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인문학 -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진실한 대답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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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과 대학교 1학년의 경우, 실제로 나이는 한 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데도 그 삶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한참 전 인터넷에 "19살과 20살의 차이점"이라는 유머 글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죠. 웃으라고 만든 이야기지만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술을 마시기라도 하면 어른들의 눈초리를 받아야 하고 학교에서도 "불량학생" 취급을 받지만, 한 살 더 먹었을 뿐인데도 이제는 술을 꼭 먹어야 하는 상황에 적응해야 합니다. 절대 먹어서는 안되는 입장에서 먹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으로의 전환. 하지만 이것은 "어른으로 입문하는 청소년들"에게 닥치는 "정체성의 혼란" 빙산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려서부터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놀라우리만치 일률적이고 간단합니다. 공부 열심히 해라, 탈선하지 마라... 어떻게 생각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그 순간부터 유년기의 12년이라는 시간은 오직 대학입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남들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경쟁하고, 성적이 곧 능력의 척도가 되며, 마치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그 날이 바로 20년 가까이 플레이해온 게임의 엔딩이라도 되는양 그 목표점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죠. 누군가가 대학은 끝이 아니라 그제서야 시작일 뿐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전반적인 사회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피나는 노력 끝에 드디어 대학 입성. 뭔가 꽃가루가 휘날리는 멋진 엔딩이기를 기대했건만, 청소년과 어른의 중간에서 방향성마저 잃은 채로 자신의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죽어라고 공부를 했건만 정작 "어른이 되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이런 "청춘"들에게 필요한 이야기. 지금까지 쉬지않고 달려오느라 미처 겪지 못했던 성장기의 고통을 덜어줄 진솔한 조언과 대답들을 담은 한권의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정지우 씨의 "청춘인문학"입니다.






이 책은 이경출판사에서 "어른으로 입문하는 세대"를 위한 첫 책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야심찬 신간임은 물론, 수많은 비슷한 서적들과 차별화된 컨셉으로써 신선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첨예함을 겸비한 작품임이 분명합니다. 보통 책을 구입하거나 읽을 때에 커버를 그렇게 중요하게 보는 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인문학"의 커버 및 디자인은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2012년 현재를 백분 반영한 (정확한 발행일은 2012년 4월 19일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간임에도 불구, 디자인이나 폰트 등을 보면 오래된 책 같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네요. 물론 저 자신의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내용이 훌륭한만큼 이 책이 서점에 진열된 것을 보았을 때 이 시대의 "청춘"들의 아이캐쳐 (Eye catcher) 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내용이 부실하더라도 프로페셔널한 디자인에 가독성을 높인 레이아웃을 적용하여 눈길을 끄는 다른 책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이 책의 겉표지만 보고 "아, 내게 필요한 책이겠구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솔직히 우려됩니다. 그만큼 이 책이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청춘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제의 내적 요인 - 외적 요인 - 해결책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 1부에서는 오늘날의 "청춘"이 어떠한 모습인지를 조명하며, 그들이 사회로 나오는 과정에 있어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대해 설명합니다. 기성세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청춘세대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예리하고 날카로운 판단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 이야기인가?" 하는 착각을 불러올 정도로 정확합니다. 하지만 청춘세대의 문제점을 꼬집으면서도 결코 그들을 판단하거나 몰아세우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요인들을 분석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청춘세대의 오류를 지적할 때마다 저자는 그 문제를 청춘세대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주어를 사용함으로써 어른으로서 가르치는 입장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그들을 이해하고 용납하는 입장을 강조합니다.

 제 2부에서는 청춘세대 뿐만 아닌 전반적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딜레마에 대해 설명합니다. "현대에서 현대인으로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사회의 불공평함을 불평하는 것은 쉽지만, 어째서 그러한 입장까지 가게 되었는지 분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저자는 청춘세대의 문제점이 그들 혼자의 것이 아니라 "현대"라는 시대적 입장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게 문제야"라고 쉽게 말해버리기 전, 그들을 그런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은 다름아닌 시대적 배경이라는 것이죠. 또한 이 시대에 범람하고 있는 "잘못된 조언"들과 "선입견", "편견"등을 재조명함으로써 그것들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문제의 내적 요인 (청춘의 문제) 과 외적 요인 (현대의 문제) 를 반영한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저자 스스로가 분명히 밝히고 있듯이, 어떤 구체적인 조언으로 "이렇게 살아라"라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것들로 "무장"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조언은 이미 지금까지 무수히 들어왔으며,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다른 사람이 정해주고 만들어주는 대로 살아오기만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쳐 이제 진정한 어른으로 사회에 나가려 할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일 것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 힘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이 힘을 향한 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정도" 혹은 "정답"이란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결국 스스로 삶의 방향성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개발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눈 먼 자로 살아가기



 "현대인은 더 이상 자기 삶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불변하는 지혜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자기 삶과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본적인 지도조차 가지고 있질 못하다." (93 페이지)


현대라는 시간에 대한 저자의 지식과 지혜는 대단합니다. 때로는 철학자처럼 깊이 사유하고 의문을 가지다가도, 때로는 심리학자처럼 날카롭게 분석하기도 하고, 마케팅 전문가처럼 트렌드를 민감하게 읽어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설명하는 "현대"라는 시대는 일방적이지도, 단면적이지도 않은 입체적인 구도로 그려지게 됩니다. 결국 "아는 것이 힘"인 것처럼,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극복해야 할 문제를 깨닫는 것도 여기서 시작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시대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읽어나가려는 노력은 스스로 하기에는 문제가 있을 뿐더러 수월하지도 않습니다. 특히 이제 "어른 입문자"로서 사회로 나오는 청춘들에게는 이 문제보다도 훨씬 더 중요해보이는 외적인 이슈가 많습니다.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거나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생각해보기에는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는데 급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의미있고 활기차고 다양한 일들로 청춘을 채우고싶지만, 그러한 일들이 가져올 '무의미성' 즉 '비실용성'을 감당하지 못한다." (20페이지)


그렇다면 오늘날의 청춘은 단지 스펙쌓기와 멀고도 험한 학자금에 짓눌려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일까요? 저자는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이들은 주로 온라인에 머무는 걸로 보인다. (...) 또 항상 메신저를 켜두고 정확한 주제 없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상당수를 채우고 있는 이러한 시간을 가리켜 스스로 '잉여짓 하는 시간'이라 칭하고 있다." (26페이지)


"이러한 관계망은 무엇보다도 '실시간'을 요구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거기에 몰입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들어서 정신과 시간, 집중력을 갉아 먹는다." (28페이지)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얼마 안되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소모'함으로써 스스로 인생을 다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경향은 단순히 무지와 게으름으로 치부되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단순소모적인 취미가 "생생한 현실감을 느껴보기 위해, 삶에서의 자극을 위해 시도되는 것" (99 페이지) 이라고 설명합니다.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현대인이 현실감을 느끼기 위해 찾게되는 욕구라는 것이죠.


"이 양극단의 세계는 서로가 서로를 가능하게 만드는 순환기계다. 우리의 현실감을 앗아가는 세계가 더 공고해질수록, 그 세계를 잊게 만드는 현실감의 세계 역시 더 강렬해진다." (99페이지)





이러한 "현실감의 부재"는 오늘날 현대인이 겪게 되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데, 저자는 현실을 느끼지 못하고 자각하지 못하게 됨으로 인해 현대인들이 자신의 삶의 방향성마저 예측하거나 개척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우리들이 정당화하는 와해된 "개인주의"는 사실상 주장하고 있는 것의 반대 성향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것을 되짚어줍니다. 우리는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많은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지만 ('원자화'), 사실은 우리가 '스스로의 욕망'이라고 생각했던 것 조차 타자의 욕망이었다는 것을 역으로 증명하는 것이죠.


