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서 밤새읽는 수학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사쿠라이 스스무 지음, 조미량 옮김, 계영희 감수 / 더숲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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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수학자 다비드 힐베르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 천년쯤 잠들었다가 깨어난다면, 나는 무엇보다 먼저 이렇게 묻고싶다. 리만가설은 증명되었나요?"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힐베르트가 전혀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천년이나 지난 시점에 고작 알고 싶은 것이 리만가설의 증명 여부라니! 결국 힐베르트 자신은 천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잠들어 있으면서도 리만가설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 외에도 수학에 관한 주옥같은 명언들은 참 많습니다. 하지만 명언들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적어도 학생들은 과연 이 명언들에 공감할까 의문이 드는 명언들이 대부분입니다. 수학자들이 남긴 명언들에는 지고지순하기까지 한 수학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오니까요. 수학을 좋아하는 몇몇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 과연 교과목으로 수학을 "들어야만" 하는 학생들이 이 말들에 공감할 수 있을까요? 왠지 가능성이 낮아보입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다지만 어째서 수학에 있어서만큼은 이렇듯 극명한 두 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사실 다른 교과목을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학생도 있고 싫어하는 학생도 있습니다만 "그저 그렇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참 많습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중학교 정도만 들어가도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속출하기 시작해서 학년이 올라갈 수록 수학은 배우고 싶은, 즐거운 과목이 아니라 견뎌내야만 하는 불행한 시간이 되곤 합니다.

처음 수학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수학의 "진짜 의미"를 알고 재미를 붙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요? 모든 것을 점수로 계산하는 학과목 제도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수학을 싫어하거나 수학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자녀들을 가지신 부모님도, 그동안 수학에 재미를 못 느꼈지만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마치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듯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요, 동기부여가 없어 수학을 꺼렸다면 정말로 반가운 책입니다. 

 

"재밌어서 밤새읽는" 시리즈가 돌아왔습니다!

 

이미 "재밌어서 밤새읽는 화학 이야기"로 그 진가를 증명한 조금은 색다른 접근방식의 이 시리즈는 학생들, 아니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어떻게"가 아니라 "왜"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시험이 있고 채점을 해야 하며 경쟁위주의 상대평가 체제에서 우리는 "왜"라는 질문에 인색해지곤 합니다. 왜 내가 이것을 해야 하고 왜 이것이 중요한지는 잠시 접어두고 어떻게 하면 이것을 잘 할지만 생각하게 되니까요. 오늘날 많은 학생들이 겪고 있는 딜레마가 바로 동기부여의 결여입니다. 자신에게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알고자 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습니다.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것을 잘 하기도 만무하고요.

"재밌어서 밤새읽는" 시리즈는 바로 여기서 시작합니다. 각 분야의 내노라 하는 전문가들이 집필한 이 책들은 저자 자신의 지식이나 재량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그 학문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바라봅니다. 어째서 이것이 유쾌하고 재미있는 것인지 먼저 알려준다는데 있어 기존 교과목에 대한 접근과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목차 역시 특별한 연관성 없이 들쑥날쑥합니다. 우리가 익숙한 하나를 배우고 그 다음을 배우는 진행과 심층적 접근이 아닌 에피소드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계산은 열차여행 그 자체다. 이퀄은 두 개의 레일이며, 수와 수식이 레일로 이어져 간다. 레일은 일단 깔린 후에는 누구나 달릴 수 있으며 결코 녹슬지 않는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다." (들어가는 말, 9페이지 중)

 

열세 살 어린나이에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난 뒤 곧장 대학 예비학교에 합격하게 되면서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지나쳐 버린" 저로서는 항상 놓친 공부가 마음에 걸리곤 합니다. 그래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후에도 다시한번 검정고시 학원에 들어갈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뭔가 그동안 너무 음악만 바라보고 산 것이 아닐까, 음악을 제대로 알려면 세상의 많은 것을 통찰하는 힘이 있어야 할텐데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결국 검정고시 학원 등록은 불발로 끝났지만 작년에 다시한번 이런 고민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뜬금없이 음향전문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면서 수학이 궁금해졌기 때문이죠.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기초적인 수학적 지식 없이 시험을 준비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부딪친 문제는 바로 로그함수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몰랐고, 그때만 해도 공학용 계산기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어쩌려는 심산이었는지 ㅎㅎ) 그야말로 난관에 봉착해 있을 때였는데, 그 때 주위의 참 많은 사람에게 로그함수를 묻곤 했습니다. 대부분이 계산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줄 수 있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어마어마한 천재적 수학자들의 이론을 저처럼 기초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 알려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물어본 사람의 거의 전부가 "그건 상관 없고 이렇게 계산하면 돼"라는 대답을 한 것은 인상적이더군요. 천문학적인 큰 수를 이렇게 작게 줄일 수 있는데도 그 이유와 원리가 궁금하지 않다는 것에 의아했습니다.

 

"재밌어서 밤새 읽는 수학 이야기"를 읽는다면 확실히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초보자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책을 읽다보면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속출할테니까요. 그렇게 떠오른 질문들은 "역시 수학은 어려워, 나는 못하겠어"의 포기가 아니라 "이건 뭐고 저건 뭐라는거지? 진짜 궁금한데"라는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스스로가 그런 경지에 도달하진 못한다 할지라도 어째서 수학자들이 평생을 바쳐 하나의 연구를 하고, 행여나 그 연구가 사장될까 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연구과정과 결과를 넘겨주려 애쓰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가기 시작할테니까요. 

