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 시공 로고스 총서 1 시공 로고스 총서 1
J.P.스턴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우선, 개인적으로 시공로고스 총서의 간행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것이 있다는 것을 몰랐지만, 리포트와 논문을 쓰기 위해 여러 명의 학자들에 대한 좋은 개론서가 필요가 경우가 많았는데, 이 때마다 로고스 총서가 많이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 <니체> 또한 그러한 믿음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책의 저자인 J. P. 스턴은 니체의 연대기를 책의 전반부에 배치함으로서 입문서다운 공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니체의 저작과 그의 생애 연표는 잘 정리되어 있다. 또한 마르크스, 프로이트와 더불어 현대를 여는 세 명의 거장으로서 니체를 언급하는 것 또한 좋았다. 그 세 명의 관계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현재 프랑스와 미국 등지에서 활발한 연구가 되었던 니체를 폭넓게 규정하는 것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3장에서는 <비극의 탄생>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저자의 개인적 관심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비극의 탄생>은 니체의 주저라고 보기엔 어려운 점이 있으며, 그의 평생에 걸친 일관된 연구 분야라고 보기에도 주변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학과 파토스의 관계도 후기의 연구를 알아야만 감이 잡힌다.

그러나 5장 '도덕적 실험 세 가지'에서는 역동적인 니체의 저술에 대한 요약이 잘 되어있다. 계보학적 연구로서 도덕과 그 에토스(ethos)의 파악을 '권력에의 의지'에까지 거시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단, 해석학적 논의와 더불어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인 논의가 상대적으로 미약한 점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6장 '불연속성'에서 니체의 주장 역시 자신이 비판하는 논점 '안'에 있음을 지적한다는 점이다. 마치 러셀 역설적인 문제처럼. 이 부분은 아마 해석학적 순환으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관점주의(perspectivism)의 한계와 해석학적 순환의 문제에 대해서는 더 깊이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점은 그것이 존재론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똑같이 야기되느냐는 것이다. 나의 견해로는 그의 개념들을 잘 정리하고 '이중긍정'과 '영원회귀'가 힘(macht)과 관련된 논리적 양상을 제대로 규정한다면 이러한 역설은 오히려 21C적인 논리가 아닐지 싶다. 내가 듣기로는 현대의 신경망 이론이라든지 미학, 그리고 논리학과 수학에서 이러한 연구가 깊이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내가 비록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을 많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통적인 입장에서 니체를 잘 정리하고 있다. 다만, 현대에서 니체를 다시 부활시켰던 현대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자들의 니체 관련 저술을 반영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그들의 저술을 완전히 배제하여 책을 저술한 이상 이런 아쉬움은 이 책의 단점으로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양 중세 문명 현대의 지성 65
자크 르 고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쟈크 르 고프는 아날 학파의 주축이다. 아마 페르낭 브로델과 함께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아날 학파의 학자라고 생각된다. 그들은 주요 주장 가운데 하나는 '장기지속'인데, 거칠게 말하자면 중세의 망탈리테(mentalite)나 문화생물학적 요소, 그리고 종교(기독교)는 중세를 넘어서까지 지속적인 위력과 영향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흑사병은 1720년 마르세이유에서 마지막으로 살인적으로 등장하기까지 3세기 반 동안 르네상스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양의 인구 통계학적·생물학적·심리적 역사를 무겁게 짓누른 장기 지속적 현상이었다(13쪽)'

결국, 중세의 문화적 요소들은 물질적 현실과 상징적 현실의 혼합구조로서 현대를 사는 서양인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여러 요소들이 설령 물질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중세적 요소와 완전한 단절을 이루고 있다 할지라도, '사회적 가상(imaginaire)'에 있어서는 중세적 표상이 잔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 있어서 르 고프의 책은 흥미롭다. 특히 본문의 내용은 저자 자신이 밝혔듯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재미와 전문성을 균형있게 보여준다는 점에 있어서 독자의 한명으로 독서 내내 즐거웠다.

