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의 카르테 1
시이나 치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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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의 카르테 1』마음의 밑바닥에서 피어난 파란 기록  

群青のカルテ 1

Medical Record df Midnight Blue 1

🔺 저자 : 시이나 치카 

🔺 출판사 : 학산문화사


🎯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군청의 카르테 1』을 펼치기 전, 나는 단순한 의학 만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기자마자 알았다. 이 이야기는 치료보다 훨씬 깊은 곳, ‘사랑의 절벽’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라는 걸.


🔖 파란 하늘 아래, 절벽 끝의 모녀  


정신과 의사 린코의 삶은 완벽했다. 환자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들에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선물하는 일. 그러나 그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인 딸 유리의 고통은 보지 못했다. 뛰어내리려는 유리를 붙잡은 순간, 두 사람은 함께 추락하고 ,깨어나 보니 린코의 의식은 유리의 몸 안에 있었다. 그 장면은 마치 인간의 교만을 심판하듯, 차갑고도 처절하게 묘사된다. ‘나는 너를 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몰랐다.’ 그 문장이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 학교라는 또 다른 병동  


유리의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아이들 간의 경쟁, 교사들의 무기력, 부모의 기대가 교차하는 곳. 린코는 이 세계를 ‘정신과 병동의 확장판’처럼 관찰한다. 그녀의 시선은 때로 냉정하지만, 결국엔 따뜻하다. 특히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안다는 건, 함께 아파본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라는 대사는 이 작품의 심장을 이루는 문장이다. 시이나 치카는 현실적인 묘사와 감정의 여운을 오묘하게 결합시켜, 독자가 스스로 마음의 병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 마음을 잇는 ‘군청의 기록’  


군청(群青)은 깊고 차분한 파란색이다. 린코의 죄책감, 유리의 절망, 그리고 두 사람의 재탄생이 이 색으로 물든다. 작가는 의학 감수를 맡은 오바야시 타카후미의 도움을 받아 실제 정신과 현장의 리얼리티를 살리면서도, ‘사람을 구하는 건 이성보다 사랑’이라는 명제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결국 이 이야기는 ‘죽음의 문턱’에서 ‘삶의 이유’를 다시 써 내려가는 인간들의 연대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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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로마 여행지도 2024-2025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로 만든 로마 여행 가이드 총정리 에이든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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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로마 여행지도 2024-2025』 – 수만 시간의 발걸음으로 로마의 시간과 골목을 한 장의 지도에 담다 


🔺 저자 :타블라라사 편집부, 이정기

🔺 출판사 : 타블라라사


🎯 로마를 향한 여정은 언제나 길 위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에이든 로마 여행지도 2024-2025’를 손에 든 순간, 그 길 위의 혼란은 놀랍게도 질서와 설렘으로 바뀐다. 이 지도는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라, 로마라는 거대한 도시의 시간과 감각을 한눈에 펼쳐주는 ‘아날로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다.  마치 오래된 서가에서 숨은 명화를 발견한 듯했다. 테르미니역에서 바티칸까지, 그리고 트라스테베레에서 보르게세 미술관까지, 각각의 길 위에 작게 새겨진 글자들이 로마의 숨결을 들려준다. 수많은 여행자가 남긴 길을, 이제는 지도 위에서 되짚을 수 있다 


🔖 종이 위에 담긴 로마의 시간  


‘에이든 로마 여행지도’는 단순한 도시 안내가 아니다. 한 장의 지도 위에는 고대 포로 로마노의 역사, 바티칸의 신성한 구조, 그리고 트라스테베레의 골목길이 공존한다. 로마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지만, 이 지도는 그 박물관의 비밀 통로를 보여준다. 작게 새겨진 명소와 맛집, 미술관의 위치, 그리고 현지인의 추천 스팟까지. 종이를 펼칠 때마다 새로이 드러나는 정보의 층위는 ‘읽는 지도’의 진가를 보여준다.  


🔖 ‘아날로그’의 가치가 살아있는 지도  


디지털 시대에 종이 지도를 만든다는 것은 역설처럼 보인다. 그러나 타블라라사의 철학은 단순하다. “아날로그는 불편하지 않다.” 방수 기능의 A1 크기 지도는 비에 젖지 않고, 수십 번 접고 펴도 해지지 않는다. 스마트폰 화면을 확대 축소하며 길을 찾는 대신, 한눈에 로마를 바라보며 여유를 찾는 방식. 그것이 이 지도만의 ‘편리한 불편함’이다.  