뭔가 쓰고나니 엄청나게 거창해졌지만 이러한 궁금증은 아주 미세하게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떻게 하면 거스름돈을 더 빨리 쉽게 계산할 수 있을까, 신용카드 번호를 한 자리라도 잘못 입력하면 어떻게 될까 등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주제들을 토대로 저자는 수학의 중요성과 신비 그리고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해야만 했기에", 아니, "잘 해야만 했기에" 고역이었던 수학은 그저 숫자의 계산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지는 이 책은 얼핏 관련없는 주제들을 나열해둔 것처럼 보이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수학자들의 열정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그저 복잡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들이 어린아이와 같이 하나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어째서 평생이라는 시간을 바쳤는지 놀라워하면서요. 

 

"수학자는 다르게 표현하면 도전자다. 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풀고 싶다.'라는 욕망이 새로운 이론을 차례로 탄생시킨다. 그러면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된다. 즉 수학에는 문제는 '푸는 것' 이상으로 문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61 페이지) 

 

확실히 이 책은 도전자들을 자극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 자극은 수학이라는 거대한 학문을 정복해나가는데 있어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책 앞머리 "감수의 글"에서도 말하듯 이 책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 재밌는 수학 안내서"로써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아무래도 수학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수학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맛보기" 도서이다보니 언급하고 있는 주제들을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읽고 난 뒤에 마치 엄청나게 기대되는 영화의 예고편을 본 듯한 느낌이 드실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그 것이 이 책이 원했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호기심 그리고 관심과 함께 즐거운 수학의 세계로 첫 걸음을 내딛는 것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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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두뇌 사용법 - 숨겨진 99% 진짜 나를 깨우는
박상곤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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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인류역사상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인 아인슈타인은 평생 뇌의 5% 남짓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업적을 쌓고 인류에게 대단한 발전을 가져다준 그가 단지 5%의 능력만 쓴 것이라면 만약 10%, 20% 혹은 50%를 사용했다면 도대체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물론 아인슈타인이 단지 5%만 두뇌를 사용했다는 말 자체가 넌센스이며 어떤 과학적 근거도 제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과학에 있어서는 그저 문외한인 저는 누군가가 말하면 "그런가보다" 하는 수준이기에 판단하기 어렵습니다만, 굳이 5%는 아니더라도 아인슈타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 모두를 소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물론 우리 스스로도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능력을 대부분 사용하지 않는 것 역시 사실이고요.

"나는 머리가 참 나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입니다. 우리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머리의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지금까지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하고, 기획에 서투르다고 생각했다면 고질적인 변명을 잠시 잊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대부분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두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수록 선천적으로 머리가 나쁘고 좋은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훈련하여 그 능력이 결정된다는 이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닙니다. 도대체 어떻게 내 두뇌를 써야 할지, 어떻게 하면 나의 능력을 더 사용할 수 있을지, 잠자고 있는 나의 가능성을 깨우는 일은 그것을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난해하게 보입니다. 그저 머리에게 "야, 일어나서 일 좀 해봐!"라고 윽박지를 수도 없는 일입니다. 나는 분명 이렇게 하고 싶은데도 머리가 따라주지 않으면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비대해진 몸을 다시 날렵하게 만드는데는 운동이 최고죠! 우리의 두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그야말로 "두뇌 운동법"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루에 단 10분만 투자하면 다시금 두뇌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나도 아직 알지 못하는 내 안의 스마트한 나를 만나는 시간, "하루 10분 두뇌 사용법"을 소개합니다.



하루 10분이라는 놀라운 시간


"짧은 시간처럼 보이지만 하루 10분이 쌓이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이룰 수 있다. 더구나 이렇듯 강력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10분은 우리의 의지만으로 부담 없이 집중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하루 10분과 지속성이 만날 때 일어날 수 있는 변화는 강력하고 놀랍다." (22 페이지)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시작하기까지가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너무나도 크고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었다가도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거나 큰 기대치를 가지고 있어 "이럴 바에는 차라리 안하고 만다"고 생각하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의 두뇌를 단련하고 그 가능성을 깨우는데 하루 10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하루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능률이 오를 수 있겠지만, 하루 10분만으로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생각"이라는 것은 시간에도 공간에도 제한받지 않기 때문에 이 하루 10분은 그날 그날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뀔 수 있습니다. 꼭 어떤 특정한 환경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집중할 수 있는 짜투리 시간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루 10분의 생각만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다른 것도 아니라 단지 생각을 바꾸는 것인데도 그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니. 하지만 저자는 분명하게 말합니다. 사실상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우리 자신의 생각이라고 말입니다.


"사람은 그가 생각하는 대로 세상을 보게 된다. 생각의 힘으로 세상을 창조하고 지배하라. 처음에는 작은 것일지라도 우리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은 반드시 싹이 나서,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336 페이지)


어렸을 때 우리는 끝없는 상상력으로 없는 것을 창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정형화된 사고방식에 길들여지고 어느새 엉뚱한 상상력은 "허무맹랑함"으로 치부하게 됩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상식과 지식을 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입니다만,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틀에 갇혀 더이상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도태시키고 어떤 면으로도 발전하기 어려운 애물단지로 만들어버리는 행위일 것입니다. 하루에 단 10분을 투자하여 다시금 유연하고 스마트한 사고를 회복시킬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해볼만하지 않은가요?

 


건강한 생각을 위해 두뇌를 운동하라


대부분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고통은 뭐니뭐니해도 근육통일 것입니다. 운동해서 근육이 팽창되어 아픈 것이 아니라 너무 한쪽으로만 쓰다보니 어쩌다가 다른 쪽으로 근육을 썼을 때 근육이 놀라 경직되는 것이죠. 특히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만큼 목과 어깨의 근육이 고질적입니다.

