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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방어 전략 -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론
스티븐 브라이엔.얼 해일스턴 지음, 조용호 옮김 / 드러커마인드 / 2025년 8월
평점 :
『타이완 방어 전략 』 , 전쟁을 멈추기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Stopping A Taiwan Invasion

🔺 저자 : 스티븐 브라이엔 Stephen D. Bryen , 얼 해일스턴 Lt. General Earl B. Hailston
🔺 옮긴이 : 조용호
🔺 출판사 : 드러커마인드
🎯 『타이완 방어 전략 Stopping A Taiwan Invasion』을 펼치기 전부터 마음은 무거웠다. 동아시아의 하늘과 바다가 더는 먼 뉴스가 아니란 사실을 우리는 몇 년 사이 뼈아프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기대한 이유는 단순했다. 공포를 부추기는 묘사가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실무적 해법을 찾고 싶었기 때문. 미국 국방부 정책을 다뤄온 스티븐 브라이엔과 태평양 해병대 지휘 경험을 가진 얼 해일스턴, 그리고 미국 안보정책센터의 전문가들이 쌓아올린 검토와 토론의 기록은 단단했다. 번역자 조용호의 서문은 이 작업이 선동이 아니라 예방을 위한 제안임을 분명히 하며, 독자로 하여금 차분한 시선으로 동아시아의 내일을 그려보게 만든다.

🔖 전쟁을 막기 위한 억제의 문법
이 책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억제의 정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았듯, 오판은 준비의 공백에서 자라난다. 상대가 신속한 성과를 확신할 수 없도록, 침공의 비용과 불확실성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는 것이 억제의 본령이다. 저자들은 워게임과 시뮬레이션의 냉정한 결과를 토대로, 대규모 전력의 정면충돌을 상정하기보다 공격의 첫 단계부터 속도를 늦추고 결심을 흔드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항과 항만, 지휘결심체계의 생존성을 높이는 분산, 예비, 복구 계획은 군사만의 과제가 아니다. 에너지와 통신, 물류의 백업을 갖추는 사회적 대비까지 포함된다.

🔖 전략적 명료성으로의 전환
저자들은 오래된 전략적 모호성의 유효기간이 짧아졌다고 진단한다. 명확한 규범과 약속, 그리고 실행 가능한 지원 프로세스를 통해 오판을 줄이는 전략적 명료성이 필요하다는 것. 훈련과 보급, 정보 공유와 표준화된 절차가 붙을 때 비로소 신뢰 가능한 약속이 된다. 브라이엔과 해일스턴은 태평양 사령부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적 의지와 군사적 실천이 서로를 견인해야 한다고 촘촘히 짚는다.

🔖 다층 방공과 공중우세의 열쇠
일본 남서도서 지역의 레이더·요격망 연계, 해상 플랫폼의 상시 순환 배치, 미사일 방어 체계의 역할 분담이 그 예다. 독자로서 인상 깊었던 대목은, 방어란 요격의 수치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벌어내는 설계라는 사실이다. 공격의 템포를 깨뜨리는 매 순간이 곧 억지의 성공 확률을 높인다.

🔖 분산·비대칭 전력과 동맹 협력
이들은 무력을 찬양하지 않고, 연합의 표준과 절차, 데이터 연동과 상호 학습의 가치를 강조한다. 분산된 작은 노력이 촘촘한 그물처럼 연결될 때, 억지는 구호가 아니라 시스템이 된다. 읽는 내내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동맹이란 전시에 갑자기 작동하는 마법이 아니라, 평시에 축적된 합의와 습관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

🔖 시민 레질리언스와 동아시아의 파급효과
책은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군사 밖의 풍경을 응시한다. 허위정보와 심리전, 사이버 위협, 공급망 교란은 총성이 울리기 전부터 이미 사회를 흔드는 전쟁의 전 단계다. 따라서 시민의 정보 리터러시, 위기 시 공공 커뮤니케이션, 에너지와 통신의 다중 백업, 의료·구호의 민관 협업은 모두 억제의 일부다. 이는 곧 한국과 일본,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닿는 메시지다. 전쟁을 막는 기술은 결국 신뢰를 축적하는 일상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이 책은 조용히 설득해낸다.

📌 일반 독자가 이 책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배움은 무엇일까요?
첫째, 허위정보와 공포를 구분하는 습관이다. 위기 소식이 들릴 때 출처 확인과 기본 데이터 읽기를 생활화하자. 둘째, 생활 인프라의 대안을 점검하자. 비상연락망, 간단한 비상물품, 지역의 대피·의료 정보는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셋째, 지역과 이웃의 연대다. 위기는 공동체가 서로의 강점으로 빈틈을 메울 때 가장 빠르게 지나간다. 책은 이 세 가지를 군사 밖의 억지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
💬 전쟁을 이야기하는 책이 이렇게 차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을 움직였다. 겁을 주지 않고, 꿈을 말하지도 않지만, 대신 내일을 준비하는 구체적인 손놀림을 보여준다. 책은 계속 말한다.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구조이며, 억지는 포스터가 아니라 습관이라고. 그래서 나는 책장을 덮고도 긴 숨을 쉬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준비가 결국 큰 재난을 비껴가게 한다는 믿음이 조금 더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불안의 시대에 현실적인 희망의 경로를 찾고 싶은 당신에게 건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