"이러한 자기만족은 묘하게도 집단적인 성향을 띠고 유행적인 성격을 띤다. 우리가 느끼기에 우리 자신은 오로지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것 같은데,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묘한 집단적 흐름을 계속해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 분명 우리는 고유한 개인이고, 상대주의를 중시하여 저마다의 욕망을 추구하는 원자들인데도 불구하고, 욕망은 '획일화'되고 '집단화'되는 경향이 생긴다.

 이는 우리의 마음속에 어떤 식의 '책략'이 일어난다는 것을 말해준다. 즉,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만족이 오직 자기 자신의 합리적 생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생각 자체가 사실은 외부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 우리는 타자 -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것 - 의 지시에 따라 자기 자신을 구성한다." (126-127페이지)


자신의 주관대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충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우리가 생각하고 사고하는 것 모두 경험과 환경에 의해 변형될 수 있는 것임을 깨닫는 것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편견 속에서 우물안 개구리처럼 머무르고 있다면 결코 자신의 인생을 개선할 수 없을 것입니다.




청춘에게 삶을 말하다



흔히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하면 직접적인 삶과는 별로 관련이 없을 뿐더러 엄청난 미사구를 사용해 번지르르하게 만들어놓은 (개똥)철학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른이 되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남들이 말하는 삶이 아닌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것. 인간이라면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인 동시에, 어느 누구도 나를 위해 대신 해줄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국 누가 먼저 대학을 마치고 취직을 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이 과제를 해결했는가가 자립적인 어른으로 거듭나는 것에 대한 척도가 될 것입니다.





"청춘인문학"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보면 이 책의 진취적이고 획기적인 내용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제목 같습니다. 이 책은 어른으로 입문하는 청춘들에게 그들이 겪는 성장통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며, 그것을 직시하고 이겨나가기 위해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하는지 조언하는 지침서입니다. 인문학에 대한 지루하고 뻔한 내용이 아니라, 인문학을 삶에 직결시켜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도전을 주는 조언자인 것입니다.


이 책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해결이 아닌, 보다 넓은 시선으로 문제설정을 바라보며 "현대"라는 굴레 안에서 이상을 실현하려는 시도입니다. 아무리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갈고 닦아도 시대에 맞지 않게 산다면 보람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들에게 먼저 우리 스스로에, 그 다음으로는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눈을 뜨라고 말합니다.



이제 막 인생을 꽃피우기 시작하며 즐거운 대학생활을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무슨 선물을 해야할지 정해진 것 같네요. 할 수만 있다면 부푼 마음을 안고 사회로 나오는 모든 청춘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 리뷰했던 "스무 살에 만난 지혜가 평생을 먹여살린다"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배울 거라고, 언젠가는 가르쳐 줄거라고 막연히 기대만 하고 있었던, 하지만 배우지는 않았던 바로 그 것을, 이렇게도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은 정말로 흔치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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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 철학 - 간결하고 매혹적인 철학에의 탐구
조중걸 지음 / 한권의책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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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에디슨이 남긴 명언들 중 하나가 바로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입니다. 천재로서 필요한 영감은 1%에 불과하고 나머지 99%는 노력이라는 뜻으로,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 얼마나 필수불가결한 것인지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고는 하죠. 하지만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은 이 명언의 교훈을 180도 뒤집어 놓았는데, 에디슨이 한 말은 사실은 "천재는 1%의 영감이 없으면 99%의 노력도 소용없다"였다고 합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1%의 영감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니, 아무래도 이 말로는 학생이나 자녀에게 노력하라고 잔소리할 때 쓰면 안되겠네요.

 

아포리즘 (aphorism) 이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로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말합니다 (출처: 네이버 사전). "너 자신을 알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등이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아포리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크라테스나 데카르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더라도 이 짧은 문장들은 여러 번 들어 익숙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포리즘들이 태어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안타깝지만 여기서 철학에 대한 대부분의 오해들이 생기는 것 같고요.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철학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책이 나왔다고 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조중걸 박사님의 "아포리즘 철학" 입니다.

 

 

 

 

이 책의 저자이신 조중걸 박사님은 화려한 프로필만큼이나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라틴어, 헬라어, 불어, 독어, 영어에 능하며 철학책 한 권을 쓰는데 9일이 걸렸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재능있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철학을 뛰어넘어 생물학, 예술사, 수학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유하는 자유사상가입니다. 대학교수의 자리도 거부하고 자신의 사상을 개척해나가는 조중걸 박사님에 대한 자세한 기사는 로엔처치 사이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인문학의 왕초, 조중걸 박사 읽으러 가기).

본격적인 서평에 들어가기 전 이렇게 저자를 "찬양(?)"한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그것은 이 책이, 이렇게 많은 교육과 경험 그리고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쓴 책이라고 할 수 없을정도로 간단명료하며 정곡을 찌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있어 조금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 좋겠네요. 보통 어떠한 학문을 오랫동안 연구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일반 사람들에게 그 학문을 설명함에 있어 상당히 난해한 양상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애써 쉬운 말로 설명하려고 해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결코 쉽게 들리지 않기 때문이죠.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지적 수준의 차이가 크면 클 수록 오히려 소통이 어려워지고는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러한 장벽이 오히려 새롭게 학문으로 접근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방해가 되고 있는 것도 같아요.

하지만 이 책은 "인문학의 대가"가 집필한 책이라고 하기에는 이례적으로 담백하고 명료합니다. 난해한 표현이나 시적인 미사구를 과감하게 배제하고 설명하지 않는 전문용어의 사용 역시 극히 제한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지식만 가지고 책을 읽어나간다면 "읽으면서 더욱 난해해지는 것"이 아니라 "펼쳐져 있던 조각들이 하나씩 하나씩 맞추어져가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포리즘 - 핵심으로 시작하기

 

 

처음에도 설명했듯이 아포리즘이란 깊은 지식을 축약한 형식으로서 "진한 엑기스"에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엑기스만 보고서 그것이 원래 어떤 형태였는지,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엑기스의 성분은 그 원래의 모습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주지만 그것만으로 본체의 특성을 파악하는데는 무리가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아포리즘을 제시한 뒤 그 배경과 사상을 소개해나가는 것은 상당히 효과적인 루트입니다. 친숙한 아포리즘을 통해 대강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고, 철학자에 대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으며 그의 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연대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69개의 아포리즘을 따라가다보면 고대에서 근대, 그리고 현대로 흐르는 철학사의 흐름 역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의 아포리즘과 일맥상통하거나 정면으로 반박하는 아포리즘의 경우 저자는 이를 다시한번 확인시킨 뒤에 간단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때문에 다시 예전의 아포리즘으로 돌아가 읽어본 뒤 두 아포리즘을 스스로 비교해보면서 발상과 논리의 차이를 분석해보는 것 역시 철학적 사고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철학은 하나의 활동으로서 일종의 검증 체계이다. 그것은 과정의 문제이다. 따라서 철학은 가르쳐지지 않는다. 가르쳐지는 것은 다만 철학하는 법일 뿐이다." (머릿말 중, 4페이지)

