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경험주의 - 그 시작과 발전 과정
J.요르겐센 / 서광사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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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록 철학과에 다니는 학생이지만, 논리경험주의와 분석철학에 대해 잘 모른다. 학부과정에서 나름대로 책을 읽고 프랑스의 후기 구조주의나 독일의 급진적 구성주의와 같은 철학에 흥미를 붙이면서 지금까지의 철학의 성과를 완전히 부정하는 영국과 미국의 일련의 극단적 경험주의를 용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의 대륙철학을 공부하면서 그것의 뒷면은 논리경험주의나 분석철학과 밀접하게 상호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를 들어 타르스키와 같은 학자가 그렇게 양 극단에서 다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뒤늦게 논리경험주의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논리경험주의와 분석철학은 알다시피 매우 엄밀한 철학이다. 특히, 그 논리학적 분석과 언어분석은 수많은 기호와 더불어 고도의 지성을 요구한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논리실증주의를 잘 개괄해주었다. 그래서, 논리경험주의자들이 논리원자주의, 진리함수성, 경험주의, 검증가능성의 원리 등을 통해 논리적 분석방법으로 학문을 체계적으로 통합한 통일과학을 완성하려던 야망은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그들의 과학적 세계관은 그 수행적 절차의 복잡성 때문에 야기되는 문제만을 차치한다면 빼어난 과학적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학파를 구성하면서 보여줬던 강렬한 지적 호기심과 공동적 학문 목표에 대한 활기찬 토론과 지적 엄격성은 철학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나는 초입자로서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서평하기에는 상당히 곤란한 점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 비록 내용에 대해서는 가타부타나 논평을 덧붙일 수 없지만, 이 다음에 마하나 러셀의 실증주의, 그리고 카르납의 '개념구성이론'으로 대변되는 비엔나 학파를 공부하고, 특히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가 가지는 의미를 진정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면 꼭 논평을 하고 싶다. 아울러, 베를린 학파, 르보프-바르샤바 학파, 웁살라 학파, 뮌스터 학파 등에 대해서도 체계있는 공부를 하겠다. 그렇게 되면 나도 언젠가는 논리실증주의에 대해서 한마디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때도 이 책은 내 서재에 가지런히 꼽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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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혁명
빌헬름 라이히 지음, 윤수종 옮김 / 새길아카데미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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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 제목으로 절대 오인받아서는 안된다. 책의 표지가 그러한 오해를 더 가중시키는 듯 하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그러한 흥미위주의 책이 아니라, 철저한 이론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빌헬름 라이히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기 이전에 심리학과 수업에서 간혹 등장하는 <파시즘의 대중심리>라든지, <문화적 투쟁으로서의 性>과 같은 라이히의 책을 미리 읽어야 한다. 사실, 이 책은 <문화적 투쟁으로서의 性>의 2부이다. (그래서, 번역상 조금 겹치는 부분도 있었다) 책의 번역에 있어서는 이 주변에 있어서 많은 번역서를 냈던 윤수종 교수가 했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

라이히의 이론은 프로이트와 좋은 대척점을 이룬다. 즉, 내가 생각하기로 현대 심리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로이트와 융, 그리고 라이히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프로이트가 전통 심리학자라면, 라이히는 심리학의 경계를 넘어 정치학과의 조우를 시도했다는 점에 있어서 가히 혁명적이다. 그 이름하여, 경제학적 심리학이다. 즉, 그는 프로이트의 심리학에 마르크시즘을 도입하여 性경제학을 주장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마르크스의 이론에 있어서 자본이나 노동 대신 性과 리비도를 대입하면 된다.