우리의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하고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되면 그것은 고정관념과 독선, 그리고 집착으로 귀결됩니다. 흔히 나이가 들면 고집이 세진다는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신의 경험에만 근거하여 더이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생각을 방해하는 요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훨씬 많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방해요소들을 방해요소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방해요소가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다보니 그것을 싸워 이길 수도 없는 것입니다. "하루 10분 두뇌 사용법"에서는 먼저 우리의 건강한 생각을 방해하는 습관에 대해 알아보고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무엇보다도 생각하는 힘이 경쟁력인 지금,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또한 고질적인 편견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는지를 훈련하다보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의 힘은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학습 역량을 증가시켜주며,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주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뿐만 아니라 생각은 모든 성과의 근원적 요소이며, 효과적인 의사 결정과 문제 해결의 핵심 키라고 할 수 있다. (...) 생각하는 방법도 학습이 가능하다." (86~87 페이지)


꾸준한 운동과 식단조절 그리고 살을 빼야겠다는 의지 없이는 결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듯, 두뇌를 재가동시키고 단면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의지 그리고 꾸준한 두뇌 트레이닝이 유연하고 열린 사고로 가는 첫 걸음일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


"하루 10분 두뇌 사용법"은 열린 사고, 유연한 생각을 장려하는 책답게 각 챕터의 처음 우리가 조금만 사고를 바꾸어 생각하면 발견할 수 있는 놀라운 사실들을 열거합니다. 때로는 한 폭의 일러스트레이션일 수도 있고, 겉보기엔 간단해보이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만, 틀에 박힌 사고로 접근하다가는 몇 십분, 몇 시간이 흘러도 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의 관성"에 따라 움직이는 것. 그래서 더이상 새로운 길과 새로운 것을 보지 못하고, 습득하지 못하고, 결국은 자신만이 아는 세상에 갇혀 그 안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는 것. 오늘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생각의 "관성"에 갇혀 자발적인 사고를 거세당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더욱 더 충격적인 것은, 예전에는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되었던 무기력과 창의력의 소실이 요즘은 아주 어린아이들에게서도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아직 너무나도 많은 것이 기다리고 있는 어린 나이에도 꿈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쩌면 그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너무도 정해져있는 "어른들의 기대치"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좌절하여 낙오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너무도 획일화되어있는 성공의 길과 척도 그리고 성공한 삶의 모습에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 꿈들은 미리 배제당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남들이 가는 곳만 찾아다닌다면 결코 새로운 곳을 찾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남들이 생각하는대로만 생각하고 움직이는대로만 움직인다면 그 안에서 혁신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고 새로운 길을 가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결국 큰 성공으로 이루어져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는다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대단하다고 칭찬하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그저 "이상하고 특이한 사람"으로 낙인찍힐지도 모릅니다.


"문제 해결의 관점을 전혀 다른 곳에서 찾는 것 - 이것이 바로 창의력이자 통찰력이며 진정한 생각의 힘이다." (72 페이지)


지금까지 생각의 관성에 갇혀 창의적으로 생각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면, 이 책이 즐거운 힐링 타임을 제공할 것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면 다시한번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는 힘을 더욱 더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하루에 10분이라는 지극히 작은 시간을 투자하여 생각을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생각으로 인해 더 크고 놀라운 삶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은 과거와 현재의 우리를 말해주는 것이자, 미래의 우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고달프고 귀찮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당장 이 책을 읽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잠시 조용하게 생각하고 되뇌어보는 것이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일인지 곧 알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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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효소 단식 - 무작정 굶지 말고 효소로 다이어트 하라
츠루미 다카후미 지음, 박재현 옮김 / 이상미디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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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처럼 상반된 두 개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드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합니다. 먹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요. 반면 먹기 때문에 병에 걸리고 먹기 때문에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여자라면 (요즘에는 여성 남성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습니다만) 대부분 날씬하고 건강한 몸매를 원하지만 먹는 것 때문에 점점 옆으로만 퍼져나가는가 하면,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수를 더해가는 "건강하지 않은" 맛있는 먹거리 때문에 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해악의 원인이기도 한 음식. 과연 여러분은 이 음식을 어떻게 "사용"하고 계십니까?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의 놀라운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1일1식"은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것보다는 덜 엄격한(?) "간헐적 단식" 역시 꾸준히 포털 사이트의 상위 검색어 랭킹을 기록하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어떻게 음식을 먹느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요시노리 박사는 "인간이 세 끼를 먹기 시작한 것은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1일1식의 타당성을 강조합니다. 산업혁명과 함께 더 오래 효과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먹게 된 세 끼의 식사로 인해 오히려 우리의 수명이 줄고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의 책과 함께 1일1식 혹은 간헐적 단식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출간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소식해야 한다", "과식하면 안된다"는 말들에 공감하면서도 대부분이 그냥 넘겨버리는 것이 대수였지만, 이제는 체계적으로 어떻게 소식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음식을 조절함으로써 내 몸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오는지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과 정보를 앞선 관심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는만큼 식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어떻게 또 왜 바꿔야 하는지 잘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오늘 소개할 "1일 효소 단식"에서는 무작정 굶는 것이 아닌 효과적인 소식과 단식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우리의 몸에 대한 중요한 정보와 함께 "1일 효소 단식"을 만나보시죠^^



단식, 왜 해야 하는가?


적게 먹어야 하고, 건강한 식단으로 영양소의 균형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건강하게 식사"하려고 하면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라면 같은 인스턴트 식품이나 후라이드 치킨 같은 튀긴 음식이야 피해야 한다지만 요즘 등장하는 책들의 제목만 살펴보아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음료수도 안되고, 한식도 안되고, 더군다나 약도 먹지 말라니까 말이죠.