특히 책의 구조에 있어서 1부에는 역사적 사건을 먼저 배치함으로써 독자들이 익히 알고 있던 사전지식을 충분히 활용하여 흥미를 돋우고 있다. 또한 각 장마다 결론에서 독자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를 공정하게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대에서 중세로의 이행: 연속인가 단절인가?', '중세적 '도약': 외적 자극인가 내적 발전인가?', '중세 공간의 조직: 도시인가 국가인가?', '중세의 위기: 총체적 침체인가 진보의 조건인가?'와 같은 것이 그러하다. 여기에 대해서 독자 나름의 판단이 없다면 책을 읽어나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은 대학생들의 中世史 강의시간에 쓰여도 좋을만큼 지적인 자극을 준다.

그러나, 이것이 이 책의 끝이 아니다. 이것은 단지 일반독자를 위한 배려이다. 2부에서는 르 고프의 치밀한 분석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중세의 물질생활을 가능하게 했던 '공간과 시간의 구조'와 정신적 표상이었던 '기독교'의 의미를 잘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을 잘 알아낸다면 바로 중세인들의 망탈리테를 음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불안감, 사랑, 스콜라 정신, 예술, 감수성, 음식과 옷은 과연 어떤 의미로 그들에게 이해되었던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독자 여러분들도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
윤평중 / 민음사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니체 서거 100주년을 맞아 국내의 니체 전공 철학자들이 시의적절하게 쓴 논문들을 묶은 책이다. 니체에 대한 국내의 연구가 얼마나 진척되어 있으며 또한 어떤 지향성을 띠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책의 전반적인 구성상 2부와 3부의 논의는 국내에서 니체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그 이유는 1부에서 보여진 니체의 문헌학적인 해석은 탁월한 수준이었지만, 2부에 있어서 니체의 현대적 의미라든지 3부의 니체의 미학과 예술관은 짐짓 그 경계가 불분명하고 국내의 독특한 작업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니체는 아직까지 그 자체로서 읽히거나, 아니면 데리다-푸코-들뢰즈와 같은 후기 구조주의자들의 독창적 해석을 이해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내에서 니체가 어떻게 수용되어야 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 중간점검하고 새롭게 방향화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책은 나에게 책의 내부적으로보다는 외부적으로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백승영 선생이 1부에서 보여준 전반적인 니체 개괄이 좋았다고 본다. 그것은 국내에서 니체는 이미 상당히 이해가 되었고, 이렇게 빼어난 글로 요약될 수 있음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또한 니체 안에서 그 해석과 주요개념에 대한 정립은 이제 거의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니체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1부의 본론과 거기에서 제시된 각종 참고문헌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2부에서는 이창재 선생이 니체와 프로이트를 비교한 글이 깔끔했고, 서동욱 선생이 들뢰즈의 니체 해석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서동욱 선생의 글은 많이 읽었고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프로이트와의 관계에 대한 이창재 선생의 글을 더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머지 글들은 조금 난해하게 다가왔으며, 3부에 실린 세 편의 글들 또한 그 큰 주제가 2부와 겹치는 것 같아 껄끄러웠다. 특히 니체의 사회철학적인 함의를 충분히 밝혀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이 책이 국내의 니체 연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점으로 충분히 무마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공동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국내 철학, 더 나아가 인문학의 토대를 굳건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세계경제 - 위기와 전망
크리스 하먼 지음 / 갈무리 / 1996년 6월
평점 :
품절


크리스 하먼의 저작은 알렉스 캘리니코스와 더불어 갈무리와 풀무질 출판사에서 많이 번역되어 있어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경제는 잘 모르지만, 하먼과 켈리니코스, 그리고 마르크시즘의 현상황을 알고 싶어 그들을 공부하려고 했고, 이 책을 구입했다.

이 책은 현대의 경제 흐름이 '초국가 자본주의'와 같은 용어와 더불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를 진단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1부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전개되고 있는 여러 변화를 파악한다. 즉, 자본의 편재화가 국가의 역할을 축소시키거나 혹은 탈국가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이론들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는 국가를 단순한 상부구조나 자본 일반으로서 국가를 환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가의 개념을 경제의 흐름 속에서 재규정하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2부는 초국가 자본주의 이론의 실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 실증의 이면에는 하먼이 마르크스가 <자본론> 3권에서 제시한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법칙에 기초해 현대 자본주의의 총체를 분석하고자 하는 목표 또한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후의 장기호황이 자본주의의 비생산적 지출, 특히 군비지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관점의 비생산적 소비에 대한 논의가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3부에서는 중심부와 주변주의 절대적 양극화 혹은 '저발전의 발전'이라고 하는 낡은 종속이론적 테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즉, 하먼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편재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런 논의는 언뜻 절망적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중심부/주변부, 제1세계/2,3세계 등을 갈라놓고 이들 지역들 사이의 차이와 그 차이를 낳는 관계를 중심적 문제로 사고하는 것은 자본의 전 지구적 운동이 산출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적대를 은폐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하먼은 자본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 마르크시즘의 위치를 재정향하고 있다. 그래서 하먼의 결론은 '과거의 수많은 잘못들에 책임이 있는 스탈린주의적 정치, 인민주의적 정치 그리고 민족주의적 정치 등과 명확하게 결별한 사회주의자들의 독립정당(279쪽)'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즉 그는 현대 자본주의가 직면한 위기의 극복책을 노동자계급이 주도하는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아니라 '노동과정의 재편성'에서 찾고 있다.