즉, 그는 프로이트와 같이 性을 편재적이고 중요한 것으로 다루지만, 그것이 권력과 사회구조에 의해 정치적으로 억압당함으로서 여러 가지 병리학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그 자신은 망명과 더불어 미국에서 오르곤 축적기 등의 작업이 사회적 제지로 완전히 금지되어 불우한 생을 마감했다. 또한 현대의 학자들도 모두 오르곤 축적기를 상상 속의 연구로 치부한다. 그것은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라이히의 사상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검증되지 않아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6세 이전 아동기의 성 고착에 대한 주장 모두가 증명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이 그렇듯이 라이히의 이론은 그렇게 편협한 것이 아니다. 특히 라이히가 국내에서도 이제 유명해진 들뢰즈와 가타리에게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들의 <앙띠 오이디푸스>를 읽어본다면 여러분은 라이히의 폭발적인 이론적 가능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어보면 그가 얼마나 진지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이론은 상당부분 타당하다. 마르크시즘이 확장되어 이제는 노동 뿐만 아니라 많은 영역에서 '착취' 개념을 다루고 있다. 이제 여러분은 라이히의 욕망 해방 담론을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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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철학
한스 라이헨바하 / 서광사 / 198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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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라이헨바하는 루돌프 카르납, 칼 포퍼와 더불어 현대 과학철학의 거장이며 베를린 학파의 주축이다. 그리고 그는 수학, 물리학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형이상학적이고 존재론적인 탐구를 했다. 이 책의 내용은 나에게 상당히 어려웠다. 비록 기하학과 실재가 서구의 철학사에서 하나로 융합되어 이해되어 왔고, 특히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이 둘은 서로 환원되어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수많은 물리학적·수학적 검증에 대한 이해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래서 상당히 어렵고 전문적이다. 내가 모르는 부분은 이공계 학생에게 물어보고 했지만, 그들도 쉽게 알지 못했을 정도다. 그러나, 논증을 모른다고 해서 이 책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주장은 '기하학이 물리적 실재에 적용되는 의미'이다. 즉,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서로 환원 가능했던 '기하학'과 '실재'의 개념이 리만 기하학이나 보요이-로바체프스키 기하학에서는 환원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라이헨바하는 칸트의 선험적, 절대적 기하학에 대해서 부정하며, 관계의 이론으로서 기하학을 재규정한다. 또한 물리적 실재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기하학의 상대성 또한 주요하게 다룬다. 또한 인과율의 위상적 구조에 대한 논의와, 상대성 이론에 있어서 거리(metric) 체계 구성에 있어서의 위상의 역할, 우주적 공변(universal covariance), 공간의 차원, 시공간의 실재성 등을 다룬다. 매우 철학적인 문제를 과학과 연계하여 학제적인 담론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가히 논리실증주의자답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번역한 이정우 선생님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내가 어렴풋이 생각했던 라이헨바하보다는 훨씬 엄격하다는 점에 있어서 감탄했다. 지금은 비록 그의 주장에 대해서 어떤 코멘트를 하기엔 역부족이지만, 언젠가는 좋은 논평을 하고 싶다. 특히, 카르납이 지적했듯이, '보편력 제거의 원리(the principle of the elimination of universal forces)'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여기에 대해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분이 있다면 메일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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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학의 근본문제들 - 마르틴 하이데거 전집 제24권 마르틴 하이데거 전집 24
마르틴 하이데거 지음 / 문예출판사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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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르틴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을 통해 <논리철학논고>의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과 더불어 현대 철학의 거장으로 꼽힌다. 그런데 나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보다 이 책을 더 추천한다. 하이데거 생존시 그의 오른팔과 같았던 조력자이며 <현상학의 근본문제들> 편집자이기도 한 폰 헤르만 교수 역시 이 책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특히, 이 책은 <존재와 시간>에서 미간행된 부분인 제1부의 3단원과 2부의 전체를 포함한 저술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존재와 시간>에 비견되는 중요성을 이미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현존재의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뿐 아니라 존재 일반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고 그 해답 또한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존재와 시간>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이 책은 '시간을 존재에 대한 물음의 초월론적인 지평으로 설명'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의 폰 헤르만 교수도 지적하였듯이 '현존재의 예비적 기초분석'과 '현존재의 시간성'도 '시간과 존재'의 chapter에서부터 읽혀져야 한다. 지금까지 이 책의 중요성을 말했다. 아래에서는 책의 내용에 대한 짧은 논평을 덧붙인다.