그렇다면 "적게 먹어야 한다"는 결과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왜 적게 먹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1일 효소 단식의 저자 츠루미 다카후미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루 종일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침을 먹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무직 종사자들은 육체 노동을 거의 하지 않고, 또 전날 밤에 너무 많은 음식을 섭취하여 위가 아직 소화를 덜 끝낸 상태일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81 페이지)


결국 우리가 소모하지도 못하는 양의 음식이 위로 넘어가 하루종일 위와 장을 움직이게 하고 힘들게 일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소화시키기 어려운 음식까지 가세하게 되면 우리의 몸은 하루 먹은 양을 소화시키는 일만으로도 벅차게 됩니다. 현대인의 일상은 (스스로가 거세게 반항하지 않는 이상) 점점 운동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사람들이라면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조건 채소만 먹고 고기를 피하며 인스턴트 식품을 먹지 않는 것이 전부일까요? 그렇게만 한다면 건강해지고 여러가지 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사실 이것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지 못하게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많을 뿐더러, 같은 식단으로 생활한 가족들 역시 천차만별의 건강상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츠루미 씨는 "효소"에 답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단식과 소식, 그리고 건강한 식단의 핵심이 되는 바로 이 "효소"를 알아야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효소라니. 설마 플라스틱 통에 담겨진 동글동글한 씹어먹는 그것을 말하는 것인지? 



효소가 대체 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효소"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하면서입니다. 뭔가 신진대사에 도움이 되고 건강에 좋다는 "효소"를 구매하고선 하루에 몇 알씩 씹어먹곤 했는데요, 그것을 먹으면서도 그저 "좋은 것이려니" 하고 별 관심을 가지진 않았습니다. 아마 비타민이나 마그네슘 같은 것이겠거니 생각했어요. 조금 고소하기도 하고 아무튼 맛이 요상한 편이었는데, 이것은 물과 삼키면 안되고 꼭 꼭꼭 씹어먹어야 한다니 조금 귀찮기도 했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효소"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렇게 몇 알을 씹어먹음으로써 끝나는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 역시 알게 되었지요. 오히려 그런 식으로 가공된 효소들이 제구실을 못하고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은 사실 충격이었습니다. 


효소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지 어언 30년이 지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효소를 사람들의 관심사로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은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츠루미 씨입니다. 그는 어렵고 복잡하기만 한 의학상식으로 전락할 수 있었던 효소에 대한 연구를 보다 쉽고 대중적으로 보급함으로써 일반인들도 효소의 중요성을 알 수 있도록 꾸준히 책을 출간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몸에 필요한 영양소들과 더불어 인체에 없어서는 안된다고 여러 연구에서 증명되고 있는 효소에는 다른 것과는 차별화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효소는 살아 있다'는 점이다. (...) 아무리 훌륭한 재료가 갖춰져 있어도 '살아서' 움직이는 목수가 없다면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목수의 역할을 모든 동물의 체내에서 효소가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49 페이지)



그리고 바로 이 효소의 역할이 우리 몸의 면역력과 직결됩니다. 효소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서 인체가 무방비하게 위험요소에 노출되게 되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바로 여기에 "소식"과 "단식"의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효소는 새롭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매일 만들어지는 효소의 양은 일정하고, 이 양에도 개인차가 있다. 그 때문에 소화를 위해 다량으로 효소를 써버리면 다른 대사에 쓰일 효소가 줄어들어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 따라서 '소화에 많은 효소를 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계속 강조하는 것이다." (74 페이지)


촬영 차 진해에 갔을 때 만난 산악인 선생님과의 대화는 참 흥미로웠는데, 마라톤 선수로도 활약하고 계신 선생님의 트레이닝 방법이 특히 인상깊었습니다. 평소에는 남부럽지 않게 먹고 적당히 운동을 하다가 시합 2주전부터 하루에 1000 칼로리 미만을 섭취한다고 합니다. 보통 산행이나 마라톤 등의 강도 높은 스포츠를 하려면 5000 칼로리 이상을 소모하게 되는데 거기에 턱도 없이 부족한 양이죠. 하짐나 그렇게 훈련하다 보면 우리의 신체는 스스로가 살기 위하여 가장 필요한 곳에만 열량을 소모하게 되고, 그것이 고도로 체력을 단련하는 특단의 조치가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황장엽 씨는 극한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하루에 300 칼로리 미만을 섭취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인체이고, 그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인체의 신비인 것이죠. 물론 아주 특별한 경우이고 함부로 흉내내다간 자칫 위험해질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하지만요.


우리의 몸이 가장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쓸데 없는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실천해야 하는 것이 바로 건강한 식습관이고요. 이 책에서는 특별히 효소를 많이 섭취할 수 있는 방법과 구체적인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효소의 역활을 증폭시키는 행동패턴 등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장은 안녕하십니까?


규칙적이지 못한 기상과 취침, 들쑥날쑥한 식사와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가끔씩 꼬박 밤을 새서 일하기도 하고 시간이 없을 때는 있는 것으로 아무렇게나 식사를 때우다보니 사실 "활발한 신진대사"와 저는 별로 친하지 않은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강의와 리허설, 작업이 계속되면 며칠동안 화장실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곤 하니까 장이 저를 좋아할리는 만무하죠. 그러다보니 가끔 소화불량이 와도 별로 개의치 않곤 했는데, 작년에 생전 처음으로 위궤양을 경험하면서 "이래선 안되는구나!"는 경고를 받았답니다. 하필이면 밖에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쓰러지며 온갖 구토를 다 하고 정신을 잃으니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까지 오더군요.


