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그송주의 - 우리시대의 지성 5-002 (구) 문지 스펙트럼 2
질 들뢰즈 지음, 김재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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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96년 출판되었었다. 그때는 인터넷 서점이 없었기 때문에, 동네 서점 앞에서 언제 책이 오나 기다리다, 첫 책이 도착하자 마자 이것을 샀던 기억이 난다. 처음 도착하는 책이라 그랬던지, 책 표지에 다소 하자가 있었는데도 너무 사고 싶었기 때문에 그냥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그 흉터(?)는 지금까지 책에 남아있다. 그러나, 그래서일까? 이 책은 상당한 애착이 간다. '잠재태'라는 단 하나의 개념 때문이다. 사실, 들뢰즈의 베르그송 주석은 20세기 초반에 베르그송이 프랑스에서 떨친 그 이름을 감안하면 너무 짧다. 그가 니체나 스피노자에 대해서 주해를 했던 것과는 분량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 번 읽어보면 당장 반해버리게 된다. 그만큼 베르그송의 사유의 핵심을 (물론, 들뢰즈의 다른 주해가 그렇듯이 그만의 사유를 위한 적극적인 재해석이 있었다) 잘 파악하고 있다. 특히 생성의 가능근거인 다질성, 다양성, 혹은 연속성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 이와 더불어 분화라는 개념도 이해해야 한다. 구체적인 것들을 다 언급할 순 없지만,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물질과 기억', '사유와 운동'을 읽어보고 이 책을 읽으면 상당히 잘 이해가 될 것이다. 그 전에 프랑스 철학사를 개괄한 책을 훌어본다면 더 도움이 될 것이고.

그리고 역자가 서울대 교지에 썼던 '긍정과 창조의 철학자 들뢰즈'를 읽어보면 더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이 책의 부록으로 실려있지만, 분량이 너무 줄어서 이것만 읽는 분들은 이해가 잘 안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독일 철학만이 잘 설명되어 있다. 마치 데카르트 이후 프랑스 철학은 없는 것처럼 이해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에도 면면히 이어져온 철학의 맥락 속에서, 특히 베르그송을 주목한다면 이 책은 더 흥미로울 것이다. 물론, 들뢰즈의 작업 전체에서 베르그송의 '잠재태' 개념 해석이 가지는 의미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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