🔖 여행자의 시선으로 완성된 디테일  


지도 곳곳에는 수많은 현장 취재의 흔적이 남아 있다. 광고 없이, 오로지 여행자와 역사의 시선으로 채워진 순수 콘텐츠. 이정기 대표가 말한 “뼛속까지 여행 콘텐츠 전문가”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증명한다. 트래블노트, 깃발 스티커, 미니 맵북까지, 여행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성의 정점이다.  


🔖 종이와 사람 사이의 감성적 연결  


지도 한 장이 어떻게 사람을 움직일까. ‘에이든 로마 여행지도’는 답을 알고 있다. 로마의 거리명, 광장의 곡선, 카페의 위치 하나까지 세심하게 배치된 구성은, 여행자가 지도를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만든다. 여행지와 인간의 감각을 이어주는 그 감정의 회로가 바로 이 지도 속에 숨어 있다.  


🔖 로마로 떠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많은 여행자들이 ‘시간 절약’을 원한다. 그러나 이 지도는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동시에 시간을 ‘깊게’ 쓸 수 있게 해준다. 구글맵으로는 느낄 수 없는 여백, 연결된 거리의 맥락, 그리고 손끝의 기억. 에이든 지도는 결국 “효율”이 아니라 “체험”의 언어로 만들어진 여행서다. 싸지 않지만, 여행을 사랑하는 이라면 충분히 그 가치를 체감할 것이다.  


❓이 지도, 디지털 시대에 정말 필요할까요?  

그렇다. 구글 지도는 길을 안내하지만, 여행의 결을 안내하지는 않는다. ‘에이든 로마 여행지도’는 공간과 감정을 함께 보여준다. 한 장의 지도에서 ‘어디를 갈까’가 아니라 ‘어떻게 느낄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방수 종이로 제작되어 비를 맞아도 끄떡없고, 가벼워서 가방 속에 쏙 들어간다. 디지털 기계보다 따뜻하고, 손끝에서 펴지는 감촉이 로마의 감성을 배가시킨다.  그게 바로 여행의 본질이다.  


💬 로마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지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마치 ‘로마의 기억’을 손에 쥐는 듯한 감정이 전해진다. 트레비 분수 앞에서 소원을 빌며, 이 지도 위에 자신만의 여정을 그려보라. 언젠가 그 길 위에서 다시 펼쳐질 당신의 이야기가, 또 하나의 ‘에이든 여행지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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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영어 필사 100일
노용환(드래곤) 지음 / 진서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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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영어 필사 100일』 , 손으로 쓰며 마음과 언어의 회로를 다시 잇다

🔺 저자 : 노용환(드래곤) 

🔺 출판사 : 진서원


🎯 『마법의 영어 필사 100일』을 처음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안도였다. 수능과 모의고사 지문이 버겁게 느껴지는 학생들에게도, 바쁜 일상 속에서 영어 감각을 다시 켜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이 책은 과장 대신 루틴을 건넨다. 저자 노용환은 입시 현장의 데이터와 교실의 체온을 동시에 아는 사람이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 쌓아온 필사 수업의 경험을 토대로 위로·자존·관계·성장의 네 가지 주제를 묶어 100일 코스를 설계했다. 하루 10분, 손으로 베껴 쓰는 시간 동안 독자는 문장을 이해하고, 단어를 체득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법을 배운다. 공부와 삶이 서로를 북돋우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 왜 지금, 필사인가


디지털 속도로 정보를 삼키는 시대에 학습의 가장 큰 적은 망각이다. 눈으로 스치고 지나간 문장은 금세 흔적을 감춘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손으로 베껴 쓰는 행위는 의미를 곱씹게 만들고, 낱말과 문장의 결을 신체 기억으로 옮긴다.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어휘를 중심으로 문장을 고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부 효과를 높이되, 내용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독자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진 울림, 실수와 도전의 관계, 호흡을 고르는 법 같은 테마를 따라가며 언어와 태도를 함께 다듬는다