그 후로 먹는 것은 조심하고 있는 편입니다만 신진대사에 있어서는 그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뭔가 잘되면 다행이지만 안되면 딱히 걱정하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먹는 것 만큼이나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내세균의 균형만 유지할 수 있다면 면역력은 자연히 높아진다. 결국 어떤 신체적 부조화도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될 수 있다. 식사 때마다 과식을 하거나 소화가 잘 안되는 인스턴트 식품을 습관적으로 먹는다면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 상태는 무너지고 건강도 요원한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34 페이지)



감기에 자주 걸리면 "면역력이 낮아졌다"고들 합니다만, 평소에는 자신의 면역력 상태가 어떤지 잘 알지 못합니다. 츠루미 씨는 놀랍게도 장의 상태가 곧 면역력의 상태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장에서 나온 변이 나의 면역력의 실태를 그대로 알려준다고 합니다. 


"대변은 건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척도이다. 대부분의 소화와 흡수가 이루어지는 장의 상태가 좋다면 우리 몸은 건강하고 면역력도 높아질 것이다. 좋은 변을 보면 장내 환경이 개선되어 체내 노폐물도 원활하게 배출된다." (39 페이지)


보통 대변이라고 하면 더럽고 불쾌하다고 해서 볼일을 본 후에 쏜살같이 물을 내려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대변의 상태로 우리 몸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고 하니 상당히 색다르더군요. 배변활동을 한 뒤에는 반드시 대변의 상태를 체크하라는 츠루미 씨의 조언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변은 단순히 '음식 찌꺼기'라고 생각해왔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변의 80퍼센트 이상은 죽은 장내 세균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그 균의 수는 대변 1킬로그램당 1조 개에 이른다." (40 페이지)


그렇게 먹음직스러웠던 음식이 단지 내 몸을 통과했을 뿐인데 대변의 모습을 하고 나온다니... 하며 놀라워했던 어린시절이 떠오르네요. 하지만 그것이 음식물 찌꺼기가 아닌 세균이라니! 사실 이 부분을 읽고는 깜짝 놀랐답니다. (뭔가 조금 더 "배출"하고 싶은 욕구가 커진 것도 같군요 ㅎㅎㅎ) 막연하게 배변활동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건강한 배변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힘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건강하길 바라고 누구나 행복하게 오래 살길 바라지만 모두가 그런 삶을 누리지는 못합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도 너무 많고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지만, 최소한 할 수 있는 것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만큼은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구체적인 방법과 목표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은 알기 쉽게 효소에 대해서 설명하고, 우리가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건강한 습관이라도 매일 매일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하지만 이 책에서 나온 것처럼 효소를 생각하고 아껴준다면 면역력을 높이고 현대인을 위협하는 많은 질병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금은 이색적이지만 유익한 효소 이야기. 오늘부터 효소와 가까이 지내는 식습관을 가져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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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처럼 질문하라 - 합리적인 답을 이끌어내는 통섭의 인문학
크리스토퍼 디카를로 지음, 김정희 옮김 / 지식너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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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아든 순간 특별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뭔가 "대단한 것을 손에 넣었어"라는 생각과 함께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첫 장을 넘기게 되는 그런 경험 말입니다. 이러한 책에 대한 첫인상은 때때로는 책을 덮은 후에 "에, 뭔가 너무 많이 기대했나봐" 하며 실망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까지 흥미롭게 읽으면서 다 읽자마자 "다시 읽어야지!" 하고 다짐하는 때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상당히 드문 - 그러나 그만큼 대단하고 경이롭기까지 한 경우인데,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독서를 멈추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 "엄청난 녀석"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 자꾸 새로운 책을 찾게 되는 것이죠.

오늘 소개할 "철학자처럼 질문하라"가 그랬습니다. 겉표지와 책 소개를 읽는 순간 "대단한 책이다!"라는 촉(?)이 오더군요. 마침 한참 이사를 준비하고 여러가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바쁜 기간이었지만 "이 책만큼은 꼭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책을 받아보았을 때의 만족감은 더욱 컸습니다. 단지 첫 몇 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도 벌써 "내가 원했던 바로 그 책이다"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책을 받아 읽기 시작하면서 책의 겉표지에 있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논쟁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는 문구가 이 책과 과연 잘 어울리는가 생각해보았습니다. 마치 철학적인 사고를 가지는 이유가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서인 듯한 뉘앙스이기에 아쉽더군요. 이 문구가 과연 원서의 문구인지 아니면 번역하는 과정에서 책의 홍보를 위해 추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후자라고 생각합니다만) 확실히 불만은 불만입니다. 게다가 얼마 전 "웃는 남자"의 한국어 번역본 홍보문구가 "다크 나이트 조커의 탄생!" 이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이후로는 책을 선전하는 한 두 줄의 문구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뉴스의 낚시성 제목처럼 잠시나마 독자를 현혹하려는 상술에 민감해지더라고요. 괜한 참견이고 쓸데없는 지적일 수도 있겠지만, 책 자체의 진정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조심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문구로 홍보하는 것이 출판사의 책임이지만, 그 과정에서 어쩌면 한 권의 성실하고 진중한 책이 "다 거기서 거기인" 자기계발서처럼 포장될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우리는 흔히 조리있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보고는 "참 말을 잘한다"라고 합니다. 희안하게도 이 말은 칭찬같으면서도 칭찬이 아닌 경우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말하는 사람을 "똑부러진다"고 말하면서도 "인간미없다" 혹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다" 며 흉보기도 합니다. 사실상 실속은 없으면서 말만 잘해서 이익을 얻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말을 잘하기까지 어떤 노력과 연습을 거듭해야 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도 말만 잘하면 충분히 저렇게 할 수 있을텐데 단지 말을 못할 뿐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그런 "착각"을 꼬집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가 맨 먼저 할 일이 나 자신을 점검하고 내가 아는 지식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걸 파악하고 나면 모든 사람이 가진 지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22 페이지)

