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견고한 것들은 하이퍼텍스트 속으로 사라진다
최혜실 / 생각의나무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일단 제목이 멋지다. 요즘 내용과 제목이 따로 노는 나쁜 과대포장의 경향이 더러 눈에 거슬렸는데, 오랫만에 눈길을 끌면서도 적절하게 내용을 표상하는 제목을 만났다. 이 책은 저자가 인문학과 사이버 공간이라는 두 소재를 가지고 서로 중첩되는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내용이다. literati, digerati와 같은 개념에서 시작해서 결국 하이퍼텍스트로 나간다는 점에서 디지털 시회에서 인문학의 자기모색을 더듬어보고 있는 것이다. 매체가 변화시키는 세상에서, 인간과 기계의 소통은 근대적 주체에게 어떤 균열을 파생시킨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저자는 이 문제를 다양한 이야기들로 풀어낸다. 그러나 앞머리에서 이런 현상의 본질과 공통점을 잡아내겠다고 말했던 것과는 달리 결론이나 방향성이 미약하다. 즉, 뚜렷한 주제가 잘 보이지 않는다. 매체의 변화를 이끈 디지털 시대, 하이퍼텍스트, 사이버 공간의 핵심을 잡아내기보다는 그 다양한 변양을 소개하는데 그친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좀 더 독창적이고, 의미심장한 결론이 없어서 책을 이끈 다양성이 죽는 느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물학적 인간, 철학적 인간
뤼크 페리 외 지음, 이자경 옮김 / 푸른숲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시도는 참 멋지다. 생물학과 철학의 의사소통이라니. 그러나 그런 소통의 위험도 있다. 아무래도 대중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지, 철학의 하위 분과(예를 들어, 심리철학)에서 논의되는 문제를 다소 일반화한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소통을 통해서 학제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간의 사유가 너무 분과학문의 영역에만 매몰되지 않는 방법을 말해준다. 물론 장 디디에 뱅상과 뤼크 페리가 자신의 전공 영역에서 말해주는 생물학과 철학에 대한 개론도 훌륭하다. 생명, 유전자, 인간의 고유성이나 유물론적 생물학주의, 윤리학, 진화론적 윤리학과 메타윤리학에 대한 비판, 과학의 경계 문제 등등은 모두 흥미롭다. 책의 말미에 있는 두 학자의 대화도 재미있게 읽었다. 대학 상급생이 읽으면 좋을만한 교양서적이다. 물론 그렇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대학생들에게 공부가 많이 되는 그런 책일 것이다. 역자의 친철한 주는 그 공부에 도움을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의 그늘에서 - 제인 구달의 침팬지 이야기
제인 구달 지음, 최재천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구서가 감동적인 경우는 잘 없는데, 그러고보면 인류학은 참 매력적인 학문인 듯하다. 제인 구달에 대한 자서전을 읽은 후에 호기심이 증폭해서 이렇게 연구서까지 읽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각주와 어려운 개념들이 주렁주렁 달린 연구서라기보다는 하나의 다큐멘터리이다. 그래서 흥미롭고 재밌다. 적어도 나는 진화생물학과 문화유물론에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침팬지의 생활에 대한 이 연구에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의 사회적 서열 다툼이나 유아기-유년기-사춘기 그리고 죽음에까지 이르는 과정에 대한 설명 등은 그들의 생태와 습성, 생활사를 속속들이 알게 해 준다. 부록으로 실려 있는 성장단계, 얼굴 표정과 소리, 무기 사용, 식성, 그리고 인간 행동과의 비교 역시 훌륭했다. 참고문헌도 잘 짜여져 있으므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여하튼, 멋진 책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계선 성격장애 이상심리학 시리즈 21
조성호 지음 / 학지사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경계성 성격장애'는 '자기정체성의 혼란과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하는 성격장애이다. 이것은 성격장애의 핵심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인데, 이 책에서 저자는 그것의 특징과 분류, 발생원인과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다. 일단 '경계선'은 '신경증과 정신증의 경계선', '성격조직으로서의 경계선',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에 대한 명칭으로서의 경계선'으로 나뉠 수 있다. 오늘날에는 대부분 불안정한 인간관계와 불안정한 정체성, 그리고 충동적 행동과 자해행동의 반복, 정서적 불안정성과 만성적 공허감, 공격행동 등으로 이것을 진단한다. 이 증상에 있는 사람들은 행동을 예측할 수 없고, 변덕스럽고, 자기에 대한 상이 불확실하다. 아동기의 외상 경험, 즉 신체적 성적 학대나 중요한 타인의 상실감, 부모의 양육방식의 문제가 이런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푸코에 대한 관심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나에게는 이상심리학의 전문분야를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 기술과 한국 사회
윤정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 이 책은 과학기술의 사회학(STS)를 배경으로 그에 대한 내적 비판과 가능성, 그리고 한국 내에서의 실천적 함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이자,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에 자문위원을 맡았던 저자의 경험을 살펴볼 때, 그가 말하는 바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의 구성과 산업과의 관계를 전망해 볼 수 있는 한 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과학기술사회학을 논하면서 과학사회학이 무엇이냐는 것 뿐만이 아니라 국내에 그와 관련된 연구가 얼마나 있어왔으며, 또 분과는 얼마나 있는지 등을 말한다.

이처럼 이 책은 국내의 경우를 축으로 구체적인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시키기 때문에 과학기술의 사회학이 가지는 실질적 의미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나 과학기술기초연구의 육성전략에 대한 논의가 그 예이다. 소재는 다르지만, 미국과 일본의 사례도 소개되어 있고, 과학기술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문제도 논의되어 있다. 그러나 STS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는 부족하므로, 그것을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그 부분 책을 좀 읽으신 후에 이 책으로 넘어오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이영희 교수님의 '과학기술의 사회학'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