 

옛 속담에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라"는 말이 있습니다. 결과를 알려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결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가르쳐주라는 뜻으로서, 일반적으로 교육의 이상향으로 표현되고는 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철학은 가르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일괄적인 교육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 어렵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대학을 다닐 당시 음악에 철학적으로 접근한 학자들의 저서를 함께 토론할 기회가 많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Ernst Kurth 등을 들 수 있는데요, 바그너의 작품세계에 대한 쿠르트의 접근은 난해하다못해 범우주적(?)이어서 처음 세미나 때는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뿐 아니라 다른 동양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그에 반해서 오스트리아와 독일 학생들은 상당히 적극적이었답니다. 듣고 보면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인데도 열심히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모르는 것이나 애매한 것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경향이 있었죠. 모든 것을 다 이해한 후에 토론에 참여하려던 저와는 달리, 어렸을 때부터 철학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나 거리감이 없던 학생들은 철학의 의미가 "완전히 다 이해한 것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것을 이해해나가는 과정, 알아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철학은 곧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완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철학에 대한 오해 그리고 장벽

 

 

참 바보같은 일이지만, 우리들은 어떠한 것을 제대로 알기 전 먼저 선입견을 가지고, 그 선입견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철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개월 전의 일이지만, 그간 읽었던 몇 권의 저서만으로도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오해가 대단히 일차원적이고 무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아직 철학에 대해서 무언가를 이해했다라고 할 수 있을만한 단계는 전혀 아니지만, 처음으로 알아나가는 과정에서조차 이러한 오해의 장벽에 부딪치게 된 것이죠.

 

흔히 무신론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독일의 철학가 니체의 "신은 죽었다 (때때로 '신은 없다'라고 오역되기도 합니다)"를 떠올립니다. 신의 존재를 정면으로 부정한 발언으로서, 오늘날의 기독교에서는 이 발언 때문에 니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그가 확실히 무신론자인 것만큼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발언이 가지고 있는 배경을 알게 된다면 이 짧은 아포리즘이 품은 뜻은 오해하고 있던 것과 180도 다른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인식론상의 합리주의에 내재한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경험의 범위를 넘어선 곳에서도 이성을 적용시킨다는 데 있다. 신은 당연히 우리 감각인식을 넘어선 곳에 있다. 그러므로 신의 존재 유무는 우리가 이성의 작용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니체가 신이 죽었다고 말할 때는 합리적인 인식론에 있어서의 신이 소멸됐다는 의미이다 (...) 이때 니체는 당신들의 신이 죽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 신 일반이 죽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181-182페이지)

 

비트겐슈타인 역시 우리의 인식 체계를 벗어난 형이상학, 미학, 신학 등을 이론적인 학문으로 정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주장 역시 오해되어 받아들여짐으로 그가 이러한 학문들을 부정했다고 비판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한 것은 우리의 인식은 단지 경험한 것을 거울로 비추어보는 것에 그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것"은 지적 탐구의 대상이 되지 못할 뿐, 그 존재를 부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포리즘을 이해하고자 할 때는 그 맥락과 배경 또한 앞뒤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아포리즘이 짧고 명료하면 할 수록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바로 이러한 철학에 대한 장벽과 오해 사이에서 중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철학, 그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철학이라는 학문은 시작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블랙홀과도 같아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더 깊이 빨려들어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해가 될 듯 하다가도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와 있는 것이 비단 저 자신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를 받을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 사람이라도 한번 그 매력에 빠져들면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것은, 철학이 수 많은 천재들이 오랜 세월동안 일구어온 지식적 총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나긴 세월을 거쳐 수 많은 사람들 - 대부분 저 자신보다 뛰어나고 훌륭했던 사람들 - 이 살아가는 것에 있어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고 자기 나름대로의 결론에 도달하려 평생 노력한 과정을 압축하여 습득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아포리즘은 이러한 압축된 과정을 다시한번 축약하여 탄생시킨 엑기스 중 엑기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적 아포리즘들이 매혹적인 이유는 그것이 간결하고 함축적이며 명석한 우아함을 가지기 때문이다. 심미적 우아함을 위해 간결함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290페이지)

 

그리고 이러한 아포리즘들을 통해 비추어보는 여러 철학자들의 세계는 신비롭고 흥미진진하기까지 합니다. "아포리즘 철학"을 통해 만나는 철학의 묘미는 무엇보다도 어렵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설정입니다.

 

"필자는 배타적이고 아카데믹한 전문적 용어나 탐구양식을 배제하였다. 중요한 것은 전문적 지식이 아니라 건전한 상식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어렵지만 명제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291페이지)

 

"나의 잘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진정한 "소통과 이해"를 위한 철학 이야기. "아포리즘 철학"과 함께 새롭게 철학에 대한 호기심을 깨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부담스럽지 않은 짧은 챕터를 하나 하나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철학의 매력에 푹 빠져버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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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서치엔스의 탄생 - 이제 검색은 권력이다!
최용석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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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새로나온 신간들을 쭈욱 둘러보다가 제목이나 겉표지만 보고 "어머, 저건 읽어야 해!" 하는 운명적인(?)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되돌이켜보았을 때 이러한 책들은 공통점도 별로 없고, 장르도 참 다양할 뿐더러, 시간이 지나고 나면 "왜 그랬지?"하는 의문마저 들 때가 있답니다. 내용이 좋을 수도 있고,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고,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후회하며 읽게 되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책 역시 "첫인상"이라는 것이 있나봅니다.


"호모 서치엔스의 탄생"이 그랬습니다. 이 책의 표지를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어머, 저건 읽어야 해!"라고 중얼거렸다죠. 인간의 학명인 "호모 사피엔스"를 교묘하게 변형시켜놓은 센스있는 신조어도 그랬지만, 강렬한 책 커버부터 많은 것을 약속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책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문구 "이제 검색은 권력이다! - 당신은 검색 원숭이인가, 호모 서치엔스인가?" 부터 도발적이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바로 이 책을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남들과는 다른 검색 능력을 가진 새로운 인간, "호모 서치엔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이 책의 저자 최용석씨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증의 주요 포털 사이트 광고대행사 (주)클랙스의 대표이사로 IT 컨설턴트에서 온라인 마케팅 시장에 뛰어들어 지금의 회사를 설립하기까지 수많은 국내 기업들의 국내/해외광고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솔루션이 강한 회사"를 목표로 달려온 클랙스는 우리나라의 브랜드를 해외에도 알리는데 일조했으며 스마트한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인터넷 세계.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파악하기 어렵고 다루기 힘들다는 "광고"의 세계에 도전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회사가 잘 되려면 CEO가 그 회사의 최고 호모 서치엔스여야 한다 (79페이지) 는 그의 말은, 그가 클랙스의 대표이사로서 얼마나 검색에 비중을 두고 시장을 파악하는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그러나 누구나 제대로 사용할 수는 없는 "능력"인 검색. 오랜 세월을 걸쳐 스스로 호모 서치엔스의 창시자가 된 최용석씨는 이 책을 통해 수많은 노하우들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검색을 생활화합시다"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것이 생겨나면서 한참 유행했던 말이 있습니다. 바로 "검색을 생활화합시다"라는 다소 유머러스한 말이었는데요, 특히 질문/답변게시판에서 있었던 질문을 또 올리거나, 유머게시판에 예전에 이미 한번 봤던 게시물을 다시 올리는 사람들을 꼬집는 말이었습니다. 인터넷에 별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괜히 게시물을 올렸다가 이런 핀잔을 듣고는 의기소침해지기 일쑤였는데, 그만큼 "검색"이라는 것은 그 때만해도 인터넷 고수와 하수(?)를 구분하는 능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검색이 뭐에요?"라고 묻는다면 이제 이상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검색 역시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봐"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요즘, 자세한 것은 잘 모르시는 어르신이라도 네이버의 녹색 검색창에 원하는 단어를 입력하면 무언가 쓸모있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활용하고 있으시니까요.