🔖 위로·자존·관계·성장으로 엮은 100일 커리큘럼


이 책의 뼈대는 네 개의 주제다. 위로의 시간에서는 마더 테레사와 오프라 윈프리의 문장처럼 짧지만 깊은 말이 남기는 긴 잔향을 배운다. 자존의 순간에서는 루미와 단테의 목소리를 통해 흔들리는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을 익힌다. 관계의 온기에서는 브레네 브라운과 닐 디그래스 타이슨의 구절로 연결의 의미를 다시 묻고, 성장의 다짐에서는 소로와 존 맥스웰을 통해 작은 꾸준함이 만드는 간격을 체감한다. 각 날마다 문장이 끝이 아니다. 저자는 문장의 배경과 맥락, 어원과 확장 어휘, 관련 이슈를 덧붙인다. 덕분에 인문·철학·과학·예술을 가로지르는 독해력이 쌓이고, 수능형 지문이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하위권부터 상위권까지 레벨 구분 없이 따라갈 수 있도록 난도를 세심하게 조절한 점도 눈에 띈다.


🔖 교실 밖에서도 계속되는 학습의 기술 


학습은 책상 위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루틴을 설계하자. 첫째, 매일 같은 시간에 10분 필사를 고정한다. 둘째, 필사 후 바로 소리 내어 한 번 읽는다. 호흡과 억양이 의미를 붙잡는다. 셋째, 오늘의 핵심 단어로 예문 하나를 직접 만든다. 넷째, 7일에 한 번 복습 데이를 만들고, 오탈자와 모호했던 구절에 표시한다. 다섯째, 가족이나 친구와 의미를 나누며 짧은 한국어 소감 한 줄을 남긴다. 교실에서는 벨 전 5분 루틴, 가정에서는 취침 전 정리 루틴으로 자리 잡으면 좋다. 


🔖 100일 이후를 위한 지속 루틴 설계


백일의 끝이 곧 시작이 되도록 사후 루틴을 준비하자. 먼저 마음에 남은 20개의 문장을 골라 카드로 만든다. 한 면에는 원문, 다른 면에는 핵심 어휘와 나만의 해석을 적는다. 출퇴근과 이동 시간에 카드를 넘기며 소리 내어 읽으면 기억의 고리가 단단해진다. 다음으로 위로·자존·관계·성장 네 폴더에 자신만의 문장을 계속 모아 붙인다. 책에서 배운 어휘와 어법을 재활용해 일기처럼 짧은 문단을 써보자. 마지막으로 작은 목표를 세운다..


💬 이 책을 읽고 쓰는 동안 마음은 잔잔해지고, 영어는 낯선 벽이 아니라 함께 걸을 길이 된다. 무엇보다 매일 10분의 성실함이 내일의 자신감을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배웠다. 길고 고단한 하루 끝, 공부가 버겁게 느껴지는 저녁에도 이 책이 작은 불빛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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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방어 전략 -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론
스티븐 브라이엔.얼 해일스턴 지음, 조용호 옮김 / 드러커마인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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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방어 전략 』 , 전쟁을 멈추기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Stopping A Taiwan Invasion 


🔺 저자 : 스티븐 브라이엔 Stephen D. Bryen , 얼 해일스턴 Lt. General Earl B. Hailston 

🔺 옮긴이 : 조용호

🔺 출판사 : 드러커마인드


🎯 『타이완 방어 전략 Stopping A Taiwan Invasion』을 펼치기 전부터 마음은 무거웠다. 동아시아의 하늘과 바다가 더는 먼 뉴스가 아니란 사실을 우리는 몇 년 사이 뼈아프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기대한 이유는 단순했다. 공포를 부추기는 묘사가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실무적 해법을 찾고 싶었기 때문. 미국 국방부 정책을 다뤄온 스티븐 브라이엔과 태평양 해병대 지휘 경험을 가진 얼 해일스턴, 그리고 미국 안보정책센터의 전문가들이 쌓아올린 검토와 토론의 기록은 단단했다. 번역자 조용호의 서문은 이 작업이 선동이 아니라 예방을 위한 제안임을 분명히 하며, 독자로 하여금 차분한 시선으로 동아시아의 내일을 그려보게 만든다.