말을 잘 한다는 것, 즉 다른 사람에게 내 의견을 효과적으로 인식, 이해시키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요행이나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철저하게 나의 주장을 살피고 검증한 뒤에 다른 사람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와 상황의 특성을 고려하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다듬으려면 오랜 시간의 지혜와 연륜 그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역사적인 달변가들은 대단한 노력가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효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것은 하늘이 내린 천부적인 재능도 한 몫했겠지만 사람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작정 이야기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입니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져있으며, 460여 페이지동안 비판적 사고 능력,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빅파이브 질문"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너무나도 당연해서 깊이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다섯 가지의 근본적인 질문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를 따라다닙니다. 처음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질문들이 조금씩 비판적 사고의 체계를 배워가면서 난해해지고 모호해집니다. 무언가 확실한 논증을 하기 위해서 이렇게나 많은 것들을 알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될 것입니다.

책의 내용이 더욱 특별한 것은 저자가 철학적인 입장에서만 논리와 사고를 분석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철학적인 관점은 물론 역사적 배경과 뇌과학적 측면, 자연적 혹은 초자연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는 그야말로 복잡미묘하며 수많은 요소들이 결합되어 형성되는 놀라운 것입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받는 간섭과 영향들을 생각하면 그것들의 존재를 감안하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킨다는 것이 불가능하게 보일 정도니까요.

하지만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의 중심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맞추어져 있습니다. 즉,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이전에 내가 어떻게 나 자신과의 논증을 성립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떠한 비판적 사고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닌 나 자신의 사고를 제대로 파악하고 알아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저자는 소개합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옳은 주장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가도 그것을 제대로 증명해보이기 위해서 분해하고 분석하다보면 오묘하지만 결정적인 헛점과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삶이 고달파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독단에 빠져 그것을 핑계삼아 생각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언가 알아가는 것에 즐거워하고 가득한 호기심으로 탐구하기보다는 "이렇게 믿고 싶고", "이랬으면 좋겠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스스로 원하는 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분명 깊이 생각하고 고찰하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하려면 머리만 아파오고 때로는 많이 알면 더 골치아프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논리적 사고를 거부하고 더이상 재차 확인하고 검토하는 것에 게을러진다면 결국 자기자신도 모르는 사이 "독선가"가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저 자신의 편협적인 사고 안에서 이해되는 것만 이해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유쾌하고도 시니컬한 유머에 매료되었답니다. 그렇게 즐거운 "논증"의 세계로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깊게 생각하는 것이 골치 아픈 것이 아니라, 오래된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유쾌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철학 혹은 논리에 대해서 어렵게만 생각해왔다면 즐겁고 효과적으로 입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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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 - 피아졸라, 에런 코플런드 등 수백 명의 음악가를 길러낸 20세기 음악의 여제
브뤼노 몽생종 지음, 임희근 옮김 / 포노(PHONO)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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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와 한없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역사와 우리 사이를 가로막은 시간이라는 넘을 수 없는 벽 때문일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시대의 역사를 분석하려는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시간의 벽은 우리로 하여금 극복하기 어려운 좌절감을 안기고는 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과거의 생활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아무리 많은 기록과 문헌이 남아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말 "그 시대 그 자체"를 전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배우고 있는 수 많은 학생들에게는 대부분 제대로 지각되지 못하는 사실입니다만, 우리가 말하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생각처럼 길지 않습니다. 사실은 드문드문한 머리를 가진 바흐가 숱 많은 곱슬가발을 쓰고 초상화에 걸려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살았던 시대가 까마득한 옛날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건반 위에서 수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며 그야말로 "메피스토" 같은 연주를 들려주던 리스트 역시 옛날 어느 시대에 존재했던, "역사적인" 인물이라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전음악 역사가 불과 400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순식간에 흘러갔다고 한다면 대부분은 깜짝 놀라곤 합니다. 사실 말이 400년이지 앞서 말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경우 1750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260년 전에 사망하였습니다. 리스트는 지금으로부터 불과 127년 전 사망하였고요. 음악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알렉산더 대왕 (기원전 365년 출생) 만큼이나 오래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이토록이나 멀게 느껴지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음악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더이상 "산 증인"이 없이 문헌 등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난 400년 인류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변화하였고, 10년마다 강산이 변하는 지금, 3,400년 전 이야기는 그야말로 "원시" 수준이 되었습니다. 음악은 언제나 유효하고 살아있는 것이어야만 할텐데 유적을 탐문하듯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 모리스 라벨, 피아졸라, 비제, 부조니 등 이름은 수없이 들어봤지만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던 그들을 조금 더 생생하게 만나보고 싶다면, 단언컨데 꼭! 읽어야 할 책을 오늘 한 권 소개하려 합니다. 앞에 나열한 이름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공통분모, 20세기 최고의 음악교육자 나디아 불랑제 여사에 관한 이야기,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를 소개합니다. 

 


역사의 산 증인, 나디아 불랑제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클래식 음악을 전공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한국에서 "나디아 불랑제"라는 이름은 (그때만해도) 생소하다못해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곤 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그녀의 이름을 처음으로 들은 것은 빈에서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였는데, 우연히 그녀의 이야기를 꺼낸 친구들은 제가 그녀의 이름을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에 대단히 놀란 눈치였습니다. 