검색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여 이제는 "누가 검색하느냐"에 따라 검색결과가 달라지게 됩니다. 평소에 내가 방문하는 사이트, 클릭하는 기사들과 쇼핑상품 등을 저장해두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검색엔진은 나의 "성향"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게 검색결과를 가져옴으로서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를 우선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물론 이것이 확실히 이상적이지는 않습니다. 그것을 자각하고 있건 그렇지 않건 인터넷의 검색 히스토리나 방문 히스토리는 예민한 개인정보인데, 이것을 나도 모르는 새 어떤 회사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자신이 감시당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등장하는 빅 브라더가 더이상 소설 속의 존재가 아니라 이미 우리 삶 속 깊숙이 침투한 현실이 되었는데, 이 빅 브라더를 부정하고 보이콧할 수 있는 시간은 이미 지난 듯 보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이 빅 브라더와의 공존 속에서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을 막느냐의 문제이죠.


그렇다면 검색 따위 하지 않겠어! 라고 극단적인 결정을 공표한다면? 시대가 시대인만큼 인터넷 없이, 스마트폰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상당히 불편한 일입니다. 또한 검색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포기한다는 것 역시 큰 손해가 될 수 있죠. 한 편으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다른 편으로는 개인정보가 걱정이니... 이럴 수록 검색에 대한 지식이 더 시급합니다. 예로부터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으니까요. 우리의 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사용되는지를 파악할 수만 있다면 원하지 않는 정보를 내주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도 수월해질 것입니다. 




검색이 경쟁력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호모 서치엔스의 정의는 "검색이라는 값진 도구를 제대로 쓸 줄 아는 존재" (인트로 중, 5페이지) 입니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누구나 구글, 네이버, 다음 등의 검색/포털 사이트에 접속해서 수많은 검색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마어마한 무기(?)를 가지고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 무기의 위력은 결코 나타날 수 없겠죠. 이 책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세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 "검색의 잠재력을 이용해라, 검색의 위력을 깨닫고 그 무시무시한 경쟁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라." 


"상대를 검색헤서 여러가지 정보를 캐냈다면 상대방에 맞춰서 나의 모습을 포장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67페이지)


"누군가의 검색 키워드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욕망을 아는 것이다" (96페이지)


"검색은 능동적이다. 검색에서는 솔직하게 자신의 욕구를 드러낸다" (217페이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처럼, 어떤 것을 아는 것은 확실히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내가 아는 것이 남들은 잘 모르는 것이라면 그 경쟁력은 더욱 더 커지게 되겠죠. 저자는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지식을 얻는 방법이 바로 검색이라고 말합니다. 검색의 생리를 이해하고 파악하여 내가 원하는 정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 이것이 숙련된 호모 서치엔스가 가질 수 있는 능력입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몇가지 들까 합니다.


예1) 회사에 다니는 김사원씨. 얼마 후면 부장님의 생신인데 마땅히 선물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아 고민입니다. "상사 생일 선물 추천" 등의 뻔한 검색어로 검색해봤자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고... 시간이 지나갈 수록 마음만 답답해집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부장님의 트위터 계정을 알게 된 그는 부장님이 얼마 전부터 노르딕 워킹에 푹 빠져버렸다는 정보를 입수합니다. 당장 스포츠 용품 가게로 달려간 그! 아무것도 모르고 넥타이나 벨트를 선물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예2) 프리랜서로 일하는 박열심씨. 얼마전 어떤 회사의 의뢰를 받고 회사의 광고물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나름의 노하우도 많았지만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바라는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잘 파악하기가 어려워 골치아픈 상태였죠. 그러한 그녀의 선택은 바로 인터넷 검색. 그 회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히스토리를 살펴보면서 그동안 발행되었던 광고물들을 유심히 살펴본 뒤 공통점을 찾아봅니다. 또한 그 회사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회사나 비슷한 성격의 회사를 찾아보면서 그 회사들의 광고물 트렌드도 파악합니다. 가끔은 여러가지 시안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있는데, 이 경우 그 회사가 특별히 추구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읽어볼 수 있기 때문에 작업에 들어가기 전 참고한다면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검색을 한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권력이며, 이것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정해지게 됩니다. 막상 검색을 하려고 해도 어떤 단어를 쳐야 할 지 알 수가 없고, 원하는 것을 찾으려 해도 찾지 못하고 엉뚱한 정보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면 이제는 정말 당신의 검색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때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검색원숭이"에서 "호모 서치엔스"로 진화할 시간이라는 것이죠.




당신이 누군가를 지켜보듯,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검색할 때마다 잊고 있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어떤 것을 검색할 수 있듯이 다른 사람들 역시 우리 자신에 대해서 검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당연하고도 간단한 사실을 간과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할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인터넷인만큼, 그 파급력 또한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인터넷 상에서의 개인정보 보안에 대해서 누구나 한번씩은 들어보았고, 나름대로의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개인정보를 잘 보호해야 하며 그것이 악용될 경우 정말 골치아파진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는 파악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아이디나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나 은행계좌번호는 철저히 지키고 있더라도 엉뚱하게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의 컨슈머리포트는 페이스북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7가지를 올린 적이 있다. 프로필에 생년월일을 포함한 구체적인 개인정보는 지인 이외에는 공개하지 말 것. 아이의 사진과 이름을 게재하지 말 것. 휴가계획을 공개하지 말 것. 개인 프로필 검색을 허락하지 말 것과 같은 내용들이다." (191페이지)


너도 나도 페이스북을 사용하게 되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이벤트나 사진 등을 아무 생각 없이 페이스북에 게재하고는 합니다. 기본적으로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에게는 차려놓은 밥상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과 함께 일주일동안 남미의 한 도시로 휴가를 간다는 계획은 지인들에게는 즐겁고 부러운 소식일 수 있지만, 집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그 때는 집이 완전히 비어있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내 집 주소를 적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페이스북에 포스팅 할 때마다 위치 서비스가 켜져있을 경우 구글 지도와 함께 등록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굳이 그곳에 "우리 집"이라고 적어두지 않아도 포스팅에 등장하는 빈도를 역추적해보면 그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 아이가 너무 예쁜 나머지 페이스북에 이런 저런 사진을 많이 게시했습니다. 문제는 페이스북의 기본 설정을 바꾸지 않아 지인이 아닌 모든 사람이 그 사진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죠. 다른 때 같았으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았지만, 아이의 사진 배경인 우리 집이 지나치게 넓고 부유해보인다던가, 가끔은 고급 세단 차를 몰고 피크닉을 간 사진을 올렸다던가, 사업이 잘 되어서 기쁘다는 등의 포스팅은 위험을 가중시킵니다. 우리 집의 경제형편과 집의 위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과 아이의 얼굴 등을 스스로가 모두 알려주었다면 끔찍한 범죄로 이어졌을 때 어떤 후회를 하게 될까요... 알고 있는 사람도 100% 신뢰하기 힘든 세상에서 알지도 못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정보를 내어준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애초부터 소셜 네트워크는 '사적'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192페이지)





누군가가 나를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미팅에 나가기 전 미팅 상대와 회사를 내가 검색해보듯이 상대 역시 나에 대해서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홈페이지나 블로그 정도는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즘, 알지 못하는 회사를 검색할 경우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그 회사에 대한 기사나 회사의 홈페이지, 혹은 SNS를 통한 회사의 인지도 등입니다. 이중 회사 혹은 개인의 이미지를 망쳐놓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유게시판" 혹은 "방명록"일 것입니다. 남들이 다 만들어둔다고 해서 열어둔 게시판이 소홀한 관리로 인해 광고와 욕설, 비난 등으로 도배가 되어버렸다면 좋은 이미지는 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밖에 없으니까요.


