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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꾸러기 해달 오더 ㅣ 책꿈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찰스 산토소 그림, 이원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24년 9월
평점 :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해달 일러스트만 보면 영락없는(?) 어린이책인데 두께가 제법 굵습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과연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어요. 동화책같은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첫 페이지들을 읽으면서 어렸을 적, '애너벨 리'를 읽었던 기억도 나고, 일리아드도 떠올랐어요. 이 책은 초등 아이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만큼 간결하면서도 따뜻한 문체로 쓰여져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책머리에는 미국 서부 지역 지도가 실려 있고 네모로 표시된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이 눈에 띕니다. 오른쪽 지도에서는 해당 구역을 좀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어요. 이곳과 해달 오더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해달 오더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괴짜라는 뜻의 '오더'라는 이름은 엄마에게 받았지만 말이에요. 천성이 낙천적이고 모험을 즐기는 오더는 매사에 딱히 깊게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 오더의 무모함을 친구 카이리는 늘 경고하죠. 하지만 그녀 역시 오더에게 넘어가 함께 놀고, 웃기도 하고, 위험에 처하기도 합니다.
몬터레이 베이에서 행복하게 살던 오더와 카이리는 위험한 곳까지 헤엄쳐 가 놀다가 그만 상어에게 습격을 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여기서 첫 번째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죠. 오더가 상어에게 물린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전에도 인간에 의해 구조되어 수족관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것. 오더가 그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어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나칠 정도로 해달과 정서적 교류를 하지 않으려는 수족관 사람들의 노력 때문이었어요. 이야기가 깊어질 수록 궁금증도 늘어나고, 감동과 먹먹함도 커집니다.
SNS를 통해 아기를 꼭 껴안고 있는 엄마 해달 영상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설로 미소를 짓게 하는 사랑스러운 모습에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해달이 한때 그들의 아름다운 털과 가죽 때문에 멸종 직전까지 잔인하게 포획되어 학살당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불의의 사고로 엄마와 떨어져 '해달답게 사는' 교육을 받지 못한 오더가 또 다시 다쳐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으로 오고, 많은 사람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노력이 무색하게 결국 수족관에서 평생을 보내게 됩니다. 놀라운 건 이 이야기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거에요.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은 해달 연구 보호 프로그램을 모범적으로 실행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라고 합니다. 해달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바다의 생태계가 무너졌다고 해요. 해달은 현재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고,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에서는 오더처럼 뭍으로 떠밀려 온 해달들을 재활시켜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천성적으로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해달의 성격 때문에 정서적 교류 없이 바다로 돌려보내는 연습을 한다고 해요. 그러다가 어느 개체가 '방생 불가'로 판정되면 그제서야 이름을 부여하고 마음을 쏟는다고요.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해달들을 멸종 직전까지 죽인 것도 인간이고, 그런 그들을 전심으로 돌보며 사력을 다해 지키려고 하는 것 역시 인간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 현실 앞에서 우리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 이야기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그런 면에서 <장난꾸러기 해달 오더>는 더없이 훌륭한 수단과 방법이 되어줄 거라 믿습니다. 작가가 말하든 "결국 소설은 진실을 이야기하는 거짓말(닐 게이먼, 영국 소설가)"임과 동시에, 크나큰 힘으로 우리 마음을 울리는 종이 되어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