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력 상승 챗GPT 200% 활용법 - 십대를 위한 15가지 질문법
장대은 지음 / 매경주니어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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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를 막론하고 챗GPT가 "핫"합니다. 처음에는 두들기면 뭔가 나오는 요술 방망이나 문지르면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 램프처럼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생활 깊숙하게 들어와 없어서는 안될 '동반자'가 되어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 관심 없이 지나치고 있었는데 챗GPT로 언어 공부를 하는 유튜브 영상을 본 다음부터는 이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공부력 상승 챗GPT 200% 활용법>은 지금 이 상황에 꼭 필요한 챗GPT에 대한 이해와 활용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 독자층은 중학생 정도가 되겠지만 워낙 친절하고 흥미롭게 쓰여져 있어서 초등학교 고학년 친구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법한 책입니다. 무엇보다 실생활에서 곧장 적용할 수 있는 팁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어리면 어릴수록 응용하기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요. 


챗GPT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이젠 반성문도 챗GPT로 쓴다더라', '에세이 숙제를 챗GPT에게 시켰다더라'등 부정적인 카더라 통신이 많았어요. 마치 이 새로운 기술이 어린 아이들에게 얍삽한(?) 비기가 될 것처럼 말이죠. 게다가 3.5 시절에는 없는 이야기를 기정사실인양 대답하는 챗GPT의 치명적인 hallucination 현상 때문에 인식이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4.0 그리고 4o(omni)로 넘어오면서 오답 확률이 드라마틱하게 줄었을뿐 아니라 점점 챗GPT를 도구로써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미지 또한 긍정적으로 변하는 추세입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수 있겠지만 그만큼 새로운 직종의 미래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어요. 챗GPT가 상용화된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챗GPT 프롬프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이 생겼으니 말이에요. 


이 책은 아직 어린 학생들의 시선에 맞게 1) 챗GPT를 통한 자료 수집 2) 교열과 교정 3) 요약과 핵심 정리 4) 사고력의 확장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마무시한 능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챗GPT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실용적인 질문과 답변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요. 수십, 수백 억을 호가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도 그것을 연주할 수 없는 사람 손에 넘겨지면 그저 소음밖에 낼 수 없으니까요.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이 기술의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입니다. 

"챗GPT가 주는 답에만 의존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직접 공부해가며 챗GPT를 활용해가야 해요. 이 과정을 반복할 때 여러분의 사고역량은 더욱 발전하게 될 거예요. 그럴수록 챗GPT를 활용하는 질문 능력은 향상될 것이고 챗GPT는 여러분의 예측력을 향상시켜주는 탁월한 도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

아무리 챗GPT가 어마어마하다한들 결국 첫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 결과를 도출해내는 데에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예전엔 백과사전처럼 많은 지식을 머리에 넣는 것이 공부의 기본이었다면 이제는 "질문의 기술",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공부의 대상이 된 것 같아요. 챗GPT에 대한 입문서로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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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복
리샤르 콜라스 지음, 이주영 옮김 / 예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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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디까지의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리샤르 콜라스의 장편소설 <할복>은 역사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비극적인 삶을 산 에밀 몽루아의 일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세계 제1차 세계대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소설의 현실적인 배경 때문인지 살고자 몸부림 치는 에밀 몽루아가 꼭 실존했던 인물처럼 느껴졌어요. 믿기지 않는(그러나 결코 과장되거나 부자연스럽지 않은) 우연의 연속으로 이 모든 전쟁에서 기어이 살아남은 그는 결국 할복으로 길고 고단했던 삶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그의 삶 이야기가 알려질 수 있었던 건 그가 죽기 전 주일 프랑스 대사관에서 일하던 R.C. (저자의 이니셜과 같은 건 우연일까요 ㅎㅎ)에게 의문의 소포 두 박스를 보냈기 때문이죠. 소포에는 여러 장의 LP판과 서른 여섯권의 수첩이 들어있었습니다. 몽루아는 R.C.에게 그의 삶 전부를 전달하며 이 수첩들을 꼭 순서대로 읽어달라고 부탁하죠. 그는 아마도 닷새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거라고 편지에 적었지만 R.C.는 3박 4일만에 다 읽었고, 그 이야기를 전달받은(!) 저는 1박 2일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그만큼 흡입력 있고 충격적인, 그리고 애처로울만큼 비극적인 이야기였어요. 