"방문한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모습이 좋게 보일리가 없다. 아. 여기는 관리가 완전 엉망이구나. 홈페이지 관리도 제대로 안하고 무성의하구나, 이런 인식을 갖게 된다. 회사를 홍보하고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만든 홈페이지가 오히려 회사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결과를 낳게 된다." (181페이지)


"더 심각한 것은, 검색 결과에 게시판에 올라온 회사에 대한 비난이 노출되어버리는 경우다. 불특정 다수가 읽을 수 있도록 오픈되어 있다면 검색 엔진도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비슷한 내용의 비난글들이 여러 차례 올라와 있다면 검색 엔진은 이를 비중 있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182페이지)


때문에 검색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역으로 자기 자신을 검색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항상 체크하고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해나가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전해져내려오는 이야기처럼, 자기 아들을 굳게 믿었던 어머니도 아들이 살인자가 되었다는 말을 네 번 들었을 때는 그 말을 믿고 오열했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 하더라도 반복되고 지속되어 접하게 되는 경우 믿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에 대한 정보가 왜곡되어 피해를 입기 전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배하던가, 도태되던가





이 책에는 수 많은 검색 기술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검색이라고는 "맛집", "무한도전" 등 일차원 적인 것만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질지도 모릅니다. IT 강국이며 인터넷 보급율에서도, 사용율에서도 세계 상위권인 우리나라가 검색 등의 인터넷 도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는 놀랍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검색의 가장 기본적인 용어도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검색이 경쟁력으로 떠오르게 되면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적 특수성'을 자랑하며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미니홈피도 결국 페이스북에 무릎을 꿇고 말았고, 이런 인터넷 세계화의 추세는 점점 가중되는 추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어떤 한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범세계적으로 자신의 지경을 넓혀가야 한다는 것이죠.

경쟁의 사회가 그렇듯이 결국 사람은 선택을 해야합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지배하던가, 아니면 도태되던가. 도태되지 않고 지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열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이미 이런 트렌드를 파악하고 연구한 많은 분들이 자신의 지식을 공유할 때 우리는 스스로 시행착오를 경험하지 않고도 많은 것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트렌드는 계속해서 변한다. 따라서 트렌드를 말하는 키워드도 날마다 새로 생겨나고, 또 사라진다." (46페이지)


키워드 지식은 곧 검색 능력, 그리고 검색 능력은 나 자신의 경쟁력입니다. 방법만 알면 손쉽게 단련할 수 있는 검색의 기술을 연마해서 현대의 경쟁사회에 유용하게 쓰일 "권력"을 개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분명 그 길에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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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정치 상식 사전 Special
김민찬 지음, 김영진 그림 / 미르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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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1996년,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입니다.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한창 논술과 논증에 대한 관심이 자라나고 있었을 때였는데, 그 관심은 자연스럽게 정치로 이어졌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 정치에 대해서 안다면 뭘 알겠냐마는 주간 시사잡지를 읽는 것으로 시작해서 정치비판적인 에세이들을 신문에서 찾아읽는 것이 취미가 되어버렸는데, 그래서인가 뉴스의 내용을 유심히 집중해서 듣다보면 왠지 모르게 스스로 비판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답니다.

그 때 지하철 역 안의 작은 서점에서 발견한 책이 한 권 있었는데, 변상욱 씨가 쓰신 "언론 가면 벗기기" 라는 책이었습니다. 집에 가다말고 서점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 책을 이리 저리 뒤적거리며 읽었는데 목차만 봐도 흥미진진한 전개에 지갑에 있던 돈을 모두 털어 사가지고 왔던 기억이 나네요. 몇 번을 읽고 또 읽어 지금은 누렇게 바랜 책이 되어버렸지만, 아직까지도 이 책을 볼 때면 제가 어린 나이에 용돈을 털어 산 몇권 안되는 책 중 하나라는 것과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오릅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20대 후반이 되었지만, 사실상 정치에 대해서는 오히려 훨씬 무관심해져버린 것이 사실입니다. 그 때는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어도 이해하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모르는 내용이 나와버리면 아예 귀를 닫아버리기도 하니까요. 언제부터 세상 돌아가는 것, 아니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것에 이렇게 무심해졌는지 모르겠지만, 더욱 더 심각한 것은 저의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 젊은 층 대부분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우려입니다.


작년 10월 말에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제가 생애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날입니다. 작년 5월에 한국으로 들어와 있었던 첫 선거였으니까요. 그런만큼 더 관심을 갖고 따져보게 되고, 후보 두 사람의 발행물이나 공약 등을 확인하게 되더군요. 당연히 나경원 후보의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선거가 오늘의 박원순 시장님을 만들어내고, 매일 매일 답답하고 가슴아픈 뉴스 헤드라인들 사이사이 들려오는 박원순 시장님의 활약은 소중한 한 표를 드린 저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곤 합니다. 

"더이상 국민은 우매하지 않다"라는 희망을 걸게 해준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지난 4월 11일 2012년 총선을 치룰 때도 분명 깨어있는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선거 전이 원래 그렇듯이 이슈도 많았도 진통도 많았기에, 그만큼 높은 관심과 여론을 힘입어 어쩌면 모든 것을 뒤집어놓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결과는 참혹하기 그지 없었는데, 어떤 후보가 당선되었고, 어떤 정당이 우위권을 잡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나도 저조한 투표율이 그 이유였습니다. 부정선거가 자행되었다는 의혹은 그렇다치고 엄연한 국민의 권리를 두 명 중 한명 꼴로 행사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는데, 저 역시 '이렇게 국민이 움직이지 않으니 정치권에서 무엇이든 가능한 것이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나와서 데모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시위를 벌이는 것도 아니라 단촐하게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하루 종일 시간을 두고 투표장을 열어두었는데 그것마저 하지 않았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정말 답이 없는 것 같더군요.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20대 여성의 투표율은 고작 8%에 불구했다고 합니다. 20대 여성으로서 투표를 하신 분들은 대한민국 20대 여성의 8% 안에 드는 상위층이라는 자부심을 가지실 수도 있겠네요. 


여기서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 무관심할까? 

그리고 여러가지 답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1. 자신에게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서

2. 정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서

3. 관심을 가져도 안가져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서

4. 스스로도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서

5. 모두 다 꼴보기 싫어서

...


