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계경제 - 위기와 전망
크리스 하먼 지음 / 갈무리 / 1996년 6월
평점 :
품절


크리스 하먼의 저작은 알렉스 캘리니코스와 더불어 갈무리와 풀무질 출판사에서 많이 번역되어 있어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경제는 잘 모르지만, 하먼과 켈리니코스, 그리고 마르크시즘의 현상황을 알고 싶어 그들을 공부하려고 했고, 이 책을 구입했다.

이 책은 현대의 경제 흐름이 '초국가 자본주의'와 같은 용어와 더불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를 진단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1부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전개되고 있는 여러 변화를 파악한다. 즉, 자본의 편재화가 국가의 역할을 축소시키거나 혹은 탈국가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이론들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는 국가를 단순한 상부구조나 자본 일반으로서 국가를 환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가의 개념을 경제의 흐름 속에서 재규정하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2부는 초국가 자본주의 이론의 실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 실증의 이면에는 하먼이 마르크스가 <자본론> 3권에서 제시한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법칙에 기초해 현대 자본주의의 총체를 분석하고자 하는 목표 또한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후의 장기호황이 자본주의의 비생산적 지출, 특히 군비지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관점의 비생산적 소비에 대한 논의가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3부에서는 중심부와 주변주의 절대적 양극화 혹은 '저발전의 발전'이라고 하는 낡은 종속이론적 테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즉, 하먼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편재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런 논의는 언뜻 절망적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중심부/주변부, 제1세계/2,3세계 등을 갈라놓고 이들 지역들 사이의 차이와 그 차이를 낳는 관계를 중심적 문제로 사고하는 것은 자본의 전 지구적 운동이 산출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적대를 은폐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하먼은 자본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 마르크시즘의 위치를 재정향하고 있다. 그래서 하먼의 결론은 '과거의 수많은 잘못들에 책임이 있는 스탈린주의적 정치, 인민주의적 정치 그리고 민족주의적 정치 등과 명확하게 결별한 사회주의자들의 독립정당(279쪽)'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즉 그는 현대 자본주의가 직면한 위기의 극복책을 노동자계급이 주도하는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아니라 '노동과정의 재편성'에서 찾고 있다.

즉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는 자본주의적 생산 그 자체에 내재하는 모순의 표현이 아니라 단지 포드주의적 노동과정의 위기일 뿐이며 이것은 참여나 팀작업, 직무 확충 등 노동과정에 대한 포스트포드주의적 재편성을 통해서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히 민중민주주의적 사회 개량의 모습을 정치적으로 담론화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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