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세계철학전집 6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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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 덜어내고, 웃어넘기며, 본성으로 사는 법』
🔺 지은이: 디오게네스
🔺 엮은이: 이근오
🔺 출판사: 모티브


🎯 '개처럼 산다’는 말은 흔히 모욕처럼 들리지만, 디오게네스의 철학 속에서는 오히려 가장 자유롭고 진실한 삶의 선언이 된다. 이 책을 펼치기 전부터 묘한 기대가 생겼다. 세상의 기준과 체면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본성에 따라 살았던 한 철학자의 이야기라니. 요즘처럼 타인의 시선에 갇힌 시대에, “내가 진짜 나로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용기를 주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디오게네스의 행복론


“행동으로부터 자유가 나온다.” 이 문장은 디오게네스 철학의 출발점이다. 그는 생각보다 행동을, 말보다 실천을 중시했다. 그가 항아리를 집 삼고 살았던 이유는 단순했다. 부와 명예가 인간의 본질을 가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근오 엮은이는 그 단순한 행동 속에서 ‘덜어냄의 행복’을 읽어낸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혼란스러워지는 현대의 삶에서, 디오게네스는 역설적으로 ‘버릴수록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 디오게네스의 실천론


그는 늘 행동으로 말했다. “무례한 말에는 헛소리로 대답해야 한다”는 구절에서 보이듯, 세상의 규범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한 유연함과 재치가 필요했다. 디오게네스는 사회의 허위와 위선을 조롱했고, 권력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햇볕을 가리지 말고 비켜주시오’라던 그의 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 디오게네스의 통찰론


그는 인간을 향해 ‘정직한 개로 살 것인가, 위선자로 살 것인가’를 물었다. 사람의 진짜 성품은 분노의 순간에 드러난다고 했다. 이 장에서 나는 유독 오래 머물렀다. 우리는 종종 ‘착한 사람’이 되려다 ‘진실한 사람’을 잃는다. 디오게네스는 그것을 거부했다. 그는 ‘좋은 사람’보다 ‘진짜 사람’이 되고자 했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솔직할 용기, 그 용기야말로 그의 철학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이다.


🔖 디오게네스의 진실론


디오게네스의 죽음은 그의 철학의 완성이었다. “내 무덤 위에 큰 개 한 마리를 새겨 달라”는 유언은 그가 끝까지 자신답게 살았다는 증거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썩은 고기를 먹고 죽었든, 숨을 참아 세상을 떠났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유롭고 담담했다’는 사실이다.


💬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는 단순히 철학서가 아니라, 자유를 꿈꾸는 모든 이의 일기장 같다. 이 책을 덮은 후에도 그의 말이 귀에 맴돈다. “나는 개다. 주는 이에게는 꼬리를 흔들고, 나쁜 자는 물어 뜯는다.” 세상의 눈치를 보느라 잃어버렸던 나의 ‘본모습’을 되찾고 싶어진다. 


📌 이 책은 남의 기준이 아닌, 나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 당신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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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믹 쿼리 - 우주와 인간 그리고 모든 탄생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유쾌한 문답
닐 디그래스 타이슨.제임스 트레필 지음, 박병철 옮김 / 알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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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믹 쿼리 - 빛이 지나간 자리엔 시간과 존재가 남고,그곳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나’와 ‘우주’의 경계를 느끼게 된다. 

Cosmic Queries: StarTalk’s Guide to Who We Are, How We Got Here, and Where We’re Going 

🔺 저자 :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 , 제임스 트레필 James Trefil 

🔺 옮긴이 : 박병철 

🔺 출판사 : 알레


🎯 『코스믹 쿼리』는 거대한 우주를 어렵지 않은 질문으로 끌어와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눈으로만 보던 별이 문장으로 가까워지고, 내 안의 오래된 호기심이 조용히 깨어난다. 과학이 나를 압도하기보다 나와 대화하려는 듯 다정하다. 오늘은 그 대화에 기꺼이 참여해 보기로 했다.


🔖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디일까


고대의 호기심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측정과 추론의 출발이었다. 지구가 얼마나 크고 태양계가 어느 만큼 넓은지, 별빛이 얼마나 오래 전의 신호인지 차근차근 보여준다. 이어서 은하의 규모로 시야를 확장하며 우리는 스스로 중심이 아님을 배운다.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이 주는 상실감 대신,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된 존재라는 자각이 생긴다. 작은 행성의 한 점에서 우리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묻는다. 여기서의 우리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겁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 덕분에 나의 자리가 선명해진다.