반은 웃자고 써본 이야기지만,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것이 더 씁쓸한 현실입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생활이 힘들어 괴로워하고 있고 그 중 많은 괴로움은 분명히 해결할 수 있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너무 뿌리가 깊어 다시는 변화시킬 수 없는 것처럼 계속 이어지는 "나쁜 정치"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이러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는 못해도 우리 스스로가 이런 질문을 생각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자 출간된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난 4월 초 출간된 미르북스의 따끈따끈한 신간, "나는 꼼수다 정치 상식사전 Special" 입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꼼수다"라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 상당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나는 꼼수다"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판이 목적인 비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방송이고, 듣는 사람의 눈살을 찌뿌리게 만드는 욕설이나 비방은 그 내용이 아무리 정당하다 해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니까요.

혹시라도 저 같은 망설임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안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꼼수다"는 이 책의 취지를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수식어"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무엇보다도 이 책의 전작 "나는 꼼수다 정치 상식사전"을 미리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총선과 대선이 있는 "선거의 해" 2012년이 가기 전에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전작에서는 담지 못했던, 특히 선거 전 꼭 알아야 할 깨알같은 지식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비꼬기 위한 비판이 아니라 깨우치기 위한 비판"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물론 시대가 시대이고 저자의 정치적 성향이 반영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이 책에서는 "내가 더 잘났고 내가 더 많이 안다"는 식의 비꼬기는 없습니다. 많은 정치 서적이 이러한 우월감이나 회의적 비관주의에 빠져 읽는 사람 마저 불쾌하게 만드는 것에 반해 "정치 상식사전 Special"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의 기본을 알려주기 위한 본분을 잊지 않고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나갑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고 심지어 증오하기까지 한다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을까?' 묻게되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수시로 오르내리며 온갖 욕과 상소리를 듣는 이명박 대통령. 하지만 어째서 대통령이 싫으냐라고 묻는다면 명쾌한 답변을 듣기 힘듭니다. 우물쭈물 "그냥 나쁘다"라고 하지 않는다면 얼버무리면서 말도 안되는 추상적인 말을 하곤 하니까요. 실제로 대통령이 비판받아야 할 일들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말 한 마디나 예전의 잘못을 들추어 욕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모두들 싫어하니 나도 싫어하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던간에 대통령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는 권리는 국민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비판이 무엇에 근거하고 있고, 얼마만한 지식에 기초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신빙성과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신랄한 건설적인 비판은 세상을 바꾸어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근거없는 묻지마 식의 몰아붙이기 비판은 말하는 사람의 입과 인격만 더럽힐 뿐이니까요.


모두가 4대강 산업에 대해 비판하고 욕을 하고 있지만, 정작 4대강 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지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또한 4대강 사업이 어째서 서민경제에 위협이 되고 대기업에 의한, 대기업을 위한 사업이라고 비판받고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사람 역시 만나보기 힘들더군요. 비판하는 쟁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고 하기보다는, 남들이 다 나쁘다고 하니까 함께 욕하는가 하면, 힘든 생활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아닐까요? 그 이유가 어찌되었든간에 쟁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남발하는 비판은 개선으로 갈 수 있는 건설적인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치가 과연 무엇이길래? 김민찬 씨는 정치는 야구경기나 드라마같은 하나의 "무대"라고 설명합니다.


"정치도 그렇다. 정치라는 무대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정치란 각본이 잘 따인 한 편의 연극 같기도 하고, 때로는 감동적인 드라마 같다. 물론 진흙탕 싸움과 같기도 하다. 

신인 정치인의 등장은 야구처럼 이번 시즌 어떤 활약을 펼칠까 사뭇 기대를 갖게 한다. 신인이지만 MVP가 되거나 예상을 뒤엎고 강팀을 이기는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관객이 없는 공연과 관중이 없는 스포츠 경기는 망한다. 흥행이 없는 모든 무대는 가치가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프롤로그 중, 6페이지)


정치란 하나의 무대이며, 이 무대는 결국 관객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호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정치의 생리 때문에 우리가 정치를 알아가야 하는 것이며 관심을 가지고 그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나 영화 혹은 연극과는 달리 정치는 그 기준과 결과의 정당성, 경과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은 항상 혼란 속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깨어있어라! 더 알아야 한다! 라고 이 책은 도전합니다. 자신의 배를 채우려는 악한 정치인들에게 가장 유익한(?) 국민은 바로 아무것도 모르고 양떼처럼 끌려오는 국민들입니다. 때로 양떼 가운데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애쓰는 양도 있고 반항하며 메에~ 메에~ 소리지르는 양들도 있지만 거대한 군중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리를 지르는 양이 아니라 못된 양치기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깨어있는 양치기입니다. 


"지못미의 정치 현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 먼저 나서는 역할이 필요하다." (163페이지)


"세상을 바꿀 힘은 우리 안에 있다 (...) 세상을 향한 분노 대신 정치 참여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거창하고 위대한 담론이 아니라 개인의 인생에 파고드는 문제를 공론화해 생활 정치를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 (206페이지)


"시민이 시민에게 비판을 제대로 가할 수 있을 때야말로 정치가 자생력을 갖는다." (240페이지)



실망만 가득 안겨준 4.11 총선이 지난 후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나라에 대해서 불평을 한다면 꼭 물어보라고. 4월 11일 총선에 참여했는지. 그리고 만약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불평할 자격도 없다고 말해주라는 것이었는데, 한편으로 웃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하기 그지 없더군요. 정치의 "정" 자도 몰랐던 제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뒤 정치에 대해서 공부는 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노력조차도 하지 않고 무언가가 나아지기를 원하는 것은 결국 요행을 바라는 것일 뿐, 아무런 책임감도 없는 행동일 뿐이라는 것.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이 한 사람 한 사람 늘어갈 때 비로소 "민주정치"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 많이는 몰라도 이 정도만 자각하고 지켜보기 시작한다면, 이번 대선 때는 저번 총선 때와 같은 실망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2012년 말 총선을 앞둔 젊은이들. 청소년들과 대학생들, 그리고 취업에 쫓기며 정치에 관심가질 시간조차 없다고 생각했던 모든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쉽고 명쾌한 설명을 듣다 보면 어느새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정치 용어들과 중요한 사건들, 현재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이슈들을 이해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해가 되기 시작할 때, 거기서부터 관심이 시작될 수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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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W. 베란 울프 지음, 박광순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 우리가 열심히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유명해지기 위해서, 성공하고 싶어서... 참 많은 목적들과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행복해지고 싶어서"의 범주 안에 들어있지 않나 싶습니다. 원하는 바는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자신이 불행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행복하다"는 것만큼 추상적인 것 또한 없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행복해지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결국 어떻게 해야 "행복"이라는 종착역으로 달려갈 수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헤매면서 우연히 행복해지기만을 바라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철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행복"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어떻게 하면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가에 대해 연구되어왔죠. 저도 잘 알지 못했지만 "행복학"이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긍정적 심리 접근법은 이미 미국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분야라고 합니다. "행복"이라는 비밀의 정원으로 안내하는 수많은 문들이 있지만, 결국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활에 활용하는가의 여부는 스스로에게 달려있습니다. 좋은 방법, 효과적인 가르침이라도 사람에 따라 맞고 맞지 않고가 있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방법이라고 해서 내게도 꼭 유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요. 


오늘 소개할 책은 행복학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W. 베란 울프 (W. Beran Wolfe) 의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How to be Happy Though Human?)" 입니다. 1931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은 8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인데 이미 1957년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습니다. 행복을 꿈꾸고 소망하는 당신, 베란 울프 박사가 인도하는 "행복의 길"로 함께 들어가보실까요?