나디아 불랑제. 그녀는 1887년 태어나 1979년에 92세를 일기로 사망하였습니다. 그녀 역시 상당히 고령의 나이까지 활동을 하였고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였지만, 그녀의 아버지 에르네스트 불랑제도 1815년에 태어나 1900년 사망하기까지 오랜 시간동안 활발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장수한 두 아버지와 딸이 살았던 세기는 무려 3세기! 1815년부터 1979년까지 그 두 사람이 겪은 햇수는 무려 164년에 달합니다. 이렇다보니 그녀는 원하든 원치 않든 음악사의 중심에 서서 수많은 "역사 속의 인물"들과 만나게 되고 그들을 겪으며 역사의 산 증인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선천적으로 천부적이었던 그녀의 음악적 소질은 보다 깊고 풍부한 교류로 이어질 수 있었고, 어떤 문헌이나 기록도 가질 수 없었던 지식과 지혜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업적, 기술적 면에서도 그렇지만, 음악적인 면에서도 20세기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기술과 통신이 발달함에 따라 음악의 발전에도 큰 박차를 가하게 되었는데, 지극히 시대적, 지역적으로 한정되어 있던 음악가들의 활동은 순식간에 세계로 확장될 수 있었고, 예전 같았으면 생각하지도 못했을 정보의 교류가 이루어지며 서로가 서로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가끔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책의 내용이나 전개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녀의 증언을 듣고 있노라면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한데 어우러지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론적으로는 베토벤과 동시대 사람이었던 그녀의 아버지, 학교 선배였던 모리스 라벨, 가브리엘 포레에게 작곡을 배우는가 하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와 레나드 번스타인을 가르쳤던 그녀. 한 사람의 인생으로 연결시키기 불가능할거라고 생각했던 음악가들이 나디아 불랑제의 삶을 통해 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도 특별하고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들과 직,간접적 교류를 하며 그들을 경험할 수 있었던 그녀가 존경스럽고, 말로 할 수 없을만큼 부러워지는 순간이었죠. 


뛰어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죽는 그 순간까지 음악과 사랑에 빠져 삶의 한 순간 한 순간 음악에 충실했던 나디아 불랑제. 20세기 최고의 음악의 여제라는 타이틀이 전혀 아깝거나 과장되어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나디아 불랑제와 그녀의 음악가들 


나디아 불랑제가 생전 만났던, 그리고 서로 교류했던 음악가들을 세어보자면 한참의 시간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만큼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일하였고, 그녀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자신이 만난 어떤 사람들에도 격차를 두고 있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그들이 나중에 성공했건 그렇지 않건간에 그녀는 한결같이 모두들 하나의 인격체이자 대단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음악학도로 대했고, 그녀의 일관적인 태도는 학생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도 휠체어에 앉은 선생님에게 찬사와 존경의 마음을 아끼지 않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이상적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달콤하고 친절하기만 한 선생님은 아니었습니다. 음악에 있어서 그녀는 절대적으로 성실함과 진실됨을 요구하였고, 그것에 있어서만큼은 타협을 몰랐습니다. 재능이 있건 없건, 특별히 아끼던 그렇지 않던 음악 앞에서 그들은 모두 자신의 최상의 것을 위해 노력해야 했던 것이죠. 또한 "배우려고만 하는" 학생들의 수동적 자세 역시 그녀가 정말 좋아하지 않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마치 텔레비젼을 시청하듯 주어진 것을 받고자만 하는 학생을 그녀는 따끔하게 꾸짖습니다. 


"그 학생은 내 마음에 들고 싶어 하고, 내가 자기의 화음을 좋아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는 연주를 하고 나서 걱정이 태산 같아 필사적으로 이쪽을 돌아보며 '이렇게 하는 게 맞나요?'라고 물어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해요. '아니 난 모르겠다.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나는 몰라. 네가 원하는 걸 네가 모르는 한은, 너는 내게 음악적으로는 없는 사람이나 다름없어.'" (87 페이지) 


두려워하거나, 자만하거나. 

짧은 경험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이 이 두 개의 스케일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지나치게 자만하여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거나, 미세한 한 부분까지도 자신하지 못해 고민하거나 하는 상태를 반복하는 것이죠. 사실상 어른이 되고 연륜이 쌓인다고 하더라도 어느정도까지 (음악가로 사는 이상) 이러한 상태는 계속될 것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느 한 상태에 머무는 것은 불가능한만큼 이쪽 저쪽으로 방향을 바꾸어가며 점점 성장하게 되는 것이겠죠.

정말 젊은 나이에도 나디아 불랑제는 이 사실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제자에게도 그녀의 태도가 일관될 수 있던 것이 아닐까요? 사실 학생들을 만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그들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기 마련인데 그녀는 한결같은 사랑으로 모두를 대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그녀를 선생님으로 만날 수 있었던 행운의 제자들은 그 만남과 수업 안에서 자신의 추구하는 것들을 마음껏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 진심으로 부럽게 느껴집니다. 



나디아 불랑제와 음악 교육 


그야말로 "멘토 홍수"인 요즘입니다. 자기계발서가 넘쳐나고 조금이라도 성공했다 하면 누구든지 조언서를 쓰는 요즘 우리는 어떻게 보면 멘토링에 있어 상당히 무디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누구나 가르치려 하고 누구나 자신의 방법을 설파하며 성공을 약속하기 때문에 한두번 관심있게 귀를 기울이다가도 나중에는 "그 말이 다 그 말이겠거니" 지레 판단해버리는 것이죠. 게다가 자기계발서 붐이 일면서 별 것 아닌 내용을 멋진 말과 문구로 포장해내는 경우도 많아졌기에 웅변가 혹은 달변가 수준의 글에도 우리는 묵묵하게 반응하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디아 불랑제와의 대화는 한 쪽, 한 줄을 더욱 마음을 써서 읽게 됩니다. 다른 어떤 사람도 경험하지 못한 풍부한 삶을 살았지만 정작 스스로는 한없이 겸손하고 소박한 그녀의 소신있는 발언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공들여서 읽어나갔습니다. 