🔖 우리가 아는 우주와 발견의 방법


타이슨과 트레필은 무엇을 아는지보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더 오래 들여다본다. 갈릴레오의 망원경에서 전파와 적외선, 중력파로 이어지는 관측의 확장, 대기권 밖으로 나간 망원경과 행성으로 향한 탐사선, 입자가속기에서 확인된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징후까지. 우리는 자연을 정면으로 보기보다 다양한 창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한다. 그러다 만나게 되는 사실 하나. 우리가 확실히 이해한 물질과 에너지는 우주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나머지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으며, 존재의 방식은 알지만 정체는 모른다. 모른다는 고백은 좌절이 아니라 초대가 된다. 알지 못하는 95퍼센트를 향해 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질문


생명은 무엇으로 시작되었고 어디까지 가능한가. 책은 지구라는 사례 하나만으로 우주의 전체를 일반화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생명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견디고, 때로는 우리가 상상하지 않던 화학과 구조로 나타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물과 에너지, 시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며, 기술 문명이 스스로의 신호를 남기는 방식을 탐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가장 큰 위안은 정답이 아니라 태도다. 바라는 답을 미리 정해둔 다음 증거를 끼워 맞추지 말 것, 보이는 신호가 없다고 해서 존재가 없다고 결론 내리지 말 것. 단단한 질문과 방정식 같은 추정이 서로를 보완하며 우리를 조금씩 앞으로 밀어 준다.


🔖 시작과 종말 그리고 의미


가장 멀리 있는 질문은 가장 가까운 자리를 비춘다. 우주는 어떻게 시작했고 어디로 가는가. 빅뱅 이전을 말하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고, 다중우주 같은 가설은 상상과 검증의 경계에서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책은 단호하게 말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알고자 하는 욕망이 과학을 움직였고,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가 과학을 성장시켰다고. 종말의 시나리오를 나열하는 장면에서도 공포는 강조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배려해야 하는지, 어떤 지식과 상상으로 다음 세대의 창을 더 넓힐 수 있는지가 이야기의 핵심이 된다.


💬 밤하늘은 더 이상 신화의 무대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과학이 신화를 몰아낸 자리에 공백이 남지는 않았다. 대신 질문이 자랐고, 그 질문이 내 하루를 조금 넓혔다. 책을 덮고 불을 끄기 전 한 번 더 창밖을 본다. 아주 오래 전 별에서 온 빛이 내 방 안까지 들어와 조용히 머문다. 이 빛의 나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겸손해지고, 동시에 이상하게 든든해진다.


📌 이 책은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습관을 갖고 싶은 당신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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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스미는 사람 -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문장들
김혜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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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스미는 사람 - 사랑이 스민 자리에, 삶이 다시 자라났다 


🔺 저자 : 김혜진 

🔺 출판사 : 미다스북스


🎯 김혜진 작가의 문장은 아픈 사람의 숨결처럼 다가왔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무너지고, 그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이야기였다. 읽는 동안 내 안의 상처들이 천천히 풀려나고, 오래 묶인 감정이 조용히 빛으로 번졌다. 이 책은 누군가를 사랑한 사람보다, 사랑에 부서져 본 사람의 이야기.


🔖 괜찮아서 괜찮아요
스스로를 ‘무너진 채로 깨어나던 사람’이라 고백한다. 넘어지고 쓰러지던 시간 속에서도, 작가는 작은 숨 하나로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다. 흔들리는 것도 그 자체로 괜찮다고 말하며,
삶이란 결국 다시 서는 일,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사랑을 배우는 일이라 일러준다.
그의 문장은 상처 위에 다정하게 손을 얹는다.


🔖 숨이 차서, 살아 있음을 느꼈어요
그녀는 말한다. 글을 쓴다는 건 “숨을 고르는 일”이라고. 병동의 하루,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그곳에서 그는 매일 살아 있음을 배운다. 숨이 차오르듯, 감정은 고여 있다가 문장으로 온다.
사랑이 실패로 끝나도, 살아 있다는 감각이 다시 그를 일으킨다. 그녀의 문장은 고요하지만 단단하다.


🔖 지나간 사랑이었음을 몰랐어요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시절, 그때의 미숙함과 망설임이 천천히 문장으로 녹아든다. 모든 것이 사랑이었다는 걸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는 고백은 한 사람의 아픔을 넘어, 모든 독자의 마음에 닿는다. 사랑은 끝나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따뜻하다.


🔖 끝끝내 사랑을 할 거예요
끝끝내 사랑을 할 거라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아픔이 남더라도 다시 일어날 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의 문장은 부드럽지만 힘이 있다. 사랑은 그에게 회복의 이름이고, 그 다정함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다.결말이 아니라 다짐이라고. 


💬 이 책은 아픔을 덜어내는 법보다, 함께 견디는 법을 알려준다. 사랑은 끝나도 살아가는 일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러준다. 무너진 자리에서도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바로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문장들이다.