190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한 베란 울프 박사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알프레드 아들러 박사를 도와 "아들러 심리학"을 정립하기 위해 다시 빈으로 돌아옵니다. 젊은 나이에도 날카로운 통찰력과 탄탄한 지식의 소유자였던 베란 울프 박사는 안타깝게도 35세라는 나이에 사망하게 되는데, 아마도 사고사였을 거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너무도 짧은 생애를 보내고 간 탓인지, 오스트리아 빈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자료는 대부분 미국에서 활동했을 때의 것으로, 아들러 심리학의 주요인물이었던 베란 울프 박사에 대해 독일어 자료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비운의 천재가 요절하기 전 우리에게 이 "행복론" 책을 남겼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뛰어난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의학자였던 베란 울프 박사는 수 많은 임상사례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정립해나가는데, 80년이 지난 오늘 있는 그대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란 울프 박사가 심층적으로 자신 곧 자아를 분석해나가는 것은 때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첨예합니다.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이 짧은 서평 안에 정리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베란 울프 박사가 말하는 행복세계가 무엇인지 그 몇가지 요점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나'도 모르는 '나'를 찾아서


대학진학과정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심리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아마 자존감이 부족하거나 자신에 대해서 어떠한 자신감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일 것이라는 못된 농담인데, 이것은 우리 주위에 널리 퍼진 "심리학에 관한 오해"에서 비롯된 편견이 아닐까 싶습니다. 심리학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자가테스트, 정신분석 등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런 것들의 대부분이 호의를 가지고 시도해보려는 사람도 어이없어할만큼 부실하고, 때로는 근거없기까지 한 엔터테인먼트인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은 베란 울프 박사의 시대에도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사이비 심리학 연구서들이 한마디로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일반 독자들 위에 쏟아져 내리고 있다. 또 심리학의 이름을 빌린, 차마 눈뜨고는 못 볼 야바위 기사가 실린 아주 형편없는 출판물들이 가두에서 빨리고 있다. 약간의 돈과 자기 현시의 소질만 있으면 누구나 심리학자라 칭하며 인간 행동의 소름이 끼치는 측면만을 부각시킨 '심리학 잡지'를 간행할 수 있다." (머리말 중, 11페이지)


이쯤 되면 베란 울프 박사가 얼토당토않은 사이비 심리학에 얼마나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통 심리학을 알고 이러한 사이비 간행물에 빠지지 않도록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째서 이렇게 심리학에 열광하게 되는 걸까요? 말도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별자리 성격을 믿는가 하면, 21세기 하고도 12년이 지난 오늘 궁합이 맞아야 한다며 결혼하기 전 점집을 찾는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우스운 것은 심리학이 이러한 미개신앙의 연장선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널리 퍼진 성격 테스트 등을 이용하여 상대를 하나의 틀에 끼워 맞추어 이해하려고 하는 사례 역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대부분 "상대방"에 대해서 분석하고 더 알고 싶어하는 일반적인 트렌드와는 달리, 베란 울프 박사의 행복론은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상대방을 분석해서 그 사람을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심층적 구조를 파악하여 행복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죠. 언뜻 보면 크게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일상 생활에 적용해보았을 때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베란 울프 박사의 이론을 인정한다면 결국 사람은 주위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위치에 서있는 존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행복하지 못한 이유로 대부분 외부적 조건을 꼽는 우리들의 고민은 결국 하나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 충분히 개선 가능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원제에서도 알 수 있듯, 베란 울프 박사는 인간이 "인간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많은 갈등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의 본질적인 오류 (베란 울프 박사는 이렇게 표현하지는 않습니다만) 는 그것을 자각하기 전까지 행복으로 나아갈 수 없는 길로 우리를 인도하기 때문이죠. 결국 고삐 풀린 말처럼 인생이 가는대로 내버려두면 결코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는 이 길고도 짧은 책을 통해서 우리가 인생의 고삐를 단단히 잡고 행복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여러 관점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세상의 다른 포유류, 아니, 동물 전체와 비교해서 인간의 아이가 상당히 미숙한 상태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태어나 몇시간 후 눈을 뜨고 얼마 후부터 스스로 걷고 먹을 수 있는 대부분의 동물에 비해 인간의 아이는 스스로 걷기까지도, 스스로 먹을 것을 먹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그렇게 움직일 수 있게 된 후에도 부모의 도움 없이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살아남기 힘든 생존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육체의 발달은 더디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다른 동물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인간의 특성상, 인간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부족함을 경험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나아가 피할 수 없는 "열등감"이 된다고 박사는 주장합니다.


"인간의 아이만이 생물 가운데서 유일하게 자신의 불완전함을 '경험한다'." (64페이지)


결국 인간은 생태학적으로 열등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열등감이 성장과정에 따라 어떻게 개선되고 해결되는지에 따라 성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 형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피할 수 없거나 운명적인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노출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주변환경에 훌륭하게 적응하기 위해) 선택하는 하나의 방법 혹은 수단이라고 박사는 주장합니다 (169페이지). 결국 성격 혹은 퍼스낼리티는 은밀한 무의식적인 인생목표가 구체화된 것 (173페이지) 이라고 할 수 있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딱딱하고 날카로운 껍질을 입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환경이 개선되어 더이상의 방어가 필요하지 않게 되면 (혹은 그 방어가 순전히 자신의 오해에서 비롯된 필요없는 행동이었음을 깨닫게 되면) 충분히 성격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병이 아니라 인생의 여러 문제에 대한 소심한 태도라고 정의되는 "신경증" (78 페이지) 역시 거의 대부분의 경우 완치될 수 있다고 베란 울프 박사는 확신합니다. 

(이 신경증에 대해서 베란 울프 박사는 충분한 사례와 분석을 위해 많은 장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지금의 "나 자신"이 된 이유를 하나하나 짚어 분석해보고 지금의 "나 자신"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을 가지는 것이 행복으로 다가갈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박사는 주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렌 울프의 "행복론" 심리학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효과적으로 파헤치는 것입니다.




행복의 궁극은 얼마나 예술적인 성취를 이루느냐에 달려있다


아티스트라면 모르겠지만, 행복과 예술의 상관관계가 도대체 어떻게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될 수 있다는 것일까? 의문이 드실 겁니다. 하지만 베렌 울프 박사는 확고하게 자신의 주장을 반복합니다. 사람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20~22페이지) 그 첫째는 "순무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별다른 인생의 목표나 야망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아갈 수 있는 소소함에 기뻐하고 만족하는 것이죠. 두번째는 인생을 하나의 "비즈니스"라고 보는 타입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성공하기 위해서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손해보지 않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의 많은 사람들이 이 분류에 속한다고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진취적이고 건설적으로 보이지만, 베렌 울프 박사는 이러한 삶의 방식이야 말로 파괴적인 경쟁 체제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성과로 말하는 것의 비인간적인 헛점을 지적하는 것이죠. 그래서 그가 지향하는 마지막 세번째 분류는 바로 "예술가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공격적이고 이기적인 생활 방식을 택하지 않고 동료들의 복리를 위해 그 비범한 재능을 발휘하며 사회에 공헌한 것을 알 수 있다. 깊이 연구하면 할수록, 삶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 예술적인 생활 방식이 인간의 행복과 모순되지 않는 유일한 생활방식이라는 확신이 점점 더 강해져 간다." (22페이지)


즉 이타적인 배려와 사회공헌적 목표 가운데서 진정한 행복을 이루게 된다는 뜻입니다. 구닥다리 주장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베란 울프 박사는 책을 집필해나가면서 이러한 이타적 생활방식이 결코 무조건적인 자기희생이나 강한 자에게 힘없이 눌려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강인한 신념을 가진 이성적이고 성숙한 행위임을 증명합니다. 





