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지르기 - 개정판
이정우 지음 / 산해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이정우 선생님의 책을 많이 읽으신 분들이 아마도 이 책의 독자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그의 주요한 저작들이나 번역서들의 중간다리를 놓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즉, 그의 박사학위 논문과 '시뮬라크르의 시대'와 같은 강의록 사이에 있는 저자의 실천철학적 면모라고나 할까.

그런데, 사실 좀 아쉬운 감은 있다. 나 역시 프랑스의 사유가 국내에 활기를 불어넣는 논의였을 때, 그 책들을 꽤 읽었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그 열기가 사그러진 후에 다시 생각해보니 프랑스의 사유들, 예컨데 후기 구조주의 등이 프랑스 내에서는 일정한 맥락과 사회적 함의를 가졌던 반면에, 국내에서는 그런 뿌리내림이 없었던 듯 하다.

그래서 정말 아쉬운 말이지만, 한때의 유행처럼 휩쓸고 지나가버린 듯한 기분이다. 이 책 역시 후기 구조주의에 관한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이정우 선생님이 그 사유틀을 사회적 맥락과 교접시키기 위해서 쓴 것이다. 그러나 그 색체가 너무 옅어서 교접이 실패했단 느낌이 든다. 이정우 선생님께서는 그런 맥락과 상관없이 자신의 글쓰기라고 하실지 모르겠으나 '감성적 언표'와 같은 개념들은 분명 그 프랑스 담론의 토양에서 나온 것일텐데, 적절한 뿌리내림이 없어 보인다. 안타깝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