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라 철학의 기본개념
요셉 드 프리스 지음 / 분도출판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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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이다. 이 책은 스콜라 철학의 기본 개념들인, 개별화, 관계, 보편, 본질, 실체와 우유, 우연, 원인, 유비, 존재와 존재자, 참여, 질료, 추상, 현실태와 가능태, 형상, 완전성 등등의 개념을 다루고 있다. 저자인 요셉 드 프리스의 평생의 역작인 만큼 아주 압축된 권위있는 설명과 참고문헌, 그리고 각주가 달려 있다.

이 책을 소개해 주셨던 (그분은 이 책의 번역자이시다) 신창석 교수님께서 독일 유학 때, 항상 끼고 다니면서 거의 외워버린 책이었던 만큼, 이 책은 독일의 대학에서도 개념을 익히는데 중요하게 사용되는 책이다. 철학이 개념을 통해 하는 학문인 만큼, 그리고 정통 철학과 형이상학은 스콜라 철학에서 가장 번성했던 만큼, 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은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별 다섯개를 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초판이 나왔던 97년에는 '바올로 딸 출판사' 등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인터넷 서점에까지 나와있는 것을 보니 새삼 반가웠다. 많은 분들이 읽어서 철학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가까이에 두고 자주 이 책을 읽는다. 그러나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은 워낙 압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 이 책의 특성 중 하나는 각 개념을 그물망처럼 관계지워 놨기 때문에, 한 개념을 여러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일어를 중심으로 라틴어를 병기해 놓았음은 물론이다. 많은 공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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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송주의 - 우리시대의 지성 5-002 (구) 문지 스펙트럼 2
질 들뢰즈 지음, 김재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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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96년 출판되었었다. 그때는 인터넷 서점이 없었기 때문에, 동네 서점 앞에서 언제 책이 오나 기다리다, 첫 책이 도착하자 마자 이것을 샀던 기억이 난다. 처음 도착하는 책이라 그랬던지, 책 표지에 다소 하자가 있었는데도 너무 사고 싶었기 때문에 그냥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그 흉터(?)는 지금까지 책에 남아있다. 그러나, 그래서일까? 이 책은 상당한 애착이 간다. '잠재태'라는 단 하나의 개념 때문이다. 사실, 들뢰즈의 베르그송 주석은 20세기 초반에 베르그송이 프랑스에서 떨친 그 이름을 감안하면 너무 짧다. 그가 니체나 스피노자에 대해서 주해를 했던 것과는 분량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 번 읽어보면 당장 반해버리게 된다. 그만큼 베르그송의 사유의 핵심을 (물론, 들뢰즈의 다른 주해가 그렇듯이 그만의 사유를 위한 적극적인 재해석이 있었다) 잘 파악하고 있다. 특히 생성의 가능근거인 다질성, 다양성, 혹은 연속성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 이와 더불어 분화라는 개념도 이해해야 한다. 구체적인 것들을 다 언급할 순 없지만,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물질과 기억', '사유와 운동'을 읽어보고 이 책을 읽으면 상당히 잘 이해가 될 것이다. 그 전에 프랑스 철학사를 개괄한 책을 훌어본다면 더 도움이 될 것이고.

그리고 역자가 서울대 교지에 썼던 '긍정과 창조의 철학자 들뢰즈'를 읽어보면 더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이 책의 부록으로 실려있지만, 분량이 너무 줄어서 이것만 읽는 분들은 이해가 잘 안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독일 철학만이 잘 설명되어 있다. 마치 데카르트 이후 프랑스 철학은 없는 것처럼 이해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에도 면면히 이어져온 철학의 맥락 속에서, 특히 베르그송을 주목한다면 이 책은 더 흥미로울 것이다. 물론, 들뢰즈의 작업 전체에서 베르그송의 '잠재태' 개념 해석이 가지는 의미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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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카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 서광사 / 199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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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거창한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간행된 스피노자에 관한 연구서적과 논문들을 살펴보면 이 말을 부분적으로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데, 68혁명 전후의 프랑스에서 간행된 게루, 마트롱, 마슈레이, 발리바, 그리고 들뢰즈의 주해서가 그렇고,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간행된 컬리의 저작선집과 요벨의 연구서적과 편저가 그러하다. 사실 스피노자의 철학은 엄격함과 난해함으로 전문철학자들도 상당히 꺼려했던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스피노자 전공자는 꽤 드물다. 그러나, 이진경 선생이 '근대 속에서 탈근대를 사유한 철학자'라고 평했던 것처럼, 스피노자를 깊이 공부하면 그만큼 철학적인 학자도 없다.

우선, 그의 주적인 '에티카'를 읽기 위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이슬람 철학을 공부해야 하고, 토미즘과 둔스 스코투스 등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 아니, 중세철학의 주요 개념들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데카르트의 사유에 대해 정통해야 하며, 라이프니츠와 서신을 주고 받았던 것처럼, 그의 철학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호이겐스가 그와 친분이 있었던 것처럼, 근대의 과학에 대해서 알아야 하며, '에티카'의 방법론인 기하학에 정통해야 한다. 물론, '에티카' 및 그의 주요저작이 라틴어로 쓰인 점을 감안해, 라틴어를 독해할 줄 알아야 한다.

