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급 좌파 - 김규항 칼럼집
김규항 지음 / 야간비행 / 2001년 7월
평점 :
제목이 너무 적나라하다. 이것은 아마 내가 김규항의 책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한다. 어쨌든. 그의 책은 흔히 말하는 전문서적만 읽던 나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었다. 그 조근조근한 언어도 미묘했지만, 흔히 우리들이 알고 지나갔던 구체적인 경험의 세상을 그 자체로 보여주고 비판함으로써, 소위 말하는 지식인들, 즉 그런 경험의 영역을 자꾸 추상화시키는 지식인들에게 욕을 먹인다. 너무나 대책없는 주장인가? 그렇다면 적어도 김규항이라는 독설가의 독설이 나에게는 뼈아팠다는 고백으로 축소하자.
사실, 그의 논리가 정확하거나, 그의 문장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나에게도 내가 보는 관점이 있는 만큼, 그의 주장에 대해서 반론하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A급 좌파가 되려 했음을 고해성사한다. A급 좌파. 그것은 아마도 좌파의 본질적인 모습에서 멀어진 좌파라고 본다. 적어도 김규항의 책 속 빠져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 언젠가 그렇게 말했던 생각했던 적이 있다. 조금은 틀려도 좋다. 그리고, 실천하는 지식인에게는 그것이 고의가 아닌 이상 그런 틀림, 혹은 실수가 너그럽게 용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실천한다는 것은, 남 앞에 자신을 발가벗기고, 세상을 이끈다는 것은, 그런 결점과 실수가 더 두드러져 보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실수와 결점을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고 무뎐히 애를 썼다. 그리고 그런 걱정이 앞서다보니, 나는 점차 추상적이 되었고, 나의 글은 현실과 유리되었다. 솔직히 현실에는 B급 좌파 이상이란 없는데, 나는 텍스트 속에서나 가능한 그 고고한 A급 좌파만을 꿈꿨다. 이제 솔직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