사실 이정도 성공적으로 유명한 제자들을 배출하였다면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이 마땅한데도 그녀의 삶은 몇십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저 같은 집에서, 같은 일을, 같은 마음으로 계속 해나갔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그녀가 어떻게 제자들을 교육하였고, 어떤 것을 가르쳤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이 선생님이 엄청난 제자들을 키워냈으니 나도 그렇게 배우면 엄청나질거야!"라는 지극히 1차원적인 생각으로 교육의 비법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죠. 

하지만 나디아 불랑제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어보면, 어쩌면 그녀가 가지고 있었던 가장 큰 힘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깨닫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떠한 비법을 내걸고 자신의 교육지책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생에게 자신을 열고 매일 매일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듯 함께 공부해나가는 것이죠. 엉뚱한 학생이라도 그 엉뚱함을 "틀리다"라고 낙인찍지 않고,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눈을 열어주는 것. 어쩌면 그것이 그녀만이 가지고 있던 특별한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선생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제자가 여러 도구들을 자유자재로 만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거에요. 제자가 그 도구로 무엇을 하건, 선생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제자에게 발명의 힘을 줄 수도 없고, 또 제자가 지닌 발명 능력을 빼앗을 수도 없습니다." (84 페이지)



흔히 훌륭한 연주자는 훌륭한 선생이 되기 어렵고, 훌륭한 선생은 훌륭한 연주자가 아니라고들 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과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수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일이기 때문에 이런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상당수 맞아들어가곤 합니다). 

나디아 불랑제만큼은 예외였습니다. 그는 20세기를 통틀어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교육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천재적인 소질을 가졌으며 그것을 충분히 입증하였습니다. 그녀가 석권한 어마어마한 콩쿠르들과 남다른 교육과정 역시 그녀가 보통 음악학도의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음을 말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 승승장구 행진에도 불구하고 겨우 스물 세 살 그녀는 음악 교육에 힘쓰기로 마음먹고 파리음악원에서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가르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빛나는 것. 모든 음악가들의 당연한 욕구를 잠재울만큼 그녀의 "교육"에 대한 의지는 대단했던 것이죠. 교육자로써, 음악이론가로써 그녀는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가장 겸손한 자세에서 음악을 바라봅니다. 자신의 명성이 올라가건 제자들이 성공하건 자신의 업적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건 그녀가 변함없이 겸손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여기 있지 않나 생각되네요. 모든 것은 그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녀와 음악의 관계" 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자주 접하는 일은 겸손을 배우는 학교라고 할 수 있어요. 음이 자아내는 현상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다 보면 알게 될 겁니다. 음악이란 결국, 하나의 작은 어휘를 일정 숫자의 헤아릴 수 없는 해법들을 써서 여러 곱절로 늘린 것일 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193 페이지) 




마치면서... 


잠언서에 보면 노인의 백발을 "영혼의 면류관"이라고 표현합니다 (잠언 20장 29절). 지나간 세월이 켜켜히 쌓여 지식과 지혜를 얻은 노인의 경험에 대한 더할나위 없는 찬사죠. 요즘은 이것이 와전되어 어떠한 지혜나 지식 없이 그저 나이만 먹고 나면 당연히 자신을 존중하고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만, 분명 오랜 시간의 경험에서 얻게 되는 것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될 수도 대체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나디아 불랑제와의 대화에서 다시한번 이 사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한 말들 한 문장 한 문장을 되짚어보면 그 안에 (심지어 줄과 단어 사이에도!)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을 풍부하고도 깊은 경험과 축적된 지식이 느껴집니다. 음악과 교육 그리고 연주에 대해서 말하는 내용은 대단히 철학적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번 한 번 읽어서 제대로 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몇 번 읽은 후에라도 과연 그녀가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말을 스스로가 읽어낼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이제 그녀가 우리를 떠난지도 벌써 34년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나디아 불랑제는 없지만, 그녀와 함께 여러 시간을 보내고 그녀와의 대화를 정리한 브뤼노 몽생종이 있기에 우리는 책으로나마 그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점에 가장 기쁘고 감사하게 되더군요. 이 책이 없었다면 나디아 불랑제에 관해 우리가 얼마나 알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를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너무도 많은 것을 무시하고 그저 실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전까지 지속된 연구나 생각에는 관심 없이 그저 손가락을 돌리는 연습에만 매진하고 더 빨리, 더 크게, 더 선명하게 연주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면 가슴이 답답하곤 합니다. 언젠가 그들은 테크닉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테고, 그 때 처음부터 다시 음악을 배워야 할 것인데, 그 시간을 단축해주고자 몇 마디 조언을 던져도 그닥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아마 저 역시도 이런 식으로 제 선생님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되돌이켜봅니다 ㅎㅎ). 


이젠 그런 학생들을 만나면 스스로 잔소리를 하기 보다는 이 책을 권유해주려 합니다. 음악에 대해서 엄청난 철학적 고찰을 하며 온갖 미사어구로 멋지게 포장해놓은 책이 아닌,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음악가들과 만나며 음악을 위해 살았던 나디아 불랑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죠. 알면 알 수록 겸손해질 수 밖에 없는 너무나도 당연한, 그러나 대부분 무시받는 진실을 그녀는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저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그녀가 경험했던 지혜와 지식을 그녀의 쓰여진 말로나마 조금 더 가까이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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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영미 2013-05-2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당장 읽고 싶어지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