🔖 전쟁을 막기 위한 억제의 문법


이 책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억제의 정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았듯, 오판은 준비의 공백에서 자라난다. 상대가 신속한 성과를 확신할 수 없도록, 침공의 비용과 불확실성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는 것이 억제의 본령이다. 저자들은 워게임과 시뮬레이션의 냉정한 결과를 토대로, 대규모 전력의 정면충돌을 상정하기보다 공격의 첫 단계부터 속도를 늦추고 결심을 흔드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항과 항만, 지휘결심체계의 생존성을 높이는 분산, 예비, 복구 계획은 군사만의 과제가 아니다. 에너지와 통신, 물류의 백업을 갖추는 사회적 대비까지 포함된다. 


🔖 전략적 명료성으로의 전환


저자들은 오래된 전략적 모호성의 유효기간이 짧아졌다고 진단한다. 명확한 규범과 약속, 그리고 실행 가능한 지원 프로세스를 통해 오판을 줄이는 전략적 명료성이 필요하다는 것. 훈련과 보급, 정보 공유와 표준화된 절차가 붙을 때 비로소 신뢰 가능한 약속이 된다. 브라이엔과 해일스턴은 태평양 사령부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적 의지와 군사적 실천이 서로를 견인해야 한다고 촘촘히 짚는다. 


🔖 다층 방공과 공중우세의 열쇠


일본 남서도서 지역의 레이더·요격망 연계, 해상 플랫폼의 상시 순환 배치, 미사일 방어 체계의 역할 분담이 그 예다. 독자로서 인상 깊었던 대목은, 방어란 요격의 수치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벌어내는 설계라는 사실이다. 공격의 템포를 깨뜨리는 매 순간이 곧 억지의 성공 확률을 높인다.


🔖 분산·비대칭 전력과 동맹 협력


이들은 무력을 찬양하지 않고, 연합의 표준과 절차, 데이터 연동과 상호 학습의 가치를 강조한다. 분산된 작은 노력이 촘촘한 그물처럼 연결될 때, 억지는 구호가 아니라 시스템이 된다. 읽는 내내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동맹이란 전시에 갑자기 작동하는 마법이 아니라, 평시에 축적된 합의와 습관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


🔖 시민 레질리언스와 동아시아의 파급효과


책은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군사 밖의 풍경을 응시한다. 허위정보와 심리전, 사이버 위협, 공급망 교란은 총성이 울리기 전부터 이미 사회를 흔드는 전쟁의 전 단계다. 따라서 시민의 정보 리터러시, 위기 시 공공 커뮤니케이션, 에너지와 통신의 다중 백업, 의료·구호의 민관 협업은 모두 억제의 일부다. 이는 곧 한국과 일본,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닿는 메시지다. 전쟁을 막는 기술은 결국 신뢰를 축적하는 일상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이 책은 조용히 설득해낸다.


📌 일반 독자가 이 책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배움은 무엇일까요?


첫째, 허위정보와 공포를 구분하는 습관이다. 위기 소식이 들릴 때 출처 확인과 기본 데이터 읽기를 생활화하자. 둘째, 생활 인프라의 대안을 점검하자. 비상연락망, 간단한 비상물품, 지역의 대피·의료 정보는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셋째, 지역과 이웃의 연대다. 위기는 공동체가 서로의 강점으로 빈틈을 메울 때 가장 빠르게 지나간다. 책은 이 세 가지를 군사 밖의 억지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


💬 전쟁을 이야기하는 책이 이렇게 차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을 움직였다. 겁을 주지 않고, 꿈을 말하지도 않지만, 대신 내일을 준비하는 구체적인 손놀림을 보여준다. 책은 계속 말한다.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구조이며, 억지는 포스터가 아니라 습관이라고. 그래서 나는 책장을 덮고도 긴 숨을 쉬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준비가 결국 큰 재난을 비껴가게 한다는 믿음이 조금 더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불안의 시대에 현실적인 희망의 경로를 찾고 싶은 당신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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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AI - 사소한 오류부터 치명적 위협까지
카타리나 츠바이크 지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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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AI인공지능』 - 사소한 오류부터 치명적 위협까지 