📌 이 책은 사랑을 잃고도 사랑을 믿는 당신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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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고요 - 자연의 지혜와 경이로움을 담은 그림 에세이
보 헌터 지음, 캐스린 헌터 그림, 김가원 옮김 / 책장속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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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고요 - 숲과 별빛 사이에서 배우는 자연의 지혜와 그림의 언어 


🔺 저자 : 보 헌터 

🔺 그림 : 캐스린 헌터 

🔺 옮긴이 : 김가원 

🔺 출판사 : 책장속북스


🎯 비행과 일상 사이의 틈에서 이 책을 펼쳤다. 숲의 숨결과 별빛의 리듬이 페이지 위로 번져왔다. 『낯선 고요』는 자연을 설명하지 않으면서 자연이 먼저 말을 걸게 한다. 나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속도를 늦추는 법을 배웠다. 그림은 손바닥만 한 우주였고, 문장은 그 우주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도시의 소음 사이로도 새들의 가느다란 선율이 들린다.


🔖 작은 생명들의 거대한 협정, 생물다양성의 얼굴


곤충들을 향한 시선은 이 책의 심장이다. ‘약 1경 마리의 개미’가 지구의 순환을 떠받치는 장면을 상상할 때, 숫자는 갑자기 체온을 얻는다. 헌터의 그림은 현미경을 닮았지만 결코 냉혹하지 않다. 미세한 질감을 층층이 올려 작은 날갯짓의 떨림을 시각화하고, 점묘와 해칭으로 흙의 숨결을 들린다. 보 헌터의 문장은 그 리듬 위에 앉아 조용히 말을 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보살피며 살아갑니다.” 이 단정한 진술은 이 책 전체의 윤리이자 방식이다. 


🔖 신성한 기하와 숲의 문법, 패턴으로 읽는 우주


책은 ‘신성한 기하’를 멀리 있는 신비가 아니라, 꽃잎과 솔방울, 조개껍데기에 새겨진 생활의 문법으로 보여준다. 피보나치 수열과 프랙탈 패턴이 자연의 반복과 변주를 묵묵히 증언하고, 우리는 그 질서에 시선을 오래 머무는 동안 알파파가 잔잔히 깔리는 것을 체감한다. 여기서 캐스린 헌터의 그림은 결정적이다. 판화와 혼합 매체의 결로 만들어진 선은 과잉을 모른다. 여백이 호흡을 만들고, 단정한 형태가 스스로 빛난다. 잉크가 종이에 스미는 질감, 누르거나 들어올린 압력의 차이가 주는 명암과 결의 층위, 절제된 색의 선택까지 헌터는 선을 긋지 않고 ‘숨을 놓는다’. 그 호흡이 페이지를 지나 내 눈동자에 닿을 때, 패턴은 교과서가 아니라 기도문이 된다.
“세상엔 그저 존재하는 것들이 있어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채로, 있는 그대로 머무는 것들.”


🔖 하늘과 현재, 변화의 윤리와 ‘지금 여기’


“고개를 들어요!”로 대표되는 하늘의 장면과 “변화는 자연스러운 일이에요”의 사유는 이 책이 단지 위안을 넘어 윤리로 도달함을 보여준다. 드문드문 박힌 별과 질서의 은유, 헤라클레이토스와 불교의 무상 사유가 한 페이지에 나란히 앉아 있다. 텍스트가 변화를 이야기할 때, 헌터의 그림은 구름과 바람, 흐르는 물의 선형을 간결하게 반복한다. 방향을 잃지 않은 반복은 안정을 낳고, 미세하게 달라지는 두께는 변화의 리듬을 알려준다. 


🔖 감각을 깨우는 채집의 시간, 듣고 맛보고 멈추기


무엇을 먹는가가 아니라, 무엇에 귀를 기울이며 먹는가를 묻는다. “채집은 우리를 자연 속으로 이끄는 초대장”이라는 문장을 따라가면, 냄새·촉감·소리·빛의 온도까지 하나의 감각 악보처럼 배치된다. 헌터의 정물적 구도는 사물의 실루엣을 도려내듯 명료한데, 그 명료함이 차갑지 않은 이유는 재료의 질감과 종이의 숨결을 끝까지 남겨두기 때문이다. 눌린 잎맥, 거칠게 잘린 가장자리, 두꺼운 잉크의 얇은 마감.보 헌터는 “자연이 먼저 말하게 두라”고 말하며, 번역가 김가원은 그 낮은 목소리의 어조를 한국어의 부드러운 호흡으로 이식한다. 독자는 읽는 동안 듣고, 맛보고, 멈춘다. 멈춤은 결핍이 아니라 회복의 장치가 된다.



