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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듣고 싶은 한마디 필사책
김옥림 지음 / 정민미디어 / 2025년 4월
평점 :
『매일 듣고 싶은 한마디 필사책』하루 한 문장으로 마음을 다듬다
🔺 저자 : 김옥림
🔺출판사 : 정민미디어

📌 하루의 시작에 한 문장, 잠들기 전 또 한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는 일상이 내 안의 균형을 되찾아 줄 것만 같았다. 이 책은 시와 소설, 동화와 교양을 넘나드는 폭넓은 저작 활동을 이어 온 김옥림 작가가 고른 주옥같은 문장들을 묶어, 삶의 지혜와 사랑의 감각을 손끝으로 새기게 돕는다.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베껴 씀으로써 내 생각을 단단히 묶는 법, 그 단순하고 고요한 길이 얼마나 큰 변화를 데려오는지, 책은 잔잔하고 분명하게 보여준다.


🔖필사, 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가
한 번 읽고 흘려보내는 정보의 시대에 손으로 옮겨 적는 행위는 역행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장 근본적인 학습의 기술이다. 읽는 것은 지나가지만 쓰는 것은 남는다.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호흡이 느려지고, 내면의 소음이 잦아든다. 머릿속을 스치는 인상과 감정이 글자의 획을 타고 천천히 가라앉는다. 필사는 기억을 붙잡고 사유를 이식한다. 그 결과는 단정하다. 더 오래 기억하고,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선명하게 말하는 사람으로 변한다. 조선 후기의 학자들이 독서와 필사를 엮어 사유의 체계를 세웠듯, 우리 역시 오늘의 언어를 내일의 지혜로 빚어갈 수 있다. 이 책이 제안하는 필사는 단지 베껴 쓰기의 반복이 아니라, 나의 문장력과 삶의 방향을 비늘처럼 포개어 세우는 느린 혁신이다.
🔖 저자와 책의 성격, 그리고 읽기 전 기대감
시인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로 다채로운 목소리를 낸 저자는 삶과 사랑, 신념과 성장을 관통하는 문장들을 선별하여 여섯 장의 흐름으로 엮었다. 삶의 지혜, 신념의 단단함, 이상과 용기, 사색의 문장, 명시와 명문장, 사랑과 행복의 서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인용과 해설이 이어진다. 독자는 그날의 마음결에 맞는 한 문장을 고르고, 의미를 되새기며, 나의 언어로 다시 길을 낸다. 책을 열기 전 내가 품은 기대는 단순했다. 하루 한 문장으로도 삶의 속도가 조절될까. 그러나 곧 알게 된다. 한 문장이 하루를, 여러 문장이 습관을, 습관이 결국 사람을 바꾼다는 것을. 고르게 배열된 주제와 차분한 문체, 과하지 않은 설명은 초심자에게도 부담이 없다.


🔖 손으로 쓰는 독서가 만드는 변화
필사의 장점은 명료하다. 오래 기억하고, 나의 생각을 세우며, 글쓴이의 뜻을 깊이 공감하고, 어휘력과 문장력을 기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자존감의 회복이다. 매일 한 문장을 완성하는 작은 성취가 마음의 근력을 키운다. 손이 움직이는 동안 마음은 산만함에서 멀어진다. 마침표를 찍고 난 뒤, 같은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 보면 인식이 한 겹 더 깊어진다. 책이 제안하는 여섯 갈래의 길은 각자의 삶에 다른 문을 열어 준다. 신념의 장에선 흔들림을 정돈하고, 사색의 장에선 생각의 결을 다듬으며, 사랑의 장에선 마음의 온도를 회복한다. 이 과정이 쌓이면 문해력은 자연스레 높아지고, 말과 글이 덜 흔들린다. 결국 필사는 문장과 내가 일체가 되는 경험, 곧 사유의 몸을 만드는 공력이다.
🔖 인상 깊은 문장과 나만의 해석
생각하는 대로 살면 생각한 대로 살고, 사는 대로 살면 산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익숙한 듯하지만, 필사하며 읽으면 다른 진실이 떠오른다. 생각은 삶을 끌고 가지만, 삶 또한 생각을 끌어당긴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의 작은 행동으로 내일의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행복한 날이 있다. 이 짧은 문장을 옮겨 적을 때, 행복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마음의 습관임을 새긴다. 가장 무서운 적은 자기 자신이다라는 구절 앞에서는 손이 멈춘다. 스스로를 이기는 훈련이 곧 필사의 반복임을 인정하게 된다. 책과 인생은 닮았지만 다르다. 책은 다시 읽을 수 있으나 인생은 다시 살 수 없다.손으로 쓰는 동안 내 맥락과 결합하며 유일한 체험으로 바뀐다.


💬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지금의 나로도 충분하다는 담대함이 천천히 스며든다. 내일의 문장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노트를 덮는다. 손끝이 배운 언어는 잊히지 않는다. 그 언어가 내 삶의 방향을 부드럽게 틀어 준다. 작은 문장 하나가 하루의 균형을 지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