🔺 저자 : 카타리나 츠바이크 Katharina Zweig 

🔺 옮긴이 : 유영미 

🔺 출판사 : 니케북스


🎯 『무책임한 AI』은 우리가 매일 손에 쥐고 사는 자동화의 편리함 뒤편에서 어떤 판단이, 누구의 책임으로 내려지는지 정면으로 묻는다. 책장을 펼치기 전 나는 막연히 기술과 윤리가 조화롭게 발전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카타리나 츠바이크는 유려한 사례와 치밀한 개념 정리를 통해, 그 기대가 얼마나 취약한 전제 위에 서 있는지를 하나씩 벗겨낸다. 상품 추천, 채용, 신용평가, 범죄 재범 예측, 자율주행까지 인공지능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영역이 점점 줄어든 지금, 우리는 그 판단을 신뢰할 근거와 이의를 제기할 절차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 이 질문이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독자의 마음을 붙든다.


🔖 저자와 책의 문제의식  


저자는 독일 RPTU 카이저슬라우테른-란다우 대학교의 컴퓨터과학 교수이자 사회정보과학 연구소장으로, 의회와 집행위의 기술 자문을 맡아온 연구자다. 생명정보학과 철학까지 가로지른 이력답게, 그는 기술을 공학적 효율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책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책은 “눈도 코도 입도 마음도 없는 기계가 어떻게 인간의 삶에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가”라는 통렬한 질문으로 출발한다. 저자는 기술비판을 위한 기술비판에 머물지 않는다. 대신 의사결정이 어떤 데이터로 훈련되고, 어떤 모델링 선택이 개입되며, 그 결과가 어떤 제도적 경로를 통해 사람의 삶으로 흘러드는지를 구조적으로 보여준다. 학자로서의 엄밀함과 시민으로서의 책임 의식이 맞물린 문장들은, 독자가 스스로의 일로 문제를 받아들이게 만드는 설득력을 지닌다.


🔖 알고리즘과 휴리스틱, 그리고 블랙박스  


많은 사람이 ‘알고리즘’이라는 단어에 완전성과 중립성을 기대하지만, 현실의 대다수 문제는 명확히 정의되지 않기에 최적해 대신 휴리스틱을 사용한다. 데이터 선택, 전처리, 특징 설계, 손실함수와 가중치의 조정까지 셀 수 없는 모델링 결정이 주관성을 품은 채 쌓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은 외부에서 내부 규칙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블랙박스가 된다. 언론은 종종 코드 자체를 문제 삼지만, 저자가 주목하는 지점은 더 근본적이다.


🔖 사례로 본 오류의 연쇄와 책임의 사슬  


신용한도 산정에서의 성차별 의혹, 흐릿한 영상 매칭으로 한 시민을 범인으로 지목한 사건, 자율주행차가 임의 지점에서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를 모델링하지 못해 일어난 비극 등, 책은 사소한 결함이 어떻게 치명적 결과로 확장되는지 보여준다. 책은 그 이분법 자체가 부정확하다고 일깨운다. 기술과 제도, 사람과 데이터는 한 몸처럼 상호작용하며 오류를 증폭하기 때문이다.


🔖 검증 가능한 결정과 검증 불가능한 결정 

 

저자는 자동화된 결정을 크게 세 갈래로 나눈다. 발생 빈도가 낮아 학습 자체가 어려운 영역, 개인과 집단 수준에서 정확성과 공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영역, 그리고 개인 단위에서는 즉시 검증이 불가능하지만 집단 통계로는 사후 검증이 가능한 영역이다. 마지막 갈래에서 우리는 난감해진다. 내게 내려진 결정이 타당했는지를 지금 증명할 수 없다면, 그 판단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여기서 책은 기준을 제안한다. 


💬 이 책은 불안을 자극하려는 경고문이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결정을 설계하도록 초대하는 안내서다. 내게 적용되는 자동화된 평가는 검증 가능한가. 검증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며, 그 비용은 누구의 몫인가. 결과는 집단별로 공정한가. 만약 통계로만 검증된다면, 그 판단은 인간보다 충분히 우월한가. 그리고 인간과 기계가 협력하는 구조에서 나는 어떤 권리를 갖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한 장 한 장을 덮을 때마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다가오지만, 동시에 가능성의 문도 함께 열린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질문이 정교해질수록, 내일의 제도는 더 공정해질 것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 결정에 울고 웃고 있는가. 그 결정의 근거와 절차를, 오늘 한 번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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