즉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는 자본주의적 생산 그 자체에 내재하는 모순의 표현이 아니라 단지 포드주의적 노동과정의 위기일 뿐이며 이것은 참여나 팀작업, 직무 확충 등 노동과정에 대한 포스트포드주의적 재편성을 통해서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히 민중민주주의적 사회 개량의 모습을 정치적으로 담론화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코 - 시공 로고스 총서 5 시공 로고스 총서 5
J. G. 메르키오르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J. G. 메르키오르의 <푸코>는 상당히 전투적이고 비판적인 푸코 개론서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 책에 별 다섯 개를 주는 이유이다. 왜냐하면 학자에 대한 긍정은 쉽지만, 그를 비판하고 논평하는 것은 긍정을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저자가 이 책의 서두에서 푸코를 과도하게 평하절하했던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아낀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공감하겠지만, 저자는 푸코에 관한 모든 저작과 논평을 꼼꼼히 읽었으며, 그를 바탕으로하여 상당히 예리한 비판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리하고 엄격하게 한 명의 학자를 논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물론, 푸코가 그의 저작 '외부'에서 불러일으킨 반향과 선구자적인 면모를 이 책은 과소평가하는 점은 분명히 있다)

본문에서 저자는 우선 <광기의 역사>에 대한 짧은 논평 후에 푸코의 고고학을 탁월하게 분석한다. 특히 그가 <말과 사물>에서 에피스테메 개념을 만들었을 때의 문제점과 그것이 결국 푸코 후기에 있어 개념의 폐기로 이어지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쿤의 패러다임 개념과의 상이점과 공통점을 빠짐없이 논하고 있다. 그 다음 장에서는 <말과 사물>에 나타난 에피스테메의 시대구분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고학에 대한 전반적인 의미를 평가한다. 그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고고학에서 후기의 계보학으로 넘어가는 경첩이라 할 수 있는, <지식의 고고학>을 분석한다. 담론(discourse)과 언표(enonce)에 대한 개념 분석이 대표적이다.

7장 '감금사회의 발견'은 푸코에 있어서나 이 책에 있어서나 頂点이다. 즉, 공간분배의 기술, 행위의 통제, 훈련, 전술 등을 다루는 계보학과 그 중심개념으로서 권력에 대한 분석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이 책은 여기에 대한 분석이 에피스테메 개념 분석보다 조금 미흡한 면이 있다. 아마 여기에 대해서는 푸코의 탁월한 연구를 인정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그가 푸코의 권력(pouvoir) 개념을 분서하면서 그의 이론에 스스로가 매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점이다. 나 역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참으로 생산적인 지적이라 하겠다. 괴델 역설과 더불어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푸코가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죽은 <性의 역사>에 있어서 '근대적 주체의 출현 속에 존재하는 권력' 개념에 대한 분석을 행한다. 여기에 대한 논평 역시 적절하며 흠잡을데가 별로 없다.

따라서 이 책은 푸코의 개론서로서는 상당히 훌륭하다. 꼭 읽어두는 것은 푸코를 정리하고, 또한 그를 재음미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저자가 푸코의 이론적 업적을 긍정함에도 불구하고 책의 결론에서 그를 아나키스트로 평가하는 점은 조금 아쉽다. 푸코는 나의 생각으로는 분명 현대철학에 있어서 중심이기 때문이다. 즉, 그가 니체를 이어받아 수행한 계보학적 작업은 무정부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라, 새로운 政治體를 위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파괴적이라고 해서 무정부주의적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저자의 견해에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