"에밀 몽루아"는 수첩을 쓴 주인공이 가진 하나의 이름에 불과합니다. 그의 첫 이름은 "볼프강 폰 슈패너"로 유능한 정형외과 의사 아버지와 낭만적인 천재 피아니스트 어머니 아래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냅니다. 아버지도 독일의 유망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어머니 역시 보르도의 귀족 딸로 제1차 세계대전 뒤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를 염원하던 이상주의자 외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베를린으로 유학을 온 프랑스 사람이었습니다. 부족할 것 없고, 바랄 것 없는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그의 인생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건 히틀러가 기득권을 잡기 시작한 다음부터였는데, 어느새 나치의 앞잡이가 되어 나날이 미쳐가는 아버지와 현실에서 끝없이 도피하는 어머니는 더 이상 그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주지 못했어요. 결국 베를린이 소련군에 의해 함락되면서 그의 삶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볼프강에서 모리스로, 모리스에서 에밀로 (성까지 합치자면 더 여러 번이지만) 신원이 바뀌었지만 그런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가장 의미있던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아버지의 학교 동기이자 그의 집에서 할복 자살한 일본 사무라이 겐소쿠였고 다른 한 사람은 부모님이 놀이 친구로 수용소에서 데려온 유대인 에밀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주인공에게 각기 다른 "삶의 의미와 가치"를 건네주었는데 겐소쿠는 '용서를 구할 필요없는 후회 없는 삶'을, 에밀은 '사랑이라는 불씨를 위해 사는 삶'을 알려주죠. 

"볼프강, 사람은 그 어떤 후회도 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단다 (...) '그 어떤 용서도 구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았구나. 나에게조차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았어.' 그러면 이 사람은 평화롭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이지. - 겐소쿠"

"우리는 사랑을 하며 살아갈 거야, 모리스. 사랑은 찰나의 순간일지도 몰라.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사랑을 하며 살아갈 거야. 사랑이라는 불씨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고!" - 에밀

어린 주인공에게 큰 영향을 준 소중한 두 사람이었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고 끔찍하게 세상을 떠납니다. 주인공은 그들의 말을 마음에 간직한채 인생의 노를 쉬지않고 젓기 시작해요. 헤아릴 수 없는 비극의 연속에도 그가 삶에 대한 의지를 내려놓지 않은 것은 이 두 사람의 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가 그토록 지키고 싶은 사랑을 잃고서야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에밀 몽루아의 삶은 가히 가학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인생의 "고백서"는 참담하고 끔찍하기 그지 없습니다. 작가가 굳이 이렇게까지 그를 극한으로 밀어넣어야 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던걸까, 어디까지 추락시키고 싶었을까, 왜 그는 인간이 감당할 수조차 없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을까 묻게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소설은 정말 흡입력있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과 사건이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이다보니 마치 역사의 소용돌이로 함께 휘말려들어간 착각마저 들거든요.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차례로 잃고, 지켜야 할 대부분의 것을 상실한 그가 끝없이 삶의 의지를 불태우며 마지막 불꽃이 꺼지기까지 살아냈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가운데 드러나는 전쟁의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지만요. 

그는 왜 새해 아침이 밝을 때 일본에서 생을 마감했을까. 살아야 할 사람은 죽고 죽어야 할 사람은 사는 운명의 아이러니는 무엇일까. "한 많은" 인생을 내려놓기로 결심한 다음 어째서 서른 여섯 권의 수첩에 빼곡히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을까. 왜 그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으로 R.C.를 지목한걸까... 책을 덮은 다음에도 끊임없이 질문이 떠오릅니다. 

생전에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겐소쿠와 에밀에 대한 약속을 모두 지켰습니다. 겐소쿠의 금화는 아들에게 잠시나마 돌아갔고, 에밀이 말한 사랑을 하며 끝까지 살았으니까요. 도무지 사랑하지 못할 상황에서도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구원"을 얻지 못합니다. 자기 안에 있는 악마에게 잠식당했다고 느낀 그는 질긴 운명을 끔찍한 고통을 통해 잘라내버리기로 결심하죠. 

여운이 깊게 남는 에밀 몽루아, 아니 모리스 드 그라브, 아니 볼프강 폰 슈패너의 삶이었습니다. 