그 자체로서 존재, 즉 피지스가 있고, 그것은 모든 현존재 뿐만 아니라 세계-일반의 근거로서 지-평이다. 그런데 이것은 현존재로서 인간에게는 對하여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그것을 로고스로만 이해할 수 있었고 이 인식의 구도를 넘어서서 절대로서의 존재를 구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하이데거는 존재를 이와같은 한정적 한계지움(Grenzsetzung)에서만 드러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전개되는 존재의 은폐된 지평이 역사적으로 현존재를 근거짓는다고 한다. 결국 인간은 형이상학으로서 존재에 대한 질문(Seinsfrage)을 끊임없이 추구함으로서 그리스의 피지스로서 존재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나는 '있음은, (변화)됨과의 대립에 있어서 머무름(Bleiben)이다. 있음은, 가상과의 대립에 있어서 머물러 있는 모델/모범(bleibende Vorblid), 항상 똑같은 것(das Immergleiche)이다. 있음은, 생각과의 대립에 있어서 그 바닥에 놓여있는 것(das Zugrundeliegende), 존속하는 것(Vorhandene)이다'와 같은 그의 글에서 존재가 위와 같은 것들과 차이나면서 또 그 본성에 의해 그것들을 근거지워주기 위해서는 항상 메타적인 성질로서의 존재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거기서 그 내적 연관성들의 현존재를 생-성시키기 위해서는 존재는 내재적-발생이며 구성주의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폐되어 있는 존재는 물질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서로간의 물리적 에너지들을 교통함으로서 국지적으로 하나의 지평을 만들고 또 대립되기도 한다. 그리고 거기서 존재는 은폐/개시를 반복함으로서 세계-일반의 내재적 생-성을 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인간은 존재론적으로는 그 자체가 존재이지만, 인식론적으로는 스스로 존재와 對하는 '현-존재(現-存在/Da-sein/거기-열려져-있는-존재)'로서 있음(존재/Sein)이라는 것이 자신을 열여보이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장소(St tte)로써 이해되어져야만 하고 근거지워져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하이데거의 '존재'를 이렇게 이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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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의 상실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지음 / 문예출판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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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의 상실>은 이미 국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자유주의-공동체주의의 논쟁으로 유명한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의 책이다. 그리고 공동체주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계명대 이진우 선생이 번역했기에 또한 유명하다. 매킨타이어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간명하다.

그는 개인의 차원에서는 '나에게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심미적 주관주의로 그리고 사회의 차원에서는 '성공적인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관료제적 합리주의로 양극화된 현대 서양사회는 일종의 '유령적 자아'를 산출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그는 아리스토텔레스로 대변되는 서양전통의 德 개념에 대한 반성을 한다. 그리고는 모든 도덕적 어휘들이 궁극적으로 개인들의 주관적 의지와 기호로 환원되어 있음을 도덕적 다원주의로 규정하면서 덕에 관한 도덕적 체계가 상실된 이후(after)의 상태를 역사학, 사회학 등을 포함하는 학제간 연구의 형태로 분석한다.

또한 서양의 개인주의로 타락한 현대의 '덕의 상실(after virtue)'을 비판하면서 서양의 전통을 설화적으로 재구성한다. 즉,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매킨타이어는 '우리는 과연 어떤 인간이기를 원하는가?'를 묻는다. 또한 그것은 '우리는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가?'와 같은 존재-당위론적 물음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서양의 지적 전통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있어야 한다. 매우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예컨데, 정의주의(emotivism, 32쪽)나, 콰인(131쪽), 니체와 아리스토텔레스(166쪽 이하)는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이 책을 토대로 여기서 제시되는 여러 이야기들을 잘 음미해본다면 자유주의-공동체주의의 논쟁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물음은 민주주의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과 숙고 그 자체이다. 흔히 서양보다 질서와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우리는 비판받는다. 이 책을 통해 그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봄이 어떻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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