(1910년 즈음에 나온 라틴어 판본은 구할 수 없을 것이다. 1980년 즈음에 독일에서 라틴어-독어 대역본을 구하라!) 마지막으로, 당시의 네덜란드의 정치적 혼란과 드 비트 형제와의 친분, 그리고 '신학-정치학 논고'에서 그의 정치적 입장을 이해한다면, 당시 홉즈의 사유와 근대의 민주주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물론, 여기까지는 그 주변의 인물에 대해서만 개괄한 것이다. 그의 사유체계 안에서는 '내재성' 개념, 'potentia/potestas', '자기 원인', '실체', '존재', '능산적 자연/소산적 자연', '속성', '양태', '코나투스', '인식의 3가지 종류'를 알아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에티카'를 읽어보되, 컬리가 편집한 저작선집(85년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에서 간행)을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꼼꼼한 라틴어/영어 개념비교와 함께 '신학-정치학 논고'를 제외한 저작들을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스피노자 이후, 헤겔, 마르크스주의,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주석가들 이외에 네그리와 하트의 정치적인 변용 등을 살펴보라. 스피노자가 20세기 들어 상당히 연구되었지만, 이제 시작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피노자의 저작은 그만큼 중요하다. 긴 글을 여기 적을 수는 없을 것이다. 혹시 참고문헌이 필요하다면 메일을 보내달라. 가장 완벽한 참고문헌 목록을 내가 만들어놓았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정말 매혹적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아직까지 '에티카' 안에서 필연적인 오류를 발견한 것을 보지 못했다. 해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그런 비판은 요원한듯 하다. 정말 이 책은 철학 바깥의 철학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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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층.계급론
홍두승 외 지음 / 다산출판사 / 199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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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이렇게 달았지만, 사실 아쉬움이 남는다. 대학교재로 부족한 면이 더러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 교재로 손색이 없지만, 사회계층, 계급론은 이제 커리큘럼에서 빠질 가능성이 상당히 큰 과목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선 작년 '지식사회학'이란 과목이 커리큘럼에서 사라졌다. 아마 이 계층계급론도 몇 년 안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상당히 깔끔한 책이다. 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나는 이 책으로 직전학기에 강의를 들었었다. 책이 출판되자 마자 강의교재로 채택된 것은 교수님이 그만큼 이 책을 신뢰한다는 반증이다.

공저자 중 한명인 홍두승 교수님은 나도 좋아한다. 비록 직접 배우지는 못했지만, 계층론과 조사방법론에 있어서 그는 우리나라의 최고 권위자이다. 그의 논문을 많이 읽었고, 팬이 되었다. 이 책은 93년에 이미 발행이 되었지만, 8년이 지난 올해 그간의 연구동향에 맞춰, 새로운 통계를 첨가해 발행된 2판이다. 초판을 보진 못했지만, 이 책은 상당히 꼼꼼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적당한 분량으로 압축된 각 장들의 내용은 정말 교재용으로 손색이 없다. 예컨데, 2장의 '계급과 계층의 고전이론' 및 3장 '계급과 계층의 현대이론'은 상당한 분량의 이론들의 핵심을 알맞게 압축해 놓았다.

그리고 II부에서는 각종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빈곤, 계층화, 사호이동에 대해서 개괄해 놓았다. 비록 계층계급론이 이젠 진부한 것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예컨데, 도시공간 내에서 거주지 분화와 같은 연구주제는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좋은 문제틀이다. (홍두승 교수님은 여기에 대해 지금도 계속 논문을 발표했다) 따라서 계급과 계층의 개념이 재정의 되어야 할 필요는 있다 하더라도, 그 개념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불평등은 여전하고 계층은 여전히 존속해있다. 이 책을 통해 살펴보기 바란다. 참고문헌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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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물질의 대화
그레고리 베이트슨 외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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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베이트슨의 저작은 국내에 몇 권 번역이 되어 있는데, 생물학에 기반하면서도 상당히 급진적이고 전일적인 사유를 추구하는 사상가이자 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탄탄한 생물학의 연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한 여러 독창적인 개념과 이론적인 구조는 상당히 매혹적이다. 나 역시 여기에 매료되어 신과학의 여러 영역을 공부했으며, '컨텍스트로, 패턴으로'라는 저서를 낸 김영민 교수 역시 그 책에서 베이트슨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밝혔었다. 사실 그녀의 딸과 함께 쓴 이 유작은 베이트슨의 대표작은 아니다.

번역되어 있는 그의 대표작은 까치 출판사에서 나온 '정신과 자연'이다. 여기서는 '논리계형'이나 스터캐스틱, 호몰로지, 프로크로니즘과 같은 베이트슨만의 독특한 개념들이 나온다. 그리고, 베이트슨이 특별하게 사용하는 생물학적 인식론의 개념과 '마음과 물질의 대화'를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 '크레아투라'와 '플레로마' 개념이 엄격한 이론적 체계로 설명되어 있다. 따라서 '마음과 물질의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자연'을 필독해야 한다. 전공자는 물론이거니와 비전공자는 반드시 그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구성마저 특이한 책의 맥락을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일단 그의 이론을 안다면, 나는 에리히 얀취 만큼이나 그 이론의 깊이에 빠져들 것임을 장담할 수 있다. 마투라나는 기존의 편견에서 자유롭고, 그만큼 선구적인 학자이다. 특히 이 책에서 강조되는 '학습' 개념과 그것을 통해 암묵적으로 그려지는 공진화의 세계의 아름다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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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n 2011-06-0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과 저자소개 잘 읽었습니다. 많은 도우미 되겠습니다.
늘 전진하는 하루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