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一 部

 


 

 

 


<파라나 강>

 


 第 一 章


<파라나 강과 그 지류들>


 ※ 스페인어로 Río Paraná, 포르투갈어로는 Rio Paraná이며, 남아메리카 브라질 중남부를 흐르는 강.
     브라질 남동쪽 고원에서 시작하여 팜파스를 지나 라플라타 강으로 흘러든다. 길이는 4,880km.

 

 그는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그때, 별들이 가득했던 하늘에서는 <남십자성(南十字星)>이 십자가(十字架)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또 그때는 이미 어둠에 묻혀서 겨우 존재의 흔적만 검게 나타내고 있던 지평선을 방해하는 불빛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또 그 주위로는 인가(人家)의 불빛이라거나, 차라리 티브이안테나 탑(塔)을 표시하던 불빛조차도 없었다.

 그는 그런 것들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집으로 돌아갈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그날의 마지막 환자였고, 가벼운 열병(熱病)의 기운이 있었던 <재무장관(財務長官)의 부인(夫人)>에게로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또 그날은 마침 <찰리 포트남>이 그곳 지사(知士)와 저녁식사를 하기로 되어있던 날이었다. 그것은 또 그 지사(知士)가 주빈(主賓)이었던 미국(美國)대사(大使)를 만나기 위해서는 통역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통역의 역할로 <찰리 포트남>이 선택되었는데, 그 때문에 <찰리 포트남>의 아내 <클라라((Clara)>가 그때가 바로 호기(好機)라고 생각하고는 자신에게 전화연락을 할지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날이었다면 몰랐지만, 그날 밤만은 그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 이유는 그날 밤에는 그의 성욕(性慾)이 불안(不安)에 의해서 마비(痲痺)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또, 무슨 이유 때문으로 그날 밤에는 <찰리 포트남>이 빨리 귀가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는 그날 저녁에는 밤늦게까지 집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그때쯤이면 파티도 모두 끝이 나고 <찰리>도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은 적어도 명예(名譽)로운 남자는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그 모든 사실을 알게된 <찰리>가 칼을 들고 자신에게 달려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몸에서 소름이 끼쳐지는 것도 느낄 수가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그곳을 떠났던 그는 자신의 생각대로 <재무장관(財務長官)의 부인(夫人)>에게로 가서 상태를 봐주고는 <호텔 볼리바르(Bolívar)>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 <닥터 험프리즈(Humphries)> 노인(老人)은 어디로 가고 그곳에는 없었다. <닥터 험프리즈>는 그 호텔의 1층에, 그러니까 관수기(灌水機-물을 대는 기계 또는 그런 장치. 여기서는 샤워시설 정도)가 설치되어 있던 작은방 하나를 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 안에 단 한 개뿐이었던 창문은 먼지투성이의 종려나무(야자과의 상록 교목) 한 그루와, 물이 나오지 않던 분수(噴水)가 있던 정원(庭園)과 면(面)해 있었다.

 그때 <닥터 험프리즈(Humphries)>는 방의 문을 잠그지 않고 외출하고 있었다. 그것은 또 그가 생각했을 때, 그만큼 자신이 그곳에서 안주(安住)하고 있다는 자신감(自信感) 같은 것을 과시(誇示)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을 보자 문득 자신이 <파라과이>에서 살았을 때 자신의 아버지가 밤이 되면 문이란 문은 모조리 다 잠갔던 것이 기억났다. 하지만 그것은 도둑이 들 것을 염려해서 그랬던 것이라기보다는, 그의 아버지는 경찰이나 군대가 들이닥친다거나 또는 정부(政府)가 보낼지도 몰랐던 암살자들로부터 자신과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랬음에도 그때 그런 사람들은 단 한명도 오지를 않았다.