또한 이러한 예술가적인 접근의 가치를 정하는 척도는 다름아닌 "나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유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가"라고 합니다. 즉 자신이 하는 일에서 얻는 만족감이 공동체에 아주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결론입니다 (295페이지). 이미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 하나의 능력이나 미덕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대에 이러한 발상 자체가 어떻게, 얼마나 수용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각기각층에서 행해지고 있는 행복도(만족도) 조사의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이런 낡은 구닥다리 같은 방식이 오늘까지도 어느정도 확실히 유효함을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경험'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것들


정신적 외상, 즉 "트라우마"는 비논리적인 행동이나 사고방식에 효과적인 변명으로 사용되고는 합니다. "나는 이런 경험을 했으니 이런 트라우마를 가질 수 밖에 없어!", "내가 이런 것은 모두 그 때의 트라우마 때문이야". 반대로 긍정적인 경우에도 "경험"이라는 것은 상당한 능력 혹은 가치로서 판단되고는 하는데, 베란 울프 박사는 이러한 "경험" 체계를 순식간에 뒤집어버립니다.


"우리는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어 경험을 만들어낸다." (251페이지)


경험에 대하여 설명하기 위해서 먼저 "통각 체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심리적인 면에서 발달되는 기구인 통각 체계는 모든 경험을 예견하고 사전에 검토하는 한편, 모자이크 같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의 패턴을 동화시키는 데 적합한지를 판단합니다. 즉, 이것은 정신적인 기준이고 자신의 행동 패턴에 동화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모두 피하기 위해 몸에 익히는 것입니다 (249페이지).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맞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이러한 통각 체계를 베란 울프 박사는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비유하는데, 이 거인은 좁은 고개의 꼭대기에 있는 자신의 집에 찾아오는 손님을 침대에 묶고 침대보다 짧으면 팔다리를 늘여 길이를 맞추고, 침대보다 길면 손과 발을 절단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손님은 이러한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되죠. 


"'통각 체계'는 경험을 모두 밀어 넣을 수 있는 침대이다. 자신의 패턴에 딱 맞지 않는 경험이면 잡아당기거나 잘라 내 딱 맞도록 그 형태를 바꾸어버린다." (254페이지)


팔다리를 늘이고 잘라내는 것 만큼이나 끔찍한 이론입니다. 결국 우리가 경험하여 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 입력된 패턴에 따라 왜곡된 기억 혹은 현상일 뿐, 객관성에 있어서는 결코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이죠. 전체적으로 사람에 대해, 사람의 본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베렌 울프 박사의 주장들 중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인간의 경험 체계를 뒤흔들어놓는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오히려 이렇게나 주관적이고 제멋대로인 통각 체계를 발전시켜 행복에 이르는 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참된 행복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취미나 활동에 맞추어 통각 체계를 넓히는 데 있다" (256페이지)


즉, 우리가 우리의 통각 체계의 주관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우리의 삶을 통해 넓혀갈 때에 보다 넓은 것을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베란 울프 박사의 이론을 그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의 임상실험 결과나 제 주변에서 경험한 사례를 비추어보면 확실히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 - 아마 저도 포함될지도 모릅니다 - 은 자신이 아는 것 (혹은 원하는 것) 만 이해하려고 하기 마련이니까요.




비무장지대 가족, 그리고 성


각박하고 폭력적인 세상에서 마지막 남은 비무장지대라고 할 수 있는 "가족". 하지만 이런 가족의 범주 역시 베란 울프 박사의 비판을 피하지는 못합니다. 아니, 반대로 베란 울프 박사는 바로 이러한 가족들의 왜곡된 인식과 몇 대에 걸친 잘못된 교육으로 수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마지막 안식처, 도피처가 되어야 할 가족이 어떻게 불안과 노이로제를 일으키는 문제의 집단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베란 울프 박사는 이것이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가족의 참된 목적은 자식들이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성적으로 성숙된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 것이다. 가족은 사회적인 감정을 시험해 보는 곳이고, 사회적인 협조성을 기르는 곳이기도 하다. 가족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가족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성숙과 정신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준비와 시험의 장이라는 궁극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 오늘날의 가족의 모습은 이제는 악명 높은 가부장적인 문화의 유물일 뿐이다." (330페이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사회를 위한 하나의 준비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로 나갈 수 없도록 옭아매는 족쇄가 되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베란 울프 박사의 걱정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는 40살이 넘어서도 매일 집에 들어가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그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야만 하는 남성의 경우나 어머니의 과잉보호로 인해 신경증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는 딸의 사례도 소개합니다. 또한 우리의 주위에서도 "자식이 웬수다"라고 푸념하면서도 그 굴레를 끊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면서도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애증의 관계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곤 합니다. 자연스러운 경로를 통해 사회에 적응하고 부모의 도움 없이도 홀로 설 수 있는 시기를 놓친 자식들은 결국 신경증이나 우울증, 조울증 등으로 발전하게 되고, 자신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은 부모를 의지하면서도 원망하게 됩니다. 가장 가까운 존재인 부모와의 관계가 이렇듯 왜곡되고 나면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도 큰 장애물이 될 뿐 아니라 정신적 불안감에 휩싸여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베란 울프 박사는 경고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회를 위해 준비시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것이죠. 그는 육체적 근친상간을 법으로 제한하고 타부시 하는 것처럼, 그보다 훨씬 심각하고 근절되어야할 정신적 근친상간에 대해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333 페이지). 




알고 싶지 않았던 것, 하지만 알아야 하는 것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이라면 베란 울프 박사의 글을 읽으면서 실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을 갈망하고 행복을 향해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박사의 글은 자칫 냉소적인 비판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위로의 말을 듣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마지막 덮는 그 순간까지 원하던 위로를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를 권유하는 것은 행복은 결국 노력하는 것,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베란 울프 박사는 행복으로 가는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길이 실제로 행복으로 우리를 인도할지, 아니면 또다른 곳으로 인도할지는 결국 받아들이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있을 것입니다. 베란 울프 박사가 제시한 길은 하나의 가능성일 뿐 하나뿐인 정도는 아닙니다. 또한 첫 출간과 오늘 사이의 오랜 세월도 무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베란 울프 박사가 자신의 환자들과 이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듯이, 독자 역시 비판적으로 책을 읽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 많은 책들이 "행복으로 가는 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들을 통해 결국 행복을 찾은 독자들도 - 그것이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란 울프 박사의 책이 그 수 많은 책들 가운데서도 특별한 가치를 가지는 것은, 행복의 근원, 즉 행복으로 가는 길을 타자가 아닌 자기 자신에서 찾고 있는 것일 것입니다. 철학자도 아닌 심리학자가, 그것도 겨우 서른살을 갓 넘긴 젊은 나이에 이런 책을 집필했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지극히 이타적이고 도덕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베란 울프 박사. 인간이기 때문, 인간이라서 한계에 부딫힐 수 밖에 없지만 그 난관을 직시하고 그 가운데서 자신을 계발하는 법을 담은 이 책은 분명히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생각해보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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