PS. 초반에 주인공의 어머니가 그를 "마인 클라인 모짜르트"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문법적으로는 "마인 클라이너 모짜르트(Mein kleiner Mozart)"가 맞습니다. 처음엔 오타인가 싶었는데 끝까지 이렇게 나오더라고요. 원본이 그런 건지 번역본이 그런 건지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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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매터링 코칭 - 미국 교육계가 권하는 신개념 양육, 매터링의 비밀
제니퍼 월리스 지음, 조경실 옮김 / 웨일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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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도 소중했던 아이였건만, 아이가 자랄 수록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보다는 첨예하게 대립하며 날을 세우는 순간들이 늘어갑니다. 어떻게 재미있게 놀까 고민하던 시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모자란 시간을 쪼개가며 해야 할 일을 구겨넣곤 하죠. 참 괴로운 건 아이가 잘 따라주건 따라주지 않건 걱정과 고민이 생깁니다. 따라주지 않으면 공부하라는 잔소리에 반항하는 아이로 인해 괴롭고, 따라준다 하더라도 부모가 말하는 길이 결코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고민과 갈등이 생깁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후자의 경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내 아이를 위한 매터링 코칭>은 1980년대 처음 등장한 매터링(mattering) 양육방식에 관한 책입니다. 최근 미국 교육계가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고 그 효과가 입증되어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데요,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 개념을 짧게 정리해보자면 "나는 가치있는 사람이며, 주위에 기여하고 있다"는 건강하고 단단한 자존감, "나는 나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아는 메타 욕구가 충족된 상태를 말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성공 여부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느끼기 때문에 행여 학업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끊임없는 불안장애와 우울감에 시달립니다. 이 현상은 중산층 이상의 엘리트 부모 아래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더욱 도드라졌는데, 이는 부모가 성공한 것처럼 자신도 성공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결국 자신의 가치를 성취에 고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해요. 특히 "지위 보호(status safeguarding)"라는 개념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자기 자식의 지위가 하락하지 않게 만드려는 본능으로서, 아이가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어 행복하게 살게 하려고 특기에 맞춰 시간표를 짜고, 학원에 보내고, 좋은 강사를 찾는 등 사회적, 정서적으로 하는 모든 양육 방식을 뜻한다고 합니다. 자식에게 더 나은 교육,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은 결국 부모가 유지하고 있는 지위, 혹은 그보다 더 높은 지위로 자식이 올라가게 하려는 본능이라는 거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이는 부모로부터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자신의 존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받습니다. 특히 모든 분야에서 철저하게 평가받는 지금 세대에는 "모두가 탁월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해요. "모든 것이 측정되는 시대"이기 때문이죠. 이런 아이에게 "아무 조건 없이 스스로를 가치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매터링 코칭이라고 저자는 정의합니다. 

이 책은 지금 아이들이 처한 현실과 매터링 코칭이 필요한 이유, 매터링 코칭의 개념 정리와 적용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 눈부신 성취를 이루었지만 수많은 아이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약물, 마약 등에 손을 대는 등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생활에 빠진다고 해요. 주로 가난하고 낙후된 지역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일들이 거의 동등한 확률로 중상류층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이 기현상은, 결국 아이들이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고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취와 성공 여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 "너의 존재 가치는 절대적이고,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바뀌지 않는다"라고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으면 끊임없는 경쟁과 비교당하는 SNS의 늪에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거고요.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이 조금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양육(특히 학업에 관련된) 고민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가 아니라 "공부를 잘 안 해서"니까요. 그래서 자신을 극한으로 밀어 넣기까지 노력하고, 갈등하고, 도전하고, 소진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가끔은 소위 "잘난 부모와 잘난 자식들이 말하는 그들만의 세상"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매터링"은 공부를 열심히 하든 그렇지 않든, 성적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는 중요한 개념인지라 큰 도움이 됩니다. 무심결에 하는 말 가운데 아이에게 이중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끈다는 미명하에 가스라이팅이 되지는 않았는지, 정말 아이가 고유한 존재로 인정받고, 나아가 주변과 사회에 기여하며 단단한 자존감을 가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자녀부터 중고등학교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자녀들을 가지신 부모님께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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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눈물 10대를 위한 세상 제대로 알기 5
오애리.김보미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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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에 대해 끊임없이 들었던 것 같아요. 기억하기로 그 시작은 "산성비"였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아이들은 "저 비 맞으면 대머리 된다!" 소리를 지르며 비를 피해 뛰어다니곤 했죠. 엘니뇨, 오존층 파괴, 미세먼지, 코로나, 엠팍스까지 고루고루 갖추고 있는(?)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천국에 가까웠는데 말입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뽀뽀뽀 에피소드가 있어요. 일회성으로 출연한 "냉장고맨"은 우리가 냉장고문을 오래 열고 있을 때마다 약해지고 고통받기 때문에 냉장고문은 빨리 닫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때의 여파인지 지금도 냉장고 문은 쏜살같이 닫습니다. 물은 꼭 필요할 때만 틀어서 쓰고, 난방이나 에어컨도 정해진 공간에서만 제한된 시간에 하고 있어요. 텀블러를 사용하고, 한때는 면생리대만 고집할 정도로 일회용품을 안 쓰려고 노력했죠. 

한숨이 나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현실입니다. 오히려 가속도가 붙은 채 나빠지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죠. 아들이 태어나기 전만 해도 미세먼지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는데 어느덧 사계절 동반자가 되어버렸고, 매 년 여름 열대야와 최고 기온은 갱신을 거듭해서, 올해 여름이 앞으로의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라는 비관적인 뉴스가 들려옵니다. 오히려 코로나로 전세계가 멈췄을 때 대기가 깨끗해지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했고요. 

