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사랑
김영현 / 실천문학사 / 1993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80년대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아니 적어도 그 시절을 어떻게 형상화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에서 본 김영현의 힘, 어느 누가 도스토예프스키와 닮았다고 하는 그의 힘을 보았고 느꼈다. 그리고 감탄했었다. 그래서, 당시 근간이었던 김영현의 풋사랑도 샀었다. 그러나, 이 책은 책의 배경이 가지고 있는 힘을 끝까지 살리지 못하고 결말부에서 붕괴되는 느낌을 받았다. 80년대가 우리에게 그런 것처럼, 어떻게 정리하고 결말지어야 할지를 아직은 잘 모른다. 아마도 세월이 더 지나야 하는 것인가보다. 실천문학 겨울호의 권성우의 비평을 필두로, 신승엽과 임규찬의 평론이 가지는 '풋사랑'에 대한 논쟁은 나에게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80년대는 정리도 힘들거니와, 워낙 변종적인 단계였으므로, 가슴은 뜨겁고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시대였지만, 그 시절이 이렇게 후루루 지나고보니, 도대체 그때의 행동들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나는 그 시대에는 너무 어렸으므로 그때를 잘 모르지만, 후일담 문학에서 느껴보는 당시의 열정이 지금은 왜 이렇게 무기력해졌는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적어도 당시의 지식인들이 생각하는 세상이 지금 도래한 것이 분명 아닐진데, 우리는 쉽게 방향을 잃어버렸다. 김영현의 이번 소설은 그래서 나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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