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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철학
한스 라이헨바하 / 서광사 / 1986년 4월
평점 :
품절
한스 라이헨바하는 루돌프 카르납, 칼 포퍼와 더불어 현대 과학철학의 거장이며 베를린 학파의 주축이다. 그리고 그는 수학, 물리학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형이상학적이고 존재론적인 탐구를 했다. 이 책의 내용은 나에게 상당히 어려웠다. 비록 기하학과 실재가 서구의 철학사에서 하나로 융합되어 이해되어 왔고, 특히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이 둘은 서로 환원되어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수많은 물리학적·수학적 검증에 대한 이해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래서 상당히 어렵고 전문적이다. 내가 모르는 부분은 이공계 학생에게 물어보고 했지만, 그들도 쉽게 알지 못했을 정도다. 그러나, 논증을 모른다고 해서 이 책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주장은 '기하학이 물리적 실재에 적용되는 의미'이다. 즉,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서로 환원 가능했던 '기하학'과 '실재'의 개념이 리만 기하학이나 보요이-로바체프스키 기하학에서는 환원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라이헨바하는 칸트의 선험적, 절대적 기하학에 대해서 부정하며, 관계의 이론으로서 기하학을 재규정한다. 또한 물리적 실재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기하학의 상대성 또한 주요하게 다룬다. 또한 인과율의 위상적 구조에 대한 논의와, 상대성 이론에 있어서 거리(metric) 체계 구성에 있어서의 위상의 역할, 우주적 공변(universal covariance), 공간의 차원, 시공간의 실재성 등을 다룬다. 매우 철학적인 문제를 과학과 연계하여 학제적인 담론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가히 논리실증주의자답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번역한 이정우 선생님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내가 어렴풋이 생각했던 라이헨바하보다는 훨씬 엄격하다는 점에 있어서 감탄했다. 지금은 비록 그의 주장에 대해서 어떤 코멘트를 하기엔 역부족이지만, 언젠가는 좋은 논평을 하고 싶다. 특히, 카르납이 지적했듯이, '보편력 제거의 원리(the principle of the elimination of universal forces)'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여기에 대해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분이 있다면 메일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