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 생산체제와 노사관계
강종열 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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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학문을 하는 경우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학문의 인프라 구성이 적합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의 경우 그 위기를 자초하게 된 이유는, 서구의 이론을 효율적으로 이해하고 또 그것을 국내의 실정에 맞게 독창적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분야도 팀을 짜서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학문구조가 생겼으면 하고 생각해왔다. (특히, 인문학 분야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체계가 잘 잡힌다면 우리도 매년 많은 수의 국내연구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 학구열은 세계 최고의 수준인 우리나라가 아닌가!

이것은 개인적인 성토였다. '대안적 생산체제와 노사관계'는 산업사회학 분야의 훌륭한 교수님들이 모여 만든 책이다. 이 분야의 국내 연구성과를 가늠하게 하는 그런 책으로, 반드시 읽어봐야 할만하다. 물론 윗 글에서처럼, 나는 이런 연구서적이 매년 훨씬 더 많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는 대안적 생산체제의 이론적 모색으로서 유연전문화론과 린생산방식을 넘어 시스템합리론을 논의하고, 인간중심적 생산체제를 집중적으로 언급한다. 2부에서는 선진국에서의 단체교섭의 분권화, 노동조합운동, 그리고 일본과 미국, 독일의 경우를 논의한다. 3부에서는 한국의 경우를 공장, 생산체제, 인적자원관리, 그리고 작업장 교섭의 문제, 기업별 노동조합의 논의점을 다루고 있다. 값이 조금 비싸다. 그것만 빼고는 산업사회학 전공자가 당연히 읽어봐야 할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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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우주 이론을 찾아서
키티 퍼거슨 / 대흥 / 199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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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의 주요한 기능 중에 하나는 한명의 독자로서 책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을 적는 것도 있겠지만, 다른 기능으로 책에 대한 평가 및 다른 독자들이 필요할만한 최대한의 정보를 말해주는 것도 있을 것이다. 후자에 집중해서 서평을 하자면, 이 책은 초입자들에게 딱 적합한 책이다. 호킹에 대해서 초입자가 알아야 할 것들은 대부분 담겨 있다. 그리고 평이하다. 여기서 평이하다 함은 호킹이 이론을 대체로 서술적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림도 많다. 그래서 초입자들이 호킹이 말하려고 했던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하는 궁금증을 다소 해소할 수 있다.

책의 말미에 용어 해설도 첨부되어 있어서, 딱 초입자의 책이다. 특히 호킹의 일상사가 기술되는 시간에 맞춰 이론들이 차분하게 나열되어 있어서 참 좋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디자인이 별로 맘에 안들지만, 우리나라 책의 디자인 수준을 고려할 때는 내용이 좋으므로 읽을만하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의 지적수준에 알맞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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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변증법 - 철학사상총서
테오도르 아도르노 외 지음, 김유동 외 옮김 / 문예출판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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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마디로 '서구 비판 지성의 바이블 같은 책'이다. 그리고 김유동 선생님에 의해 번역이 잘된 편이라고 이야기된다. 나는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하버마스 모두 현대사회의 문제를 통해 서구의 이성이 결국 이루어놓은 결과에 대해서 심각하게 반성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비판의 상징이다. 77페이지 이하에서 부연된 '오디세우스 또는 신화의 계몽'이 바로 정수이다. 그러나 이성의 문제에 대한 비판 이후가 나는 두렵다.

우리에게 스스로를 맡길 수 있는 최상의 객관성은 여전히 이성의 엄격한 판단에 있다. 그것이 무너진다면? 하버마스가 말한 공론장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것이 합당하게 구현될 수 있는 조직이란 있는가? 나는 그 문제에 대해서 답하기가 두렵다. 이론적으로도 난해한 것이 과연 현실세계에서 구현될지가 두렵다. 이런 점에서 나는 아도르노의 부정의 변증법과 계몽의 변증법 사이에 있는 간극이 두렵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이성의 엄격함을 정초하지 못한다면 미래는 어떻게 도래할 것인가? 이제는 이성이 하나의 설득력을 가지기 위한 민주주의 조직의 구현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라면 성숙된 미래사회에서 지성인의 역할이 더 강조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계몽의 변증법을 다시 읽으면서 이 문제를 이래저래 우리의 미래에 투영시키기 위하여 고심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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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사랑
김영현 / 실천문학사 / 199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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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80년대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아니 적어도 그 시절을 어떻게 형상화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에서 본 김영현의 힘, 어느 누가 도스토예프스키와 닮았다고 하는 그의 힘을 보았고 느꼈다. 그리고 감탄했었다. 그래서, 당시 근간이었던 김영현의 풋사랑도 샀었다. 그러나, 이 책은 책의 배경이 가지고 있는 힘을 끝까지 살리지 못하고 결말부에서 붕괴되는 느낌을 받았다. 80년대가 우리에게 그런 것처럼, 어떻게 정리하고 결말지어야 할지를 아직은 잘 모른다. 아마도 세월이 더 지나야 하는 것인가보다. 실천문학 겨울호의 권성우의 비평을 필두로, 신승엽과 임규찬의 평론이 가지는 '풋사랑'에 대한 논쟁은 나에게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80년대는 정리도 힘들거니와, 워낙 변종적인 단계였으므로, 가슴은 뜨겁고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시대였지만, 그 시절이 이렇게 후루루 지나고보니, 도대체 그때의 행동들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나는 그 시대에는 너무 어렸으므로 그때를 잘 모르지만, 후일담 문학에서 느껴보는 당시의 열정이 지금은 왜 이렇게 무기력해졌는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적어도 당시의 지식인들이 생각하는 세상이 지금 도래한 것이 분명 아닐진데, 우리는 쉽게 방향을 잃어버렸다. 김영현의 이번 소설은 그래서 나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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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뮈를 추억함 - 쟝그르니에전집 3
쟝 그르니에 지음 / 청하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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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뮈를 추억함'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장 그르니에가 까뮈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추억을 담담하게 기술한 책이다. 사실 나는 이런 쟝르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일까? 요즘 밤에 잠이 안오면 서재에서 종종 이런 류의 책을 꺼내 읽곤 한다. 그러고보면 자잘한 이야기를 조근거리는 그들의 세계가 나름대로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독자들에게 이런 독법을 권한다. 잠언은 잠 안오는 밤에 혼자서 조용히 읽을 것. 글을 쓴 저자들도 그런 쟝르의 글쓰기는 분명 밤에 혼자서 사색과 명상에 빠져 글을 썼을 것이다. 이 책은 까뮈와 그르니에의 진득한 우정을 보여주면서도 이상하게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한 번쯤 읽어보면 자신의 내면을 게워내어 다시 살아가는 힘이 될 듯하다. 밤을 하얗게 지새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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