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二 章
그로부터 얼마 후, 그는 <닥터 험프리즈>와 두 게임을 더 하고 그곳을 나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파라나 강>에 면(面)해 있던 황색(黃色) 아파트의 최상층에 있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아파트는 식민지(植民地) 풍(風)의 고도(古都)와 어울리지 않는 것들 중의 하나였다. 거기다 그 건물에 칠해져 있던 황색(黃色) 페인트도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퇴색해가고 있어 추하게 보였으며, 특히 자기 어머니와 함께 살았을 때는 <한 가정을 이루기에는 너무도 여유가 없다> 싶었을 정도로 좁았던 집이었다.
그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을 때, 그날의 마지막 배가 그 근처를 지나갔다. 그리고 그가 옷을 벗어놓고 침대에 몸을 뉘였을 때, 머리 위에서 천천히 선회(旋回)하는 듯한 비행기의 폭음(爆音)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 소리는 이제 막 이륙한 듯했던 저공(低空)비행 소리처럼 들렸다. 그래서 그는 그것이 분명히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니면 <아순시온>으로 향하는 장거리(長距離)의 제트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로 향하는 것이든, 민간항공(民間航空)의 비행시간(飛行時間)으로서는 많이 늦은 감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것은 아마도 미국(美國)대사(大使)의 승용기(乘用機)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사실, 그는 자신이 그런 소리를 듣게 될 줄은 전혀 예상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불을 끄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는 또 이렇게 생각을 했다. <저 비행기 안에는 누가 타고 있을까?...> 잠시 후, 그 비행기의 엔진소리는 남쪽으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는 그 소리를 들으며 <찰리 포트남의 집에 연락을 해볼까?>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늦은 시간에 일부러 전화를 하기 위해서는 무슨 구실 같은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때, 그런 것은 얼른 떠오르지가 않았다. <대사(大使)는 유적(遺蹟)들을 잘 둘러보았습니까?> 그는 이렇게 말을 해볼까, 하고 생각했다. 또는
<만찬(晩餐)은 무사히 잘 끝났습니까?> 라고 물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또는
<지사(知士)는 당연히 제일 좋은 스테이크를 먹었겠지요?> 그리고 이런 질문은 또 어떨까?...
하지만 그는 그런 시간에 <찰리>와 잡담 같은 것을 했던 기억이 전혀 없었다. 거기다 <찰리>는 소위 애처가(愛妻家)였다. 그랬기 때문에 <찰리>는 그 시간에 그에게서 전화가 온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다시 일어나서 불을 켰다.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느니 책이나 읽으면서 마음을 안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닥터 사아베드라>의 책만큼 좋은 진정제(鎭靜劑)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그때부터 <사아베드라>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금방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약간의 가수면 상태에서 책을 읽으며 강(江)가의 길 쪽으로 <패트롤카>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마치 그 소리가 신호가 되었다는 듯, 그는 손에서 책을 떨어뜨리고, 그때부터 서서히 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따르르르르르르르릉!---------------->
그런데 얼마나 잤을까... 그는 갑자기 울렸던 전화벨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그리고 얼른 시간을 확인했을 때, 시계는 오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에 그에게 전화를 할 환자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누구십니까?"
그는 수화기를 들고는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수화기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남자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려왔다. "우리들의 <공연(公演>은 잘 진행되고 있다!"
그러자 그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이렇게 말을 했다.
"네? 실례지만 누구시죠? 왜 그런 말을 저에게 하는 겁니까?"
그러자 또 그 남자가 약간 불안한 듯이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런데 배우(俳優) 한사람이 걱정이다. 상태가 많이 나빠졌다." "네?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그러자 그는 무엇인가 짚이는 것이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러나 계속 시치미를 떼듯이 이렇게 통화를 했다. 그러나 전화를 한 그 사람이 그가 아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그런 시간에 그렇게 막무가내식의 전화를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조심스러웠는데, 그것은 또 그 전화가 도청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그들에게는 어떠한 사사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최대한 조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