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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눈물 ㅣ 10대를 위한 세상 제대로 알기 5
오애리.김보미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7월
평점 :
제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에 대해 끊임없이 들었던 것 같아요. 기억하기로 그 시작은 "산성비"였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아이들은 "저 비 맞으면 대머리 된다!" 소리를 지르며 비를 피해 뛰어다니곤 했죠. 엘니뇨, 오존층 파괴, 미세먼지, 코로나, 엠팍스까지 고루고루 갖추고 있는(?)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천국에 가까웠는데 말입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뽀뽀뽀 에피소드가 있어요. 일회성으로 출연한 "냉장고맨"은 우리가 냉장고문을 오래 열고 있을 때마다 약해지고 고통받기 때문에 냉장고문은 빨리 닫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때의 여파인지 지금도 냉장고 문은 쏜살같이 닫습니다. 물은 꼭 필요할 때만 틀어서 쓰고, 난방이나 에어컨도 정해진 공간에서만 제한된 시간에 하고 있어요. 텀블러를 사용하고, 한때는 면생리대만 고집할 정도로 일회용품을 안 쓰려고 노력했죠.
한숨이 나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현실입니다. 오히려 가속도가 붙은 채 나빠지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죠. 아들이 태어나기 전만 해도 미세먼지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는데 어느덧 사계절 동반자가 되어버렸고, 매 년 여름 열대야와 최고 기온은 갱신을 거듭해서, 올해 여름이 앞으로의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라는 비관적인 뉴스가 들려옵니다. 오히려 코로나로 전세계가 멈췄을 때 대기가 깨끗해지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했고요.
<고래의 눈물>은 환경보호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0대를 위한 세상 제대로 알기" 시리즈에 걸맞게, 젊은 친구들에게 실상이 무엇이고, 우리가 처한 환경이 무엇이며,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고, 무엇을 고쳐나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10대를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사실 저만해도 해양 환경오염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뿐, 어느 정도로 심각하고 무엇이 좋고 나쁜지 알지 못했거든요.
"고래가 살지 못하는 바다는 인간도 살 수 없는 바다입니다."
이 책의 로그라인이 그 어느 때보다 가슴 깊숙히 박혀옵니다. 더워도 너무 더운 요즘 "못 살겠다"는 말이 자주 들려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가는 느낌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지진과 해일, 태풍 소식 역시 환경오염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뭔가 멈추고, 바꾸고, 해결할 법도 한데 아직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미세 플라스틱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신용카드 정도 크기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고 저자는 말해요.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우리 몸 안으로 들어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현대 들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원인 불명의 질병들, 이유모를 불임과 난임, 기형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미지의 세계' 같았던 고래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어요. 가장 인상깊었던 건 "고래 낙하(whale falls)"라고 불리는 현상이었는데, 고래는 사는 동안 탄소를 자신의 몸 안에 축적해놓는다고 합니다. 해안으로 밀려온 고래 사체가 폭발하는 이유죠. 자연에서 고래가 죽으면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데 이때 고래 몸 안에 있던 탄소도 심해에 묻히면서 수백 년간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고래 개체 수 감수 이전) 모든 고래의 낙하 효과과 16만톤의 탄소 흡수 효과라고 추정했는데, 지상에서 나무를 심어 이만큼의 탄소를 흡수하려면 축구장 2800개의 면적을 숲으로 만들어야만 가능하다니 새삼 고래가 환경에 있어 얼마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한동안 지속된 고래 포획과 금지 이후에도 자행된 불법 어획, 우연을 가장해 고래를 낚는 혼획 등으로 고래 개체 수는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었고, 직접적인 포획이 아니라도 바다 자체가 더러워지면서 고래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은 턱없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와중에 일본은 놀랍게도 시대를 역행하며 잔인한 돌고래 도살쇼를 몇 년 전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전통의 보존"이라는 이유로 말이죠.
누구라도 한 번 쯤은 배우고, 짚고 넘어가야 할 고래 이야기. <고래의 눈물>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가 있는 그곳에서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아껴봤자 기업이 잘못하고 있는데 말짱 헛수고"라는 현실이 우리 힘을 빠지게 할지라도. 조금씩 인식이 개선되어 가고, 조금씩 변화에 동참한다면 희망은 꺼지지 않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