 그리고 또 여기서, 이야기가 나온 참에 그 <닥터 험프리즈(Humphries)>의 방에 대해서도 조금 소개를 하고 넘어가면, 그의 방에는 침대와 화장대(化粧臺) 그리고 두 개의 의자와 세면기(洗面器) 그리고 관수기(灌水機)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유 공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 안을 통과하려면 만원(滿員)버스나 지하철을 탔을 때처럼 악전고투(惡戰苦鬪)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다 또 그는(Humphries)> <라이프지(Life-誌-미국에서 발행되는 잡지)>의 스페인어판(語版)에서 오려냈던 새로운 사진을 벽에 붙여두고 있었고, 그것은 또 말을 타고 군기경례분열식(軍旗敬禮分列式)을 하고 있던 여왕(女王-영국여왕)의 사진이었다.

 그러자 <닥터 에드>는 왠지 그것이 자꾸 신경 쓰였는데, 그것은 또 왜냐하면, 그가 그런 사진을 벽에 붙여두었다는 것은 십중팔구(十中八九) 자신의 애국심(愛國心)을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노스탤지어(nostalgia) 즉, 향수병(鄕愁病)에 기인한 행위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다 또 그 방에는 항상 습기(濕氣)가 차있었기 때문에 벽에는 얼룩이 많이 져있었다. 그래서 또 <닥터 험프리즈>는 손쉬운 방법으로 그런 사진들로 그것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 사진의 선택에 대해서도, 그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닉슨(Nixon, Richard Milhous. 1913년부터 1994년. 미국의 정치가, 공화당원으로 두 번 부통령을 역임하고, 69년 제3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으나, 소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74년에 실각함. 나머지 상세한 것은 후술 또는 생략함)>의 얼굴을 보는 것보다는 여왕을 보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던 때문으로 그렇게 했던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그리고 또 참고로, 그 <라이프지>의 같은 호(號) 안 어딘가에는 <닉슨>의 모습도 함께 들어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작은방 안은 시원하기는 했다. 그러나 역시 그것도 습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또, 그 옆에는 샤워를 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작은 공간으로 관수기(灌水機) 앞에 비닐로 커튼을 쳐둔 곳이 있었는데, 그런데 그 타일바닥이 관수기의 고장으로 인해 항상 물에 젖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그의 침대는 정연(整然)이라기보다는 잡연(雜然)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 정도로 어수선했고, 그것은 또 침대시트만 봐서도 울퉁불퉁 또는 우툴두툴했던 것이 마치 사해(死骸) 위에 씌운 백포(白布) 같았다고 하면 더 어울릴듯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그 위에 둘둘 말아서 매달아 두었던 문장(蚊帳-모기장)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았던 회색구름처럼 보였는데, 그래서 또 <닥터 에드>는 그런 것을 보면서 <자칭(自稱) 문학박사(文學博士)>라고 했던 그를 생각할 때면 항상 <안됐다>는 생각만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또 그는 <그런 것이 자유의지(自由意志)를 가졌다는 인간의 참모습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러면 또 필연적으로 <그런 인간도 있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것은 결국 앞으로 금방 죽음을 맞이할 한 인간이 선택한 마지막 장소일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곤 했던 것이다. 그럴 때면 또 그는 자연스럽게 <우리 아버지도>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것은 또 불안한 마음으로 이어지곤 했던 것이다. 그것은 또 왜냐하면, 그때쯤에는 그의 아버지의 나이도 그 <자칭(自稱) 문학박사(文學博士)>와 비슷한 연배(年輩)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는데,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마도 <닥터 험프리즈(Humphries)>보다 훨씬 더 열악(劣惡)한 환경에 처해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 * *

 아무튼 잠시 후, 그는 그의 방 거울에 붙어있던 다음과 같은 글의 메모(memo)를 발견했다.

 <이탈리안 클럽(Italian Club)에 갑니다>

 그러자 <닥터 에드>는 아마도 <닥터 험프리즈>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學生) 누군가가 자신이 부재(不在) 시에 올 것을 예상해서 문도 잠그지 않았던 채로 그런 메모를 잘 보이는 거울에다 붙여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닥터 에드>는 그 <이탈리안 클럽>으로 가기 위해서 서둘러 그 호텔을 나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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