💬 밤하늘의 얇은 빛, 숲의 서늘한 냄새, 종이에 스민 잉크의 촉감이 하나의 언어가 된다. 고요는 비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를 지탱하는 충만이었다.


📌 이 책은 자연 앞에서 속도를 늦추고 싶은 당신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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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프랑스사 - 단숨에 읽는 프랑스 역사 100장면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역사
후쿠이 노리히코 지음, 류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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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프랑스사 - 단숨에 읽는 프랑스 역사 100장면


🔺 지은이: 후쿠이 노리히코

🔺 옮긴이: 류지현

🔺 출판사: 현익출판


🎯 루브르와 에펠탑을 사랑하지만 그 배경의 시간까지 알고 싶었다. 100개의 장면으로 꿰어진 이 얇고 단단한 역사서는 여행자의 눈을 시민의 시선으로 바꾸는 힘, 그것이 이 시리즈가 약속한 교양의 품격이었다. 프랑스의 풍경을 지탱해 온 언어와 제도, 전쟁과 사상의 결이 손끝에 닿기 시작했다.


🔖 갈리아에서 프랑스로, 이름이 바뀔 때 생긴 일


책의 초반은 로마의 침공과 지배, 그리고 프랑크 왕국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시간의 줄기를 숨 가쁘지 않게 짚는다.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은 클로비스 1세가 병사들과 함께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한 대목이다. 정치적 정통성과 종교적 권위를 동시에 확보하려 했던 그의 결단은 이후 프랑스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갈리아의 도로, 도시 계획, 행정의 틀이 후대의 국가 체질로 이어지는 설명은 명쾌하다. 몽생미셸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교통과 신앙의 요충지였음을 이해하는 순간, 그 풍경은 돌보다 오래된 언어가 된다.


🔖 베르사유의 화려함과 파리의 그늘, 절대왕정의 역설


루이 14세가 베르사유로 거처를 옮긴 까닭을 내란의 기억과 연결해 풀어내는 설명이 빼어나다. 금빛 궁정 문화와 정교한 의례는 권력을 부드럽게 고정하는 장치였고, 중상주의는 국력의 혈관이었다. 하지만 찬란함 뒤에는 세금과 빚, 종교의 균열이 숨어 있었다. 장 보댕이 제시한 주권 개념은 왕권신수설의 사상적 토대가 되어 중앙집권화의 명분이 되었고, 이로써 프랑스는 가장 강력한 왕국이자 가장 불안한 사회로 변했다. 베르사유의 화려함은 무기가 되었고, 결국 그 무기는 주인을 겨냥했다. 책은 그 과정을 도덕의 문제로 단순화하지 않고, 정치와 사상의 상호작용으로 조명한다.


🔖 혁명과 나폴레옹, 법과 신화가 만난 자리


혁명은 불꽃이 아니라 서서히 타오른 장작이었다. 책은 혁명 초기 민중이 왕정을 즉시 타도하려 한 것이 아니라 국왕 아래에서 새로운 정치 질서를 꿈꾸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공포 정치와 로베스피에르의 단두대, 그리고 나폴레옹의 부상까지. 특히 나폴레옹이 파리 반란을 진압하며 등장하는 장면은 드라마보다 긴박하다.개선문 아래 잠든 이름들이 갑자기 생생하게 다가오고, ‘자유, 평등, 박애’의 구호가 바람 속에서 다시 들린다.


🔖 드골과 제5공화국, 오늘의 프랑스를 가능하게 한 질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 점령과 해방, 제5공화국의 탄생은 프랑스를 다시 세운 근대의 연금술이었다. 드골은 강한 행정부와 국민투표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 산업화와 식민지의 그늘, 이민 사회의 다양성은 오늘날 프랑스의 일상 속에서도 계속 작동한다. 책은 유럽 통합의 맥락에서 프랑스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보여 주며, 민주주의의 성숙이 논쟁과 타협의 기술로 완성됨을 깨닫게 한다. 연표로 정리된 100장면은 프랑스의 역사와 세계의 시간을 나란히 세워 보여 주며, 한 나라의 경험이 인류의 진화와 어떻게 교차하는지 눈앞에 펼친다.


💬 책을 덮는 순간, 프랑스의 풍경은 거리의 돌바닥이 역사의 텍스트처럼 읽히고, 사람들의 일상이 법과 사상의 흔적으로 보인다. 여행은 결국 질문의 형태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곳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살아갈까. 이 책은 그 질문에 장면으로 답한다. 당신이 떠나기 전, 단 한 장면이라도 이 책을 펼쳐 보길 바란다. 여행의 깊이는 그 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 이 책은 풍경의 배경까지 이해하고 싶은 당신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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