량에 있어서는 참 컴팩트합니다. 부록까지 합쳐 겨우 240페이지 정도 되는 얇은 책에 이토록 거대한 스토리가 담길 수 있다는 것이 처음에는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책을 읽은 후에는 비즈니스를 설명하는 스타인하우스의 스타일로 보자면 "충분한 분량"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창업과 사업은 결코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고, 다만 "예측하기 어렵고 변수가 많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업가는 낙관적이어야 한다. '논리적이고 계획적인 낙관론자여야 하지만, 하여튼 낙관적이어야 한다.'" (41 페이지)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뭇거리는 것은 실제 직면해있는 문제나 불가능 때문이 아니라 목표설정이 분명하지 않고 애매함을 벗어나지 못한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결국 해봐야 어떻게 될지 아는 것인데 정작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시한채 예상못할 변수만 겁내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한 시스템으로부터 오는 메시지가 다른 시스템에서 오는 메시지와 충돌할 때 이를 잘 정렬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 (103 페이지)

 

사업가에게 심리학이 중요한 것은 이처럼 자기 자신의 내면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심리적 차원에서 축적된 문제들은 결국 사업의 표면으로 표출되기 마련이고, 원하지 않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다스리고 충분히 알아야 합니다. 저자는 여러가지의 심리학 도구를 통하여 사업가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한 모형을 제시합니다. 이 모형들은 앞서 소개한 여러 멘토들의 방법을 참고하여 저자가 직접 개발한 것으로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 위한 마인트컨트롤부터 창업을 위한 체크리스트와 가치목록을 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에 실린 워크시트와 그 외 더 많은 워크시트들은 저자의 홈페이지 www.thinklinkeanentrepreneur.com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이젠 당신이 성공할 시간이다.

언제까지 인생의 조연으로 살 것인가? 당신은 당신 인생의 주인공이다.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자 하는 것은 모두의 바람이 아닐까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삶을 원하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주권을 잡고 삶을 이끌어나간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많은 의지와 노력 그리고 끈기를 필요로 합니다. 사실 수동적으로 떠밀려 사는 것이 오히려 편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번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면 무엇보다도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행동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도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의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망설이거나 우유부단한 것은 당신이 하지 말아야 할 가장 나쁜 일이다. 결정을 하고 나면 나는 즉시 실행한다. '타고난' 사업가들에게는 이러한 충고가 필요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큰 소리로 분명하게 충고해주고 싶다. 행동이 없는 결정은 결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쁜 일이다." (98 페이지)

 

 

 

 

저자 스타인하우스가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들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자신의 사업 역시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신의 이상과 꿈을 향해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게 돕는다는데 있어 이 책이 주는 신선함과 에너지는 특별합니다. 또한 오랜 세월 경험을 통하여 다양한 지식을 접한 저자의 노하우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심리학의 역할 역시 흥미롭고 주목할만합니다.

 

진심으로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이 책을 정독하면서 저자가 제시하는 트레이닝을 확실하게 마스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신이 창업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저자가 말하는 창업에서부터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가야할 CEO의 역할을 보며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 이 책과 함께 새로운 계발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가 권하는대로 준비된 자신감으로 자신의 일에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임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