<고래의 눈물>은 환경보호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0대를 위한 세상 제대로 알기" 시리즈에 걸맞게, 젊은 친구들에게 실상이 무엇이고, 우리가 처한 환경이 무엇이며,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고, 무엇을 고쳐나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10대를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사실 저만해도 해양 환경오염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뿐, 어느 정도로 심각하고 무엇이 좋고 나쁜지 알지 못했거든요. 

"고래가 살지 못하는 바다는 인간도 살 수 없는 바다입니다."


이 책의 로그라인이 그 어느 때보다 가슴 깊숙히 박혀옵니다. 더워도 너무 더운 요즘 "못 살겠다"는 말이 자주 들려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가는 느낌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지진과 해일, 태풍 소식 역시 환경오염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뭔가 멈추고, 바꾸고, 해결할 법도 한데 아직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미세 플라스틱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신용카드 정도 크기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고 저자는 말해요.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우리 몸 안으로 들어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현대 들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원인 불명의 질병들, 이유모를 불임과 난임, 기형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미지의 세계' 같았던 고래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어요. 가장 인상깊었던 건 "고래 낙하(whale falls)"라고 불리는 현상이었는데, 고래는 사는 동안 탄소를 자신의 몸 안에 축적해놓는다고 합니다. 해안으로 밀려온 고래 사체가 폭발하는 이유죠. 자연에서 고래가 죽으면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데 이때 고래 몸 안에 있던 탄소도 심해에 묻히면서 수백 년간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고래 개체 수 감수 이전) 모든 고래의 낙하 효과과 16만톤의 탄소 흡수 효과라고 추정했는데, 지상에서 나무를 심어 이만큼의 탄소를 흡수하려면 축구장 2800개의 면적을 숲으로 만들어야만 가능하다니 새삼 고래가 환경에 있어 얼마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한동안 지속된 고래 포획과 금지 이후에도 자행된 불법 어획, 우연을 가장해 고래를 낚는 혼획 등으로 고래 개체 수는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었고, 직접적인 포획이 아니라도 바다 자체가 더러워지면서 고래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은 턱없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와중에 일본은 놀랍게도 시대를 역행하며 잔인한 돌고래 도살쇼를 몇 년 전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전통의 보존"이라는 이유로 말이죠. 

누구라도 한 번 쯤은 배우고, 짚고 넘어가야 할 고래 이야기. <고래의 눈물>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가 있는 그곳에서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아껴봤자 기업이 잘못하고 있는데 말짱 헛수고"라는 현실이 우리 힘을 빠지게 할지라도. 조금씩 인식이 개선되어 가고, 조금씩 변화에 동참한다면 희망은 꺼지지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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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5 - 난세 삼국 편 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5
페이즈 지음, 이에스더 옮김 / 버니온더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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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서리쳐지게(?) 귀여운 책이 왔습니다. 알고 보니 벌써 5권째 출간되었고, 알고보니 이게 첫 시리즈가 아니더라고요. 지은이 페이즈는 고양이 캐릭터가 가득한 애니메이션 브랜드를 운영 중으로, 작가 소개를 보니 웨이보에서 연재하는 애니메이션을 주력하여 활동하는 듯합니다. <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은 그중 가장 사랑받는 시리즈로 이미 조회 수가 5억 뷰가 넘었다고 해요. 

시리즈의 중간에 탑승하는 건 여러모로 아쉬운 일인지라 혹시라도 몰입이 잘 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책을 펴든 순간 씻은듯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중국사를 사건별, 테마별로 짧게 끊어가는데다 충분한 설명과 반복적인 복습으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더라고요.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할 일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물론 거기에는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가 큰 몫을 했습니다)

챕터의 길이도 적당하고, 연재된 작품을 모체로한 책 답게(?) 끊는 포인트가 드라마틱해서 다음 장을 넘기지 않고는 못 배기겠더라고요. 300쪽이 넘는 분량인데 너무 금방 끝나 아쉬웠어요. 특이하게도 이 책은 기존의 고양이 캐릭터가 중국 역사의 인물을 “연기한다”는 컨셉으로 만들어져 챕터가 끝날 때마다 백스테이지와 Behind the Scenes를 엿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적당히 시대적 거리가 벌어진 다음엔 같은 고양이가 다른 인물로 출현하기도 하고요(엄청난 현실 고증 아닌가요 ㅎㅎ). 

5권은 삼국지가 다루는 마지막 내용인 천하통일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가장 친숙하면서도 궁금했던 부분이었어요. 만화만 있는 게 아니라 컷마다 그 내용을 뒷받침하는 주석이 붙어있어 단순히 재미로만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사 책도 이렇게 나와준다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역사광이 될텐데 말이죠!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는 동안 지난 4권도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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